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ing Maker

Chapter 85 Caesar Opund # 2

&

코델리아는 기분이 좋았다.

이틀 만에 만끽하는 유더의 넓고 커다란 등이나 체온, 단단하니 의지가 되는 팔도 좋았지만, 유독 그녀를 만족시키는 사실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유더 냄새.’

후천 야생녀답게 냄새에 민감한 코델리아였다.

눈을 감아도 코를 한 번 킁킁 거리는 것으로 가까운 사람들 정도는 얼마든지 구분이 가능했다.

체이스 백작은 진한 장미향이었다.

에드워드 오빠는 수영장 가면 맡을 수 있는 소독제 냄새가 몸에 살짝 배여 있었고, 아델리아 언니는 신기할 정도로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게일 오라버님과 만난 이후로는 몸에서 박하향이 날 때가 종종 있었다.

‘달리아는 시원하고 상큼한 냄새?’

그러고 보니 달리아는 잘 있으려나.

지금쯤이면 집으로 돌아갔겠지?

잠시 달리아의 얼굴을 떠올린 코델리아는 이내 다시 냄새에 집중했다.

유더 냄새.

유더의 몸에서는 신기하게도 달콤한 냄새가 났다.

물론 막 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은은하니 풍겨오는 살내음을 맡고 있다 보면 사탕을 살살 빨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왕도에서는 여기에 샴푸와 린스, 향수 향까지 곁들어져 상큼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밖에서 나돌다보니 향수가 떨어진 것인지 다른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유더 본연의 냄새.

유더의 살내음.

달달한 냄새에 취해 코를 실룩거리자니 저만치 먼 곳에서부터 짠내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바다가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단짠단짠.’

유더의 단내와 바다의 짠내.

‘졸리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솔솔 잠이 왔다.

이대로 잠들었다가 깨면 유더의 품안이려나.

잠시 망상을 해본 코델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중증이다, 진짜.’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잠시 자아비판 아니, 자아성찰을 해본 코델리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유더의 움직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도착한 거야?”

“어,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할 거 같아. 이대로 계속 가면 너무 눈에 띌 테니까.”

“응.”

수풀 너머에 자리한 큰 길을 확인한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유더의 등에서 내려왔다.

“여기에 카이사가 있는 거지?”

“어, 다람을 거점으로 삼아서 해적 사냥을 하고 있을 때니까.”

사실 확정사항까지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일으킨 여러 일들의 나비효과로 인해 조금씩 원작과 다른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카이사니까 별 일 없겠지.”

“뭐, 그렇겠지.”

지금 시점의 카이사는 열아홉 살.

유더나 코델리아보다는 두 살 위였고, 루카스보다는 세 살이나 위였다.

서른이나 마흔을 넘으면 고작 일이년 차이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한창 쑥쑥 자랄 때인 십대 시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시작 시점만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카이사는 열한 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아니, 사실상 막시밀리언이나 레온 말고는 적이 없는 상황이려나?’

타고난 신체능력이 워낙에 막강했으니까.

더욱이 카이사는 전투를 즐기는 호전적인 성격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배를 타고 상선 호위를 다닌 덕분에 실전 경험 역시 풍부하니 그야말로 완전체 전사라 할 수 있었다.

“흐흥.”

그런데 그때였다.

카이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코델리아가 돌연 흐흐 미소를 흘렸다.

너무 기분이 좋아 주체가 안 될 때 흘리는 미소였다.

“코델리아?”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방금 대화에서 딱히 기분이 좋아질 만한 요소는 없었던 것 같은데.

유더가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코델리아는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슬쩍 눈동자를 굴린 뒤 말했다.

“아니 그냥.”

“그냥?”

“어, 그냥.”

사실 이유가 있었다.

카이사보다 유더가 더 강했으니까.

신수의 피를 이어받아 날 때부터 초인이었던 카이사보다 유더의 신체능력이 더 우월했으니까.

우리 유더가 카이사보다 더 강해요.

힘도 더 세고요, 움직임도 더 빠르고요, 체력도 훨씬 더 좋아요.

‘자랑하구 싶다.’

우리 유더가 이렇게나 대단하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싶다.

“흥흥.”

코델리아는 다시 미소를 흘렸고, 유더는 미간을 좁혔지만 이내 따라 웃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코델리아 기분이 좋으면 좋은 거겠지.

‘바다에 와서 그런 걸수도 있고.’

코델리아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더 역시 오감이 발달한 편이었다.

바다의 짠내는 물론이고 멀리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역시 들리자 괜히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 바다랑은 연이 별로 없었으니까.’

사막부터 정글까지 온갖 곳을 다 돌아다닌 전생의 유더였지만 바다에는 거의 가본 적이 없었다.

‘두 번. 아니, 세 번인가?’

더욱이 일 때문에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았다.

“아무튼 가자. 배낭 주고.”

“네, 공자님.”

예쁘게 답한 코델리아에게서 배낭을 넘겨받은 유더는 다시 한 번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고, 코델리아는 익숙한 솜씨로 인식저해 마법을 사용했다.

워낙에 눈에 띄는 두 사람인 터라 이목을 끌지 않으려면 인식저해 마법이 필수였다.

“일단 여관부터 갈 거야?”

“보통은 그렇겠지만 오늘은 부두부터 가보자.”

바다에 왔으니 일단 바다를 봐야겠지.

카이사네 배가 바다에 나가 있는지, 아니면 부두에 묶여 있는지도 알아봐야 할 테고.

유더의 제안에 코델리아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바다 보고 싶어. 바다 좋아해.”

“혹시 바닷가에 살았어?”

“어릴 때 잠깐.”

현생이 아닌 전생의 이야기였고,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길게 이야기하는 대신 덥썩하니 유더의 손을 잡았다.

“빨리 가자.”

“그래.”

에스코트하는 대신 평범하게 손을 잡은 유더는 먼저 손을 잡은 것 때문인지 뺨을 살짝 붉히는 코델리아를 굳이 돌아보는 대신 정면을 보았다.

항구 도시 다람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

각양각색인 남부7가문이었지만 크게 보자면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었다.

본토에 영지를 가진 가문들과 섬에 영지를 가진 가문들.

오펀드 후작가는 그중 전자에 속하는 가문으로 해안가에 자리한 항구 도시 두 개와 내륙 쪽에 넓은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다.

“다람은 오펀드 후작가의 항구인데, 보통 남부 내에서의 무역항으로 쓰여.”

오펀드 후작가에서 생산한 곡식들을 남부의 여러 섬들에 판매하기 위한 통로로, 철저하게 내수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수용 항구임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큰 배들이 많아. 한 번에 많이 싣고 날라야 하니까. 하지만 멀리 나가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장거리 항해용들은 아니지.”

“그렇구나.”

유더의 말을 흘려들으며 코델리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유한 오펀드 후작가의 항구답게 다람은 기본적인 것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잘 닦인 넓은 길과 곳곳에 세워진 크고 멋진 건물들.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세워진 경비 초소들.

‘관광지 온 거 같아.’

새삼 다시 코를 킁킁거린 코델리아는 어느 순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만치 멀리 바다가 보였기 때문이다.

“바다다.”

“그래서 장거리 항해용은 돛이··· 진짜네?”

커다란 부두 너머로 푸르고 넓은 바다가 보였다.

코델리아는 유더의 손을 놓더니 아이처럼 달려나갔고, 유더 역시 서둘러 그런 코델리아의 뒤를 따라잡았다.

“바다다.”

다시 한 번 말한 코델리아는 숨을 깊이 삼켜보았다.

단순한 짠내를 넘어, 익숙한 바다 냄새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예쁘다.’

유럽의 관광지처럼 예쁜 부두였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점점이 자리한 섬들, 방파제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사이사이 들려오는 갈매기 소리.

지금도 이렇게 예쁘고 멋진데 해질 무렵이면 어떨까.

잠시 눈을 감고 석양을 상상한 코델리아는 미소를 참지 못 했다.

하늘과 바다를 불태우는 붉은 노을의 모습이 실로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구, 그런 석양을 배경으루다가······.’

아직 유더와 자신을 넣기에는 민망했기에 아델리아 언니와 게일 아주버님을 넣어본 코델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후우, 후우, 좋아. 완벽해.’

여기야.

여기가 좋겠어.

여기면 충분해.

‘이따 밤에 같이 석양 보러 나오자고 해야지. 응.’

굳게 다짐한 코델리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눈을 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뭔가 이상해.”

“어?”

이상하다고?

아니, 왜애.

이따 석양 보러 나와야 하는데 뭔가 사건이 일어날 거 같은 그 멘트는 뭐야. 응?

코델리아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골목길.

이상 없었다. 잠깐 놀다가라며 되도 않는 멘트를 던지는 건달패도 없었고, 그런 건달패들 사이에서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선 아름다운 여인도 없었다.

부두.

멀쩡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람도 없었고, 바다를 배경으로 추격전을 펼치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바다와 그냥 부두.

부두에 줄줄이 자리한 커다란 배들.

‘좋아, 문제없어. 문제없다구.’

하지만 너무나 이른 판단이었다. 유더는 배들 가운데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봐.”

어떻게 들어도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였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너무나 보기 싫었지만 억지로 고개를 돌려 유더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줄줄이 늘어선 배들 사이에 자리한 새카만 함선.

이제보니 익히 알고 있는 배였다.

“블랙 샤크호?”

“맞아, 카이사의 기함.”

카이사가 해적 사냥을 하러 다닐 때 타고다니는 배.

하지만 정상이 아니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배가 망가져 있었다.

거의 반파 상태라고 해야 할까?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심상치 않아.”

유더의 말대로였다.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울상을 짓고 싶은 마음을 열심히 억눌러야만 했다.

“빨리 가보자. 카이사를··· 적어도 카이사의 선원들을 찾아야 해.”

“그래야겠지. 그래야.”

이벤트가 싫어지는 순간이 올 줄이야.

‘아니지, 정신 바짝 차리자 코델리아. 카이사한테 큰 일이 생긴 걸지도 몰라.’

도리질을 해 잡념을 떨쳐낸 코델리아는 바로 유더를 돌아보며 물었다.

“흩어져서 수소문 해볼까?”

“그래, 뭐든 알아내면 이걸로 바로 연락해. 알았지?”

“응!”

블랙 타운에서 획득한 고대 드워프 통신기를 움켜쥔 유더와 코델리아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약 10분 남짓.

유더와 코델리아는 카이사와 그녀의 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었다.

&

“카이사가 구금당했어.”

가문에서 사람이 나와 천방지축 날뛰는 그녀를 잡아간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해적들의 수중에 있었다.

이야기는 단순했다.

어젯밤.

해적들의 근거지를 파악한 카이사가 언제나처럼 블랙 샤크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새벽을 틈타 해적섬을 급습하기 위해서 말이다.

여기까지는 크게 이상할 것이 없었다.

원작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해적섬을 박살내는 이벤트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카이사가 졌대.”

카이사가 졌다.

해적들이 승리했고, 카이사는 해적들에게 붙잡혔으며, 카이사의 부하들만 겨우 살아서 돌아왔다.

그게 오늘 아침의 일이었고, 지금은 오후였다.

당연히 다람은 발칵 뒤집혔다.

카이사는 오펀드 후작가의 영애인 동시에 다람과 인근 해역을 수호하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그런 카이사가 붙잡혔고 무적을 자랑하던 그녀의 함선이 패배했으니 소란이 나지 않는 쪽이 이상했다.

“어쩐지 배가 많다 했어.”

날씨가 맑음에도 불구하고 부두에 정박하고 있는 배들이 너무 많다 했더니 역시 이유가 있었다.

카이사가 패했으니까.

기세가 오른 해적들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어떻게 된 거지? 카이사가 질 수가 있나?”

코델리아의 물음에 유더는 미간을 좁혔다.

사실 이상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카이사는 강했다.

물론 그렇다하여 무적인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시점에, 이 부근에서 카이사를 이길만한 사람을 찾기란 어려웠다.

‘해적들 중에도 딱히 없어.’

카이사로 플레이 할 때 마주할 수 있는 해적들의 스펙이라면 모두 꿰고 있었다.

적어도 인근 해역에는 카이사를 이길만한 능력을 갖춘 놈은 없었다.

물론 일대일 대결이 아닌 수십 수백 명이 맞붙는 전투인만큼 변수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깊은 바다의 해적들이 나선 걸까?”

저 멀리 외국에 근거를 둔 외해의 해적들.

개중에는 지금의 카이사보다 훨씬 강한 해적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이 근해인 다람 근처까지 밀고 들어올 이유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말레키스와 연관된 일일지도 몰라.”

가모르 칸이 사라졌으니까.

가모르 칸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말레키스 측에서 무언가 손을 썼고, 그 과정에서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었다.

때문에 유더는 결론을 낼 수 없는 탁상공론을 멈추고 언제나처럼 승리조건에 집중했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건 카이사야.”

일단 항구에 도는 소문대로라면 카이사는 해적들에게 죽은 것이 아니라 붙잡힌 상태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오늘 중에 카이사의 목숨을 빼앗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죽이려 했다면 붙잡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바로 죽였을 테니까.

더욱이 카이사는 오펀드 후작가의 영애였다.

그녀를 죽였다가는 오펀드 후작가의 분노를 사게 될 터이니, 해적들 입장에서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뭔가 치사하네.”

카이사는 해적들을 죽이겠다고 덤비는데, 해적들은 카이사의 뒷배 때문에 죽일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니.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 거기다 해적들은 나쁜 놈들이니까 그래도 돼.”

“그것도 그러네.”

“아무튼 몸값을 받으려 한다면 이쪽에서는 더 좋아. 하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어.”

“왜?”

“카이사니까.”

“아.”

성격이 그야말로 불같은 카이사였다.

어떤 식으로 해적들을 도발하고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카이사의 성격을 잘 아는 해적들이라면 몸값 협상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었다.

오펀드 후작가의 분노도 두려웠지만, 풀려난 뒤 죽자고 자신들을 추적해올 카이사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카이사를 제압할 정도의 실력자가 정말로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했다. 때문에 유더는 불확실한 것들을 모두 쳐내고 당장에 필요한 것들에 의식을 집중했다.

“요는 구하려면 지금이라는 거야. 오펀드 후작가의 사람들이 다람에 오기를 기다렸다가는 늦을 수도 있어.”

“응.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 코델리아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직감적으로 눈치 챘다.

“볼프를 찾으면 되는 거지?”

카이사의 심복.

덩치가 커서 곰이라고도 불리는 기사인 동시에 어릴 때부터 카이사를 짝사랑해온 순정파 사내.

말레키스의 공격을 피해 카이사와 함께 도주하던 도중 그야말로 목숨 바쳐 카이사를 구한 뒤 산화하는, 초반부 조연의 귀감과도 같은 사내였다.

“볼프가 아니라도 좋아. 일단 섬의 위치와 카이사를 꺾은 자가 누구인지, 혹은 카이사가 어떻게 붙잡힌 건지만 알면 되니까.”

“좋아, 나한테 맡겨. 나한테 생각이 있어.”

코델리아가 바로 말하자 유더는 슬쩍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저택을 폭발시키겠다고 협박하는 건 안 되는 거 알지?”

“저기요, 저한테도 상식이라는 게 있거든요? 물론 대부분의 문제는 폭발시키면 해결이 되기는 하지만.”

심히 불안한 대답에 유더가 다시 미간을 좁히자 코델리아는 걱정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만 믿어. 거기다 최근에는 실적도 있잖아? 스프링 페어리들하고 단번에 협상 따낸 게 누구였지?”

“속이 까만 핑크폭탄 아가씨였죠.”

“그래, 너 때문에 나도 완전 까매졌어. 그러니까 책임 져야 해. 알았지?”

“알아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유더는 앞서 가라는 듯 연극처럼 손을 뻗었고, 코델리아는 다짜고짜 오펀드 후작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이게 만약 게임이었다면 항구에서 NPC들에게 수소문을 해 선원들의 행방을 찾거나 퀘스트를 클리어 해 볼프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손에 넣거나 해야겠지만, 게임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무척이나 현실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

“카이사 오펀드 양의 절친한 친구인 어거스트 체이스 백작이에요. 당장 문을 여세요. 카이사를 지키지 못 한 볼프 경을 만나야 하니까!”

오펀드 후작가의 본가가 아니었다.

다람에 상주하는 카이사를 위한 저택에 불과했다.

때문에 저택에는 카이사보다 높은 사람이 없었고, 그런 카이사조차도 후작가의 영애라는 사실을 빼고 본다면 일개 평귀족에 불과했다.

즉, 왕도의 잘나가는 백작인 코델리아 보다 신분적 우위에 있는 자가 아무도 없다는 소리였다.

“아, 아가씨의 친우시라고요?”

코델리아가 내민 백작가의 문장에 당황한 집사가 조심스럽게 묻자 코델리아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무척이나 절친한 사이에요.”

아직은 아니었지만 이제 곧 그렇게 될 예정이에요.

구해주고 그러면 막 없던 우정도 싹트지 않겠어요?

뒷말은 삼킨 코델리아는 움츠러들거나 국어책 읽기를 하는 대신 다시 한 번 집사를 다그쳤다.

“볼프 경에게 안내하세요! 어서!”

“이, 이쪽입니다.”

계급 사회 브라보.

주먹을 한 번 불끈 쥔 코델리아는 허둥거리며 앞서나간 집사를 바로 쫓아가는 대신 유더를 돌아보며 윙크했다.

‘어때, 나 잘 했지?’

이제 나도 사기 잘 치지?

이걸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

‘코델리아가 타락해버렸어.’

속이 까만 블랙망토 씨는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

< 제85장 카이사 오펀드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