A Monster Hunter Born of Capitalism

25. Apologies for the stones.

행복한 표정으로 식사를 끝냈던 유성이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서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유성의 손에는 몇 시간 전에 구입했던 마법서가 들려있었다.

“아니, 무슨 수식이 이렇게 복잡해? 이걸 다 이해해야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처음 마법서를 펼칠 때의 표정은 이렇지 않았다. ‘이 정도야 가뿐하지’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친 유성은 마법서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표정이 일그러졌다.

처음 유성이 마주한 벽은 마법을 구성하는 술식의 구조였다.

마법은 수학과 비슷했다.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문제를 보고 그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것처럼 마법도 마법 술식을 계산하고 해답을 풀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술식의 구조가 수학처럼 간단하지 않은데다가 생전 처음 보는 이계의 것이었고, 그 구조를 설명해줄 사람도 없었으니 유성이 저렇게 머리를 싸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왜 자꾸 이런 기호를 써 놓는 거지?”

그리고 마법서에 적히는 괴상하게 생긴 기호 역시 유성을 열 받게 만들었다. 처음엔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꾸만 중요한 부분 마다 처음 보는 기호가 튀어나오는데다가 그 기호에 관한 설명이 더럽게 복잡했다.

“왜 자꾸 내용에 저런 기호를 집어넣어서 이해하기 헷갈리게 만드는 거냐고!”

퍽!

화가 치민 유성은 마법서를 벽에 힘껏 집어던졌다. 유성이 던진 마법서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오 씨.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다.”

열이 너무 뻗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가 되었기에 유성은 열을 식히기 위해 바람을 쐬고 오기로 했다.

철컥!

유성이 밖으로 나가자 이브가 천천히 날아와 유성이 내던진 마법서를 집어 들었다.

[흠…… 이게 이계의 마법서…… 흥미롭군요.]

이브는 페이지를 넘기며 마법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게 마법 술식…… 이게 마법을 기호화 한 룬 문자…… 이해했습니다.]

페이지를 몇 장 못 넘기고 책을 내던졌던 유성과는 다르게 이브는 빠르게 마법서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게다가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었다. 유성과는 다르게 이브는 페이지의 쓰여 있는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서 마법서를 다음 장으로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해 속도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미래 과학 기술의 집약체이자 노블을 서포트 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고 성능의 인공지능의 이해력은 인간을 초월한지 오래였다.

인간과 비슷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기에 이따금씩 멍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슈퍼컴퓨터와 맞먹을 정도의 연산 능력과 이해력을 가진 인공지능이었다.

이브는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고 곧 마법서를 완독했다. 1서클 기초 마법서를 완독한 이브는 이제는 1서클 기초 흑마법서를 집어 들고서 읽기 시작했다.

이브가 흑마법서까지 다 읽었을 무렵에야, 유성이 돌아왔다.

“어? 이브, 너 뭐해?”

[사용자 한유성이 내던졌던 마법서를 읽는 중입니다.]

“그거 더럽게 이해 안 되던데. 용캐 읽고 있다?”

[사용자가 읽다가 포기한 1서클 기초 마법서는 모두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 1서클 기초 흑마법서 역시 다 읽었습니다.]

“……그게 이해가 가?”

[네.]

“어떻게……? 그 이상한 기호랑 설명들이 이해가 간다고?”

[그렇습니다. 사용자 한유성과는 다르게 저는 똑똑하니까요.]

“돌대가리라서 미안하다…….”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무식한 건 죄가 아닙니다. 스스로의 무식함을 인지하지 못 하는 것이 죄지요. 사용자 한유성은 스스로의 무식함을 인정했으니 사용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브, 너 좀 재수 없게 말한다?”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이브에 말을 들으니 왠지 기분이 나빠진 유성이었다.

“그럼 나한테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까지 완벽하게 이해한 거야?”

[물론이죠. 돌대가리인 사용자 한유성의 수준에 맞게 쉽게 풀이해서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야, 돌대가리라고 부르지 마.”

[왜 그러시죠? 분명 사용자께서 방금 전에 스스로가 돌대가리라고 인정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맞는데 듣는 돌대가리 기분 나쁘다.”

[그럼 스톤헤드라고 부르면 되나요? 아니면 석두(石頭)?]

“다 돌대가리잖아.”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그럼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 그냥 돌대가리라고 부르지 말라고.”

[별명과 애칭을 만들어 사용자와 친밀감을 형성하려고 했는데 너무하시군요.]

“그렇게 부르면 있던 친밀감도 떨어져 나갈걸.”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는 좀 더 데이터 수집이 필요할 것 같네요. 그럼 이건 넘어가기로 하고 일단 앉으십시오. 지금부터 사용자의 수준에 맞춘 눈높이 교육을 실시하겠습니다.]

유성은 군말 없이 자리에 앉았고 이브의 눈높이 마법 교육이 시작되었다. 이브는 마나 핵이 존재하지 않는 드론이었기에 마법을 직접 쓸 수는 없었지만 마법 술식과 이론은 완벽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충분히 유성을 가르칠 수 있었다.

[이건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 진짜네? 와…….”

이해가 쏙쏙 가는 이브의 눈높이식 교육법에 유성은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주입식 교육은 안 된다. 주입식 교육은 그저 머리에 쑤셔 넣으려고 한다. 그게 문제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이해력과 지적 수준을 가진 것이 아닌데 왜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걸까?

역시 눈높이 맞춤 교육이 최고다.

[어떻습니까? 참 간단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 같아요. 이브 선생님.”

그 이해가 가지 않던 마법서를 이렇게 쉽게 풀이해서 설명해주는 이브가 존경스러운 유성이었다.

역시 미래 기술은 대단하다. 이계의 마법서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분석하다니.

‘아니, 그냥 내가 돌대가리라서 이해를 못한 건가? 이계의 마법사들이나 헌터도 마법서를 읽고 공부를 할 텐데 그 사람들은 뭐지?’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유성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깊게 생각했다가는 왠지 자신이 비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돌대가리면 어떠하리.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인 것을…….”

머리가 좀 나쁘면 어떠한가? 무식하면 좀 어떠한가?

사람 사는 데에 지장이 가능 것은 아니었다.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그리고 난 마법을 이해 못하는 거지. 멍청한 바보는 아니야.”

유성은 마법을 이해하기 힘들뿐이지 진짜 멍청한 바보천지는 아니었다.

[지금 누구랑 대화하시는 거죠?]

갑자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유성을 보며 이브가 의문을 표했다.

“그러게 나 지금 누구랑 대화 하냐?”

혼잣말을 하는 유성을 보며 이브는 정말 유성이 조금 모자란 사람이 아닌가 걱정했다.

“그럼 이론은 충분하니 이제 실전이다!”

이론은 이제 이해했다. 이제 실제로 마법을 써보는 일만 남았다.

“음…… 일단 집안이니까 파이어 볼 같은 공격 마법은 거르고…… 이게 좋겠다.”

유성이 고른 마법은 ‘라이트(Light)’였다. 그냥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추는 간단한 조명 마법이었다.

“마법을 쓰기 위해선 일단 마법 수식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유성은 라이트 마법의 수식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수식에 맞게 마나를 흘려 넣으면…….”

화아아악!

“어? 젠장?”

화아아아아악!

분명 조명 마법인 라이트를 사용했거늘 손에 생겨나는 것은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뜨거운 광구(光球)였다.

“으아아 씨발 뭐야 이거!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유성의 손바닥 위에 생겨난 광구의 크기가 점점 크기가 커져가고 있었다. 당황한 유성은 손을 빙빙 흔들며 손에 생긴 광구를 없애려고 했다.

부웅! 부웅!

“이게 대체 뭐냐고!”

슈우우욱!

쨍그랑!

유성이 손을 흔들자 손에 생겨난 광구가 유성의 손을 벗어났다. 유성의 손을 벗어난 광구는 유성의 집 창문을 깨고서 밖으로 날아갔다.

“헉!”

유성은 창문 밖으로 날아간 광구를 쳐다보았다.

광구는 멀리 날아가더니 주택가에 위치한 한 담벼락에 부딪혔다. 그리고 폭발했다.

펑!

“꺄아아악!”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담벼락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

이브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유성을 쳐다보았다.

“미안합니다.”

잠시 후,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동네를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얼른 가서 자수하시죠? 지금 경찰들이 범인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실수잖아.”

[대체 무슨 실수를 하면 조명 마법인 라이트로 벽을 박살내는 겁니까?]

“수식을 정리할 때 실수를 했나봐.”

[하아…… 분명 제가 이론은 제대로 가르친 것 같은데 아닙니까?]

“이브, 네 설명은 훌륭했어. 허나 내가 수식을 정리할 때 실수를 한 거지.”

[돌대가리.]

“윽!”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하다보면 나아지겠지.”

[그럼 할 때마다 집 창문이 박살나고 동네 담벼락이 무너지겠군요.]

“실수 안 할게.”

유성은 이번엔 제대로 하겠다며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봐봐! 이번에는 제대로……!”

유성의 손에 생겨난 것은 아까 전과 똑같은 광구였다. 하지만 이번에 생겨난 광구는 아까 전에 생겼던 광구보다 더 형태가 뚜렷했다.

“앗! 뜨거!”

슈우우욱!

쾅!

“으악!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야!”

이번에 날아간 광구는 경찰차를 박살냈다.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어보였다.

[제대로……?]

“돌대가리라 미안합니다……. 크흑…….”

결국 유성은 다시 이브에게 이론 교육을 듣고 나서야 제대로 된 마법을 쓸 수 있었다.

유성이 다시금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했을 때 유성의 스킬창에 새로운 오리지널 스킬이 생겨났다.

[1서클 마법 : LV 1 / 13.5%]

[1서클 마법 : 기초적인 마법입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수식의 정리 속도와 마나 핵에서 마나를 흘려보내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성공했다!”

오리지널 스킬이 생겨나자 유성이 두 팔을 치켜 올리고 환호했다. 집 창문과 함께 온 동네를 박살내서 얻은 쾌거였다.

[그럼 이제 흑마법도 익히셔야죠? 다시 이론 공부 시간입니다.]

“크흑…….”

유성은 깨어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쌀쌀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흑마법 이론공부를 시작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하는 공부는 매우 힘들었다.

깨진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유성의 몸을 차갑게 만들고, 졸리게 만들었다.

‘추워…… 자고 싶다…….’

[어허!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얼른 정신 차리세요!]

살짝 졸았던 유성은 이브의 고함 소리에 깨어났다.

“네! 선생님!”

[내일 던전에서 마법을 쓰고 싶으시면 지금 제대로 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차가운 겨울바람이 유성의 정신을 맑게 해준 것일까?

정말 다행히도 유성은 이번에는 동네를 박살내지 않고 흑마법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