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Can You See Stats!?

# Blue Dragon Escort

유리우스 일행이 사막을 떠나기 전 제갈 세가의 처소에서는 살짝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건이 네 말대로더구나. 그 황자라는 젊은이 쪽으로 내력이 흡수되는 것을 느꼈다.”

“저는 그분에게서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갈건은 심각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그들의 상식으로 같은 내공을 익힌 것이 아닌 이상 이런 현상은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유리우스는 딱히 강제로 내력을 흡수하는 마교의 사이한 수법을 익힌 것 같지도 않았고 오히려 진기운용에 있어서는 꽤 서투른 모습만 보여 주었다.

“흠…….”

하지만 제갈운현은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아직 세가의 핵심비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 많았었지.”

제갈화영과 제갈건은 세가 내에서 문과 무쪽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후지기수였지만 어디까지나 젊은 나이에 불과했다. 뛰어난 인재긴 해도 아직 세가의 중추라고 보기에는 약간 손색이 있는 셈.

그러나 제갈운현은 세가의 제일고수임과 동시에 어떤 의미로는 가주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천천히 세가의 비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희도 오십년 전의 사신지회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다.”

* * *

[도움말 - 사신지회 - 정보가 없습니다.]

‘이것 봐라?’

유리우스는 짐짓 고민하는 표정으로 열심히 도움말을 뒤지고 있었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삐끗할 수 있는 상황 같아서 어떻게든 미리 조금이라도 정보를 알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찾았다.’

[사신지체 - 사신무의 네 가지 무공을 모두 익힐 수 있는 신체를 의미합니다. 내력의 속성이 다르기에 플레이어가 아니면 불가능한 신체.]

‘사신지회가 뭔지는 모르지만 왜 이청문은 유산을 네 개로 쪼갰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렸군.’

그 이유는 플레이어가 아니면 애초에 네 가지를 다 익히는 것이 불가능해서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자신에게 그 사실을 물어보는 이유는 뻔했다. 하지만 난감한 것이 이미 자신이 이청문의 무공을 익힌 것은 드러난 이상 사신무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 들킨 셈이다.

“…….”

유리우스는 다시 한 번 세 사람의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의구심외에 다른 감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들이 비밀을 알아차려도 나를 적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는 도박을 해봐야겠군.’

유리우스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일단 내가 사신지체라는 것을 숨겨서 미안하네.”

“역시…….”

제갈운현은 나직하게 탄식을 흘렸다. 예상은 했지만 유리우스는 사신무를 모두 익힐 수 있는 체질이었던 것이다.

“더 숨겨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 내 목적을 알려주겠네.”

“…….”

셋은 긴장한 표정으로 유리우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내 목적은 바로 선조인 플레이어의 유산 수집일세! 백호 호신기 또한 그 와중에 우연히 얻게 되었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나?”

제갈운현은 드물게도 심각한 표정으로 유리우스에게 질문했다.

“일단 내가 유산을 얻은 곳은 북부의 산맥이네. 마지막으로 남긴 쪽지에 의하면 백위라는 자의 시신에서 비급이 나오더군.”

“역시… 그분이 이 먼 대륙에서 돌아가셨다니 안타까운 일이야.”

탄식을 흘리는 제갈운현은 그와 안면이 있는 모양이었다. 유리우스는 그 외에도 자신이 플레이어의 혈통이 강하게 발현되어 유산을 익힐 수 있는 점. 그들에게 먼저 접촉을 한 이유 등등

자신이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진실을 솔직하게 알려 주었다.

여기서 제갈화영이 의문을 표했다.

“그럼 이 먼 서대륙에서 세가의 사정을 꿰뚫어 보신 것도 플레이어의 혈통에 따른 능력입니까?”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정확히는 황가의 비밀이니 미안하지만 거기까지 공개는 불가능하군.”

그냥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찍어봤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여기서는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요…….”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유리우스가 밝힌 모든 진실(?)을 전해 들은 제갈 세가의 인물들은 한층 더 굳은 표정이 되더니 몸을 일으켰다.

스윽

“……!?”

그들이 모두 몸을 일으키자 유리우스는 순간적으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살기나 적대감은 없는데?’

하지만 꼭 살기를 품어야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세상에는 웃으면서 칼을 휘두르는 미친놈도 분명 존재했다.

척.

바짝 긴장한 유리우스를 앞에 두고 세 사람은 한쪽 무릎을 꿇더니 포권을 취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조사의 후인을 뵙습니다!”

‘어?’

유리우스는 순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그들을 응시했다.

‘주군?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심지어 방금 전까지 그가 황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슴없이 하대하던 제갈운현 또한 더없이 공손한 어조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일단 제 신분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저는 제갈 세가에서 청룡 호법을 맡고 있습니다.”

“청룡 호법?”

“청룡 호법은 세가의 대표가 아니라 사대무문으로서 사신지회의 대표를 맡는 특수한 직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사신지회는 대체 뭐요?”

유리우스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도움말에 안 나오는 것을 보니 플레이어의 지식은 아닌 모양이었다.

“사신지회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사실 그 점이 아까부터 의문이었소.”

“그렇다면 제가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잠깐!”

입을 열려는 제갈운현의 말을 유리우스가 칼같이 잘라버린다.

“……!?”

제갈운현은 다소 조심스러운 어조로 질문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유리우스는 약간 깬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냥 전처럼 하대로 하면 안 되겠소? 내가 황자인 것을 알면서도 그냥 친근하게 대하던 사람이 갑자기 태도가 싹 바뀌니까 거북스럽소!”

“…….”

순간 장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 * *

“아니, 불편하다니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조사의 후인이라면 배분 상으로도 마땅히 존대를 받으셔야 하지요.”

이제 유리우스는 황당하기 이전에 의문이 들 정도였다.

‘대체 그 사신지체와 후인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태도가 싹 바뀔 수 있지?’

이것은 그가 동방의 사제관계를 잘 몰라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의문이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던 둘의 언쟁은 유리우스가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어서 종료되었다.

“그럼 아무튼 내가 상급자니 명령이라도 내려야 하오?”

“…….”

제갈운현은 할 말이 없었다. 연륜이 있는 그가 생각해보기에도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타 대륙인인 유리우스에게 무작정 받아들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잠시 뒤.

“흠, 흠,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일단 사대무문에 대한 비사를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게.”

잠시 헛기침을 하던 제갈운현은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단 사신지회란 이백년 전에 사대무문을 창설하신 이청문 조사의 유지를 잇기 위해 세워진 단체라고 할 수 있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플레이어 이청문은 자신의 제자 네 명에게 무공을 전수하고 이런 말을 남겼다고 했다.

“내가 떠난 후에 넷으로 갈라진 내 무공을 모두 익힐 수 있는 자가 이 세계에 출현하게 될 것이다. 그런 자를 발견한다면 반드시 도와주기 바란다.”

그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이청문 역시 어느 시점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사대무문의 수장들은 그것을 언젠가 이청문 조사의 전인이 나타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사신지회일세.”

원래 이청문의 네 가지 유산은 한 가지만 완벽하게 익혀도 세상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만큼 뛰어난 무공들이었다.

실제로 제갈 세가의 최고수인 제갈운현도 동대륙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의 무인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 네 가지 무공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는 자. 즉 [사신지체]를 지닌 자가 나타난다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능히 이백 년 전의 천하제일고수인 이청문과 비교할 수 있는 절대고수일 것이다!

이런 판단을 한 그들은 각자의 무문에서 이청문의 후인이 나타날 것을 대비해 세가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를 뽑아 호법이라는 직책을 맡겼다.

만약에라도 사대무문이 멸망할 경우를 대비해 그들의 모든 무공을 전수할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신지회 또한 사대무문의 사이를 중재함과 동시에 후인을 찾기 위한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이백여 년간 사신지회는 조사의 무공을 이을 인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힘써 보았으나 그런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백년을 기다린 시점부터 사신지회는 점차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지.”

“균열?”

“일단 현무의 후예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네. 이미 백여 년 전의 일이라네.”

“흠…….”

‘그렇다면 동방으로 가도 이청문의 유산은 전부 회수할 수 없단 말이군.’

유리우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퀘스트도 있었고 동방으로 가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백년이 흘렀다면 대체 어떻게 유산을 회수한단 말인가?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정체불명의 세력이 백호무문을 멸망시키고 주작무문 또한 이미 삼십 년 전부터 사신지회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네.”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말이구려.”

“그렇지! 그래서 자네에게 진기를 주입해서 시험해 본 것이라네. 사신지체가 아닌 이상 속성이 다른 진기를 과도하게 주입하면 오히려 충돌하게 되거든?”

“충돌하면 어떻게 되오?”

여기서 제갈운현은 약간 말끝을 흐렸다.

“실은 초기에는 억지로 진기를 융합시키려는 시도도 해봤다고 들었지만…….”

“들었지만? 그래서 뭐요?”

“아무리 뛰어난 기재라도 진기의 충돌에 의해 폐인이 되었다더군.”

유리우스는 여기서 식은땀을 흘렸다.

“잠깐! 아주 아낌없이 내공을 퍼붓던데, 그럼 내가 사신지체가 아니라면 어쩔 생각이었소?”

“허허… 다 지난 일이 아니겠나? 어차피 자네는 우리가 모셔야 할 사람이니.”

“…….”

불신의 기색으로 쳐다보는 유리우스를 달래기 위해 제갈운현은 황급히 다시 말을 이었다.

“위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네 개의 진기를 억지로 융합시키려는 상황이었네. 자네는 이미 4단계의 무인인데 두 개 정도로 큰일이 나진 않았을 걸세.”

‘아무튼 위험한 짓을 한 거잖아!’

유리우스는 역시 처음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놈도 역시 정상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갈운현 또한 나이를 헛먹은 것이 아니었다. 유리우스의 기색을 눈치 채고 슬그머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꺼낸 것은 바로 척 보기에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띄고 있는 비급! 이것이 바로 청룡의 숨결이다.

“아무튼 자네가 이청문 조사의 후인인 것이 증명된 셈이니 청룡의 숨결은 반드시 익혀야 하네. 비급은 호법인 내가 상시로 휴대하고 있지!”

띠링!

[플레이어의 유산을 발견하셨습니다.]

[발견된 항목: 청룡의 숨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유리우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제갈운현은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는 이미 진기의 융합이 상당부분 이루어진 상태니 내가 잘 도와준다면 빠르게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걸세. 그러니…….”

유리우스는 빽 소리를 질렀다.

“필요 없소!”

“응?”

‘습득.’

[청룡의 숨결을 익히셨습니다.]

[업적이 상승합니다.]

[이미 청룡의 숨결의 기운을 흡수하신 상태입니다. 초기 숙련도가 추가로 올라갑니다.]

[현재의 포스적성과 포스의 랭크에 따라 초기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청룡의 숨결 숙련도 : 40%.]

‘사용법은 이렇게 하는 건가?’

백호 호신기를 습득할 때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으로 바로 익히자마자 진기를 끌어올리는 법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유리우스가 습득을 마친 청룡의 숨결의 기운을 가볍게 끌어올리자 제갈 세가의 인물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

비급을 열어 본 것도 아니고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유리우스는 그들이 보기에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비기를 터득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제갈운현조차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유리우스는 씩 웃으면서 그에게 답해 준다.

“비밀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