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ble

00235 Meet my wife

개인 자산으로 보면 세계 제일의 부자는 유지웅이다. 그는 바닥에서 시작해서 자기 손으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부자 가문’으로 따지면 ‘그의 가문’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당장 안슐의 집안만 해도 겉으로 드러난 추정 재산이 1,000조 원이 넘는다.

세계 부자 순위의 함정은, 왕족이나 독재자 등은 집계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다. 로스차일드, 록펠러 같은 가문만 봐도 그 재력이 무시무시하다. 유지웅은 세계 제일의 부자이지만 ‘유씨 집안’은 세계 부자 가문 축에도 못 든다.

“난 아직 멀었어.”

안슐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깊이 반성했다.

“MD시스템이라니……. 역시 안슐은 대단해.”

안슐뿐만 아니라 역시 미국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안슐을 통해서 미국이 야심차게 구축 중인 MD시스템에 관해서 자세히 들었는데, 그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괴수는 지구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서 존재한다. 인류는 언제 어느 때든 괴수의 습격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빨리 괴수의 습격 조짐을 발견해서 즉각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추진하는 게 MD망 구축이었다. MD(Monster Defense)시스템은 인공위성, 조기경보기, 지상 탐지기 등 모든 센서를 총동원해서 글로벌 광역 몬스터 탐지 조기 경보망을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미국 전 지역에 출몰하는 괴수의 움직임을 단 1초도,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실시간 감시한다는 것이다.

보잉을 비롯한 쟁쟁한 방산업체가 주축이 되어 있고, 미 정부가 야심찬 안보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안슐도 보잉의 대주주로서 여러 가지 핵심 사안에 근접해 있었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UAE에도 설치할 거라고 한다.

「MD망이 완성되면 레드 몹이 습격하거나 옐로 몹이 날뛰어도 즉각 대응할 수 있지. 자네도 알겠지만 괴수가 난동을 부릴 때 10초 빨리 안 것과 10초 늦게 안 건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네. 뿐만 아니라 사고 지점 근처에 존재하는 레이더의 분포도 실시간으로 연동해서 조직적인 대응을 취할 수 있게 되지.」

“대단해요.”

호크아이도 물론 MD망 구축에 필요한 핵심 전력이다. 하지만 더 큰 것을 바라보고 있는 부자 친구에게 호크아이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선물이었던 것이다.

“저, 그럼 안슐. 내가 집에 정화 작업 펼쳐줄까요?”

「정화 작업? 그게 뭔가?」

“제가 이번에 보호막의 새 응용법을 알게 됐는데, 결정체 에너지를 소모해서 괴수가 꺼려하는 땅으로 만들 수 있어요. 유지기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레드 몹도 안 들어올 거예요. 브라우니도 죽어도 안 들어가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정말인가?」

이 말에는 안슐도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유지웅은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저 친구를 놀라게 했다.

“해줄게요.”

생각난 건 바로 바로 옮겨야 한다. 유지웅은 곧장 정효주와 A3를 타고 가서 안슐의 궁전에 정화를 펼쳐 주었다. 안슐은 정화 작업을 펼치는 것을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렇게만 하면 정말 괴수가 접근하지 않는단 말인가?」

“네. 이미 확인했어요.”

「놀라워. 이건 기적일세.」

뿌듯했다. 이 부자 친구가 놀라는 건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안슐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거금을 들여 구축 중인 MD망도 자네의 결계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군.」

“에이, 그래도 이건 무제한으로 펼칠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아마 지속 시간이 있을 거랬어요.”

총 세 차례에 걸쳐 정화 테스트를 했는데, 반경 1km의 면적을 정화하는데 결정도 20이 들었다. 이건 사용하고 남은 결정체의 결정도를 측정해서 도출한 값이다.

불원숭이를 물리치면서 정화한 땅의 면적은 반경 5km. 단순 계산을 하자면 결정도 500이 소모되었다는 뜻이 된다. 즉 불원숭이는 히카리보다 약간 더 강한 개체라는 말이 된다.

유지웅은 안슐의 궁전이 있는 곳 전체에 정화 작업을 펼쳤다. 반경 4km에 달하는 면적이었다. 생산원가만 320억 원의 비용이 소모된 것이다.

물론 안슐은 친구가 자신을 위해 320억 원의 돈을 쓴 것을 놓고 고마워하지 않았다. 이 먼 UAE까지 날아와서 손수 정화 작업을 펼쳐준 것 자체를 감사히 여겼다. 유지웅도 320억의 돈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왜냐면 둘에게는 푼돈이었기 때문이다. 친구 사이에 차비 한 번 대신 내줬다고 악착같이 받으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빌클런 대통령, 긴급 방한 결정!」

한편 한국은 난리가 났다. 갑작스럽게 미국 대통령이 방한을 결정하고, 에어포스 원을 타고 현재 한국으로 오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매스컴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은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미 대통령이 왜 한국으로 오고 있는지를 놓고 분석에 머리를 싸맸다.

유지웅 자문단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혹시 정보가 샌 거 아닐까요?”

“그럴 리가요. 보안 유지는 완벽했는데.”

“미국이잖습니까. 우리가 사실 전문 정보기관도 아니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요. 레이드 과정도 그렇고 대략적인 정황이 알려질 여지는 충분했어요.”

“그럼 어디까지 미국이 알아냈을까요?”

“세부 데이터는 모르겠죠. 하지만 괴수가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알아냈을 겁니다. 그러니 빌클런 대통령이 부랴부랴 방문하는 거죠. 미국은 전통적으로 안보에 민감한 국가입니다.”

“하긴, MD망 구축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레이드가 끝나고 자문단은 결계 정화 능력을 테스트할 때 보안 유지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였다. 덕분에 아직 한국 정부도 그에 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헌데 한국 정부보다 미국이 더 빠르게 알아낸 것 같다. 역시 미국이다.

―미 대통령이 대체 무슨 일이지?

―제니스 때문 아니야? 이번에 압록강 근처에 나타난 괴수 때문인 거 같은데?

국민들은 예전보다 급격하게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했다. 엉덩이 무겁기로 유명한 빌클런 대통령이 다른 일을 다 팽개치고 달려올 줄이야.

* * *

“나 화 안 풀린 거 알지?”

레이드 사후 처리를 대강 수습하고 난 후 유지웅은 비로소 묵혀 두었던 일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정효주는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뭔데?”

“모른 척 할래? 임신한 몸으로 어딜 와? 너 앞으로도 또 그럴 거야?”

“그럼 과부 되는 거 보고만 있니?”

“내가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는지 알아! 너 탱킹한다고 나설까 봐! 자칫 전투에 휩쓸렸으면, 너는 튼튼하니까 괜찮아도 우리 애기는 어떡해?”

“걱정돼서 그랬어. 이제 안 그럴게. 화 풀어, 응? 자꾸 화내면 애기도 싫어해.”

정효주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살살 달래며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 모처럼 가장으로서 위엄을 세우려고 했는데 이건 뭐 시작부터 의욕이 꺾인다. 뭐 이 정도면 됐겠다 싶어 유지웅은 헛기침을 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했다.

“출산할 때까지는 절대 레이드 금지야. 괴수 근처에 접근도 하지 마. 알았어?”

“응, 알았어.”

원래 이러려던 게 아니었다. 임신한 몸으로 전장에 오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해서는 안 될 짓인지 울 정도로 단단히 뭐라고 할 참이었다. 근데 애교 몇 방에 무너졌다. 이런 걸 보면 남자란 참 슬픈 동물 같다.

“우리 그동안 제대로 못 했지?”

정효주가 가슴팍을 부드럽게 만지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며 그의 물건을 바지 위로 쓰다듬었다. 순식간에 아래가 부풀었다.

“너 아직 안정기 아니잖아…….”

하고는 싶은데, 애가 잘못 될까 봐 망설이는 게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 나왔다.

“괜찮아. 탱커는 안정기 그런 거 상관없대. 레이드만 안 하면 애 잘못되는 일 없대.”

“……정말?”

“응. 의사가 그랬어.”

안 그래도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이다. 불원숭이 때문에 압록강 근처에서 대기하고, 또 레이드 직후에는 여러 가지 처리할 문제가 산더미라 너무 바빴다. 마지막으로 효주 살맛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마저 가물가물했다.

그녀를 부둥켜안으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정신없이 엉덩이를 쓰다듬고, 가슴을 주물렀다. 다 안다는 듯이 착 감겨오는 몸매는 그저 마약처럼 달콤했다. 껍질을 벗기듯 옷을 벗겨내고 보니 처음 보는 알몸처럼 근사했다.

“예뻐…….”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처음 그녀와 섹스할 때 같은 설렘이 되살아났다. 아기처럼 정신없이 가슴을 베어 물다가, 애무도 없이 준비를 마친 그녀의 안으로 깊게 삽입해 들어갔다.

뜨거운 신음이 은은히 울리는 가운데, 두 남녀는 서로에게 깊이 탐닉해 들어갔다.

* * *

한국까지 대동한 미 대통령 참모측은 내내 얼굴이 굳어있었다. 전쟁터에 나선 병사처럼 눈빛에는 비장함마저 맴돌았다. 아니, 이곳은 이미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전쟁보다 더한 싸움을 하려고 왔다.

EIS의 보고를 받고 백악관은 뒤집어졌다. 세상에, 괴수가 침범하지 않는 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니. 대체 보호막 능력의 한계는 어디란 말인가?

워싱턴, 뉴욕 등 주요 대도시에만 정화 작업을 펼쳐도 미국의 안보 등급은 비약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레드 몹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있다. 단순히 땅값이 치솟는 수준이 아니다. 괴수의 습격에서 완벽하게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는 것,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유지웅은 원래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개인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구애를 하고, 친분을 쌓으며 지내왔다. CIA가 그에게 큰 실수를 한 것도 있고 해서, 그것을 복구하는데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미국은 지금까지 차분하게 유지웅을 공략해왔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 굳이 그를 미국 시민으로 끌어들이려는 무리한 짓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랬는데 그의 가치가 더욱 상승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하게.

“차라리 미국 시민으로 끌어들이는 게 좋지 않은가?”

참모진 회의 때 대통령이 그렇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참모진은 회의적인 표정으로 반대했다.

“그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애국심이 뛰어난 인물 같진 않은데.”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애국심은 보통이거나, 남들보다 좀 더 뛰어난 정도입니다. 하지만 유 회장 정도라면 어디 어느 나라에 살아도 하등 문제가 없죠. 그럴 거면 말이 통하는 모국이 편할 겁니다.”

“미국에도 한인 사회가 있지 않나?”

“미국인 전부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죠. 귀찮게 이민을 갈 이유가 없습니다. 친족과 친구들도 전부 한국에 있으니까요.”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의자 턱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못내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를 미국 시민으로 만든다면 두고두고 자랑할 만한 정치적 업적이 될 텐데.

참모진도 그런 마음을 알기에 우려했다. 하지만 지금 서둘러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따로 있다.

“각 주의 주요 도시만이라도 성지화 작업을 마쳐야 합니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셔야 합니다, 각하.”

“알고 있네.”

============================ 작품 후기 ============================

(1.12 17:00 추가 수정)

불원숭이 때 정화된 땅의 면적을 반경 50km에서 5km로 수정했습니다.

반경 1km의 면적을 정화하는데 결정체 에너지 20, 즉 20짜리 결정체가 필요합니다.

반경 5km는 면적이 25배이므로 500짜리가 필요합니다.

ps : 세계 제일의 부자는 달성했지만, 세계 제일의 부자 가문은 아직 달성 못했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