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born as a Son of Villain

< -- Devil's Tree. -->

카메론 구석에 있는 한 저택. 관리가 전혀 안 돼 있어 유령 저택이라고도 불리는 그 저택 안에서 커다란 고함이 울렸다.

“멍청한 놈들!”

노년에 가까운 중년인 하나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모험가 차림의 남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손에 잡히는 물건을 던져댔다.

“비밀의 방이 있으면 그 뒤에 또 다른 방이 있는지 조사하라고 몇 번을 말해! 니들 같은 쓰레기를 왜 살려뒀는지 알아? 그거 때문이라고! 미궁에서 쓸만한 물건 하나 건져오라는 그거 딱 하나!”

날아간 도자기에 맞고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몇 번은 무슨, 언제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남자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의 목숨은 저 남자, 스트란에게 의 손에 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모두 저 남자 마음대로. 그들로서는 어떤 수모도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봐줬다. 그런데 뭐? 다시 가보니 물건이 없어? 누가 벌써 다 가져갔어? 이런 개새끼들! 천하 둘도 없을 멍청한 놈들!”

한참이나 성을 내던 남자는 겨우겨우 한숨 돌리나 싶더니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당장 꺼져! 가서 물건을 가져간 놈들이 누군지나 알아와!”

남자들이 나가고 혼자 남은 중년인은 씩씩거리며 분을 삭혔다.

“머저리들이 진짜. 후우........"

카메론 학원의 교수인 스파리안테 이포트 라스란은 마리안 왕국 백작의 삼남으로, 어려서부터 마법사를 선택해 카메론 학원의 교수직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스파리안테 이포트 라스란. 남들이 그냥 들어서는 정체를 모르도록 이름을 꼬아서 스트란. 그는 미궁 관계자이기도 했다. 드란처럼 자율 활동이 보장된 교수가 아니라 미궁 탐색에는 되도록 고용한 사람들이나 자신이 구한 노예들을 쓰고 있었다.

방금 나간 그들이 바로 그 노예들이었다.

‘평생 도움이 안 되는 것들!’

그가 카메론 학원의 교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미궁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분석한 바가 컸다. 특히 그가 교수가 되고 학원 명예의 전당에까지 이름을 올리게 된 12년 전의 논문의 경우 2중으로 된 비밀의 방에서 발견한 몇 권의 서적 덕분이다.

그 뒤로 그는 오매불망 그런 방을 다시 찾기만을 기다렸다. 그 기회가 눈앞에서 날아갔다. 멍청한 머저리들 때문에! 비밀의 방을 발견하면 그 방을 다시 찾아보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스트란의 화풀이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

스트란의 저택에서 나온 다섯 남자는 고함을 치고 벽을 때리며 울분을 터뜨렸다. 스트란이 구한 노예란 실력 있는 범죄자나 용병들이다.

자신을 잡아 노예로 부리는 스트란이 곱게 보일 수가 없었다.

“씨발! 이미 털린 걸 어쩌라고! 그걸 어디 가서 찾아!”

모두 미궁에 드나든 지, 스트란의 노예가 된 지 평균 5년은 되었다. 가장 긴 사람은 10년이 넘었다.

목숨이 아까워 3층까지 내려간 적도 없지만, 그들은 미궁이 얼마나 넓은지 안다.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그들 중 가장 경험 많은 남자가 미궁에서 사람을 만난 것이 한 번이라고 하니 그게 얼마나 희귀한 일인지 알만하다.

“그래. 그럼 되겠어.”

한 남자가 음흉한 미소를 떠올렸다. 어제 붉은 지붕의 집에서 본 꼬마가 생각났다.

“좋은 생각이 있어. 모여 봐.”

남자의 계획을 듣고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동의한 거다? 그 꼬마를 족친 다음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목을 들고 찾아가는 거야. 그럼 그 지랄 맞은 스트란도 입을 다물겠지.”

그 꼬마가 미궁 관계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정황. 꼬마가 미궁 관계자일지도 모른다는 정황이다.

왜 죽여서 데려왔냐고 한바탕 지랄을 듣겠지만, 무능한 놈들이라는 지랄 발광을 보는 것보다는 낫다.

무고한 소년을 죽이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용병이나 범죄자. 처음부터 제대로 된 인간군상은 아니었다.

억지도 통하는 억지가 있고 안 통하는 억지가 있다. 그들이 선택한 억지는 안 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하는 억지다. 그래도 스트란의 지랄을 생각하면 억지를 좀 더 그럴듯하게 짜맞춰주는 정도의 성의는 필요했다.

그들은 그 소년을 조사했다. 그리고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이거 잘하면 진짜 되겠는데!”

삐쩍 마른 남자가 기분 나쁜 미소를 띠었다.

미궁 1층은 매우 쉽다. 카메론 학원 4학년 이상 학생들이 파티를 짜 들어가도 무리만 안 하면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이놈은 1학년 마법과와 단법과에서 연속으로 수석을 차지하는 수재다. 그렇다면 미궁에 들어갈 실력은 충분히 된다. 붉은 지붕의 집에 드나드는 것까지 보였으니, 미궁과 관계되어 있는 것이 거의 확실했다.

“흐흐. 그렇지?”

계획을 제안한 남자가 음산하게 웃었다. 그도 홧김에 한 선택이 이렇게 잘 풀릴 줄은 몰랐다.

붉은 지붕의 집을 드나들고, 1층에 드나들 실력도 있다. 정황은 모두 갖춰졌다.

“이제 저걸 죽인 다음 목을 들고 가기만 하면 돼.”

사투를 벌인 뒤 어쩔 수 없이 죽였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서로의 몸에 상처도 좀 내고 거지나 부랑자들을 데려다 그럴싸한 옷을 입혀두고 죽여서 꼬마의 동료인 척 꾸미기까지 하면 완벽하다.

“그 전에 재미 좀 봐도 되겠지?”

“킥킥. 당연히 그래야지.”

살인범이자 강간범이었다는 남자의 말에 계획을 제안한 남자가 동의했다.

꼬마 녀석을 조사하며 꼬마와 거의 붙어 다니는 소녀도 확인했다. 어린데도 벌써 미색이 보통이 아닌 소녀였다.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에 남자는 주섬주섬 바지를 올려 입었다.

“그럼 인질로 쓸 소녀를 마중하러 가보자고. 킥킥. 왕자님이 구하러 왔을 때는 이미 공주님 꼴이 말이 아니겠지만.”

“뭐가 말이 아니라고?”

돌연 들려온 앳된 목소리. 다섯 남자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시간은 분명 낮인데 하늘이 검게 변하고 있었다.

뒷골목의,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칠흑색이었다.

***

“옛 생각나네.”

시뻘건 골목길을 보며 페이는 추억에 잠겼다. 밸론에 있을 적에는 하루가 멀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빈번하게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건 좀 심했나 싶기도 하다. 루리리를 건드린다는 말에 홧김에 손속이 좀 과했다. 건드리긴 누굴 건드려 이것들이.

“벨. 부탁해.”

-알았어.

핏물이 씻겨나가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들이 불타 사라졌다. 매캐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하늘을 올라갔다. 청소가 끝나고 학살이 있기 전보다 훨씬 깨끗해진 골목이 드러난 다음에야 골목을 덮고 있던 어둠이 사라졌다.

“어이가 없어서.”

미행할 거면 똑바로 하던지. 기척을 다 드러내고 다니는데 모를 수가 없다. 꼬리를 완전히 잡을 때까지 근질거려 죽는 줄 알았다. 이런 놈들은 일망타진이 성가셔지는 수가 있어서 마지막까지 꾹 참았다.

인내한 성과는 있었다. 이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움직였고, 또 위에 누가 있는지 알았다.

스트란. 스파리안테 이포트 라스란. 밀레스 사가에서의 위치를 말하자면 중간 보스A. 많고 많은 중간 보스 중 하나다. 책 분량이 40권이나 되는데 중간 보스의 숫자도 한둘이 아니다.

일을 마친 벨이 페이의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어떻게 할 거야? 파트너가 건드리긴 껄끄럽지?

“비리를 까도 되지만, 그놈 정신머리를 봐서는 그것도 그냥은 안 넘어갈 것 같단 말이지.”

많은 유형의 악당 중에 이놈은 자폭형이다. 수틀리면 미쳐서 너 죽고 나 죽자고 달려드는 가장 성가신 부류. 정신 나간 놈이다.

“이놈이랑 다른 한쪽을 어떻게 엮어볼 수 없을까?”

페이를 따라다니는 놈들은 하나가 아니었다. 카니아의 경고대로, 이놈들 말고도 최근 시선을 느낀다.

어디서 꼬리가 잡혔나 싶었지만, 답은 간단했다. 붉은 지붕의 집.

죽인 남자 중 하나도 그 집에서 봤었고, 그 집에 드나드는 사람만 보고 있으면 페이가 미궁 관계자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전혀 생각 못했던 방향이다. 집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열녀도 아니고 어떤 미친놈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린단 말인가. 그러나 아무래도 진짜 그런 미친놈들이 있는 모양이다. 솔직히 방심했다는 말밖에 변명이 없다.

카니아에게 물어 비밀 통로를 알았으니 같은 방법에 당할 걱정은 없지만, 이번 일은 어떻게든 자의로 해결해야 할 듯 했다. 그런 통로가 있으면 진작 가르쳐줄 것이지. 아니면 일부러 안 가르쳐줘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게 목적인가.

-그냥 검은 형제단에게 부탁하지?

“되도록 혼자 해보고 안 되면 그래야지.”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을 건데, 일일이 검은 형제단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왔을 때 반드시 그들과 연락이 닿으리라는 법이 없으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페이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너무 원시적이라 통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방법이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저쪽이 파트너를 평범한 12살이라고 생각한다면 통하겠지.

벨의 말마따나, 저쪽이 페이를 무시하고 있다면 먹힐 것이다.

***

페이와 용진운은 루리리 단골 카페의 야외 벤치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연인이나 여자끼리 오는 가게에 남자 둘이 마주 앉아 있으니 칙칙하기 이루 말할 데 없었다. 그래도 당사자들의 태도는 진지했다.

“이걸 스트란에게 넘겨라. 절대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용진운이 페이에게 갈색 봉투 하나를 넘겼다. 용진운은 평소에 보이지 않는 진지함으로 페이를 마치 부하 대하듯 대했다.

“넘기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그의 저택에 두고 오기만 하면 된다.”

“알았어요.”

페이는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편지를 받아 품에 갈무리했다. 용건을 다한 용진운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페이도 디저트를 빠르게 먹어치우고 자리를 떴다.

직후, 두 사람의 뒤에서 디저트를 먹고 있던 연인도 자리를 떴다.

페이는 스트란의 저택을 향했다. 그놈들을 정리하며 스트란의 저택 주소도 알아뒀다. 저택이라 해도 스트란은 카메론 학원에 머물며, 거긴 접선 장소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또한 아니다.

한번 살펴본 결과. 기본적인 방법 마법은 걸려 있다.

페이는 사뿐히 담을 넘었다. 경보 마법을 일부러 건드렸다. 학원에 있는 스트란에게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을 것이다.

모든 함정을 유유히 피하며 저택 안으로 들어간 페이는 스트란의 방 안에 검은 봉투를 놔두고는 다시 저택을 탈출했다.

그와 비슷한 시각. 페이와 같은 시각에 자리에서 일어난 연인은 갈색 봉투를 주워 안의 내용물을 보며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악마의 나무가 준비됐다. 닷새 후 새벽. 학원으로 가져가겠다.

“역시 악마의 나무는 그놈들이 가지고 있는 게 맞았어.”

“그래도 이게 진짜일까?”

확신을 담은 남자의 말에 여자가 의아한 듯 물었다. 페일이라는 소년을 미행하던 도중 소년이 흘린 편지를 주웠다. 이런 중요한 편지를 흘리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보통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편지를 흘린 사람이 12살, 며칠 후 해가 지나면 13살이 되는 꼬마였다.

영특한 소년이라곤 하지만 어린애. 이런 실수도 할 법하다.

고민하던 두 남녀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 믿을 만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보가 아니라면 거래 날짜를 똑같이 잡진 않겠지. 겨우 잡은 단서야 놓칠 수는 없어.”

소년과 소녀의 감시를 늘리고, 이번에 새로 발견한 인상이 흐릿하던 그 남자를 감시할 인원의 추가 파견을 요청한다. 그리고 거래 당일 습격해 나무를 빼앗는다. 경쟁자 제거는 덤이다.

그들 딴에는 완벽하다고 생각한 계획이 완성되었다.

공적을 세우게 됐다고 좋아하는 두 남녀는, 바로 옆에 용진운이 서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9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