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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쉐프의 비법」 촬영이 시작됐다.

우선 첫 번째는 한수와 윤환이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마이크를 차고 장바구니 하나씩을 든 채 OBC 마크가 붙은 밴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들은 킨텍스 주변에 있는 대형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는 적지않은 인파가 장을 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윤환과 한수가 마트에 들어오자 시선이 집중됐다. 촬영팀이 뒤따라붙었다.

확실히 한류스타 윤환의 위엄은 대단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휴대폰을 들고 윤환을 촬영하기에 바빴다.

“오빠!”

“촬영 중인가봐.”

“혹시 「쉐프의 비법」 촬영 중인 건가?”

웅성거림이 곳곳에서 일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수의 인지도는 썩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를 촬영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그러는 사이 윤환과 한수가 나뉜 채 장바구니에 필요로 하는 요리 재료를 담기 시작했다.

한수가 제일 먼저 담기 시작한 건 손질된 닭고기와 소고기였다.

값비싼 국내산 한우 등심이 장바구니에 담기자 촬영장에서 그것을 보던 쉐프들이 감탄을 토해냈다.

“오늘 제대로 준비하고 왔는데요?”

장바구니에 담긴 식재료 비용은 온전히 제작진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기존에는 이 식재료 비용에 제한이 걸려있었지만 이번 촬영은 특집으로 준비된만큼 그 비용에 제한이 없었다.

3팀장이 제작진에게 요구한 조건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왕 촬영하기로 한 거 고급 재료로 만든 요리를 마음껏 먹게 해주고자 함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마트를 돌며 온갖 식재료를 쓸어담았다.

그것을 보는 제작진의 표정은 조금씩 굳었다.

장바구니에 비싼 재료가 쌓이면 쌓일수록 막내 작가는 이 경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환호를 뒤로 한 채 두 사람이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이 시작됐다.

마트 캐셔가 바코드를 찍는 동안 윤환은 틈틈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줘야 했다. 그리고 액수가 떴다.

윤환이 27만원, 한수는 34만원.

쉐프들이 그것을 보며 낄낄거렸다.

기존에는 장바구니 속 액수 제한이 최대 10만원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을 두 배에서 세 배 넘게 초과했다.

잔뜩 구겨진 제작진들 얼굴을 보는 맛이 쏠쏠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돌아왔다.

장바구니를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은 다음 스튜디오 촬영이 이어졌다.

벌써 4년째 「쉐프의 비법」 MC를 보고 있는 윤준석이 진행을 시작했다.

“오늘은 「쉐프의 비법」 4년맞이 특집입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특별한 손님을 두 분 모셨습니다.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쉐프의 비법」 시청자 여러분. 두 번째 뵙게 되네요. 가수 윤환입니다.”

윤환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윤환은 늘 자신을 소개할 때면 가수로 했다.

그는 영화에서 몇 차례 성공을 거둔 적이 있는 배우였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섭외가 들어올 만큼 기본 이상의 재미는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의 본질은 가수였다. 그리고 그를 한류스타로 만들어준 것도 노래였다.

메인 카메라가 이번에는 한수를 비췄다.

한수도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강한수라고 합니다.”

또다른 MC 안용식이 대본에 적힌대로 말을 이어갔다.

“시청자 여러분께서 다들 궁금해하셨을 텐데요. 그래서 이번 4주년 특집에 특별히 그 분을 모셨습니다. 바로 강한수씨인데요. 강한수씨, 지난 주 방송에서 배우 장희연씨가 강한수씨를 극찬하셨어요. 알고 계신가요?”

원래는 모르고 있는 게 맞다.

아직 장희연과 김서현이 출연한 편은 방송을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보기에 한수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한수는 장희연과 김서현 다음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대본에도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 기사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재주는 아닌데 극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장희연씨는 강한수씨 요리가 김경준 쉐프님의 요리와 똑같은 요리에, 똑같은 맛이 났다고 하며 연거푸 놀래셨는데요. 그래서 지난 주에 김경준 쉐프님이 장혁수 쉐프님을 꺾고 별을 획득하실 수 있었거든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희연씨는 원래 미식가로 엄청 유명하시잖아요. 그분께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내려주셨다니까 저로서도 대단히 영광이네요. 저는 쉐프가 아닌데 그렇게 극찬해주셔서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음, 사실 이번 특집은 장희연씨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 마련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윤환씨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한수 요리는 진짜 특별합니다. 제가 요즘 한수하고 함께 촬영 중인데요. 매 끼니마다 한수가 요리를 만들어주는데 진짜 여러분을 모셔서 한번 대접해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음, 정말 기대가 되네요.”

“사실 그래서 오늘 특집인만큼 강한수씨의 요리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한번 알아보는 자리를 가지려 합니다. 강한수씨가 요리를 하고 저희가 먹어보고 어떤지 평가하는건데요. 한수씨, 괜찮으시죠?”

한수가 김경준 쉐프를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한수는 카메라를 보며 대답했다.

“예, 괜찮습니다. 오히려 저야말로 여기 계신 쉐프분들이 제 요리를 먹고 어떤 평가를 내려주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먹고 실망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일단 한수씨부터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 MC, 한번 나가주시죠.”

“예. 제가 한번 나가보겠습니다.”

안용식이 MC석에서 일어나 조리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그 위에 놓여있는 한수의 장바구니를 꼼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일단 값비싼 한우가 보이고요. 그밖에 닭고기도 있네요. 아무래도 이 두 고기가 메인 재료 같아보이고요. 그것 말고도 채소가 많네요.”

“음, 장바구니 속 재료만 보면 메인은 소고기와 닭고기가 될 거 같은데요. 한수씨가 희망하는 첫 번째 주제는 뭡니까?”

“첫 번째 주제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 요리입니다.”

한수가 웃으며 말을 꺼냈다.

MC 윤준석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요? 그런 스테이크는 어떤 맛이어야 할까요?”

“그건 쉐프님들께서 알아서 해결해주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음, 일단 기대가 됩니다. 그럼 어떤 분이 이 요리를······.”

그때 쉐프 세 명이 재빠르게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두 명은 김경준 쉐프와 장혁수 쉐프였고 나머지 한 명은 최형진 쉐프였다.

“음, 모두 세 분이 지원을 하셨는데요. 한수씨가 두 분을 호명해주시겠어요?”

한수가 세 명의 쉐프를 바라봤다.

이중에서 김경준 쉐프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으로 르 꼬르동 블루를 수석으로 졸업한 최고의 쉐프 중 한 명이다.

장혁수 쉐프는 자연주의 쉐프로 최대한 재료의 맛을 살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며 미국 유학파 출신이다.

최형진 쉐프는 고졸 출신의 국내파 쉐프로 분자요리의 강자이기도 하다.

셋 다 각자의 강점을 갖고 있는 쉐프들이다.

한수가 두 명을 선택했다.

“저는 김경준 쉐프님과 최형진 쉐프님을 고르겠습니다.”

장혁수 쉐프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쉐프가 두 명 이상 지원할 경우 그 쉐프를 고를 자격은 출연자에게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김경준 쉐프와 최형진 쉐프가 각각 조리대에 서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한수는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이 요리하는 장면을 바라봤다.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포스 같은 게 있었다.

텔레비전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15분이 지났고 두 사람이 요리를 막바지에 완성해냈다.

김경준 쉐프가 제일 먼저 요리를 내왔다.

그가 만든 건 미디움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였다. 가니쉬로는 아스파라거스와 메쉬드 포테이토를 내놓았다.

최형진 쉐프도 미디움 레어 굽기의 스테이크를 내놓았다. 다만 그는 가니쉬로 각종 채소를 알맞게 그릴드 한 다음 바질은 파우더화해서 크런치 느낌을 냈고 동시에 모든 채소를 알알이 구슬로 표현해냈다.

분자요리의 강자답게 가니쉬를 분자요리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한수는 먹음직스러운 두 요리를 차례차례 맛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최형진 쉐프의 요리를 맛보며 감탄을 흘렸다.

「퀴진TV」에서 그가 하는 요리를 몇 번 보긴 했지만 이렇게 실제로 맛을 보게 되니 느낌이 남달랐다.

확실히 그의 요리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그런 특유의 맛이 있었다.

한수는 고민 끝에 선택을 내렸다.

그가 고른 건 최형진 쉐프였다.

김경준 쉐프는 기본에 충실했고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냈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맛이었다.

반면에 최형진 쉐프의 요리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특히 그가 심혈을 기울여 다듬은 분자 요리는 생각지도 못한 맛이었다.

한수의 선택에 김경준 쉐프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에 최형진 쉐프는 특유의 썩소를 날리며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흘렸다.

한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가 이런 선택을 내리게 된 건 어디까지나 김경준 쉐프의 요리를 최형진 쉐프의 요리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퀴진TV」에 최형진 쉐프가 더 자주 나왔다면 그는 김경준 쉐프의 요리를 선택했을지도 몰랐다.

애초에 두 사람 요리는 한수의 기대치가 서로 달랐다.

그 이후 두 번째 요리 대결이 이어졌다.

그렇게 네 명의 쉐프가 요리 대결을 했고 두 명의 쉐프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 다음 이번에는 남은 쉐프 네 명이 윤환이 희망하는 주제를 놓고 요리 대결을 벌이기 시작했다.

괜히 촬영 시간이 열 시간 넘게 걸리는 게 아니었다.

오전 열 시부터 시작되었던 촬영은 오후 여섯 시가 되어서야 조금씩 그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쉐프 여덟 명의 요리 대결이 끝이 난 다음 비로소 진짜 메인 이벤트가 열렸다.

바로 한수가 어떤 요리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쉐프 일곱 명은 자리에 앉아서 한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떤 칼질을 하고 어떤 손놀림을 보여주며 어떻게 요리를 만들어낼지 적잖게 기대 중이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부담스러운 얼굴로 한수를 바라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쉐프 8인 군단에 포함은 되어있지만 쉐프가 아닌 만화가 김형석이었다.

김형석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수를 쳐다봤다.

아까 전 제작진들이 농담 섞어 한 말이 떠올랐다. 만약 여기서 진짜 한수가 엄청나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낸다면 김형석을 대신해서 한수가 새롭게 쉐프 군단에 투입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그런 말을 했었다.

물론 그들은 소스라치게 기겁하는 김형석을 보며 뒤늦게 농담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김형석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일곱 명과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한 명, 그밖에 윤환과 제작진들, 여전히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3팀장까지.

그들을 둘러보던 한수가 날이 잘 서있는 칼을 쥐어들었다.

그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요리는 하나였다.

김경준 쉐프의 시그니처 요리인 「쁘띠 수비드 꼬숑」이었다.

과연 장희연이 한 말처럼 그가 김경준 쉐프와 똑같은 맛의 쁘띠 수비드 꼬숑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각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15:00이 떴고 동시에 한수의 요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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