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Can You See Stats!?

# Reason for call

거친 말투의 젊은 사내. 누아다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친구! 오랜만에 보는군.”

“누아다. 내 요청에 응해준 것을 보니 북부의 일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된 모양이야?”

“사실 아직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야 있나? 그리고 이곳에는 자네 말고도 내 적수가 한 명 있기도 하고…….”

사납게 웃으면서 그가 쏘아보는 대상은 바로 제갈운현이었다. 시선을 받은 사람 또한 성격이 어디 갈까? 히죽 웃으면서 누아다를 도발했다.

“젊은 혈기는 인정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선배에게는 예의를 갖추는 것이 차후에 좋을 걸세.”

“존중을 받고 싶다면 날 먼저 쓰러뜨려 보시지.”

“호오…….”

“개인적인 시비는 나중에 해결하도록 합시다. 제갈운현 당신도 나이 먹었으면 나잇값 좀 하고!”

유리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다시 중재에 들어갔다. 둘 다 호승심이 강한 성격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래서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가 없지 않은가?

“주군께서 그러신다면 따라야지요.”

“친구의 얼굴을 봐서 여기서는 참겠네.”

당장이라도 다시 맞붙을 것 같았던 둘은 의외로 순순히 유리우스의 말을 들어주었다.

누아다는 그에게 큰 은혜를 느끼고 있었고 제갈운현은 존댓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늘은 그의 수하로서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라 그렇다.

그렇게 장내를 정리한 유리우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갈 세가에서는 이미 이유를 알고 있겠고 누아다 내가 왜 당신을 부른지 이들이 가르쳐 주었소?”

누아다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입수한 무술의 주인이 알고 보니 당신의 부하였다는 것 정도? 나머지는 복잡한 이야기라 잘 모르겠군.”

“당신답구려. 뭐 나도 친구인 당신에게 굳이 복종을 강요할 생각은 없소.”

유리우스는 빙그레 웃고 있었지만 제갈운현은 약간 탐탁찮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명색이 백호무문을 이었다는 자의 수장이 저래서야 원…….’

그가 일부러 누아다에게 시비를 거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윽고 유리우스는 엄숙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아직 두 자리가 비지만 나는 여기서 사신지회를 다시 부활시키려고 하네!”

“사신지회?”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누아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제갈 세가의 인물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예를 표했다.

“알다시피 백호무문은 북부에서 연이 닿아 이 친구가 가져가게 되었으니 명맥을 이었다고 할 수 있소.”

동대륙 같은 무문의 형태가 아니었지만 백호무문은 이미 유리우스가 부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누아다의 부족의 전사들은 백호 호신기를 익히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형태는 조금 다르게 갈 생각이오. 여기는 서대륙이고 백호무문은 사실상 끊긴 것이나 다름없지 않소?”

“전인이 있는 이상 아무리 서대륙이라고 해도 아예 끊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제갈운현의 불만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아무리 서대륙이라고 해도 전인은 전인! 누아다도 유리우스를 주군으로 모셔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유리우스는 피식 웃었다.

“그래서 당신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하대를 허락했지 않소? 이 건에 대해서는 명령이니 더 이상 꺼내지 않았으면 하오.”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제갈운현을 보고 유리우스는 속으로 웃었다. 나름 소심한 복수를 한 것이다.

‘사실 댁도 첫 인상부터 그렇고 예의를 말하면 할 말이 있을 리가 있나?’

애초에 그에게 사신지회에 대한 비사를 들었을 때부터 유리우스는 호칭문제가 꼬일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누아다를 아예 그의 부하로 들였으면 모를까? 이제 와서 굳이 그러기도 애매한 상황이었고, 어쨌거나 서대륙으로 근거지를 옮기기로 했다면 그들도 어느 정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제국에 왔으면 내 법을 따라야지!’

황가에만 전해지는 대제의 명언 아닌 명언이었다. 여기서는 단호하게 세력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대륙도 가치관도 다른 이들을 묶으려면 명령 말고는 별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거든?’

제갈운현은 성격이 특이하긴 해도 의외로 전형적인 무인이라 그의 말을 절대 어길 사람이 아니었다. 누아다 또한 타고난 전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치관 자체는 단순했다.

“주군의 뜻이 그러시다면 따를 수밖에 없지요.”

“뭐, 어차피 우리는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가 아닌가? 비슷한 의미로 생각해도 되겠지?”

그의 예상대로 두 사람은 시원스럽게 수긍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서로 시선이 마주치면 불꽃이 튀었다.

‘서열은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야겠군.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젊은 놈이 싸가지가…….’

‘솔직히 만만한 적수는 아니어 보이지만 일단 붙어 봐야 아는 법이지!’

그 모습을 쓴웃음을 지으며 지켜보던 유리우스는 마침내 진정한 본론으로 넘어갔다.

“일단 내가 임시로나마 사신지회를 부활시킨 이유를 말해주겠네.”

여기서 말석에 앉아 있던 제갈화영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그것은 혹시 대공에 관련된 문제가 아닌지요?”

“맞네. 우리의 진정한 목적은 유산의 수집이지만 현재는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지!”

유리우스는 수긍하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교단! 즉 마교에 관련된 문제나 유산 수집을 위해서는 결국 동방으로 넘어가야 했다. 하지만 뒤에서 대공이 시퍼렇게 칼을 갈고 있는데 어떻게 넘어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적어도 대공을 제거한 후에 동방으로 출발하려고 하네.”

여기서 제갈운현이 의문을 표했다.

“주군, 질문이 있습니다.”

“뭔가?”

“그 대공이라는 자가 이 서대륙에서는 손꼽히는 강자라고 듣긴 했습니다. 다만 주군의 신분과 우리의 전력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유리우스는 명색이 제국의 황자였다. 거기에 현재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초인만 해도 세 명!

그것도 제갈운현은 대공과 정확히 비교는 못하겠지만 연배와 동대륙에서의 위치를 봤을 때 실력이 그리 처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수준의 전력을 이미 모아놨는데도 왜 당장 대공을 치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유리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전력으로만 비교하면 그렇겠지. 하지만 대공은 이 대륙에서 위상이 가장 높은 사람 중 하나일세.”

“서대륙의 삼대무가라고는 들었습니다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그는 모든 제국기사들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사람일세. 인품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애석하긴 하지만 실력과 명성은 으뜸이지.”

유리우스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왜 철혈의 황제라 불리던 자신의 아버지 또한 대공의 역심을 뻔히 알면서 제거하지 못했는가?

* * *

플레이어의 시대 이후로 샤르노스 제국은 표면상으로는 봉건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실상을 보면 근위 기사단과 막강한 중앙군의 통솔권을 가지는 황제의 권한이 엄청나게 강했다.

아무리 높은 작위의 귀족이라 해도 사병을 기르는 규모는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으며 기본적으로 뛰어난 기사들은 수도의 기사 아카데미에서 출세하기 때문에 황제에게 권한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빌헬름 대공가였다. 흔히들 검성의 가문이라 불리는 이 명문무가는 거의 왕국 수준에 해당하는 드넓은 영지를 갖고 있는 데다 면세의 특권까지 받고 있었다.

“사실상 일개 왕국 정도… 아니 대공에게 동조할 남부의 세력들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전력을 가졌다고 생각해야 하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고 해도 그런 특권을 가지게 해준 이유가 있습니까?”

‘사실 대공을 잡아야 할 이유 중 하나가 거기에 있지!’

유리우스는 굳은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은 초대 빌헬름 대공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아주 뛰어난 기사로 대제께서 직접 가르친 유일한 제자일세. 그 공훈을 높이 사서 대제가 특별히 그런 특혜를 내리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네.”

베아트리체의 가문과 마찬가지로 대륙의 삼대무가는 크든 작든 전부 플레이어와 연관이 있는 곳이었다.

‘대공을 조사하면 거기에도 무언가 플레이어의 유산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그것도 대제와 직접 연관이 있을 확률이 크지.’

하지만 이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미 유리우스는 황실보고에서 대제의 유산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일세!”

유리우스는 월레스를 통해 대공이 역심을 가졌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증언으로 그를 역적으로 몰 수 있었다면 황제도 진즉에 대공의 목을 잘랐을 것이다.

“기사 전력은 어떻습니까? 다소 피해가 있더라도 이쪽이 비밀리에 합세하면 대공이라는 자를 따로 제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유리우스는 그 말 또한 정정해 주었다.

“상대해야 할 초인은 대공뿐만이 아닐세. 거기에 그의 기사들은 만만치 않아.”

황금사자 기사단이 근래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대공의 가문은 무가인 만큼 휘하에 뛰어난 기사들이 즐비했다. 그들을 모두 합치면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남부전선을 지키고 있는 초인인 패트릭 후작은 어지간하면 대공 편에 가담할 사람이지. 거의 제자나 다름없거든!”

“4단계의 무인이 둘이면 확실히 이쪽이 나선다고 해도 확실히 제거하기는 힘들겠군요.”

“그래서 아무도 대공의 편을 들 수 없도록 그를 고립시키지 않는 이상 확실히 제거하긴 어려울 걸세.”

유리우스는 추가로 대공의 사병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중앙군에 비하면 규모가 많이 밀린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황제의 조사에 따르면, 따로 양성한 병력이 상당하다고 했다.

거기에 요즘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 그를 따르는 남부귀족들의 사병이 합세하면 아마 어지간한 왕국보다도 큰 대군이 될 것이다.

황제가 의문을 표한 이유도 그가 직접 나선다고 해도 전쟁이 길어질 확률이 큰데 유리우스가 대공을 잡을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기야 소규모 접전이면 몰라도 전쟁은 한두 사람의 강자가 좌우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제갈 세가는 군문에도 진출할 만큼 병법에도 일가견이 있는 곳이었다. 유리우스의 설명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면으로 붙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말만 들어보면 친구는 전쟁을 치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우리를 부른 이유가 있을 텐데?”

마침내 누아다가 직설적으로 물어왔다. 전쟁의 위험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유리우스가 그들을 불러서 사신지회의 부활을 선언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

잠시 뜸을 들이던 유리우스는 입을 열었다.

“자네들을 따로 부른 이유는 바로 역공의 준비를 하기 부탁하기 위함일세.”

“역공?”

장내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금 상황은 그들이 피해를 우려해서 선공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전체적인 전력은 이쪽이 상당히 우위에 있었다.

그런데 대공이 먼저 선공을 해온다고?

유리우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렸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공은 반드시 이쪽에 시비를 걸려고 할 걸세.”

그리고 그는 확신이 가득한 어조로 말을 마쳤다.

“그때가 바로 그를 쳐낼 절호의 기회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