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ble

00981 %3C Pre-Season Dealer Part %3E Monarch of the Atlantic

“하나는 연구는 안 하고, 한가하게 치맥이라니! 이러려고 예산을 타 가신 겁니까! 너무해요! 이거 봐, 심지어 내 건 남겨놓지도 않았어! 하긴, 나 부르지도 않았는데 남겨둘 리가 없지!”

유지웅은 길길이 날뛰었다. 얼굴에는 배신감이 그득했다. 과연 그것은 일 안 하고 치킨 맥주 파티를 벌여서인가, 아니면 자신만 부르지 않은 것 때문에 삐진 것인가.

가렌이 당황해서 수습을 위해 나섰다.

“저기, 회장님.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긴 뭐가 그런 게 아니에요! 여기 이렇게 눈앞에 증거물들이 있는데! 최윤 박사님은 입가에 치킨 양념을 아주 그냥 덕지덕지 묻히고 계시네!”

유지웅의 외침에 최윤은 괜히 찔끔해서 얼굴을 돌렸다. 치사하게 먹는 거 가지고 저러냐.

“와, 게다가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네. 내가 양념 프라이드 둘 다 좋아해서 꼭 반반씩 시켜 먹는 건 몰랐죠? 알았으면 이렇게 시켜놓고 나 분명히 불렀을 거야, 그쵸?”

“회장님! 오해십니다!”

“뭐가 오해라는 건데요? 이렇게 버젓이 치맥 파티 벌이셔놓고는! 현장에서 현행범이 발뺌을 해도 되는 건가요!”

“그냥 연구 성공 기념으로 간소하게 파티를 벌였을 뿐이라고요! 연구는 안 하고 놀고 있다니, 크나큰 오해입니다!”

“네? 뭐라고요? 연구 성공 기념?”

유지웅은 깜짝 놀라서 반문했고, 가렌은 억울한 표정을 하나 가득 지은 채로 또박또박 말했다.

“네, 성공했습니다. 아직 이론만이긴 하지만요.”

“헐……. 그럼 이건?”

“말씀드렸습니다. 성공 기념 건배라고요. 설마 이런 것도 용납 못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난 그냥 나만 쏙 빼놓고 이러시는 줄 알고……. 성공 기념 자축인 줄 알았으면 제가 추태는 안 보였을 텐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여러분.”

유지웅은 머리를 꾸벅 숙이며 사죄했다. 과학자들은 크게 놀라워했다. 저 독재자가 저렇게 머리를 숙이다니, 이거 역사에 남겨야 하는 일이 아닐까.

“아무튼 성공했다니, 제가 크게 한 턱 쏘겠습니다.”

“저어, 성공 결과는 물어보지 않는 겁니까?”

“그건 나중에 듣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자아, 제가 쏘겠습니다. 박사님들, 어서 옷 차려입으시고 일어나세요. 한강에 배 띄워서 놀아보자고요.”

박사들을 접대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자기가 그렇게 놀고 싶은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유지웅은 박사들을 닦달해서 얼마 전에 구입한 크루즈선에 태웠다. 수심 문제로 한강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제가 얼마 전에 산 낚싯배예요. 멋지죠?”

“와, 이런 배는 대체 얼마나 합니까?”

“요새 배 값 떨어져서 많이 싸더라고요. 5천억이면 사요. 박사님들, 한 척씩 사드릴까요?”

“허헉!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유, 사양들 하지 마세요. 연구도 성공하셨는데 보너스는 받아야죠. 유지비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시고,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해드릴 테니까 크루즈선 맘에 드는 걸로 한 대씩 골라 봐요.”

“그냥 돈으로 주시면 안 됩니까?”

“안 돼요. 나 크루즈선 동호회 만들 거란 말이에요. 그니까 다들 한 대씩 사요.”

* * *

“이게 균열 개방 장치라고요?”

유지웅은 놀란 듯이 거대 구조물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지름이 20미터쯤 되는 구형 철제 구조물이었다. 표면은 촘촘한 창살처럼 되어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유지웅은 표면 창살 틈으로 손을 넣어서 몇 번 휘저어 보기도 했다.

“그렇다네, 회장.”

휘버가 그렇게 대답했다. 유지웅은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근데 이거 왜 이렇게 커요?”

“아직 초기형이라 어쩔 수가 없네. 일단 테스트를 해보고 개선할 점을 찾아가야겠지. 실험 성공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아직 소량화는 생각할 단계도 아니고.”

“음,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첫 걸음이지 않은가.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놀랍지 않지.”

“알겠습니다, 해보죠.”

유지웅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한쪽에서는 정효주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네가 저 안에 들어가는 거야?”

“그렇다나 봐. 뭔가 폼은 난다, 그치?”

“……저게 어딜 봐서.”

정효주는 걱정을 가득 담고, 개방 장치를 연신 둘러보았다. 저 안에서 일을 벌이다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어떡해야 하나.

“히카리, 너도 같이 들어갈래?”

“시, 싫다! 난 폐소공포증이 있다!”

“이 녀석, 엄살은.”

유지웅은 히카리의 뒷목을 덥석 잡았다. 히카리는 비명을 지르며 안 들어가겠다고 난동을 피웠고, 니켈레우스는 그런 히카리를 구한답시고 달려들었다가 발에 얼굴을 채이고 나가떨어졌다.

“쯧쯧, 주인님이 들어가자고 하면 지옥이라도 냉큼 들어가는 게 고양이의 도리거늘. 못된 고양이로구나.”

“히잉.”

“장난 좀 친 건데, 죽자 사자 떼를 쓰다니. 히카리, 너한테 실망했다. 당분간 블루 결정체는 없을 줄 알아.”

“아, 안 돼! 같이 들어가겠다!”

“이미 늦었어.”

유지웅은 냉담히 말하고는, 히카리를 밀어냈다. 정효주가 뒤에서 소리 죽여 쿡쿡 웃었다.

“써, 부디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은발을 길게 기른 쿤겐이 두 손을 꼭 잡은 채,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마라.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사소한 인체 실험 하나 하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생기겠어?”

“이, 인체 실험이라니! 회장, 말이 너무 지나치군!”

“아아, 됐어요. 빨리 시작하자고요, 박사님들.”

유지웅은 구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구체 내부에는 수직으로 사다리가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그것은 피실험자가 구체의 정중앙에 위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유지웅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구체의 중심축에 앉은 채,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 그럼 우리는 최대한 멀어지죠.”

최윤이 그렇게 말하며 지인들을 인솔했다. 정효주 일행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왜죠?”

“위험한 실험이라서요. 안전거리를 적어도 20km는 확보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그, 그 정도로 위험한 실험이에요? 그럼 지웅이는 괜찮은 건가요?”

“괜찮을 겁니다. 핵폭발도 씹어 먹고 살아남으신 분 아닙니까.”

“……하긴.”

유지웅은 탱커를 아득히 뛰어넘는 육체 능력을 가졌다. 거기에 보호막 능력도 가지고 있다. 온힘을 다해 방호에 집중한다면, 핵이 아니라 코발트탄도 그를 죽일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한 거니까요. 반드시 사고가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들판에 개방 장치와 유지웅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모두 철수했다. 개방 장치 주변에는 50기가 넘는 무인 드론이 온갖 첨단 센서 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위치를 잡은 채 영상을 송신하고 있었다.

20km 떨어진 임시통제소까지 철수한 휘버는 컴퓨터와 통신 상태를 확인했다.

“여기는 통제소, 회장 들리나?”

「네, 아주 잘 들려요. 자, 빨리 시작하죠.」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없군.”

「제가 걱정되는 건 실험이 제대로 안 풀리는 경우뿐입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이론은 완성됐으니까. 이제 그것을 기술로 구현하는 것만 남았네.”

휘버는 가렌을 응시했다. 가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동 스위치에 손을 뻗었다. 스위치를 힘차게 아래로 내리자, 모니터 속 개방 장치가 빨갛게 변색하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강해졌다. 붉은 빛은 어느덧 하얀 섬광으로 변했다. 눈이 멀 듯한 광명이 화면을 가득 덮으며, 곧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파지직!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곧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꺼졌다. 동시에, 저 먼 곳에서 하얀 섬광이 하늘로 단숨에 솟구치는 게 보였다. 바로 유지웅이 있던 곳이었다.

정효주가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대폭발이 일어났던 것 같소. 현장 기계 장치가 전부 박살나서 확인을 할 수가 없소. 대기팀을 보내야겠어.”

헬기가 급히 출동했다. 약 4분 뒤, 통제소 사람들은 헬기가 송출하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유지웅이 멀쩡한 모습으로 머리를 북북 긁다가, 헬기를 확인하고는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주변은 완전 박살이 나 있었다. 방금 전 폭발로 개방 장치와 측정 기계가 모두 박살이 난 것이다.

그런데 대지의 색깔이 조금 이상했다. 온통 녹색으로 변색되어 있었던 것이다.

휘버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다른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서, 설마!”

“휘버, 이건 확인해봐야겠다! 헬기를!”

“예, 교수님!”

과학자들은 부랴부랴 헬기에 올라타서, 실험 현장으로 이동했다. 헬기가 착륙하자마자 후다닥 내렸고, 유지웅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 박사님들. 전 괜찮으니 염려 마세요. 그리고 보다시피 옷이 다 날아가서…….”

“스캐너! 빨리 스캔해봐!”

“예!”

최윤이 들고 온 간이 결정체로 급히 대지를 확인했다. 삐삐삑거리며 결정 에너지 탐지 수치가 급속히 올라갔다.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측정 한계치를 넘었습니다!”

“맙소사.”

“왜 그래요? 무슨 일이죠? 어, 가만. 그러고 보니…….”

유지웅은 주변들 둘러봤다. 반경 1km는 될 법한 대지가 반짝이는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건, 설마…….

휘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겨우 천 분의 1초 정도 균열 활성화에 성공했을 뿐인데, 여기 전부가 그린 결정체로 변했어.”

============================ 작품 후기 ============================

프리시즌 헬조선 편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낯선 천장을 보고 깨어난 유지웅은 필리버스터 생방송 중계를 보고 이곳이 자기가 살던 한국이 아니라는 걸 깨달음. 심지어 이 세계는 결정체나 괴수 같은 게 일절 없는 곳. 청년들은 수저론에 자조하고, 미국은 트럼프가 당선됐고, 일본은 평화헌법을 개정함.

자기 능력을 살려서 돈 좀 벌어보려고 하는데 괴수도 결정체도 없는 세상이라 매우 난감. 가진 건 딜러편에 걸쳐 쌓은 힘 밖에 없음. 그런 주인공의 유쾌발랄한 고군분투기???

이런 내용입니다..ㅋㅋ

구상해놓고 보니 저도 재밌을 것 같아서.. 딜러편은 이제 저도 재미가 없네여ㅠ

딜러편 근시일 안에 정리하고 헬조선편 시작할게여.

ps : 근데 돈독 올라서 질질 끈다는 말은 왜 나오는지 모르겠네여.. 돈독이 정말 올랐으면 하루에 2편씩 매일 연재하지 이렇게 띄엄띄엄 하지 않습니다ㅋ

사실 지금 나귀족 노블 연재 수익 얼마 되지도 않고... 저도 그냥 유지웅 캐릭터에 애정이 커서 틈틈이 쓰는 겁니다. 끝내버리면 저도 유지웅과 완전히 헤어져야 하니 그게 싫어서...

이거 프리시즌 쓰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차기작 하나 더 쓰는 게 저한테는 수익적인 면에서 훨씬 낫거든여.ㅋㅋ

돈독 올라서 프리시즌 계속 쓰는 거 아님.

아무튼 조만간 헬조선편 시작할게여. 와 생각만 해도 (쓰는 게) 재밌을 것 같네여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