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Can You See Stats!?

# What you got from the Academy

4개월의 시간은 정말로 금방 지나갔다. 지금은 눈발이 흩날리는 12월이다.

아카데미 학기가 거의 완료 시점에 오자 유리우스에 대한 교수들의 평가는 보통 이렇다.

‘천재는 아닌데 노력파에 수재는 되시는군.’

‘무의 재능은 뛰어나다 하시던데, 황자의 신분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수재이시기 이전에 인품도 훌륭하신 분이다. 이런 분이 여태껏 소문이 그렇게 난 것이 이상하군?’

모든 커리큘럼을 수료한 유리우스를 앞에 두고 디페트 학장 또한 전과는 다른 따스한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푸하하하하하!! 내가 그래서 뭐라고 했나? 전하는 내가 걸음마 때부터 가르친 사람이야! 내가 제일 잘 알지!]

편지를 주고받고 있는 마레우스가 박장대소를 하면서 고소해 할 것을 생각하면 배알이 뒤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리우스가 뛰어난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교육자로서의 디페트 학장은 당연히 뛰어난 학생이었던 유리우스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단기간이었지만 전하같이 뛰어나신 분을, 우리 세이비어 아카데미에서 교육받게 했다는 것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광이라니 당치도 않소. 나 또한 학장을 비롯해서 이 아카데미에서 배워 가는 것이 많았다오.”

유리우스는 학장에게 수료증을 받아 들고 마침내 아카데미를 떠났다.

‘허, 마레우스 그놈. 의외로 제자 복이 참 많단 말이야…….’

학장은 그 뒷모습을 아쉽다는 듯이 바라보며 연신 수염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유리우스 또한 홀가분한 기분이긴 마찬가지였다. 그가 세이비어 아카데미에서 얻은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연설과 그의 두각을 드러내는 아카데미 활동을 통해 많은 인재들의 눈을 제국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아마 몇 년 뒤부터 제국 행정청과 군대에는 세이비어 아카데미 출신의 검증된 인재들이 제법 늘어날 것이다.

뛰어난 실무 능력을 가진 그들이 귀족들의 힘을 누르는 것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것도 두말 할 필요 없는 사실!

두 번째로 차후 대륙 제일의 전략가 중 하나가 될 데반 칼리오스의 영입이다. 그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였던 만큼 유리우스의 기쁨은 컸다.

‘설마, 그게 그 정도로 잘 먹힐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황자 전하 덕분에 눈을 새롭게 뜬 기분입니다.”

데반은 말 그대로 새사람이 되었다. 그를 알던 주변 사람들은 동일 인물이 맞느냐고 의심을 할 정도.

물론 그의 자존심이 하루아침에 꺾여 버린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굽혀야 할 때 굽혀야 한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큰 깨달음이다.

‘전생의 데반도 사실 처신이 훌륭해서 그렇지, 성격 자체는 괴짜였을 수도 있겠지.’

“꼭 전하의 옆이 아니라도 먼발치에서라도 꼭, 전하께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유리우스는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졸업은 하고 오게나, 아무리 그래도 중퇴자는 받지 않는다네. 하하!!”

일단 데반을 제국으로 끌어들인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할 말은 없나?”

“…….”

월레스 후작은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빌헬름 대공 앞에 엎드려 있었다.

‘이번엔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월레스는 대공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나면 날수록 머리가 냉정해지는 타입이었다.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공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뜻.

대공은 천천히 입을 연다.

“요새 마레우스 그 늙다리가 의기양양하게 걸어 다니는 꼴 좀 보게. 진짜 속이 터지는 기분이군.”

그렇다! 이미 유리우스가 성국에서 한 활약은 황궁 내에서도 제법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었다.

“설마, 그 1황자님이 세이비어 아카데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실 정도의 능력이 있으셨다니!”

“하긴 어릴 때부터 문제아이긴 하셨어도, 둔재라는 평은 받은 적이 없는 분이지 않나?”

마레우스는 그야말로 체통도 잊고 주변 관료들을 볼 때 마다 ‘우리 1황자님 자랑’을 하고 다니는 판국이다.

대공은 생각만 해도 속이 뒤틀리는 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단호하게 말한다.

“자네의 계획은 실패했네. 인정하는가?”

“송구합니다.”

월레스는 그대로 엎드려서 일어나지도 못한다. 그야말로 그의 생사여탈권은 대공이 쥐고 있는 상황.

“자네만 믿고 일을 맡긴 나도 잘못은 있어.”

대공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꼭 월레스가 무능해서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원인은 현 황제와 마레우스, 그리고 결정적으로 1황자!

“내 생각은 우리가 1황자를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거네.”

그렇다! 월레스의 말을 너무 신용한 대공은 그는 1황자의 재능 자체를 우습게 봤다. 하지만 호랑이의 자식은 호랑이였다.

‘애초에 2황자께서 그렇게 뛰어난 데 1황자가 멍청이일 리가 있나?’

단서는 많이 주어져 있었다. 그는 예전에 사위인 근위기사 단장 칼로스 후작을 불러서 물어보았다.

“1황자 전하를 가르치고 있다는 말을 들었지. 그분의 재능이 어떠한가?”

칼로스 후작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꺼낸다.

“무의 재능만으로 한정하면 저는 그분보다 뛰어난 분은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사실 대공은 적잖이 놀랐다.

“그 정도인가?”

초인의 안목이 틀릴 리는 없었다.

수련을 열심히 한다더니 그만한 재능은 있다고 생각한 대공은 유리우스의 성국 행을 굳이 방해하지 않았다.

그도 설마 타국인인 디오스 공작이 유리우스를 그렇게 성의 있게 지도해 줄 것이라고는 상상이나 했을까?

재능 있는 분야보다 그냥 억지로 들어간 아카데미에서 실컷 허송세월만 보내다 오라는 의도였는데 예상이 정면으로 빗나간 것이다.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대공은 다시 입을 연다.

“이제부터 1황자의 재능은 최소한 2황자님과 동급은 된다고 예상하고, 계획을 진행하도록 하지.”

월레스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대공이 자신을 죽이진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는 없어”

대공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어조로 월레스를 쏘아본다.

그는 이제껏 두 번의 실패를 했다.

첫 번째는 유년기에 유리우스를 문제아로 만들지 못한 것!

두 번째는 유리우스의 재능이 개화하도록 아낌없이 기사 수업에 투자를 해 준 것!

“반드시 이번에는 대공의 기대에 부합하겠습니다.”

‘살았다!’

결국 간신히 목숨은 건진 것이다. 안도하는 월레스를 대공은 속으로는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쪽은 인재가 없어도 너무 없군, 저런 놈이라도 믿고 써야 하니 말이야.’

대공이 보는 월레스 후작은 잔꾀가 잘 돌아가고 상인으로서의 재능도 출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인배였다. 본인의 이득밖에 관심이 없는 신용할 수 없는 자다.

‘하지만 아직 쓸모는 많지.’

그는 어쨌거나 제국 제일의 상단을 보유한 거부였다. 그리고 아직 황제파의 스파이라는 것도 그를 살려 둔 이유 중 하나다.

대공은 순간의 격분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자를 없앨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천천히 평생의 정적들을 떠올려 본다.

황제와 마레우스는 과연 강적이었다. 불과 몇 년 만에 그 망나니라고 불렸던 황자를 이렇게 만들다니.

‘하지만 이제 절반을 만회한 것일 뿐이오. 황제 폐하.’

유리우스가 성국에서 이름을 높이는 동안 레온하르트 또한 놀고 있던 것은 아니다.

레온하르트는 남부에서 대공을 비롯한 귀족들의 활동을 도우면서 상당한 실적을 올렸고, 백성들에게도 선정을 베풀었기에 남부에서는 2황자의 인기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방심하지 않소! 절대로!’

반드시 자신의 조카를 황제로 올려놓고야 말 것이다.

대공이 표정을 굳히는 동안 월레스 후작 또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미 대공의 신용을 너무 잃었다. 이대로 가면 차후에 숙청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

무언가 공을 세워야 한다! 대공의 신임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가능하면 마지막까지 아껴 두려고 했던 수였지만 어쩔 수 없군.’

그의 라이언 상단은 제국 남부에서의 교역으로 번성한 상단이다. 그에게는 대공을 제외하고도 비밀리에 만들어 둔 다른 연줄이 있었다.

‘남부의 사막 왕국!’

그 연줄을 사용해서라도 어떻게든 그는 이 위기를 타개해 볼 생각이었다.

유리우스 또한 그 점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이제 제국으로 돌아가면 대공의 간섭을 피할 수는 없어.’

이번에 그가 얻은 세 번째는 바로 그의 대외적인 위상!

조금 특이한 황자에서 어느새 문무양도를 겸비한 유력한 황위 계승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지.’

대공은 결코 자신이 더 이상 승승장구하도록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다.

유리우스 또한 아카데미를 나오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리고 마침내 유리우스가 다시 제국으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황자 전하께서 가신다니, 참 아쉽군요.”

섭섭한 기색의 디오스 공작은 떠나는 유리우스를 위해 직접 배웅을 나온다.

“저 또한, 전하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베아트리체도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유리우스는 빙그레 웃으며 둘의 인사를 받고 있었다.

“당치도 않소. 공작이 오히려 내게 큰 은인이지요.”

그리고 그는 시선을 베아트리체에게 돌렸다.

“리제, 당신도 나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소. 전에도 말했듯이 정말 감사드리오.”

유리우스와 그녀는 몇 개월째 공작의 의도대로 같이 검술 지도를 받고 있었다.

지금은 그가 많이 앞서 있지만, 그와 공작의 수련을 보면서 느낀 것이 많았는지 타고난 천재답게 그녀 또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수련을 게을리 한다면 따라잡히는 것도 농담만은 아니다.’

이런 그의 생각을 모르는 베아트리체는 얼굴을 살짝 붉힌다.

“천만에요, 제가 할 말입니다.”

공작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거봐, 그래도 붙여 놓으니까 효과가 없지는 않구먼.’

두 사람은 몇 개월간 든 정이 있어서 꽤 친해진 상태였다. 아직 남녀관계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그래도 공작은 만족했다.

공작 또한 감이 예리한 무인답게 유리우스가 자신의 딸에게 얼핏 비치는 애틋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체 또한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황자가 싫지 않은 것이 딱 눈에 보이는 상황.

공작은 속으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암, 아무리 황자라 해도 내 딸 또한 어디서 빠지는 아이는 아니지.’

하지만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약간 걸리는 것도 있다.

‘리제는 몰라도 황자님은 너무 사심이 없어 보이는데? 혹시 그냥 친구정도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물론 유리우스의 실상은 이렇다.

‘그래도 이번에는 첫 만남부터가 정말 괜찮은 편이군. 전생 때도 편하게 애칭으로 불러 본 적이 없었는데.’

정략결혼으로 갑자기 맺어진 인연, 거기에 전생의 그는 결혼 당시 우유부단한 망나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당연히 시작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고 워낙 사선을 넘나들면서 없던 정도 생긴 것이지, 그와 베아트리체 사이는 사실 전생에도 다정한 연인이라기 보단 믿을 수 있는 동료에 가까웠던 것이다.

물론 공작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유리우스는 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녀를 곁에 두고 싶다.

‘지금 베아트리체를 당장 제국으로 데리고 오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유리우스는 아직 본격적으로 세력을 끌어모으기에는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녀는 지금도 뛰어난 인재지만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데려온다.’

유리우스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미련을 잠시 털어 버린다.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사사로운 정에 얽매일 때는 아니다.

그의 시선은 어느덧 성국의 북부를 향하고 있었다.

‘곧, 북부 도로 공사가 완료된다.’

유리우스의 첫 대외 활동은 북부에서 하기로 오래전부터 점찍어 놓은 상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전생과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본격적인 변혁의 바람은 북부에서 불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