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Can You See Stats!?

Competing with # Sequences

‘미치겠군. 일단 떠밀려서 오긴 했는데 내가 왜 뽑힌 거야!’

케인스는 제법 부유한 귀족가의 장남이었다. 아래 동생들하고도 나이 차이도 제법 나는 편이라 무난하게 작위 승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자신도 일단은 재능이 있는 편이라 수도 아카데미도 무사히(?) 졸업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의 재능! 아카데미 시절부터 그는 검에 별로 뜻은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를 처음에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러나 그 칭찬은 대부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실망과 비판으로 바뀌었다.

‘재능은 있는데 끈기도 없고 의욕도 없는 놈이야 대성은 못하겠지’

문제는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그의 재능은 나이에 비해서는 매우 출중하다는 것이다. 기사가 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영지로 돌아가니 이제 주위 사람들의 등쌀이 시작되었다.

“도련님은 검술에 재능이 있으시니 수도에서 출세를 노려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네 나이도 곧 서른인데 언제까지 놀고먹고 있을 셈이냐!”

그러나 그는 꿋꿋하게 이 모든 압박을 이겨 냈다. 영지 계승에 큰 문제도 없다. 이대로 평화롭고 게으르게 살아도 평생 사는데 지장이 없는데, 뭐 하려고 여기서 더 노력을 하겠는가?

굳이 특기할 만한 그의 나름 부지런한 습관이 있다면 검술 수련이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그래도 운동은 해야겠지!’

오전에는 일어나서 검을 휘두르고 나머지는 제멋대로 보낸다. 그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언젠가는 가족들도 포기하겠지?’

이번에 유리우스의 기사 모집에 지원한 것도 워낙 가문의 등쌀에 시달리다 보니 수도로 유람이나 할 겸 간 것이었다.

아카데미에서도 그에 대한 소문은 제법 돌았고 애초에 뽑히리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지?’

* * *

“아직 정식으로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들은 내가 직접 보고 발탁한 기사들이다. 앞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열심히 수련에 임해 주기 바라네.”

“황공하옵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는 것 같아!’

‘기회만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눈빛부터가 살아 있었다. 자신감과 희망에 가득 찬 모습이다.

유리우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스탯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인성과 정신력을 보고 뽑은 기사들이다.

자신이 맹훈련을 시킨다면 이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날 터. 하지만 그가 특별히 눈여겨본 한 명은 오늘도 약간 나른한 표정으로 건성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황자님이면 황자님답게 위에서 지시만 하시면 될 걸, 왜 저리 어렵게 사실까?’

케인스는 첫날부터 이 기사단 생활이 자신과 안 맞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뽑힌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감히 황자 앞에서 ‘저 훈련하기 싫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훈련을 시작하지!”

일반적으로 기사단의 훈련은 수련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 내에 각자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선임 기사나 단장에게 과감하게 조언을 구하는 기사들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단기간에 전력을 상승시키려면 그런 방법으로는 모자랐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이 무인의 수련법은 사제 관계가 아닌 이상 폐쇄적으로 전수되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

유리우스의 기사단같이 여러 출신의 기사들을 섞어 놓는다면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노력할 의지와 근성이 있는 자들이면 이야기가 다르지’

“모든 기사들은 분대장 급 이상의 기사들에게 개인 지도를 받을 기회를 주도록 하겠네.”

이 말에 장내의 기사들은 모두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이 말은 상급 기사들의 노하우를 어느 정도 전수해 주겠다는 뜻이다.

거기에 유리우스는 파격적인 조건 몇을 더 추가했다.

“주기적으로 대련으로 이루어지는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하겠네.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취를 거두었음이 입증되면 별도의 수련을 위한 포상이 내려질 걸세.”

수련을 위한 포상이라면 예상이 되지 않은가? 영약, 포스 스톤 등의 기사들의 성취에는 무엇보다 필요한 물건이다.

언급되었듯이 사실 지원자들의 대다수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기사들이었다. 두각을 드러내는 인재라면 이미 진즉에 출세했을 것이다.

유리우스의 말은 이 기사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출셋길을 열어 준다는 뜻이니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기사들의 눈은 그들 앞에 서 있는 유리우스에게 빨려들듯 고정되어 있었다.

‘황자께서 허언을 하시지는 않겠지.’

‘전하께서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무인이라고 들었다.’

그동안 쌓아 온 유리우스의 공적이 그것을 뒷받침해 주었다.

마침내 유리우스의 마지막 선언이 이어졌다.

“그래서 이 기사단은 철저한 ‘서열제’를 적용할 생각이네.”

“서열제?”

“순위를 나누시겠다는 뜻인가?”

“서열은 대련으로 정해질 것이며 너무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기사들의 입회하에 이루어질 것이네.”

유리우스가 현재 뽑은 기사는 백 명 남짓! 여기에 그는 철저한 실력 주의로 지원을 해 줄 생각이었다.

높은 서열의 기사는 더 좋은 지원을 해 주니, 낮은 서열의 기사는 상대적으로 올라오려고 수련에 박차를 가하게 될 터.

‘노력에는 확실한 보상이 따라야지 효과가 있겠지.’

이른바 완전경쟁 제도의 도입이었다. 이 제도가 파격적인 것은 비단 이 서열이 이번에 들어온 기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구성원에게도 이 서열은 동일하게 적용되네. 만약 실력으로 밀려서 떨어진다면 마땅히 승복해야 하지!”

유리우스는 말을 마치고 빙긋 웃는다.

“그럼 서열부터 정해야지. 일단 오늘부터 일주일간 단원들은 서로 사적인 대련을 금지하네.”

물론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북부에서 따라온 기사들은 유리우스가 원래 공정한 인물인 것을 신앙처럼 믿고 따랐다.

새로 들어온 기사들은 오히려 이런 좋은 기회를 주는 제도를 마다할 리가 있는가?

챙챙!

카캉!

그로부터 약 삼 일간 엘레스의 연무장에는 기사들의 기합 소리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연무장 입구에는 굵은 글씨로 쓴 서열표가 붙어 있었다.

(임시 명칭)1황자 기사단 서열표

1위 - 베아트리체 디오스 (1분대장)

2위 - 헤인즈 브루잉 (단장)

3위 - 가레스 린필드 (부단장)

…….

42위 - 버나드 케인스 (3분대)

‘뭐, 순위는 대충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아.’

유리우스는 유쾌한 목소리로 외친다.

“서열이 대충 정해진 모양이야? 그럼 각자 수련에 열중해 주기 바라네.”

그의 지시는 모두 이행되었다. 서열이 높은 기사들은 현재로서는 거의 대부분이 북부에서부터 그를 따라온 기사들이지만 차후에는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완전히 믿지는 못했던 신입 기사들도 몇 주가 지나면서 눈빛에 독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지금 순위에서 올라가거나 밀려나지 않으려면 정말 죽을 각오로 수련에 매진해야 한다.’

서열 상위의 기사들과 하위의 기사들이 받는 지원의 차이가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대장 급 이상의 기사들은 주기적으로 단원들을 지도한다는 약속도 지켜졌다. 그들에게는 어찌 보면 수련 시간을 깎아먹는 손해일 수도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분대장 급 이상의 기사들은 내가 직접 지도를 해 주겠네.”

어차피 분대장 급 이상이라면 자신의 무력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들에게는 후배 기사들을 지도해 주는 조건으로 초인 급 무인인 유리우스의 지도를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이득이다.

그렇게 한 달여가 빠르게 흘러갔다.

“단원들의 성장속도가 놀라울 정도입니다. 확실히 전하가 말씀하신 대로 눈에 보이는 보상이 있으니 더욱 의욕이 올라가는 것 같군요.”

보고를 하고 있는 헤인즈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나도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서 놀라는 중이오.”

‘확실히 집단에는 경쟁과 보상이라는 요소가 필수적인 것 같아.’

그가 이번에 서열 제도를 만드는 데 참고한 것은 역시 플레이어의 지식이었다.

[도움말을 열람합니다. - 리더십 항목]

[관련 자료 - 동기부여의 리더십, 회사가 키워 주는 신입 사원의 요소…….]

‘플레이어의 세계는 아무래도 이곳보다는 훨씬 평등한 기회가 열려 있는 곳 같아.’

그도 하도 도움말을 뒤적거리다 보니 이제 플레이어에 대한 지식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이해하는 요소가 많아지니 적용할 만한 지식도 많아져서 활용 범위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말씀드릴 것이 하나 있는데…….”

“케인스 경 때문인가?”

조심스럽게 말하는 헤인즈의 목소리를 들을 것도 없다는 기색으로 유리우스가 자른다.

“그렇습니다.”

헤인즈의 우려대로 역시 케인스는 이런 기회를 열어 줘도 받아먹지를 않았다.

“전에 말씀을 드렸듯이 그는 성격 측면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인물입니다.”

“흠…….”

하지만 유리우스의 눈초리는 오히려 장난기로 반짝였다. 불성실한 그를 지금까지 딱히 건드리지 않은 것은 그가 준 나름의 기회였다.

‘과연 대륙에서도 소문난 게으름뱅이의 이름값은 하겠다는 거지?’

사실 이대로 그를 키워도 별 문제는 없었다. 그는 성실함이 결여되어 있긴 해도 수련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리우스가 원하는 것은 즉시 전력이 될 만한 기사였으니 그가 빠르게 실력을 키워 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마침 이 방면에 대한 지식은 굳이 도움말까지 안 가도 자신도 잘 알았다. 하면 되는 놈을 길들이는 것은 그가 알기로는 간단하다.

하루 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케인스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내성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의 태만함이 마침내 황자에게 보고가 들어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설마 대뜸 목을 치거나 그러진 않으시겠지? 그냥 깔끔하게 기사단 퇴출이면 가장 좋겠는데…….’

“오, 케인스 경인가?”

하지만 유리우스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를 맞이했다.

“자네 재능이 뛰어나다는 보고를 받아서 말일세.”

‘아…….’

그 말을 듣자마자 케인스는 이 황자를 그전까지 그를 갱생시켜 보려던 교관들과 비슷한 경우로 여겼다.

‘앞으로 굉장히 귀찮아지겠군.’

케인스가 속으로 투덜거리건 말건 유리우스는 말을 잇는다.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해서 자네를 위한 특별한 수련을 준비했네.”

그 수련이라는 것은 바로 대련이었다. 대련의 상대자는 세 명이었다.

우선은 헤인즈였다.

“이 대련은 다른 대련과는 조금 다를 걸세. 각오를 단단히 하게나”

“알겠습니다.”

대답은 잘하지만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고 고쳐졌다면 진즉에 고쳤을 터. 그는 별로 의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케인스는 자신의 순탄한 인생이 여기서 꼬였음을 인정해야 했다.

뻐억!

“커헉!”

일격에 케인스는 공중에 붕 뜨더니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긴장하지 않으면 큰 부상을 입을 걸세!”

사람 좋은 헤인즈는 내심 안쓰러웠지만 명령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유리우스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두 번째 대련상대는 린필드였다. 물론 거친 북부의 기사 출신인 그가 더 인정사정없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실전에서 부상을 입고 누워 있으면 바로 저 세상 행이지! 빨리 일어나게.”

그 또한 인정사정없이 케인스를 때려눕히고 일어나길 재촉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혹독한 훈련의 범주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간다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세 번째 대련부터 그는 슬슬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끄아아악!”

그전까지는 그나마 묵직한 한 방으로 그를 눕혔지만 이번 상대는 달랐다. 사정없는 연격으로 전신을 구타하니 정신을 차릴 틈조차 없다.

“일어나세요.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습니다.”

베아트리체는 무심한 눈동자로 케인스를 내려다보았다. 유리우스가 그들에게 주문한 것은 아주 간단했다.

“수련이라고 생각하지 말게 그냥 흠씬 두들겨 패 준다고 생각하고 대련을 진행하게.”

대련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지도가 목적이다. 하다못해 유리우스가 받은 초인 수련이라는 명목의 구타도 어디가 부족했다고 말은 해 주었다.

하지만 이 수련(?)은 달랐다. 그냥 인정사정없이 케인스를 패려고만 하고 어떠한 지도 목적도 말해 주지 않았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특별 수련이 삼 일쯤 진행되자 케인스는 슬슬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기절했군? 약을 바르고 영약을 먹이게. 그리고 한 반나절쯤 쉬게 하면 낫겠지.”

황자답게 유리우스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흠씬 두들겨 맞아도 적절한 치료와 몸에 좋은 영약이 병행되면 안 나을 수가 없다.

두들겨 패는 기사들도 모두 초일류였다. 그 정도 완급 조절은 당연히 할 수 있었다.

‘대체 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러신단 말인가?’

케인스는 미칠 지경이었다. 기사단의 무단 탈퇴는 중죄였다, 목이 효수되어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 구타의 이유를 물어봐도 그를 패는 사람들도 알려 주지 않았다.

“전하께서 지시하신 일이면 아마 자네한테 나쁘게 돌아가지는 않을 걸세.”

그나마 헤인즈만이 그에게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을 뿐이다. 패고 있는 세 사람이 대답을 못 해 주는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도 사실 모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