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ble

00548 Pre-season - Couple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밝은 빛에 적응하려 잠시 눈을 깜박이던 유지웅은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몇 번 뒤척이는데 부드러운 뭔가가 팔에 닿았다. 곤히 자고 있는 정효주였다. 밤새 그에게 시달리고, 지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모습이 퍽 예뻤다.

살며시 끌어안자 잠결에도 스스럼없이 안겨 온다. 이제 하룻밤을 치렀을 뿐이지만, 만리장성을 참 두텁게 쌓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몇 번을 했더라?

흰 젖가슴을 살살 만지작거리니 분홍빛 돌기가 잠결에도 단단하게 일어섰다. 조심스럽게 핥아보는데 그녀가 뒤척거리는 게 느껴졌다. 붉은 과실을 입에 문 채 눈을 들어보니, 언제 눈을 떴는지 그녀가 새치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치.”

의미 불명의 핀잔을 귓등으로 넘기고, 그는 부드러운 몸을 다시금 껴안았다. 부끄러운지 조금 버둥거리지만 그를 밀어내지는 않는다.

아침을 맞이한 남자답게, 우람하게 일어선 분신을 그녀의 입구에 대고 천천히 문질렀다. 그녀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느릿하게 허리를 밀어 넣었다.

“윽!”

역시 아픈 모양이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는 게 안 됐지만, 그게 또 예뻐 보이는 걸 어쩌나.

“아파. 진짜 아파.”

“미안. 살살 할게.”

잠시 착각했다. 아직 효주는 탱커가 아니지. 탱커 아내 대하듯이 했다가는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밝은 빛이 부끄러운지 그녀는 수줍게 시선을 피했다. 유지웅은 천천히 진퇴를 반복하며, 일부러 그녀의 뺨을 잡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더 빨개졌다.

“어우, 야. 왜 이래. 부끄럽게…….”

유지웅은 대답 대신 더욱 힘 있게 허리를 찔러 넣었다. 빨라지는 템포에 그녀도 무언의 요구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입을 다물고, 하체에서부터 전해지는 감촉에 집중한다. 하얀 손은 어느덧 그의 등을 단단히 껴안은 채 깍지를 끼고 있었다.

“흐으으…….”

흐느끼듯이 조용히 울리는 신음을 삼키며, 유지웅은 더욱 빠르게 그녀를 밀어붙였다. 흐트러진 머릿결 사이로, 자신의 몸놀림에 맞춰 하얀 여체가 온몸을 율동한다. 그 자극적인 광경에 호흡은 더욱 거칠어지고, 마침내 터질 듯한 허리를 한 치의 틈도 허락지 않고 거칠게 부딪치며 비벼댔다.

“하윽!”

그녀의 몸이 크게 휘었다. 활어처럼 펄떡거리며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켰다. 조각상처럼 하얀 굴곡에 딱 달라붙은 그는, 있는 힘껏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넣었다. 토해냈다.

둘은 꼭 껴안은 채 거칠게 호흡했다. 하얀 가슴이 완전히 짓눌린 채 위아래로 박동했다. 유지웅은 하물에서 느껴지는, 오밀조밀하게 물어오는 뜨거운 체온에 더 없는 안락함을 느꼈다.

“저기, 있잖아.”

“응?”

“남자들은…… 이런 거 맨날 하고 싶어 해?”

“왜?”

“아니, 너…… 계속 안 쉬고 막 이것만 하니까…… 남자들은 다 그런가 해서…….”

“딴 놈들은 모르겠구, 난 체력만 되면 너랑 평생 이것만 하고 싶은데?”

“어우, 야. 무슨 말이 그래.”

“진짠데? 아, 빼기 싫다. 그냥 이대로 천년만년 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계속 쭉 널 느끼고 싶어.”

가슴을 주무르면서 짓궂게 속삭이자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하물을 감싼 속살이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해 왔다. 놀리면 압력이 강해지는 건 유부녀 때나 처녀 때나 똑같은 거 같다.

* * *

둘은 나란히 손을 잡고 펜트하우스를 나섰다. 시간은 어느덧 점심이 가까워져 있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집요하게 그녀를 괴롭혔던 것이다.

그녀가 희미하게 절뚝이는 걸 보고 유지웅은 그제야 살짝 염려가 되었다.

“괜찮아? 걷기 힘든 거 같은데?”

“괜찮아. 쫌 아프긴 한데 이 정도쯤이야 뭐.”

“그래도 쉬는 게 낫지 않아?”

“아니야. 과제는 해야지. 조별 과제인 걸.”

하체가 조금 얼얼했지만 그녀는 고집을 부려 동행했다. 요즘 세상에 도장 찍었다고 끝 아니다. 철저한 관리를 해야 승자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암, 그렇고말고.

친구들은 제원호텔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유지웅이 다가가자 제일 먼저 알아 본 성지원이 웃으며 인사를 하려다 말고 흠칫 했다. 정효주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이 같이 왔네?”

“응. 방향이 같으니까.”

유지웅의 말에 정효주가 새치름하게 쳐다봤다. 그는 문득 어제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성지원이 호감 있는 듯하니까 기분이 좋냐고 그랬었지?

“들어가자.”

“……그래.”

성지원은 조금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여자애 둘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남자애 둘은 늘 그랬듯이 병풍처럼 존재감 없이 서 있었다.

유지웅이 앞장을 서고, 정효주가 그 뒤를 따랐다. 성지원과 문득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여유 있게 방긋 웃어주고는 얼른 유지웅의 뒤를 따라 갔다.

어제 그 스위트룸으로 들어간 유지웅은 겉옷을 벗으며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점심 아직 안 먹었지?”

“괜찮아, 우리 간단하게 먹고 왔어.”

“그래? 너희들은?”

유지웅은 남자애들에게 물었다. 남자애들은 주저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사실 우리 아직 안 먹었는데. 저게 여기서 먹어보니까 너무 맛있더라구. 그래서 또 먹으려구 기대했는데…….”

“그럼 또 먹어. 이번엔 제대로 시켜줄게.”

“우리 것도 시켜 줘.”

정효주가 얼른 나섰다. 조마조마하던 여자애 둘은 작게 ‘잘한다!’하고 외치며 손뼉을 쳤다. 물론 보이지 않게.

“여자애들은 먹었다며?”

“그래도 같이 시켜 줘. 누구는 먹는데 누구는 안 먹으면 그거 이상하잖아.”

“알았어.”

유지웅은 식사를 주문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직통으로 배달되는 서비스였다. 이윽고 종업원들이 식사 카트를 끌고 줄을 지어 들어와서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것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랍스타, 큼직한 대게 요리, 중국 북경식 닭 요리, 정통 양념에 무친 소고기 등 한정식, 모듬회를 비롯한 일식 등 다양한 요리가 상에 차려졌다. 덤으로 녹색 포장지로 예쁘게 장식 된 프랑스산 와인 한 병도.

“술은 안 돼. 알지?”

아이들이 못내 아쉬워했다. 저거 엄청 비싼 건데, 지금 아니면 언제 먹어 보나.

“한 잔만 안 돼?”

“오늘 과제 마무리해야 하니까 술은 안 돼. 그리고 애들이 무슨 술이야.”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식사를 했다. 성지원은 고소하게 조리된 게살을 뜯으며 유지웅을 흘끔 살폈다.

정효주와 친밀해 보이는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그냥 단순히 이웃인 줄 알았는데, 그 이상의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뭐야, 진짜…….’

괜히 심란해서 망치로 랍스타를 세게 탕탕 내리치다가 그만 껍질이 옆으로 튀고 말았다. 성지원은 움찔해서 사과했다.

“미안.”

“괘, 괜찮아.”

옆에 앉은 여자애가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여자애는 이미 인당 수십만 원이 넘는 풀코스 요리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과제를 시작했다.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드디어 과제를 완전히 끝낼 수 있었다.

“만세! 끝났다!”

남자애 둘은 일단 과제를 마친 것에 두 팔을 번쩍 들며 기쁨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달랐다. 과제가 끝났다는 건 이제 이런 스위트룸을 또 올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못내 아쉬울 수밖에.

“벌써 저녁이네. 다들 배고프지?”

“응!”

이제는 사양 않고 여자애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점심에 먹었던 풀코스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호텔 요리가 쓸데없이 비싼 줄 알았는데 이유 없이 비싼 건 아니라는 걸 배웠다.

유지웅은 다시 프론트를 불렀다. 의외로 종업원들이 점심때보다 빨리 들어왔다. 점심 때 먹었던 것보다 더 풍성한 요리를 차리고 있었다.

“아, 사실 아까 낮에 미리 시켰거든.”

여자애들, 특히 성지원이 살짝 감동했다.

흰 식탁보가 덮인 둥근 테이블에 다들 둘러앉았다. 유지웅은 일부러 조명을 살짝 어둡게 했다. 그는 능숙하게 테이블 중심에 놓인 초에 불을 붙였다. 나지막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한껏 무드가 잡혔다.

자리에 앉은 유지웅이 제일 먼저 말을 꺼냈다.

“학기 초라서 다들 서먹서먹했는데 이렇게 조별 과제도 하면서 친해지고 좋다. 안 그래?”

“응! 우리도 그래!”

“맞아! 맞아! 사실 지웅이 너 재벌집 자제라는 말 듣고 엄청 거만한 거면 어쩌나 하고 솔직히 걱정도 했었거든. 근데 전혀 안 그러고 멋있어.”

여자애 둘이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성지원도 은은한 미소를 띠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효주는 조금 새치름하게 성지원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돌렸다.

“재벌집 아들? 전혀 아닌데?”

“아니야? 하지만 너 사는 거 보면…….”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돈이 좀 많을 뿐이야.”

그게 다른 건가? 갸우뚱거리다가 여자애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얼마나 많은데? 아, 이런 거 물어봐도 돼?”

“나도 얼마나 있는지 잘 몰라. 근데 일단 우리나라, 아니다. 유라시아에서는 제일 많을 거 같은데.”

“……그, 그 정도야?”

“응. 세현결정체은행, 그게 전부 내 꺼거든.”

“말도 안 돼!”

성지원이 놀라서 그만 벌떡 일어날 뻔했다. 뒤늦게 깨달은 그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새빨개진 얼굴로 그녀는 더듬거리듯이 말했다.

“우, 우리 아빠가 세현결정체은행에 근무하셔서 나 좀 안단 말이야. 그거 세상에서 제일 큰 은행인데, 그게 니 꺼라니…….”

“아, 나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 있어. 세현은행 소유주가 우리 또래 한 명이라고. 허억! 설마 그게 지웅이였어?”

“와, 우리 그런 사람이랑 학교 다니는 거야?”

정효주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냥 돈이 좀 많은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세현은행의 소유주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

세현은행은 전 세계 결정체 유통, 금융망의 허브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세계 산업 시장의 심장이요, 알파이자 오메가인 곳이었다.

아이들은 질리지도 않았다.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격차에 박탈감이나 부러움을 느낄 경지마저 넘어버린 것이다.

특히 성지원은 표정이 제대로 핼쑥하게 변했다. 돈도 많고, 남자답고 해서 호감이 있었는데, 이건 그야말로 왕족과 평민의 수준 차이이지 않은가.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사실 너희한테 말할 게 있어.”

대체 어디까지 질리게 할 셈일까? 세현은행 소유주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대체 중요한 게 뭔데?

유지웅은 옆에 앉은 정효주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었다. 그 모습에 성지원이 흠칫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애 둘은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조금 놀라긴 했어도, 당황하진 않았다.

“우리 결혼하기로 했거든. 아직 사람들한텐 말 안 했지만, 너희들만이라도 축하해줄래?”

“우, 우리가 언제!”

“약혼은 했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정효주의 목소리가 대번에 기어 들어갔다. 유지웅은 밝게 웃으며 더욱 다정하게 어깨를 맞댔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반지도 사주고, 집도 마련했는데도 우리 약혼녀가 아직도 불안한가 봐. 그래서 친구들 축하 받으면 좀 나아질까 해서. 축하해줄래?”

“당연하지! 축하해! 엄청 축하해!”

“이야, 둘이 엄청 잘 어울려! 진짜 멋져!”

“효주는 좋겠다, 진짜. 와, 부러워.”

남녀학생 넷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축하를 건넸다. 정효주는 쑥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안 그래도 요즘 성지원을 포함해서, 학교에서 좀 반반하다 싶은 여학생들이 접근을 해오는 터라 불안했다. 그런 불안감이 한꺼번에 씻은 듯이 날아갔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성지원은 이윽고 포기한 듯이 큰 한숨을 내쉬고는, 웃는 얼굴로 가볍게 박수를 쳤다.

“축하해, 정효주. 진짜 둘이 계속 잘 됐으면 좋겠다.”

정효주의 어깨를 끌어안은 유지웅은 귓가에 슬쩍 입을 가져가 속삭였다.

“이제 마음 놓이지?”

“……치.”

그녀가 허벅지를 슬쩍 꼬집었다.

============================ 작품 후기 ============================

아.. 어쩌면 나의 적성은 하이틴 재벌 3세 러브 스토리였나 하고 회의가 문득 드네요. 이 파트 왜케 잘 써지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