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Master

Channel Master - 33rd Currency

추가 보상이라고?

한수는 침을 삼켰다.

과연 어떤 보상이 주어지게 될까?

그리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곧장 알림이 떴다.

[관중 수가 백 명 단위로 증가할 때마다 경험치를 추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백 명당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1퍼센트입니다.]

[현재 얻은 추가 경험치는 2퍼센트입니다.]

알림을 보며 한수는 눈을 빛냈다.

‘이건 대박이다.’

한수는 직감적으로 적지않은 경험치를 얻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받았다.

그렇다는 건 여기 모이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오백 명만 모여도 5퍼센트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천금 같은 기회.

한수는 슬쩍 윤환을 쳐다봤다. 자신에게는 윤환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싶은 모양이었다.

“왜? 힘들어?”

윤환은 한수의 표정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던 모양이다.

한수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아뇨. 형님하고 함께 부를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몇 곡이든 달리겠습니다.”

“나도 나쁘진 않은데······ 흠, 졸지에 게릴라 콘서트가 되어버리겠는데?”

한수는 윤환 말에 거리를 둘러봤다.

주변을 빼곡이 메우고 있는 사람들부터 건물 안에서 창문을 통해 그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까지.

게다가 그 수는 계속해서 증가 중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쓸 윤환이었다면 이 무대에 난입할 생각조차 안 했으리라.

윤환이 한수를 보며 말했다.

“인마, 이쯤에서 멘트를 쳐야할 거 아니야. 버스킹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초짜처럼······.”

잠시 쉬는 동안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기대 어린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수가 머쓱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게······ 네. 처음 맞아요.”

“뭐? 정말? 진짜?”

“일단 멘트 좀 쳐보고 있을게요.”

윤환은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한수를 쳐다봤다.

버스킹을 처음 하는 놈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여유롭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자신도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엄청 긴장돼서 제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을 정도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이놈한테는 끼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놈은 진짜 타고난 가수가 아닐까?’

그러는 동안 한수가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제대로 즐기고 계신가요?”

“예!”

“원래 오늘은 연습삼아 다섯 곡 정도만 부를 생각이었는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였으니 조금 더 불러보겠습니다.”

“와아아아!”

함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수가 윤환을 쳐다봤다.

그는 근처에 서있던 관중에게 생수병을 건네받아 마시고 있었다.

가만히 윤환을 보던 한수가 다음 곡을 신중하게 골라냈다. 계속해서 발라드만 부르기보다는 윤환하고 함께 부르게 된 이상 조금 색다른 노래도 부르고 싶었다. 또, 오랜만에 윤환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

더불어 관중 수가 늘어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밑밥은 제대로 풀었다.

남은 건 얼마나 수확하느냐다.

다다익선이라고 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터.

한수는 주저없이 MR을 틀었다.

목을 축일 겸 생수병을 얻어 마시고 있던 윤환은 힐끗 한수를 쳐다봤다. 지금 그는 멘트를 하면서 관중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베테랑 가수다. 무대에서 노래해본 경험도 적지않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 버스킹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버스킹을 하러 나왔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소속사 연습생 같진 않았다.

만약 소속사에서 이슈몰이를 하려고 버스킹을 시킨 거라면 근처에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MR이 깔리고 익숙한 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음을 들은 순간 윤환이 인상을 구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음 곡으로 어떤 노래를 부를지 한번 이야기를 나눠봤어야 했다.

자신의 잘못이 컸다.

그러나 이미 신나는 반주가 깔리고 있었다.

단번에 어떤 노랜지 안 관객들이 열렬히 환호를 보냈다.

윤환은 구겨진 얼굴로 무대에 돌아왔다. 그가 한수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너있다가 버스킹 끝나고 두고보자.”

“하하, 신나게 달려보고 싶어서요.”

한수가 멋쩍게 웃었다.

동시에 노래가 시작됐다.

오래 만났지 다른 사랑하는 널

노래를 부르면서 두 사람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격한 환호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신난 두 사람과 달리 절절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사적으로는 윤환의 친구지만 공적으로는 매니저인 사람.

그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었고 땀을 비오듯 쏟아내는 중이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됐다고?]

“환이가 홍대쪽을 돌다가 버스킹 하는 사람 무대에 난입······ 아니, 합류해서 지금 같이 노래 부르고 있습니다.”

[야, 이 새끼야! 옆에서 같이 따라다니는 거 아니었어?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죄, 죄송합니다. 팀장님.”

[됐다. 널 믿고 맡긴 내 잘못이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쩌겠냐. 됐고. 거기 분위기는 어때?]

그가 다급히 말했다.

“SNS을 보시면 알겠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호응도 좋고요.”

[휴, 걔가 일 저지르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냥 게릴라 콘서트 열었다고 치고 사고만 안 치게 해. 어디까지나 그게 최우선인 거 알지? 너 또 사고나면 그땐 가만 안 둔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명심하겠······.”

그래도 나쁘지 않은 분위기에서 윤환의 매니저가 전화를 끊으려 할 때였다.

익숙한 반주가 들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공연 중인 무대를 쳐다보던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고 말았다.

“미친.”

사람들로 둘러싸인 무대에서 윤환이 신나게 댄스를 추며 무아지경으로 열창하고 있었다.

“······ 난 내일 죽었다.”

그러는 사이 맨 앞줄에 앉아있던 서윤은 쉬지 않고 울려대고 있던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까 전 순간적인 충동을 못 이기고 보낸 한 장의 사진, 그것 때문에 단톡방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수천 개가 넘는 톡이 올라와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다가 지금은 실시간으로 홍대 버스킹 무대를 중계하고 있었다.

- 노래 겁나 잘함. ㄹㅇ

- 와, 소름. 꺅 >.< 윤환 오빠 사랑해요!

- 다들 어디서 봐요?

- 파프리카에서 생중계중임 ㄱㄱ

- 지금 몇 명 모인 거래?

- 이거 백프로 실검각이네 ㄷㄷㄷㄷㄷㄷㄷㄷㄷ

-ㅋㅋㅋ 미친. 난리도 아니네. 반응 장난 아니야.

서윤은 줄줄이 올라오는 톡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만 해도 한수를 믿기 어려웠다. 버스킹을 한다고 했을 때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에 나서서 돕긴 했지만 처음부터 자리를 까이고 적잖게 걱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 온 게 행운이라고 생각되었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이미 그 수는 수백 명을 넘긴지 오래였다.

곳곳에서 시끄럽게 볼륨을 키워댄 채 버스킹 중이던 버스커들마저 이곳에 몰려들어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이곳은 콘서트장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듣고 있는 건 그들의 라이브였다.

- 한수 오빠가 이렇게 노래 잘 부를 줄은 생각지도 못한 거 있죠? 다들 부럽지? 메롱~

가만히 한수를 올려다보던 서윤이 단톡방에 톡을 남겼다.

그러자 우수수 톡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야! 이서윤. 너 혼자만 가기 있기냐? ㅡㅡ

- 넘나 짱나는 것. 귀띔이라도 해주든가.

- 근데 너는 어떻게 알았대?

- 윤환 오빠 어때? 잘생겼지? 보러 가구 싶다. ♥

- 지방 사는 사람은 이래서 서럽당. ㅠ.ㅠ

연달아 톡이 쌓였다.

그때였다.

신입생 후배가 남긴 톡이 서윤의 눈에 틀어박혔다.

- 서윤 언니는 어떻게 한수 오빠하고 함께 있는 거예요?

그 말이 불씨가 되었고 봇물이 터지듯 의문이 담긴 톡들이 쉴 새 없이 쌓이기 시작했다.

- 그러게. 왜 둘이 같이 있는 거야?? ㅡ.ㅡ

- 홍대 근처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만난 거 아니야?

- 설마······ 오빠하고 언니, 사귀는 거 아니죠?

- 그러고보니 신환회 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긴 했지?

서윤은 빨개진 얼굴을 감싸쥐었다. 더 이상 단톡방에 올라오는 톡들을 볼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자신의 마음을 들킬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톡들을 보면서 또다른 의문이 생겼다.

왜 한수는 굳이 자신을 불러서 셋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한 걸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후로 연거푸 세 곡을 더 부른 뒤에야 두 사람은 숨을 골랐다.

그제야 술이 깬 윤환은 엄청나게 많은 인파를 보며 혀를 찼다. 처음에는 이곳에 그래도 제대로 노래 부르는 사람이 있어서 보러 온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난입을 하게 됐고 그러다가 소규모 콘서트로 확대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미 적지않게 쌓인 인파 때문에 통제가 제대로 되질 않고 있었고 자칫 잘못하면 혼잡해진 사람들끼리 서로 부딪치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윤환이 한수를 슬쩍 보며 말했다.

“이쯤에서 끝내자.”

“예. 그래야 할 거 같아요.”

근처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들이 인원을 통제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더 버스킹을 강행했다가는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이미 등급 심사 조건은 충분히 넘치게 끝낸만큼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다.

평소 흠모했던 가수하고 이렇게 라이브로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건 쉽게 오지 않는 기회니까.

그런 한수를 보며 윤환이 슬그머니 물었다.

“너 끝나고 바빠?”

“예? 아니요.”

“그럼 끝나고 소주나 한잔 하러 가자. 어때?”

“저, 저야 영광이죠.”

윤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계속 관찰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놈은 좋은 가수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만약 연예인이 아니라면 있다가 술 마시러 가서 한번 꼬드겨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꼬드길 수만 있다면 오늘 또 한번 사고 친 것도 적당히 무마될 수 있을 터였다.

한수가 침착한 목소리로 주변에 구름처럼 모인 인파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죄송하지만 이번 곡이 마지막 곡이 될 거 같습니다.”

“안 돼!”

“저 이거 보려고 강남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죄송해요. 원래 다섯 곡 정도 버스킹을 하려 온 건데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요. 그럼 마지막 곡입니다. 다들 이 노래 듣고 한잔 하시면 될 거 같아요.”

마지막 MR이 깔리고 부드럽고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왔다.

술이 한잔 생각나는 밤 같이 있는 것 같아요.

윤환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됐다.

사실상 윤환을 한류스타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노래였다.

「소주 한잔」

한수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했다.

감미로우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애절하게 만드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이 자리에 모인 수백 명의 마음을 애끓게 만들었다. 윤환이 보여주는 엄청난 무대 장악력을 느끼며 한수는 호흡을 골랐다.

이 노래는 사전에 약속이 되어있었다.

윤환이 1절, 한수는 2절.

한수가 얼마나 이 노래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하는 호기심에 일부러 경쟁하듯 나누어 부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애끓는 감정을 남기며 윤환이 1절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는 사이 한수는 윤환이 남긴 그 감정에 깊숙이 매몰되어 있었다. 애절하게 다가오는 그 감정이 눈시울을 붉혔고 가슴을 울렸다.

어렸을 때 이유도 모른 채 헤어졌던 첫사랑을 떠올리게 했다. 얼마나 애달프게 전화가 연결되길 원했던가. 그땐 되도 않는 목소리로 이 노래만 쉴 새 없이 부른 적도 있었다.

들끓는 감정이 거침없이 동요했고 당시 느꼈던 절망과 고통이 여과없이 목소리에 담겼다.

그것은 마치 상처입은 사람이 피를 토해내듯 절규하는 것 같았다.

모든 걸 잊은 채 가슴에 맺힌 그 감정에 매달려 노래를 불렀고 어느샌가 마지막 마디가 끝났을 때 한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볼을 타고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소매로 눈가를 훔친 뒤 눈을 떴을 때 한수는 놀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윤환을 마주했다.

한수가 멋쩍게 웃었다.

윤환이 뭐라 하기도 전에 두 사람의 마지막으로 만들어 낸 무대 위로 박수갈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채널 마스터 - 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