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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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던 6박 7일의 단합회도 이제 마지막 밤에 접어들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이 친해진 직원들은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는 사실에 몹시 아쉬워했다.

“언제 또 이런 단합회를 할 수 있을까.”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야 할지도.”

지난 6일 동안 참 많은 것을 했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싸다는 전투기 날개에 고기 구워 먹기, 캐터필트와 달리기 경주하기, 이지스함 경주를 보며 돈 걸고 응원하기, CIWS 수동 사격으로 왕년에 갈고 닦은 사격 솜씨 뽐내기, 송로 버섯에 김치 얹어 먹기……. 등등.

미 함대를 통째로 빌린 단합회라니, 그 어느 회사에서 이런 걸 해줄 수 있겠는가. 애사심이 하늘을 뚫을 정도로 고취된 직원들은 벌써 저물어가는 단합회 일정이 그저 아쉽기만 했다.

「자! 오늘은 단합회 마지막 밤입니다! 여러분, 모두 아쉬우시죠?」

김범석의 마이크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갑판을 울렸다. 고기를 굽고 술잔을 돌리던 이들이 모두 입을 모아 외쳤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서운해 하긴 이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마지막 행사가 남았습니다!」

“우오오오!”

「자! 과연 어떤 깜짝 선물이 남아 있는지, 여기 회장님을 모시고 직접 옥언을 들어보겠습니다!」

“와아아아!”

밤바다에서 수백 명이 일제히 환호를 지른다. 그 광경은 남자의 가슴에 뜨거운 뭔가를 낳는다. 유지웅도 뭉클해져서 마이크를 잡았다.

모두의 눈이 항모 통제실을 향하고 있다. 이 모두가 내 사람들이다. 그런 자부심을 느끼며, 유지웅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말이 긴 걸 싫어합니다. 마지막 행사는 바로 보물찾기입니다.」

“우와아아!”

보물찾기. 모두의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다. 어떤 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그래! 이런 행사에서는 절대로 빠질 수도 없고, 빠져서도 안 되는 보물찾기! 그게 왜 없나 했다.

어떤 대회에서 우승을 한 이는 한순간에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가 생겼다. 자, 그럼 과연 회장님께서는 무슨 보물을 숨겨놓으셨을까? 막 천 억짜리 황금이라도 숨겨놓으셨나?

「어떤 보물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크기와 생김새도 안 알려드립니다. 그냥 한눈에 딱 보면 보물처럼 생겼습니다. 그니까 바로 알아보실 겁니다. 장소는 우리가 타고 있는 이 항공모함 어딘가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

“내가 찾는다! 보물은 내가 찾을 거야!”

“무슨 소리! 보물은 이 몸이 점찍어 놨다고!”

수백여 명의 직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보물찾기에 나섰다. 단합회가 끝난다는 울적함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가렌은 조금 당황스러워서 최윤을 돌아봤다.

“우, 우리도 참여해야 할까요? 최 박사?”

“그런데 니트로 교수님과 칠드그린 의장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젠장! 서두릅시다!”

왠지 나서면 안 될 듯한 느낌에 머뭇거리고 있던 가렌은 발바닥에 불붙은 강아지처럼 뛰쳐나갔다. 사실 가렌도 보물찾기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니트로의 눈치가 보여서 망설이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늙은 스승이 벌써 선수를 쳤다.

니트로와 칠드그린. WCO 파벌에서는 가장 계산이 빠른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맛보기 장기자랑 대회에서도 수백억대 아파트를 상품으로 내놓은 양반이, 마지막 밤을 장식할 보물찾기에서 시시한 물건을 내걸진 않았으리라.

그 둘은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잽싸게 사라졌던 것이다. 바로 보물을 손에 넣으러.

“가렌 박사님! 같이 가요!”

“미안하오, 최 박사!”

혼자 남겨진 최윤의 애처로운 비명이 시끄러운 비행갑판을 날았다.

한편 이 소란 가운데서도 보물찾기에 참가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이들도 있었다.

“대통령님. 이거 우리도 참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글쎄요.”

남기철의 물음에 대통령은 난감해서 대답했다. 사실 대통령도 어떤 보물이 있을지 무척 탐이 났다. 물론 그는 개인적으로도 커다란 자산가였지만, 유지웅한테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과연 유지웅이 어떤 근사한 보물을 숨겨놨을까? 막 이 항공모함 선박소유권증서 같은 거라도? 그건 남자라면 왠지 끌리는데?

“죄송합니다. 저는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남 국장!”

“아이들이 크고 있어서요! 대학도 보내야 하고 시집 장가도 보내고 저희 부부 노후자금도 마련하려면 공무원 연금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서요!”

그렇게 남기철도 보물찾기 인파에 가세했다.

“어디야! 어디 있어!”

“보물아! 어디 있니? 주인님이 왔단다. 어서 모습을 보이렴.”

그렇게 한바탕 난리 브루스를 떨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칙칙하게 가라앉은 채 관망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항모를 운용하는 미해군이었다.

“대위님, 대체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모든 것은 백악관의 뜻이다.”

“이러려고 자랑스러운 미해군이 된 게 아니었습니다! 천조국의 위상과 자존심은 어디 갔단 말입니까!”

“…….”

상관이라고 해서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부하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은 것은 이해하지만, 백악관의 결정은 절대적이니 말이다.

그렇게 미 장병들이 분을 삭히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던 그때…….

“차, 찾았다! 만세!”

커다란 환호가 울렸고, 동시에 소란스럽던 것이 뚝 끊어졌다. 미 장병들의 얼굴색도 변했다.

왜냐하면 ‘찾았다!’라는 환호를 그들의 귀로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영어였다. 심지어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이, 이 목소리는 설마?”

“리처드 이등병?”

항모 총책임자, 니콜라스 중장은 혼비백산해서 뛰쳐나갔다. 과연 한쪽에는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미해군 작업복을 입은 금발의 청년이 기뻐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찾았다! 보물은 내가 찾았어!”

“리, 리처드 이등병! 이게 무슨 짓인가!”

“사령관님?”

“아무리 이등병이라서 개념이 없기로서니, 어찌 이런 짓을!”

니콜라스 중장은 기가 막혔다.

이 단합회의 주축은 어디까지나 유지웅의 부하 직원들이다. 미 장병들은 항모 운용을 위한 존재, 즉 도우미 밖에는 되지 않는다. 원칙대로라면 행사 음식이나 주류 같은 것도 일절 손을 대선 안 된다. 뭐 그런 구분 없이 알음알음 얻어먹는 장병도 있고, 사령관 본인도 많이 얻어먹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보물찾기에 몰래 끼어들다니!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짓 아닌가.

덕분에 소란이 났고, 그 여파는 유지웅한테까지 보고되었다.

“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모두가 결정을 기다린다.

유지웅은 갑판 분위기를 살폈다. 미 장병들 분위기는 대체로 험악했다. 이등병이 대형사고를 친 거 아닌가. 군기가 엄정해야 할 군대 입장에서 할 말이 없었다.

직원들 분위기도 한 풀 꺾여 있었다. 좋았던 분위기가 싸하게 식었다고나 할까.

“마음에 안 들어요.”

“역시 그렇죠, 회장님?”

“그래. 마음에 안 들어.”

“제가 그럼 한 번 나서도 괜찮겠습니까?”

“범석이, 네가? 잘할 수 있겠어?”

“네! 맡겨만 주십쇼!”

“그래. 한 번 책임지고 나서봐라.”

김범석은 가슴을 탕탕 치며 나섰다. 평비서들은 어리둥절해서 바라봤다. 그들은 유지웅과 김범석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사실 전혀 이해를 못했다.

‘구체적으로 뭐가 마음에 안 드시다는 거지?’

‘김 비서님은 그걸 또 어떻게 알았고, 어떻게 수습한다는 거야?’

그렇게 어리둥절해하는 가운데, 김범석이 마이크를 쥐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전투기 견인 차량에 높이 우뚝 선 채 비행갑판 중앙을 향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며 외쳤다.

“회장님께서는 이번 단합회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미 장병 여러분에게 깊은 사의를 갖고 계십니다! 따라서 리처드 이등병이 찾은 보물은 그 소유권을 인정합니다! 그와 별개로, 모든 미 장병 여러분에게 금일봉 100만 달러를 하사합니다!”

“와아아!”

시간차를 두고 미 장병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한국어에 능통한 병사들이 알음알음 뜻을 전달해준 것이다. 특히 혼이 나고 있던 리처드 이등병은 펄쩍펄쩍 날뛰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사실 그는 보물찾기는 항모에 있는 모든 인원이 참가하는 건 줄 알았다. 이등병다운 실수다.

김범석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의 시선이 칙칙하게 가라앉은 직원들을 향했다.

“그리고! 직원들을 위한 보물찾기를 한 번 더 시행합니다! 이번에는 똑같은 보물을 다섯 개를 숨겨놓겠습니다!”

“우, 우와아아!”

“회장님! 회장님! 회장님!”

“기, 김 비서님! 어찌 그런 독단을!”

지켜보던 평비서들은 새파랗게 질렸고, 김기영은 음 하는 소리와 함께 혼자 고개를 끄덕였으며, 유지웅은 엄지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기며 기뻐했다.

“역시 범석이야. 가라앉은 분위기 마음에 안 들었는데 대번에 살리네.”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달아올랐다. 김범석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자! 그럼 보물을 숨길 수 있도록 모두 먹고 마셔요! 달리는 겁니다! 알겠습니까?”

“알겠습니다아!”

“미스터 김! 거기 뭐 해? 한 곡 안 뽑고!”

김범석이 한 명을 지적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다른 이가 얼른 기타를 가져왔고, 드럼에도 누군가가 앉아서 신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흘러가던 상황을 보던 니콜라스 중장은 안도했다. 다행히 유지웅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백악관에서 징계를 내릴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100만 달러라고 했지?”

“예, 사령관님.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총합이 100만 달러가 아니라, 한 명 당 100만 달러라고?”

“그렇습니다.”

“역시 통이 크군. 바다사나이다워.”

장병들의 분위기도 그렇게 반전했다. 험악하게 리처드를 대하던 고참들도 한시름을 놓았다. 그들은 리처드가 얻은 보물에 관심을 보였다.

“리처드, 근데 보물이 뭐냐? 한 번 보여줘 봐.”

“무슨 조그만 보석 조각 같이 생겼습니다. 생긴 것은 들쭉날쭉 하게 생겼습니다만, 저절로 빛을 냅니다. 그래서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네? 진짜 빛을 내잖아, 이거.”

“이건 무슨 보석이야? 아는 사람 있어?”

“보라색? 자수정인가?”

“설마. 그런 싸구려일리라고.”

“생긴 걸 보면 하나도 안 다듬은 원석 같은데? 근데 손톱만 한 거 보니 이거 자수정 아니라도 별로 비싸진 않겠다.”

============================ 작품 후기 ============================

그 보물은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시시한 보석 따위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