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s Music

< 324: Move the EPL (5) >

영국 런던에서 가까운 북쪽 허트포트셔 주에 있는 셴리(Shenley).

아스날 FC 유스팀이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구장에서, 자라는 새싹들을 관리하는 유스 개발 지휘자 안드리스 욘커는 1962년생의 젊은 코치였다. 그는 수석 코치로 능력을 인정 받아 MVV 마스트리흐트의 지휘봉을 잡았었고, FC 바로셀로나 시절 친

분이 있었던 루이스 판 힐 감독 덕에 분데스리가 최강의 팀 바이에른 뮌헨의 수석 코치로 부임하였다가 2003/2004 시즌 도중 루이스 판 힐 감독이 해임되며 남은 시즌 동안 감독 대행을 한 이력이 있는 최고의 코치였다.

약간 긴 갈색 머리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은 그의 눈이 커졌다.

“예? 감독님이 직접 방문하신다고요?”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급히 전화를 끊고 인터폰으로 전환한 후 말했다.

“아, 스티브? 나요, 지금 아르센 뱅거 감독이 직접 셴리로 온다고 하니, 훈련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세요, 괜히 까칠한 감독에게 트집 잡히면 힘들어지니까요. 네, 네, 부탁합니다.”

인터폰을 끊은 안드리스가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아스날 FC 의 리그 성적으로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휴, 올해는 리그 4위도 턱걸이겠군, 그나마 기대를 걸어 볼 만한 것은 FA 컵 정도겠지, 챔피언스 리그 16강에서 만날 팀이 FC 바로셀로나이니까 말이야. 여기 찾아오는 건 바로 2군에 올려 실력 검증 후에 챔피언스 리그와 프리미어 리그에서 스왑해 쓸 수

있는 자원을 확인하러 오는 것 같은데, 유스에서 바로 올릴만한 선수가 없는데··· 이거 어쩌지.”

한참 노트북에 유스팀 선수들의 리포트를 띄워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던 안드리스가 정문에서 걸려온 인터폰을 받고 구장 입구로 갔다. 멀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있는 주황색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본 안드리스가 실소를 지었다.

“나는 언제 1군 감독 맡아서 저런 거 타 보나. 어..그런데 혼자 온 거야?”

그의 눈에 차에서 혼자 내리고 있는 아르센 뱅거 감독이 들어오자 빠르게 발걸음을 놀려 주차장 쪽으로 다가갔다.

“감독님, 오셨습니까?”

“오, 안드리스. 오랜만이야.”

아르센 뱅거가 양팔을 들어 안드리스를 슬쩍 안아주었다. 친근한 척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아르센 뱅거가 구단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래, 식사는 했고? 요새 뭐 어려운 점은 없는가?”

“네, 어려운 일이랄 것이 뭐 있겠습니까, 그저 매뉴얼대로 훈련 시키고 있지요, 매뉴얼 개발 일 말고는 별 다르게 하는 일도 없습니다, 하하”

“후후, 일선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던 자네이니 이런 곳에서 유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은 무료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잘 부탁해, 자네 손에 아스날 FC 의 미래가 걸려 있으니 말이야.”

“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들어가시죠.”

아스날 FC 가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미레이트 스타디움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열악한 시설을 가진 셴리 구장의 2층 관객석에 모습을 드러낸 아르센 뱅거가 구장에서 땀을 흘리며 피트니스 훈련을 받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내려다 보며 팔짱을 꼈

다. 어린 유스 선수들에게 유연성과 밸런스는 매우 중요한 피지컬 요소였기에 직접적인 축구 기술 훈련보다는 밸런스를 잡아 주는 요가에 가까운 훈련을 선호하는 안드리스였기에, 선수들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이러한 훈련으로 보내고 있었다. 아직 가시적

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안드리스의 이러한 훈련방식에 동의했기에 아스날 FC 의 유스팀은 오늘도 그의 피지컬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바닥에 주저 앉아 다리를 벌리고 유연성 훈련 중인 선수들을 보던 아르센 뱅거가 물었다.

“싹수가 보이는 녀석이 있나?”

안드리스가 함께 팔짱을 끼고 선수들을 내려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싹수 있는 녀석들은 많습니다만, 아직 나이가 어립니다. 억지로 올려보려고 해도 FIFA 에서 허용해줄 리 없는 어린 녀석들이죠.”

“나이로 통과 가능한 선수들 중에는 괜찮은 선수가 없고?”

“네, 2군 정도는 가능하지만 아직 1군 전력감으로 보이는 선수는 없습니다.”

아르센 뱅거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자 안드리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챔피언스 리그 때문입니까?”

“음, 겨울 시즌이라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어, 거기에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FA 컵까지 나가게 되었으니 선수들의 체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네. 이대로 놔 두면 곧 부상자들이 나오게 될 거야.”

“위험해 보이는 선수들이 있습니까?”

“음, 아무래도 빠른 선수들이 그렇지. 빠르다는 것은 몸이 작고 날렵하다는 뜻이니, 피지컬이 약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덩치 큰 EPL 수비수 들과 힘으로 부딪히면 나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그러다 보면 부상이 올 수 밖에 없지.”

“빠른 선수들이라면 알렉시스 산체스와 시오 월콧, 대니 월벡 이겠군요.”

“음, 거기에 체흐도 별로 좋지 않아. 이제 서른 여섯이니 은퇴를 해도 신기하지 않은 나이니까 말이야.”

“골키퍼 자원은 다비드 오스피나가 있지 않습니까?”

“음, 다비드도 좋은 골키퍼이긴 하지만 체흐가 주는 안정감을 가지지는 못하지, 아무래도 그는 첼시의 수문장으로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선수니까 말이야. 체흐가 나오는 경기에는 수비수들의 수비도 안정적이거든.”

“그럴 만 하죠, 수비의 핵심은 골키퍼의 정확한 지시이니 노련한 체흐가 나오면 수비수들이 안정감을 가질 만 합니다. 2군 쪽에는 가 보셨습니까?”

아르센 뱅거가 씁쓸하게 웃으며 관중석의 파란 의자를 내린 후 털썩 주저 앉았다.

“응, 언더힐에는 어제 다녀왔지, 하지만 닐 밴필드가 추천한 세 녀석 모두 많이 모자라더군, 물론 몇 년 더 훈련하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써는 써먹을 카드로 볼 수 없겠어.”

안드리스가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프론트에서 압박이 있었습니까?”

아르센 뱅거가 턱을 괴고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아무래도 매번 4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EPL 4위가 우스워 보이나 보지? 우승이나 준우승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보는 경영진이라 힘들군.”

“그래도 작년에 FA 컵에서는 우승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르센 뱅거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말이네. 하지만 FA 컵은 다른 구단의 경영진도 단독 우승을 커리어로 인정해 주지 않아, 시즌 우승과 더블을 하던가, 트레블에 FA 컵이 포함되어야 인정을 받지.”

“음···FA 컵 우승도 엄청난 일인데, 1군 감독은 참 힘들겠군요.”

아르센 뱅거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리를 꼬았다.

“재미 있는 건 말이야, 이번에 응원가도 바꾼다더군. 아, 물론 기존 응원가도 그대로 쓰긴 하겠지만 추가할 생각인가 봐.”

안드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게 뭐가 재미 있습니까? 응원가가 한 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 중에 하나 추가되는 것인데요.”

아르센 뱅거가 머리를 감싸며 짜증난다는 어투로 말했다.

“그게 엄청난 거액을 주고 가져온다는 것이 문제지. 그 돈이면 유망주 선수 둘은 더 사올 수 있다고!”

“예? 무슨 응원가에 유망주 둘의 몸값씩이나 되는 금액을 지불하죠?”

아르센 뱅거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자네 혹시 록 음악 듣나?”

“하하, 영국에 사는 사람이 록 음악을 안 들으면 뭘 듣습니까?”

“후훗, 자네는 네덜란드 사람 아닌가?”

“영국에 산지 몇 년 되니 이제 물이 좀 들었나 봅니다. 하하”

“후후, 그래. 여하튼 몬타나라는 록 밴드의 음악을 가져다 쓴다더군.”

“헉!? 서, 설마 Fury 말씀입니까?”

안드리스가 놀란 표정을 짓자 눈썹을 꿈틀한 아르센 뱅거가 그를 위아래로 보았다.

“자네도 아나?”

“그럼요! 지금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음악 아닙니까!”

“그래, 그러니 비싸겠지.”

시큰둥하게 앞 관중석에 다리를 올리는 아르센 뱅거를 본 안드리스가 말했다.

“그걸 가져온 답니까?”

“휴, 또 한 곡 더 있다더군.”

“두 곡이나요? 두 곡이면 돈을 얼마나 지불하는 겁니까?”

“다행히 한 곡은 그냥 준다고 했대, 그··· 케이인가 뭔가 하는 어린 뮤지션이 그랬다더군.”

“헉, 감독님 케이인가 뭔가 하는 이라니요, 시내 나가서 그런 소리 하시다가 돌 맞습니다. 팬덤이 어마어마한 뮤지션이라고요.”

아르센 뱅거가 피식 웃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아무튼 관심 없네. 응? 잠시만 기다려 주게.”

품 안에서 진동을 울리는 전화기를 꺼낸 아르센 뱅거가 안드리스에게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한 후 전화를 받았다.

“응, 날세. 무슨 일 있나?”

“뭐? 음악이 도착해? 됐어, 난 관심 없으니 프론트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게. 끊지.”

아르센 뱅거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선수 보강할 생각은 안하고, 음악이라니! 음악으로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눈치를 보고 있던 안드리스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이번 일 말입니다. 우리 구단은 구단주가 없고, 아스날 홀딩스 기업이 구단주이니.. 아무래도 최대 주주인 스탠 크론케가 밀어 붙인 일이겠죠?”

아르센 뱅거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 양반은 그저 성적내기 말고 다른 부분은 관심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번 일은 일리셰르 우스마노프가 주도한 일이야.”

“아, 2대 주주 말이군요.”

“그래, EPL 도 다 됐지, 영국 한복판에 있는 홈구장 이름은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에게 스폰서를 받아 에미레이트 스트디움이라고 써 놓질 않나, 2대 주주는 러시아 억만장자이질 않나, 이게 어디 잉글리쉬 리그인가?”

“하하, 그러는 감독님도 프랑스에서 오신 분 아닙니까?”

“감독이나 선수는 다르지, 하지만 영국에 속한 리그가 다른 나라의 메인 스폰서를 받는다는 것은 이해되질 않는군. 휴, 어쨌거나 음악 쪽은 신경 끄고 유스 선수들 육성에나 힘 써 주게.”

“네, 알겠습니다.”

**

조지아의 유명한 장수 마을, 압하지야.

한국의 유명 요쿠르트 회사에서 장수의 상징으로 자신들의 요쿠르트에 조지아의 지도를 그려 넣을 만큼 세계적으로 장수의 상징이 되는 이 마을은 목축업과 요쿠르트 생산을 주업으로 삼는 작은 마을이었다. 큰 굴뚝 같이 생긴 구조물이 독특한 큰 집 2

층, 조지아식 고기 꼬치 구이인 잘 익은 므츠바디 몇 개를 들고 조지아의 자랑인 하우스 와인 한 병을 든 채 TV 앞 소파를 찾은 그레고리가 소파 옆 테이블에 가져온 술과 안주를 놓아두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키스카를 보고 살짝 놀랐다.

무표정한 얼굴로 TV 를 보고 있는 키스카를 본 그레고리가 놀라며 물었다.

“키스카? 웬일로 TV를 보니? 너 TV 안 좋아하잖아, 거기다 축구 경기라니.”

키스카가 차가운 얼굴로 그레고리를 힐끔 본 후 다시 TV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본 그레고리가 힘 없이 웃으며 소녀의 옆에 앉았다. 조용히 TV에서 흘러나오는 CF 를 보던 그레고리가 축구 경기 시작 전에 배를 채우려고 므츠바디가 담긴 접시로 손을 내밀

었다가 갑자기 다가오는 키스카를 놀란 눈으로 돌아보았다.

갑자기 아빠의 볼에 뽀뽀를 하는 키스카를 놀란 얼굴로 보던 그레고리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매만지다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키스카, 아빠한테 뽀뽀해 준 거야? 이제 화 풀렸어?”

다시 TV 로 시선을 돌린 키스카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아니, 케이가 이백 밤 잘 동안 아빠한테 하루에 두 번 뽀뽀해주면 나 보러 온다고 했어. 케이가 전화해서 물어본다고 했으니까, 전화오면 나 잘하고 있다고 말해줘야 해. 알았지?”

자신의 볼을 비비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짓던 그레고리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이유가 어쨌건 우리 딸 뽀뽀를 받으니 아빠 기분이 날아갈 것 같네! 허허”

TV 속에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축구 중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키스카의 통통한 볼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 제324화 : EPL을 움직여라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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