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Can You See Stats!?

# You clean up after yourself

데반 또한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은 찰나에 너무나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기에 멍한 표정으로 페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페레스는 의외로 침착한 표정이었다.

“황자 전하.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데반 자네도 얼른 용서를 청하게!”

그는 깊숙이 레온하르트에게 고개를 숙였다. 데반은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명색이 총사령관인 페레스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기사들이나 레온하르트나 더 추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도 그를 미처 말리지 못해 미안하오.”

“오늘은 분위기가 너무 깨져버린 것 같군요. 황자 전하의 제안은 3군단 내에서 회의를 해보고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회담은 찜찜하게 종료되었다.

“데반, 자네는 잠시 날 따라오게.”

페레스의 조용한 부름에 데반은 엄중한 처벌을 각오하면서 그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처소로 데반을 데려온 페레스는 의외로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일단 자네의 오늘 행동은 매우 경솔했어.”

“면목이 없습니다.”

“후우…….”

한 번 한숨을 쉰 페레스는 데반을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오늘 자네를 몸으로 감쌌는지 아는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데반은 출신도 평민이고 굳이 말하자면 1황자 유리우스가 그를 유달리 좋게 보는 것 외에는 딱히 큰 전공도 없었다.

방금 전 상황은 자칫했으면 페레스도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심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가 왜 그랬단 말인가?

“우선은 1황자 전하의 부탁이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겠지?”

“…….”

페레스가 다시 꺼낸 말은 정말 의외의 내용이었다.

“일단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 자네의 말은 나도 꼭 하고 싶은 말이었어. 그렇지만 차마 할 수가 없더군.”

“당치도 않습니다.”

“나는 군에 있으면서 자네 같은 재능이 넘치고 강직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네. 하지만 대다수는 결과가 좋지 못하더군.”

유리우스의 부탁, 평소에 눈여겨 본 데반의 재능, 페레스의 성격 이 세 가지가 하나라도 없었다면 이번에 데반의 목은 바로 잘렸을 것이다. 페레스는 그 점을 염려한 것이다.

“나를 평소에 소심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런 것은…….”

“보는 대로 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네. 그래서 이 나이 먹도록 마땅한 전공도 없다네. 대륙에서 제일 강군이라는 제국군을 이끌면서 말이야.”

“백작님은 좋은 지휘관이십니다.”

데반은 사실 페레스가 가끔은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무난한 상관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적어도 방금 2황자처럼 승리를 위해 병사를 도구처럼 생각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페레스는 데반의 진심어린 말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내가 자네에게 병법에 대해 조언해 줄 것은 없다고 보네. 하지만 처신에 대해서라면 말해줄 것이 있지.”

데반은 페레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크게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소심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의외로 자신의 주관이 확실해서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네를 감싼 이상 나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 같군!”

페레스는 이번에 유리우스 편에 붙을 생각을 굳혔다. 그도 지원군으로 와서 줄곧 방관하고 있던 레온하르트에 대해 쌓인 것이 없던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그의 앞에서 평민 한 명을 감쌌으니 이미 대공 측에 잘 보이기도 글렀다.

“이렇게 한배를 타게 된 이상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1황자 전하는 자네가 공을 세우길 바라시는 것 같은데…….”

“…….”

데반은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사실 그는 유리우스가 자신을 그렇게 좋게 보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의 전술은 너무 파격적이라 아카데미에서도 결국 무난한 내용을 제출해 졸업해야 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유리우스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부분에만 흥미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의 페레스라면 아마 그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데반은 마침내 말을 꺼냈다.

“실은 검증된 방법은 아니지만 시험해보고 싶은 전술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 * *

이번 서부연합 내전에서 카르반 왕국에게 반기를 든 나라는 총 넷이었다.

그 중 가장 큰 왕국 케스틴의 공작이자 총사령관을 맡은 베예린은 지금 다소 마음이 급한 상태였다.

“제국의 추가지원이 도착하기 전에 카르반의 수도를 함락시켜야 하오.”

물론 제국의 지원군은 이미 와 있었다. 다만 레온하르트는 정예기사와 소수의 병력만 이끌고 빠르게 달려왔기에 아직도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베예린은 진격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를 함락시키고 국왕을 비롯한 왕족을 모조리 사살한다면 제국으로서도 굳이 이미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나라에 끼어들 명분이 없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카르반의 기사단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도 모두 그의 전공이었다. 이제 아무리 제국군의 도움을 받아도 수도를 방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

네 왕국이 결성한 이른바 서부연합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행군해서 수도 지척까지 다가왔다.

“제국군이 칼레 숲에서 진을 치고 우리를 상대하려 한다고?”

“그렇습니다.”

정찰병의 말에 베예린 공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칼레 숲은 그가 알기로는 아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형이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돌파한다. 이번에 제국군을 격파할 수 있다면 수도를 함락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지!”

* * *

한편 서부연합군이 올라오기 하루 전 3군단에서는 급하게 다시 참모회의가 소집되었다.

“이곳이라면 충분히 지형의 이점을 이용해 적의 돌격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

모든 참모들은 데반이 뭘 잘못 먹었냐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곳은 일반적으로 백병전을 가장 선호해야 할 지형이었기 때문이다.

“이봐, 데반. 자네가 유능한 것은 알지만 칼레 숲에서 정면대결을 벌이자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

그 말대로 칼레 숲은 카르반 왕국의 수도로 진입하는 길 중에서도 가장 좁은 통로였다.

숲 사이로 뻗은 좁은 도로가 워낙 협소했기에 백병전을 벌일 공간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의 수효가 밀리는 상태에서 정면대결로 부딪힌다면 결과는 뻔했다. 그러나 데반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거기에 지휘관인 페레스 백작 또한 데반의 생각을 반대하지 않았다.

“제가 카르반 왕국 출신인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지금은 6월! 카르반에서는 우기에 해당하는 계절이지요.”

데반은 힘 있는 어조로 자신의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마침내 적군을 식별할 수 있는 거리까지 오자 베예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3군단의 포진을 바라보았다.

‘궁병을 앞에 세웠다?’

특이하게도 제국군은 선두의 양 날개 부분에 궁병부대를 배치해놓았다. 문제는 두터운 갑주를 걸치지 못하는 궁병의 특성상 저런 배치를 해놓으면 기마의 돌격을 막을 방도가 없다.

약간 찜찜한 마음이 있긴 했지만 베예린은 나름 서부연합 내에서는 백전노장에 속하는 자였다. 상식적으로 모든 전력에서 앞서는데 그가 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돌격하라!”

“히히힝!”

기사단이 앞장서서 길을 뚫고 중갑기병이 그 뒤를 따라 적진을 돌파한다. 이것이 정석적인 백병전의 전술이었다.

베예린은 이 법칙을 충실히 따라서 그의 부대가 압도적으로 적진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화살을 쏴라! 돌격을 저지해!”

쐐애애액!

제국군 쪽에서는 무수한 화살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걸 본 베예린은 가소롭다는 듯 표정을 풀었다.

‘이렇게 좁은 지형에서 화살로 기사단을 막아보겠다고?’

물론 중갑을 갖춘 기병과 포스를 다루는 기사들이라도 지속적으로 화살비에 노출되면 위험하긴 하다. 그러나 이곳은 좁은 일직선 통로가 아닌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초반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히히힝!”

“헉!”

갑자기 선두에서 돌격하던 기사단의 말들이 미친 듯이 날뛰며 기사들을 낙마시키기 시작했다. 기사들 사이에서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캘트롭이다! 모두 조심해라!”

캘트롭은 기마의 돌격을 막기 위해 땅에 뿌려놓는 철로 된 장애물이다.

베예린은 살짝 당황했지만 곧 표정을 굳혔다.

‘어설픈 전술이군.’

기사들이 고작 낙마한다고 크게 다칠 리가 없다. 진격 속도를 조금 늦추는 효과야 있겠지만 그 정도로 돌격을 막아낼 수 있다면 진즉에 이런 작전을 그가 고려했을 것이다.

물론 말에서 떨어져서 부상을 입거나 그 사이에 몸 이곳저곳에 화살이 꽂혀서 피해를 입은 기사도 존재했지만 그의 예상대로 상당수의 기사들은 말에서 떨어져도 별다른 부상 없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궁병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진격속도를 늦추는 것은 성공이야.’

데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음 장애물이 적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장마철에 내린 비로 진창이 된 땅!

철퍽!

“빌어먹을 진흙탕이로군.”

말에서 내린 기사들은 투덜거리면서 무릎까지 차오르는 진흙탕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말이라면 몰라도 인간의 키로는 이렇게 진창인 땅을 지나려면 적잖은 체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거기에 제국 궁병의 사격은 그들의 갑주를 끊임없이 두들겨 대고 있었다. 그들이 포스를 다루는 기사니까 버텼지 뒤의 기병들은 말을 잃고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망할 활쟁이들 이제 거의 다 왔으니 끝이다!”

하지만 궁병에 거의 접근한 기사들을 반긴 것은 데반이 미리 설치해 놓은 튼튼한 목책들이었다.

“궁병들은 뒤로 물러나면서 계속 사격하라! 기사들은 궁병을 보호해!”

궁병들은 방어력이 떨어지는 대신 몸이 날래고 가벼운 자들이 많았다. 거기에 데반은 목책 뒤에 기사들과 중갑보병들을 배치시켜 궁병들의 후퇴를 돕게 했다.

그에 반해 서부연합군은 대다수가 백병전을 위해 중갑을 두른 기병이나 보병을 앞세워서 돌격해 왔다. 그런데 그런 무거운 갑주를 입고 진흙탕에서 제대로 몸이 움직여질 리가 없었다.

그나마 기사들이 빠르게 궁병을 무너뜨렸다면 다소 진격 속도가 느려져도 상관없었겠지만 데반은 영악하게도 기사들을 돌격에 쓰는 대신 궁병의 보호에 집중시킨 것이다.

질서정연하게 후퇴하면서 미리 설치해둔 목책을 사이사이를 이동하며 화살비를 퍼붓는 제국의 궁병! 진창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적군들!

결과는 뻔했다. 기사들이야 악착같이 궁병들을 쫓아갈 능력이 있었으나 뒤를 받혀줘야 할 일반 병력이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백병전을 하려고 진격시킨 적군의 중갑병들은 계속 갑주를 때리는 화살비를 이기지 못하고 진흙탕에 빠져죽거나 지쳐서 제대로 진군하지 못했다.

베예린은 그제야 자신이 완전히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사단이 예정대로 수월하게 적진을 붕괴시켰다면 이런 일이 절대 없었을 터인데 상대는 처음부터 정면대결을 할 생각이 없었다.

‘지휘관이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보통 여우가 아니로군. 기사단은 기사단으로 밖에 막지 못한다는 상식을 완전히 부숴 놨어!’

베예린은 백전노장이었기에 이 생각이 얼마나 참신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대륙의 군 편제에 혁신을 가져온 데반 칼리오스의 전술이었다.

그 전까지 대륙에서 중갑을 껴입은 기사단과 기병의 돌진은 일반 보병에게는 손쓸 수 없는 재앙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데반은 적절한 지형지물의 이용과 화살을 이용한 화력전으로 기사들이 결코 만능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던 것이다.

유리우스의 전생에서 서부연합의 통합을 기점으로 대륙의 전쟁은 기사들의 무력과 중갑을 착용한 병력이 주류를 이루는 백병전에서 벗어나 궁병의 화력과 적절한 포진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화력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후퇴하라!”

베예린은 결국 피눈물을 흘리면서 후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은 멀쩡한 자들이 제법 되었으나 뒤를 따르는 기병과 보병들은 화살비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거기에 진창이라 후퇴마저 쉽지 않은 상황.

“페레스 백작님! 역공의 기회입니다!”

데반은 급히 총사령관인 페레스에게 진격을 요청했다.

“아… 알겠네. 궁병들은 이제 물러나라!

페레스 또한 얼빠진 표정으로 전장을 보고 있다가 급히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궁병들의 후열에서 대기하던 제국 측의 기병들이 일시에 돌격을 개시한다.

“크아아악!”

“살려줘!!”

이미 진창에 빠져 지치고 체력을 잃은 병사들에게 기병의 돌진은 재앙과도 같았다.

서부연합군은 순식간에 붕괴되기 시작했다.

‘선두의 병력들을 보존하기는 이미 틀렸어. 기사들과 후열의 병력이라도 보존해야 한다.’

베예린은 입술을 깨물며 선두의 병력들을 버리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후퇴시킨 병력도 제국군의 집요한 추적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데반은 그 광경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처음 시도해 본 전략이었는데 전하의 말씀대로 정말 잘 먹혀서 다행이야.’

그는 제국 수도를 출발하기 전에 유리우스와 나눴던 대화를 생각해 냈다.

“내가 자네를 믿는 이유는 전에 본 이론이 매우 흥미 있었기 때문이지. 이번에 기회가 된다면 그 전략을 한번 시도해 보게나”

데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 논문은 그가 수차례 걸쳐 아카데미를 졸업하지 못하게 만든 원흉이었기 때문이다.

“화력전에 대한 논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나 또한 전쟁을 돌아다녀보니 분명 기사가 전장에서 유용한 것은 맞지만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생각을 했네.”

유리우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데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포스를 다루는 기사도 결국에는 사람이었다. 체력의 한계도 있고 화살이 제대로 적중하면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뵈었을 때부터 느꼈지만 전하의 말씀은 꼭 내 마음속을 읽고 계신 것 같아 생각이 척척 들어맞는군.’

두 사람은 그날 헤어지기 전에 화력전에 대해 신나게 토론을 했다.

물론 유리우스는 속으로 낯부끄러웠지만 말이다.

‘사실 내가 하는 말들 다 전생에서 데반 자네가 개발할 방법들인데 참 미안하게 되었네…….’

* * *

“3군단이 단독으로 적 주력군을 격파했다고요?”

칼레 숲 전투의 양상을 전해들은 레온하르트는 떨떠름해지려는 표정을 애써 관리하면서 다시 질문했다.

“그럼 지원군이 할 일은 없는 겁니까?”

페레스는 정말 면목이 없다는 듯 다시 고개를 숙였다.

“황공하오나,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국을 위해 파병되었으니 무엇이라도 해야지요. 백작은 사령관이니 내가 황자라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명령을 해도 괜찮습니다.”

“그게…….”

페레스는 정말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실제 적군의 주력군을 무너뜨렸으니 전쟁은 거의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적군들의 잔당이 여러 군데 남아 있더군요. 게다가 대다수가 귀족의 기사들이라 게릴라전으로 나와서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

레온하르트는 순간 표정관리를 실패할 뻔했다. 페레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전하께서 데려오신 기사들이 정예이니 부탁드리는 겁니다만…….”

‘그러니까 전쟁은 이미 끝났으니 뒷정리나 맡으라는 거군.’

말이 임무지 레온하르트가 이번 전쟁에서 가져갈 공훈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원군으로 파견된 입장이다. 이제 격파해야할 굵직한 적이 없는 이상 자잘한 일이라도 처리해서 어떻게든 평가를 조금이라도 올려야 했다.

결국 과정은 살짝 어긋남이 있었지만 유리우스의 예상대로 레온하르트는 서부까지 올라와서 공은 공대로 못 세우고 온갖 잡일 처리를 맡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