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ble

00652 Is the United States Forgiveness Candle?

“붕괴 억제를 위한 에너지장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싸워야 합니다.”

북극곰 괴수는 사망시 30% 이상의 확률로 결정체가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예상 파괴력은 TNT 100메가톤급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지웅 등 공격대야 보호막 등을 이용해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면적의 대지가 파괴에 휩쓸린다.

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핵분열 반응을 억제하는 에너지장을 형성해야 한다. 에너지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레드 결정체급 이상의 파워가 필요하다. 그러나 오리나가 가진 구체, 즉 폐쇄 모듈은 연산 작용에 오리나가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공급해야 한다. 즉 폐쇄 모듈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아직 준비가 덜 됐습니다.」

하지만 최윤의 대답은 모든 이들의 희망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는 원망의 화살을 유지웅에게 돌렸다.

「제작에 필요한 결정체 아직 안 주셨습니다.」

“아하하…….”

유지웅은 난처해서 풀썩 웃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덜 급한 일인 듯해서 신경을 좀 못 써줬더니, 최윤이 단단히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결정체만 드리면 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나요?”

「글쎄요. 해봐야 알 것 같은데요.」

“최 소장님. 인류의 위기가 달린 일이에요. 어떻게 서두를 수 없을까요?”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최윤은 그렇게 약속했다. 유지웅은 곧바로 세현은행에 전화를 걸어 보유하고 있는 블루 결정체 전량을 내주라고 지시했다. 본래는 지급 보증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보관해야 할 물량이었지만, 지금은 결정체 금융 안정성 따위를 고려할 때가 아니었다.

본래 폐쇄 모듈은 250개의 블루 결정체로 만들었다. 하지만 최윤은 후속 모델은 그렇게 많은 물량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병렬 반응을 제어하는 기술이 좋아져, 13만 5,000의 결정도만 넘기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출력 면에서는 1세대 모듈보다는 떨어질 것이라 했다.

“주민 대피 상황은 어떤가요?”

“이미 반경 150km 이내 지역 모든 주민들의 대피를 완료했습니다.

「캐나다 또한 대피를 완료했습니다.」

“좀 부족해요. 가능한 반경 300km 이상 대피를 할 수 있으면 대피를 시키도록 하세요. 그 이상도 좋아요.”

공격대장으로서의 감이랄까. 유지웅은 왠지 반경 150km도 흡족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양국의 수장 또한 그의 판단에 존중을 나타냈다.

“알겠습니다.”

“곧 제니스 공격대가 도착할 겁니다. 브라우니도 일단 준비시키겠어요.”

“설마, 그 정도입니까?”

비시가 놀라움을 나타냈다. 제니스만 해도 전력 면에서는 넘치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런데 브라우니까지?

유지웅은 설명하기 미묘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서요. 동원할 수 있는 건 전부 동원해보려 해요.”

정효주가 짓궂게 말했다.

“그럼 별 일 없겠다.”

“무슨 말이야?”

“자기가 그런 느낌 받으면 일이 잘 풀렸잖아. 늘 그랬는걸.”

“쳇. 누가 큰일이라도 나면 좋겠대? 그냥 느낌이 안 좋으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는 거지.”

한편 니트로는 한쪽에서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무언가 쿡쿡 하고 어깨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돌아보니 오리나였다.

“무슨 일이냐?”

“주의해야 할 변수 상황이 있습니까?”

“왜 그런 걸 묻지?”

“박사님의 혈색, 심장 박동에서 허용치 이상의 스트레스 반응을 감지했습니다. 통상 느낄 수 있는 긴장 상태를 크게 초과한 반응 수치입니다.”

니트로는 끙 하고 가볍게 신음을 흘렸다. 오리나는 물끄러미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가 맥이 빠진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상하지 않냐?”

“구체적인 의심사항을 설명해 주십시오.”

“정황을 보면 북극곰 괴수는 오크리마 호에 있던 핵미사일과 원자로를 먹고 핵물질에 맛을 들렸어. 그래서 핵물질을 찾아 펠리컨 지역을 습격했고. 그런데 왜 굳이 미국 본토까지 다시 남하한 거지?”

“생명 반응을 가진 개체의 우발적인 돌발성 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이거 직관은 영 꽝이군.”

니트로는 혀를 찼다.

오리나는 분명 인공지능 컴퓨터로 치면 견줄 바가 없는 세계 최고의 클래스다. 아마 백 년이 지나도 인간의 손으로 오리나보다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리나는 폐쇄적이고 단순한 사고 회로를 반복하지만은 않는다. 인간과 흡사한 열린 사고방식을 통해 계산을 처리한다. 이진법, 십진법 등의 단순한 계산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오리나와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눠보고, 니트로는 크게 결여된 점 하나를 깨달았다. 바로 직관성의 부족이다.

인간은 때로 근거가 없거나, 서로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부분에 의심을 품고 짜 맞추는 과정을 통해 그 전에 알지 못했던 진리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알리바이가 완벽한 용의자를, 직관만으로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형사의 예가 있다.

직관. 오리나는 그 점이 철저하게 결여되어 있었다. 확실한 물증이나 인과관계가 없으면 애초에 논리적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린다.

“근거가 필요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십시오.”

“됐다.”

니트로는 잘라 거절했다. 한편으로는 속에서 계속 의구심을 품었다.

‘왜 남하한 거지?’

핵물질에 끌리는 녀석이다. 아마도 몸속의 결정체가 더 강력한 힘을 위해 더 많은 핵물질의 섭취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미국으로 남하를 했을까? 몬태나 주 인근에는 그가 알기로 핵물질이 없다.

‘할 수 없군.’

결정을 내린 그는 칠드그린을 찾았다.

“니트로 박사.”

“부통령님.”

칠드그린은 니트로가 왜 자신을 찾았는지 의아했다. 요구사항이 있으면 유지웅에게 직접 말을 해야 될 텐데.

“저에게 부탁하실 게 있습니까?”

“미국 내 핵물질 분포가 어떻게 됩니까?”

“……기밀이라는 걸 아실 텐데요.”

칠드그린은 차분히 대답했다. 거절은 아니었다. 니트로의 진지한 태도에서 그도 언뜻 커다란 불길함을 감지했다. 그는 자신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했다.

“아까 브리핑한 대로 북극곰 괴수는 핵물질에 강하게 이끌리는 개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랬지요. 그래서 펠리컨을 습격했다고 하셨습니다.”

“헌데 녀석이 캐나다 북서부 지역을 초토화시킨 직후 남하를 한 것이 이상합니다. 그것도 하필 몬태나 주 인근에 멈췄지요.”

“……그 말씀은?”

“몬태나 주, 아니 그 인근 지역에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이 있습니까? 핵미사일이든, 핵사일로든, 원자로든 말입니다.”

칠드그린은 잠시 침묵했다. 언뜻 보기에는 별 거 아닌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보기관에서 오랫동안 일한 그의 다져진 감은 불길한 느낌을 사정없이 경고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그가 말했다.

“오래 전 미합중국은 거의 대부분의 군사, 산업 부문에서 핵연료 사용을 철회했습니다. 지금 핵연료는 핵잠수함과 핵추진 항공모함 원자로에만 사용될 뿐입니다. 따라서 본토에는 핵물질을 보관한 장소가 없습니다.”

“몬태나 주에 우라늄 광산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핵연료는 오래 전에 퇴출되었다.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 오랫동안 외부에서 연료를 공급받지 않고 작전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특수 군함에서만 사용될 뿐이다. 또한 괴수 처치를 위한 수소 폭탄도 핵폭탄이 아닌 결정체 폭탄으로 기폭 역할을 대신한다.

칠드그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지요.”

일국의 부통령이 그렇게까지 말했으면 충분하다. 니트로는 조금은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홀가분함은 말 그대로 아주 잠시였다.

“부통령 각하.”

보좌관 한 명이 다급한 얼굴로 뛰어왔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던 니트로도 흠칫 했다. 칠드그린은 니트로를 흘끔 보고는 보좌관을 재촉했다.

“큰일인가?”

“테러입니다.”

“테러? 어디에?”

칠드그린은 놀라서 반문했다. 테러라고? 그것도 이 시기에?

“테러범들이 캘리포니아주 LA 시청을 점거, LA 외곽을 완전 봉쇄했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조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정도로 재빠른 움직임이었습니다. 현재 범인들은 어떤 성명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안보국과 국토안보부는 대체 뭘 했단 말인가? 아무런 낌새도 못 잡았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칠드그린은 서둘러 집무실로 돌아왔다. 막 한숨을 돌리려던 비시는 다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 측근들도 하필 국가의 위기 앞에 터진 테러에 적지 않은 당황을 드러내고 있었다.

“각하.”

“부통령, 자네도 들었지?”

“예.”

“앉게. 자세한 보고를 받아야겠어.”

유지웅은 보이지 않았다. 미국 내 발생한 테러 사건이니 그에게는 간단한 통지 정도만으로 그쳤으리라. 각료들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테러범들의 수는 적어도 수백 이상, 무장 상태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일개 테러 조직의 수준을 벗어났습니다. LA시청은 완전 점령당했으며 녀석들은 도시 외곽에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무사한가?”

“아직 희생자가 나왔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비시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신음했다. 아무런 사전 조짐 없이 LA가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한 것도 기가 찰 노릇이지만, 지금 더 급한 일이 산적해 있는 상황 아닌가. 북극곰 괴수 퇴치에 온 신경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에,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들이 LA를 점령하다니.

그때였다.

“각하! 테러범들이 백악관으로 직송 성명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녀석들의 요구 사항이 뭔가?”

“한미 상호괴수방어 협정 파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뭐야!”

비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미 상호괴수방어 협정은 옛날에 한미 우호관계를 회복하며 어렵사리 체결한 조약이었다. 일종의 상호방위조약인 셈이다.

그 조약의 힘이 제니스에게 어떤 구속력이나 영향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이 위험에 처하면 한국 정부가 제니스에게 한 마디 부탁 정도는 건넬 수 있는 명분은 되어 주었다. 그런데 그 협정의 파기를 원한다고?

‘단순한 테러범들이 아니다!’

칠드그린은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외국 정치범의 석방이나 금전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일반적인 테러범들이 내걸 요구사항이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LA가 당한 것도 납득이 간다.

“그,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말하게. 어서!”

“……테러범들은 장거리 미사일과 결합한 30킬로톤급 전술핵 15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시는 물론이고 각료들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칠드그린은 표정이 굳어지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게 해주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재앙은 이제 시작이었다.

“각하! 지급입니다! 북극곰 괴수가 남하를 시작했습니다!”

이동 목표는 캘리포니아였다.

============================ 작품 후기 ============================

사실 블랭 습격 때 미국을 둘로 쪼개고 싶었는데 전개를 하다 보니 칠드그린이 저의 기획 의도를 벗어나 멋대로 미국 통합을 이뤄냈습니다. 가끔 캐릭터가 그렇게 저의 손을 벗어나 제멋대로 전개를 시킬 때가 있습니다.

저는 과연 그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