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King

Chapter 7. Mass Appearance 2

폭풍성장의 기회가 왔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키이이익!”

[경험치 1,110을 얻었습니다.]

[1실버를 얻었습니다.]

[1:39:28]

‘아직도?’

난 내 눈앞에서 쓰러지는 고블린 워리어를 보며 이를 갈았다. 정확히 서른 두 마리째의 고블린 워리어였고, 내 레벨은 아직도 29였다.

‘레벨 29가 되고도 족히 5만 이상의 경험치를 쌓았을 텐데.’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29레벨이 될 때는 이렇게 많은 경험치가 필요 없었을 터이다. 28레벨이 되기 위해 필요했던 경험치와 차이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아니, 잠깐만.

난 레벨 10을 달성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땐 그냥 넘어갔지만, 고작 200도 안 되는 경험치에 7레벨로 올랐던 이전과 비교해서 퀘스트 보상으로 1,000이나 되는 경험치를 받았는데도 성장이 10레벨에 머물렀던 것이 떠올랐다.

레벨 20을 달성할 때도 그렇다. 상당히 많은 양의 경험치를 받았고, 정말 많은 레벨이 올랐을 줄 알았는데 25레벨에 그쳐 있었다. 아니, 그땐 충분히 높은 레벨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후로 26레벨을 달성하는데 그 정도로 많은 경험치가 필요하진 않았다. 그때도 어렴풋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이건 레벨 10을 주기로 반복되는 건가. 그러고 보면 게임에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

일정 구간에서의 레벨링을 힘들게 하는 시스템.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의 양이 대폭 증가되지만, 해당 레벨을 넘기면 다시 성장속도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런 경우를 왕왕 겪었다.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 첫 번째 진화는 레벨 10에서 일어났다. 10으로 딱 떨어지는 숫자에 무언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상황을 대충이나마 짐작했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난 체력도 떨어진 겸 고블린 워리어의 시체를 뜯어먹는 것으로 화를 달랬다.

[근력이 1 올랐습니다.]

[하급 검술이 Lv3이 되었습니다.]

[초급 감지가 Lv10이 되어 하급 감지로 변화합니다. 감지 가능한 범위와 정밀도가 상승합니다.]

신기하게도 솟구쳤던 화가 쑥 가라앉았다. 근력이 오른 것도 물론 기뻤지만, 스킬 두 가지의 상승이 날 기쁘게 했다.

고블린 워리어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초급 검술을 지닌다. 그렇다, 초급이다. 하급이 아니다.

반면 난 하급 검술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초급과 하급 사이의 간극은 전투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를 빚어냈다. 적의 검이 그릴 궤도가 내게 보이고, 내가 뻗어내는 검의 궤도를 적은 읽지 못한다. 스킬이란 이토록 절대적이었다.

그러니 거기서 1레벨이 더 오른 지금 내가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날 기쁘게 하는 것은 감지. 여태까지 나를 중심으로 반경 14m 이내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하급으로 그 수준이 상승하며 단박에 20m까지 범위가 늘어났다. 더욱이 느껴지는 기척도 세밀해졌다.

반경 20미터 이내에서 내 오감으로 흘러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많이 늘어났다.

만약 일반인이었을 시절 하급 감지를 손에 넣었다면 당장 멀미부터 했겠지만, 지금은 신체능력도 여러모로 증가한데다 초급부터 천천히 익혔던 터라 적응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적응이 끝나고 나니 마치 신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제일 먼저 감지한 정보는.

다음 통로에 고블린 워리어 두 마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썩을. 더구나 놈들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난 거기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또? 설마 고블린 파이터 무리를 상대로 했던 지랄을 고블린 워리어를 상대로 한 번 더 하라고? 제발 아니길 바라며 난 통로의 입구 바로 옆에서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섰다.

그리고 놈들이 통로에 들어오는 그 순간 전력으로 바스타드를 내질렀다.

“흐아아압!”

“크악!”

고블린 워리어A의 목에 구멍이 났다. 난 검을 있는 힘껏 내밀며 돌진해 놈의 몸에 부딪혔다. 고블린 워리어B가 A를 대신해 나를 공격하려 했지만, 내 몸은 A로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놈이 휘두른 검은 내 대신 A의 머리를 직격했다. 난 가볍게 검을 휘저어 A를 마무리했다.

[경험치 960을 얻었습니다.]

[80브론즈를 얻었습니다.]

[초급 기습이 Lv4가 되었습니다.]

시체를 B에게 떠밀었지만 B는 큰 동작으로 그것을 피해냈다. 지금! 난 한 손을 뻗어 B에게 흑뢰를 쏘아냈다.

놈의 검극에 직격한 흑뢰가 무기를 타고 흘러들어가 놈의 몸을 감전시켰다. B가 눈을 부릅뜬 순간 난 돌격했다.

놈의 바스타드가 내 어깨를 내리쳤다.

“크윽!”

“키리릭!”

젠장, 고블린 워리어 주제에 연극을 하다니!

그나마 직전에 놈의 검이 그릴 궤적을 읽은 덕분에 머리에 검을 직접 얻어맞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놈은 내가 그랬듯이 검을 다시 휘두르며 날 상처 입히려 했지만, 난 몸을 크게 숙이며 잠시 땅 끝을 향했던 검을 쳐올려 놈의 턱을 공격했다!

바스타드를 들고 있지 않은 놈의 주먹이 내 머리를 사정없이 가격했지만 그 정도는 참아야 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내 움직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크르르륵!”

“뒈져!”

턱과 함께 얼굴을 꿰뚫은 바스타드가 놈의 머리 바깥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내 목에 닿기 직전이던 놈의 바스타드가 멈춘 순간에야 난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경험치 1,080을 얻었습니다.]

[1실버를 얻었습니다.]

[레벨 업!]

[초급 갑옷 방어술 스킬을 얻었습니다.]

[초급 갑옷 방어술 Lv1]

[갑옷을 활용해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기술.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적에게서 입는 데미지가 줄어들며, 효과적으로 방어해낼 수 있게 된다. 많이 맞으면 스킬이 성장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레벨 업, 더불어 생각지도 못했던 스킬까지. 하지만 난 그보다 방금 전 고블린 워리어 따위의 페이크에 당했던 스스로의 반성을 하고 있었다.

‘젠장, 흑뢰는 확실히 강력한 스킬이지만 아직 초급이야. 고블린 워리어를 확실하게 감전시키거나 저주에 걸리게 한다는 보장이 없어. 흑뢰만 믿고 돌진하는 건 자살이야!’

그보다는 검술과 몸놀림을 갈고 닦고, 방금 얻은 갑옷 방어술에 의지해 적의 공격을 덜 받고, 내 공격을 더 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흑뢰를 만능 기술인 것처럼 믿고 남발하다가는 방금 전처럼 삐끗한 순간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 반성하자. 반성했다.’

그러면 이제, 저 너머의 통로에서 이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는 고블린 워리어 다섯 마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궁리할 차례다.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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