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ain wakes up 100,000 year later

4. Territories instead of Gold? 4

장비를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함장은 타이런트에게 사이오닉 실드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전처럼 원거리에서 환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질색이다.

창고에서 사이오닉 실드로 사용할 수 있는 엠블럼을 두어 개 더 찾아내어 워슈츠 안에 장착했다. 이걸로 사이오닉 방어력이 이전에 배로 성장했다.

이제 그 용이라 하더라도 먼 거리에서 정신으로 바로 침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함장은 사이오닉 방어를 위한 엠블럼을 다섯 개 더 제작을 의뢰했다.

많이 달면 달수록 출력이 부족해질 수가 있지만, 아래의 문명 레벨을 살펴보면 사이오닉 외에는 그다지 위험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생산 시설에 이런 저런 주문을 넣던 함장은 문득 십만 골드짜리 전표가 생각이 났다. 그게 무려 열다섯 장. 금 10kg를 제외하고 남은 전표다. 함장은 그것도 분석기에 집어넣었으나······.

[사이오닉 프로텍트에 의해 이 이상 분석할 경우 파괴될 우려가 있습니다. 시행하시겠습니까?]

라는 말에 중단했다.

"이 쪽 세계의 문명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군. 지구는 과학으로부터 사이오닉이었는데. 이곳은 사이오닉이 먼저 발전했으니 말이야. 아무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걸로 됐어. 타이런트. 한 장은 여기에 맡겨둘 테니 해석 기관이 완성되면 해석 가능한지 살펴봐. 역설계를 해도 괜찮아. 이 사이오닉 회로를 잘 활용하면 전투에 큰 도움이 되겠어."

그 말인즉슨 망가뜨려도 괜찮으니 워 슈츠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자, 사출기가 아니라 셔틀을 타고 내려갈 시간이다."

사출기란 본래 탈출을 위한 도구. 당연히 영 쓸모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제 드론을 통해 수리해 놓은 AB12형 수송선은 그야말로 쓸 만한 물건이었다.

내부도 넓고 상태도 좋다. 하지만 그보다 좋은 건 함장 전용이라 그야말로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에 버금가는 승차감과 안전을 자랑한다.

털털거리는 사출기 대신에 은색에 날렵하게 빠진 유선형 비행선이 부드럽게 타이런트에서 출항했다. 대기권을 빠르게 관통하면서도 중력 제어 때문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멀리 보이는 산기슭과 호수와 들판을 지나 부드럽게 숲에 착륙했다. 함장은 워해머를 등에 짊어지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좋아. 일단은 시람 일행을 만나러 갈까."

* * *

숲에서 함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컬리 일행은 반색했다. 그들은 로우파이어 가문의 사람들과 함께 성을 샅샅히 뒤져서 남은 괴물 잔당을 죽였다고 한다. 함장이 불을 질러서 도망친 녀석들도 꽤 됐던 모양이다.

함장은 일을 마치고 수도로 향하려는 이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 나라의 이름은 아루비스 왕국이다. 북으로는 고트 만을, 동쪽으로는 파이온 산맥을, 서쪽으로는 호이맘 사막을, 그리고 남쪽으로는 벨트 제국과 맞닿아 있었다.

흔히 제국이라고 칭하는 나라가 그렇듯이 호시탐탐 땅을 노렸다. 하지만 호이맘의 악몽 때문에 실크 로드를 잃고 국력이 약해진 이후부터는 벨트 제국도 아루비스를 그다지 꺼려하지 않았다. 서방 무역이 없으면 그다지 쓸모없는 북쪽 작은 나라에 지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소드마스터 카리안 경이 없었으면 일찍이 병합당했을 겁니다."

컬리는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생각보다 애국심이 투철한 용병이었다. 헤인델은 뒤에서 책을 읽다가 말했다.

"대마법사 키르아이스님 덕분이기도 하지."

"두 초인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는 셈이죠."

밤새 땅을 판 도람이 늘어지게 자면서 코 고는 소리와 함께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에 대해 설명을 듣던 와중, 장교들이 다가왔다. 저번과는 다르게 오만한 기색이 많이 옅어져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빛나는 양피지를 꺼내 들고 크게 외쳤다.

"왕명을 받으십시오!"

자고 있던 도람까지도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미끄러져 내려와 일행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함장은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장교의 눈썹이 움찔하기는 했지만 그는 왕명을 읽기 시작했다.

"호이맘의 악몽을 퇴치한 기사에게 나 아루비스의 첫번째 기사이자 번영의 관을 받은 자이며, 북부 대륙의 수호자요, 붉은 사막의 사자인 이스콰리탈 아루비스 3세가 명한다. 그대는 아루비스의 겨울궁에 당도하여 짐에게 위용에 합당한 보상을 받으라."

양피지를 절도 있게 접은 기사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이상입니다. 기사님."

생각보다 간촐했다. 왕이 오라고 하면 가는 것이 좋다. 상을 준다니 더더욱 좋은 일이 아닐까. 시람과 도람과 컬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헤인델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듯 마차 안에 드러누워 말하지 않았다.

* * *

어차피 수도로 향한다는 일행과 함께 함장은 걷고 마차는 굴러가는 여행이 시작됐다. 함장은 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대륙의 보편적인 상식들을 받아들였다. 타이런트는 이들의 설명을 녹음하고 분석하면서 대륙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한지 사흘째 되는 날에 그들이 찾아왔다.

하나는 푸른색 로브를 입고 있었고 하나는 초록 색 로브를 입고 있는 여자들이었다. 로브 너머로도 보일 만큼 몸매가 훌륭했고, 너무나 아름다워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로브의 색과 눈동자 색이 똑같았다. 그들이 나타날 때 타이런트가 경고했다.

[경고. 정신계 사이오닉이 감지되었습니다. 수면효과. 저항 완료.]

사이오닉 실드판이 무려 여섯 개나 달려 있다. 여섯 개를 모두 돌렸다간 동력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해서 가져온 극초단파 무선 에너지 송신 장치도 등에 부착해 두었다. 정 필요할 경우는 타이런트의 핵융합 전지들에게서 전력을 공급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 수면 마법에 저항이 없는 일행들은 모두 잠자리에 빠져 들었다. 말들도 잠시 무릎을 꿇고 바닥에 조심스럽게 누워서 졸기 시작했다.

마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 조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런데 그뿐 아니라 어딘가 깨끗하고 시원한 안개가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진정하십시오. 우리는 당신과 싸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조용히 얘기할 장소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당신에게는 도저히 환상이 듣질 않더군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저희 소개를 먼저 하지요. 저는 그린 일족의 아네스바이저. 이 쪽은 블루 일족의 라비르네스입니다."

함장은 어렵지 않게 이들이 그 용과 비슷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 용과는 달리 이들은 몸에 상처도 없었고 흉터도 없었다. 게다가 친절하고 우호적이었으며 아름다웠다.

한 명은 이야기 속 엘프처럼 귀가 길었으며 한 쪽은 인간 여성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다른게 아니라, 당신께서 크라수스를 제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일파를 대신하여 감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그 검은 용과의 전쟁은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이 전쟁은 사람들의 전쟁이 아닙니다. 검은 용과 흰 용, 틀린 마법과 바른 마법, 오래된 괴물과 짙은 신비의 대결입니다."

"우리는 노래하듯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또한 계약에 얽매여 있는 자. 모든 것을 당신에게 그저 말해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계약에 의해 직접 선물을 드릴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정보뿐입니다."

둘은 마치 한 쌍이 되어 노래를 부르듯 얘기했다. 함장은 말했다.

"정보라니요?"

스스로를 용이라고 밝힌 두 여자는 빙그레 웃더니 말했다.

"당신은 지금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드리기를 원하죠."

"당신은 수도에 가서 여러 이야기를 듣겠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당신을 향한 예지의 눈길이 머물러 있으나 그것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적들의 시설을 공격할 때에는 공격하기도 전에 적들이 그 사실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예지는 연속적이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건과 이어지는 사건들을 다 헤아릴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크라수스를 보낸 것처럼 그들은 이제 당신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일 겁니다."

"그들은 검은 신들의 수하. 그레이 투나르투스 만신전의 하수인들입니다."

"당신도 보셨겠지만, 그들의 목적은 그 '검은 알'에 있습니다. 그들은 그 알이 불러올 괴물과 신의 힘으로 지금의 세계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짜잔 하고 나타나더니!"

"놀랍게도 당신이 그 검은 용을 죽였습니다."

"그래요. 정말 무참히 살해했죠. 그 피범벅하며!"

두 아름다운 여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래도 저희는 아직 당신을 완전히 믿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당신을 지켜 볼 것입니다."

"이 신성한 전쟁에서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말이죠."

"충고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마탑의 보호가 필요할 것입니다. 가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세요. 그들이 알아들을 것입니다."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보물로도 갚고 싶지만요."

그들은 고개를 꾸벅 하더니 허공에 문을 만들어 냈다. 일렁이는 그림자 속으로 그들은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세요!"

함장이 말했다. 푸른 로브를 입은 드래곤이 답변했다.

"아직은 질문을 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긴밀하게 엮여 있지 못합니다. 저희가 드린 단어들을 추적하세요. 그 이상은 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문 너머로 사라졌다. 곧 일렁이며 문이 닫혔다.

[함장님. 차원 도약입니다.]

"맙소사. 이 별의 문명은 어떻게 되어 있는거야? 자동차 하나 못 만들면서 차원 도약이라니?"

< 4. 골드 대신에 영지?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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