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ble

00370. Let's do mine.

현재 제니스는 6개의 예비대 편제가 완성된 상태다. 제1예비대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예비대는 40명으로 구성되었다.

6개의 예비대는 전원이 S급 방어장비, S급 강화장비, S급 충전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단 힐러는 강화장비가 필요 없기에 유일한 예외다.

제조원가만 수천억에 이르는 대금을 그들이 지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유지웅은 자신이 획득한 블루 결정체로 장비를 만들어 지급했다. 모든 대원이 유지웅과 법률적, 경제적으로 묶인 상태가 된 것이다.

S급 장비 획득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도 두었다. 장비 대금을 완납하더라도 그 후 3년 간은 임의 탈퇴를 할 수 없게 규정을 둔 것이다.

물론 레이드에서 은퇴할 게 아닌 이상 누구도 탈퇴할 마음은 없을 것이다. 최고의 공격대에서 최고의 대우와 복지를 받는데, 뭐 하러 다른 곳에 가겠는가.

“이거 나름대로 첫 원정인데.”

해외 원정 레이드라면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유지웅과 정효주가 포함되지 않은 공격대로 원정을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 큰 새끼를 처음으로 둥지 밖으로 내보내는 어미가 된 심정이 바로 이럴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근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정부도 내심 수락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니스의 힘을 국내에서만 활용하는 것은 너무 아깝습니다.”

“애초에 그러려고 편제를 개편한 거니까요.”

세상은 넓고, 레드 몹을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국가는 많다. 한성산업이 개발한 방어장비는 탱커의 방어능력을 증가시켜, 앱서버가 없어서 레드 몹을 상업적으로 잡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한국은 방어장비를 주요 전략물자로 지정, 철저히 수출을 통제하고 있었다. 국내 공격대가 레드 몹을 잡을 때에도 방어장비를 빌려주고, 다시 회수하는 식으로 운용했다.

귀속되지 않는 그린 결정체로 만든 것이기에 그런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제니스의 경우, S급 장비는 한 번 접촉한 레이더에게 귀속되기에 그런 식의 운용은 불가능하다.

근래 들어서 미국이 레드 몹 상업 레이드를 갓 시작한 상태였다. 수중장비 및 탐지장비 기술과 크로스교환을 한 덕분이다. 미국은 아직 초기 단계였기에 가끔씩 희생이 나오기도 했다.

즉 유지웅과 정효주가 없다 해도 레드 몹을 가장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뜻이다. 당연히 해외의 원정 레이드 요청이 쏠리게 된다.

그런데 이제는 좀 많이 커서 그런지, 레드 몹 따위나 잡자고 해외를 쏘다니고 그러는 게 귀찮다. 때문에 제니스를 대형 기업처럼 재편한 것이다. 자신이나 정효주가 없이도 레드 몹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잡을 수 있게끔.

“좋아요. 수락한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저와 효주는 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우리 제니스 예비대만 가는 겁니다. 그 점을 분명히 명시해주시구요.”

“걱정 마십시오.”

남기철이 돌아갔다.

유지웅은 곧바로 장태준에게 원정 레이드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장태준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그의 의견을 물었다.

「어느 팀을 보낼까요?」

“어느 팀이 가장 낫죠?”

「실력이나 경험으로 치자면 제1팀이 가장 낫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팀과는 비교가 안 되죠.」

제1팀(예비대를 제니스 내부에서는 단순히 팀이라 칭한다)은 프라임 공격대 시절부터 함께 해온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프라임이 제니스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40명으로까지 대대적으로 줄일 때에도 함께 한, 이른바 제니스의 창업공신 같은 존재들이다.

당연히 가장 경험이 많고 실력도 출중하다. 테레사, 이유리, 최가의, 박현정 등 오랜 원로 멤버도 제1팀 소속이었다.

“2팀을 보내죠. 대신 1팀을 백업으로 동행하도록 해요.”

「1팀이 불만을 갖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1팀은 상징성이 너무 커요. 1팀이 아닌 인원들로도 원정 레이드는 어렵지 않다는 걸 보일 필요가 있어요. 단순히 레이드 전력 측면으로만 접근할 일이 아니죠. 제니스 전체와 장기적인 이미지를 고려해야 돼요.”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직접 설명할게요. 그럼 다들 불만은 안 가질 거예요.”

「곧 괴수 정보를 정리해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조금 뒤 유지웅은 메일을 확인했다. 벌써 장태준이 보낸 보고서가 도착한 상태였다.

독일이 레이드를 요청한 레드 몹의 이름과 습성, 서식지 등 알려진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레이드의 위험 정도와 대략적인 전술까지. 과연 일 처리가 빨랐다. 미리 준비를 다 해놓았던 모양이다.

“어디 보자……. 꼭 메뚜기처럼 생겼네? 서식지가 호수 근처? 수중 괴수는 아닌 듯 하나 물을 좋아한다라…….”

물? 유지웅은 문득 나미를 떠올렸다.

‘데려갈까?’

얼마 전 나미는 영입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녀는 이제 명실공히 제니스 소속 대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제니스 내부에서도 장태준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장태준도 나미가 막연히 물을 다루는 비TDH 능력자라고만 알 뿐, 정확한 파워나 활용성은 잘 몰랐다. 얼굴도 본 적 없으니.

유지웅은 일본에 국제 전화를 걸었다.

“나미 씨, 저 유지웅 공대장입니다…….”

* * *

하얀 구름 위를 늘씬하게 잘 빠진 A3가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초음속 여객기로, 제니스 공격대장의 전용기로 더 유명한 모델이었다.

2층은 철저히 유지웅의 개인 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1층은 일반 여객기 좌석처럼 꾸며 놓았다. 원정 레이드를 갈 때 다른 대원들을 태우기 위해서다. 최고가의 전용기답게 일반 공간도 전 좌석을 이코노미나 비즈니스가 아닌 퍼스트 클래스급 이상으로 꾸며 놓았다.

안락한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 대원들은 기대 반 흥분 반으로 레이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공대장님은 레이드 참가 안 하시는 거예요?”

“그렇대요. 사모님도 안 오셨다고 들었어요. 공대장님 부부 없이 첫 원정 레이드니까 참석한 거지, 다음부터는 공대장님도 안 오실 거라던데요?”

“이번 레이드, 우리가 정말 잘해야 돼요. 예비대가 치르는 첫 원정 레이드니까.”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만 하시면 됩니다.”

김철희가 의젓하게 말했다.

유지웅의 고향 후배인 김철희는 많은 경험을 쌓으며 어엿한 2팀의 탱커장이 되었다. 공격대장의 어린 시절 후배라는 것 때문에 팀 내부에서 여성 대원들의 흠모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돈 잘 벌지, 인맥 빵빵하지, 게다가 잘 생겼고 몸도 좋다. 여기에 어리고 순수하기까지 해서, 특히나 연상녀들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누구랑 연애한다는 소식은 일절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1팀은 왜 오는 거예요?”

“우리 백업이라고 하더군요. 예비대로 구성된 첫 레이드니만큼, 예상치 못한 변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백업 같은 거 없어도 문제없는데…….”

자존심이 상한 대원들이 은근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김철희는 그저 쓴웃음을 짓기만 했다.

같은 예비대라 해도 각 팀별로 그 위상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특히 뒤로 갈수록 늦게 영입된, 이른바 신참 대원들이기에 이른바 서열이 갈린다. 아무리 각 대원은 평등한 관계라지만, 조직에 들어온 순서에 따른 은연중의 자부심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히 1팀의 위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대다수가 프라임 시절부터 함께 해온 대원이며, 제니스가 한때 40명으로까지 인원이 축소되었을 때에도 남아 있던, 그야말로 원로 중의 원로다.

1팀은 다른 팀 대원들의 뜨거운 선망과 가벼운 질시를 받는다. 다행히 1팀 스스로가 자제하고 있기에 큰 갈등으로 번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프라임이 해산되고, 제니스가 축소되는 과정 등을 겪어온 1팀은 누구보다 유지웅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 분은 누구죠? 처음 보는 얼굴인데…….”

“전 처음에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요. 사람이 저렇게 예쁠 수가 있나요?”

대원들이 조심스럽게 나미를 놓고 자기들끼리 소곤거렸다. 특히 여성 대원들은 너무 빼어난 미모에 차마 질투의 감정조차 내비치지 못했다. 적당히 예뻐야 질투도 하고 시기도 하고 그럴 것인데, 이건 뭐 너무 예쁘니 오히려 동경하게 되고 만다.

“신입 대원입니다. 나중에 독일에 도착하면 소개해드릴 시간이 있을 겁니다.”

“신입 대원? 우리 2팀에요?”

“그럼 우리 이제 41명 편제로 가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소속은 딱히 두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김철희는 형한테 들은 대로 간단히 대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신 나미를 흘끔거렸다.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옆모습은 그저 한 떨기 꽃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다른 건 안 부러운데, 형 주변에 너무 예쁜 여자들이 몰리는 게 참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와이프부터 절세의 미녀인 데다가 테레사도 그렇고, 거기에 이제는 나미까지.

“신경 쓰여. 저 여자.”

메이가 조그맣게 중얼거리자 쉔이 얼른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왜?”

“너무 예쁘잖아. 공대장님이랑 무슨 사이지?”

“질투를 해도 네가 할 건 아니다.”

“치, 난 뭐 질투도 하면 안 되나?”

중국 내전에서 유지웅의 구원을 받고, 메이는 단단히 그에게 홀려버렸다. 다행인 건 제니스 안주인 자리를 탐내거나 하는 건 아니라는 것.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나?

쉔은 원래 유부남에 홀리는 여자들이 이해가 안 갔는데, 동생을 보니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사랑이나 애욕이라기보다는 소녀의 동경에 가깝다.

“정 사모님 말고 다른 여자는 내가 허락 못해. 감히 누구 옆자리를!”

“그러니까 네가 허락 하고 말고 할 게 없다니까. 그럴 거면 차라리 고백을 하던가.”

“안 돼! 그럼 옆에 못 있잖아!”

“……그냥 해본 소리인데. 설마 진지하게 생각했었어?”

메이는 심지어 정효주에게도 적대감이나 질투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공대장님의 여자’로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나 뭐라나? 가끔 보면 얘가 정말 공대장님을 짝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열성팬인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저 봐. 탱커도 아니라면서 무슨 사람이 저렇게 예쁘게 생길 수가 있어? 분명히 꼬리 아홉 달린 여우 괴수가 둔갑한 걸 거야. 구미호 말이야. 내가 반드시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

“무슨 재주로?”

“약화 능력을 콱 걸면 분명 무슨 반응을…… 앗! 어떻게! 물 쏟았어!”

“칠칠맞긴. 그러게 왜 주먹은 불끈 쥐고 그래.”

쉔은 투덜거리며 냅킨을 꺼내 물을 닦았다.

“저번에 6팀에 새로 들어온 신입 탱커 말이야. 원래 연예인 지망생 하다가 다시 돌아온 거라는데, 뻔하지 뭐. 공대장님 유혹해서 어떻게 잘 해보려고 한다고 소문이 쫙 났어. 내 눈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그런 꼴 절대 못 보지.”

“그래, 그래.”

“그리고 제5팀에 있는 그 딜러 말인데. 주제도 모르고 머리 하얗게 염색하고 다니면서 그게 무슨 이쁜 줄 아는 애 말이야. 걔도 얼마 전에 회식자리에서 글쎄…….”

또 시작됐다. 공대장을 흠모하는 대원들을 깎아내리는 여동생의 수다가.

그렇게 한참 동안 동생의 수다에 시달린 그를 구원해준 것은 도착했다는 조종사의 방송이었다.

전용기는 고도를 서서히 낮추고는 공항에 착륙했다. 문이 열리고 유지웅이 모습을 드러내자 미리 나와 있던 환영인파가 함성을 지르며 맞이했다. 이어 차례로 내린 제니스 대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환영객들은 꽃을 던지며 그들의 방문을 반겼다.

이런 성대한 환영은 처음이었던 2팀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어색하게 지나갔다.

제니스는 독일 정부가 준비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독일은 호텔 하나를 통째로 임대했다.

“레이드는 내일 한다고 했죠?”

“그렇다던데요.”

“그럼 브리핑 전에 한 번 레이드 기록 열람해 봐야지.”

“공개 기록 열람해도 소용없을 걸요? 여태껏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녀석이래요. 물가에만 살아서 인간을 습격한 적도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저도 봤는데, 쓸 만한 정보가 없어요.”

“그래요? 이름이 뭔데요?”

“카직스였던가?”

============================ 작품 후기 ============================

어떤 메뚜기를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