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Master

Channel Master - 175pm

맨체스터 시티가 한국인을 영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그 날 이후였다.

맨체스터 시티 내부 소식에 정통한 몇몇 기자들이 소문을 퍼트렸다.

「한국 국적의 동양인 청년이 트레이닝 센터에 있는 연습 경기장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펩 과르디올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국 신문사인 텔레그래프(Telegraph)에 뜬 기사 제목이었다. 여름 이적 시장도, 겨울 이적 시장도 아닌 기간에 뜬금없이 터진 소식에 국내 팬덤이 달아올랐다.

과거에만 해도 국내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엄청 많았다. 박유성이 아인트호벤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적한 것 때문이었다.

그 후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졌고 팬들도 점점 늘어났다. 그러다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왕자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했고 엄청난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맨체스터 시티를 응원하는 팬들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들에게 맨체스터 시티가 한국인 선수를 영입하려 한다는 건 뜻밖의 소식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압도적인 국내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클럽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박유성 덕분이었다. 한국인 선수가 뛰었다는 그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다.

물론 아스널도 한국인 선수가 뛰었는데 왜 그 정도로 팬덤이 늘어나지 않았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그 선수는 벤치 워머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텔레그래프에 기사 떴는데 본 사람?

└ 무슨 기사인데?

└ 한국인 선수 영입하려고 한다는데?

└ 출처 표기하라고. 출처 없으면 어그로 ㅇㅈ?

- 왜 못 믿냐. [Link] 여기 가서 봐보셈.

그리고 링크를 확인한 순간 맨체스터 시티 팬카페가 난리법석이 되었다.

- 야. 오늘 4월 1일이냐? 이게 뭔 뜬금없는 소리냐?

- 누구 영입한다는건데? 쏜?

- 토트넘이 팔겠냐? 여름 이적 시장이나 겨울 이적 시장도 아니고.

└ 그러게. 이적 시장도 안 열렸잖아. 그렇다는 건 자유계약인 건가?

└ 자유 계약 말고는 없지. 근데 시장에 자유 계약으로 데려올 만한 선수가 있었어?

- 잠깐만. 새 기사 떴다.

└ 해석 좀. 굽신굽신.

└ 님 복 받을 거임. ㄱㅅㄱㅅ

동시에 맨체스터 시티 팬카페의 스태프가 텔레그래프에 올라온 최신 기사를 해석해서 올렸다.

「맨체스터 시티, 한국 선수에 대한 이적료로 천만 파운드 제시.」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 선수가 갖고 있는 잠재력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 선수는 특히 패스와 크로스가 엄청나며 함께 연습 경기를 뛰어본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의 선수 말로는 지속적인 훈련을 필요로 하지만 패스 센스와 넓은 시야는 패스 마스터 사비를 생각나게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텔레그래프에 새로 뜬 기사를 보고 맨체스터 시티 팬덤이 난리가 났다.

- 뭐야? 이상한데? 자유계약 아니었어? 웬 이적료?

- [Link] 여기 보니까 영상 떴더라. 누가 몰래 찍었나본데?

└ 이거 드론 촬영 아닌가? 근데 불법 아님?

- 진짜 드론 미쳤다. ㅋㅋㅋ 근데 연습경기인가보네? 1군하고 2군 서로 섞여있음.

└ 와, 얼굴을 알아볼 수 있냐? 난 눈코입 구별도 어려운데. 몽골인이냐?

- 대충 파악은 되지. 근데 저기 등번호 없는 애는 누군지 모르겠네. 쟤가 텔레그래프가 썰 푼 그 한국인 같은데?

- 흠, 용케도 찍었네. 일단 유튜브 좀 보고 옴.

└ 나도 보고 있는 중. 워커가 개잘막는데?

- **, 미쳤다. 나 대충 넘기다가 21분쯤 봤는데 순간 소름돋는 줄 알았다. 완전 택배 크로스더라. 21:11 넘겨서 봐라.

└ 누구지?

└ 나도 누군지 궁금함. 우리 나라에 저 정도 선수가 있었음? 크로스나 패스나 완전 미쳤는데?

- 누군지 좀 알려줄 사람 없냐? 근데 이적 시장 아닌데도 데려올 수 있음?

└ 데려올 수는 있지. 대신 엔트리에는 못 올리지. 결국 18-19시즌에나 쓸 수 있다는 건데 도대체 어떤 선수길래 이적료로 천만 파운드나 지르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 그 정도 유망주인 거겠지만.

- 펩 과르디올라가 엄청나게 원한다던데? 실제로 사장단 회의 이미 들어갔다고 함.

└ 어디서 봄?

└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던데? 펩 과르디올라는 그를 영입한 뒤 새 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 꾸준히 체력 훈련을 시킬 예정이고 그는 새 시즌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포지션은 공격수와 미드필더, 모든 포지션을 커버 가능하다. 라고 되어있네.

└└ 누군지는 안 뜸? 아니, 우리 나라 선수인데 정작 누군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 이 정도면 대충 기자들이라도 소스 물어왔을 텐데…….

맨체스터 시티 팬들이 난리법석인 것처럼 한국 기자들도 적지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로서도 정말 생소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 내부 소식에 정통한 몇몇 기자들이 정보를 파악하고자 애썼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알아낸 건 그가 어느 프로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순수한 아마추어라는 것과 나이가 스물네 살이기 때문에 유망주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결국 소문만 무성한 채 점점 더 이야기는 부풀려지고 있었다.

유튜브 동영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저작권 침해로 내려갔지만 이미 꽤 많은 축구 관계자들이 그 동영상을 본 뒤였다.

* * *

노엘 갤러거는 스튜디오에 앉아 기타줄을 뜯다가 한수를 쳐다봤다.

한수는 몇 차례 목을 풀더니 스마트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슬쩍 무엇을 하고 있나 봤더니 녀석은 해외 축구 영상을 보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나 프리메라리가에서 뛴 선수들의 하이라이트 영상 묶음이었다.

노엘 갤러거가 슬쩍 한수를 보며 물었다.

“축구 선수가 되려고?”

“글쎄요. 고민 중이긴 해요.”

원래는 단칼에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가 내건 조건이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을 엄청 원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있었다.

“나는 네가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가 된다면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네가 합류해서 맨체스터 시티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다면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거든.”

노엘 갤러거는 확실한 맨체스터 시티 팬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만약에 네가 그 거지같은 동네로 이적해버린다면 그때는 네 자그마한 머리통이 남아나지 않을 거야.”

으르렁거리듯 소리치는 노엘 갤러거를 보며 한수는 순간 살기를 느껴야 했다.

지금 그가 말하는 축구 팀이 어딘지는 뻔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한수가 화제를 돌렸다.

“슬슬 녹음해야죠. 앨범 발매도 얼마 안 남았다면서요.”

“그래야지.”

노엘 갤러거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엘이 밴드를 꾸려서 새로 앨범을 발매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영국은 한 차례 시끌벅적해진 상태였다.

오아시스가 재결성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노엘 갤러거는 오아시스를 재결성하려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오아시스는 2008년 8월 23일 사라진 그룹이었다.

그리고 앤디 벨, 리암 갤러거, 겜 아처가 다시 뭉쳐야만 진정한 오아시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이름만 오아시스인 밴드가 될 뿐이었다.

이번에 뭉친 밴드 역시 노엘의 밴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가 한수를 원한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이 만들려하는 앨범에 그의 목소리가 가장 어울린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럼 녹음 시작하자고.”

“좋아요!”

“바로 가죠!”

베이시스트 찰리와 제2기타리스트 앤디도 환영하고 나섰다.

계속된 트레이닝에 두 명 모두 잔뜩 지친 상태였다.

빨리 해방되고 싶었다.

그리고 노엘 갤러거가 오아시스를 위해 작곡했지만 해체로 인해 발표하지 못하고 묵혀뒀던 노래가 빛을 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노엘이 작곡, 작사하고 한수가 불렀으며 앤디와 찰리가 세션으로 합류한 앨범이 발매된 건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뒤였다.

그보다 앞서 귀국했던 한수는 앨범이 발매되고 며칠이 흐른 뒤에야 앨범을 받아볼 수 있었다.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이었다.

귀국해야 했기 때문에 한수는 앨범이 발매되고 그 앨범들이 런던의 각종 레코드 스토어(Record Store)에 깔리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앨범이 발매된 뒤 그 다음주 월요일에 영국 싱글 차트(UK Singles Chart) 1위에 들었고 미국 빌보드 차트 200에도 3위로 선진입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 이 소식은 퍼지지 않은 상태였다.

한수가 노엘 갤러거와 음반 작업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앨범은 한수의 앨범이 아니라 노엘 갤러거의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덕분에 브릿팝(Britpop)이 다시 한번 흥행하는 기이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덩달아 이미 해체한 오아시스의 앨범 판매량이 상승하는 현상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한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루에 한 번씩 걸려오는 펩 과르디올라의 전화 때문이었다.

그는 한수에게 주급으로 5만 파운드를 제시했는데 이는 한화로 8,500만원이라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게다가 구름나무 엔터테인먼트도 천만 파운드라는 이적료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만약 한수가 축구 선수가 될 생각이 있다고 했으면 그들은 바로 한수를 맨체스터 시티로 보냈을지도 몰랐다.

다만 한수가 아직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보니 그들로서도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결정권자는 한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 중이면서도 한수는 계속 이어지는 스케쥴을 소화해야 했다.

음악 방송은 지연 혼자 소화하기로 했기 때문에 주말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지만 월요일에는 「쉐프의 비법」 녹화가 예정되어 있었다.

녹화장에 도착하고 대기실에서 머무르고 있을 때 한수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최형진 쉐프였다.

아까 전 대기실에 들어오기 전 잠깐 인사를 나눴는데 대기실까지 찾아올 줄은 미처 예상못한 일이었다.

“형진 형,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긴. 네가 걱정돼서 왔지.”

“예? 제가요?”

“어. 생각이 엄청 많아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그게…… 음, 고민이 있어서요.”

최형진 쉐프가 한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한수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오늘 녹화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염려되어서 찾아온 거야.”

“음, 그러니까…….”

한수가 머뭇거렸다.

최형진 쉐프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속내를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아직은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은 이야기였고 괜히 이게 밖으로 퍼져봤자 머릿속만 복잡할 게 뻔했다.

실제로 자신이 뛴 연습경기가 유튜브에 떴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기겁했을 정도였다.

“흠, 말 못할 일이 있긴 있나보네.”

“미안해요. 일부러 말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알아. 무슨 소리인지. 근데 지금 네 표정이 며칠 전 우리 주방에 새로 들어온 막둥이 보는 거 같아서 그래.”

“예? 어떤 표정인데요?”

“내가 과연 이 주방에 잘 들어온 걸까? 여기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근심 어린 표정.”

한수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말이 납득이 갔다.

실제로 한수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한수 대기실 밖이 시끌벅적해졌다.

그러더니 「쉐프의 비법」 MC들과 출연자들이 다급히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들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한수를 보며 소리쳤다.

“한수야! 너가 걔였어?”

“예? 무슨…….”

“인터넷! 안 봤어?”

“형진 형하고 이야기 좀 하느라……. 무슨 일인데요?”

한수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낯빛이 새파래졌다.

「맨체스터 시티가 찾아낸 한국인 유망주, 알고보니 연예인 강한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도 예의 주시 중.」

불난 집에 기름이 부어졌다.

채널 마스터 -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