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Blood Earl Riccianne

Chapter 11. Wizard Priella (4)

“견습이든 마스터든 결국 모가지가 잘리면 뒈진다.”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 그래도 마스터의 목을 자르려면… 아무래도 그만큼의 실력이…….”

페르온은 뭔가 자신이 잘못한 게 있나 싶은 생각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리고 답답해진 리카이엔이 말을 이어 갔다.

“지금 네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 거냐?”

“저, 저요? 저, 저는 아직 소드맨… 아닐까요?”

“그래 넌 아직 소드맨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니가 익스퍼트를 이기지 못할까?”

“네? 제, 제가 어떻게 익스퍼트를 이, 이긴단 말입니까?”

페르온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그럼 얼마 전에 니가 죽인 리온 자작의 호위 기사들 수준은?”

“네? 그, 그게 그러고 보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 좋아서……. 그, 그리고 그들은 익스퍼트 초급이지 않습니까?”

여전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페르온을 향해 리카이엔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

“그따위 생각을 계속 품고 있으면, 언젠가 나한테 뒈지게 맞는 수가 있다.”

“네?!”

뜬금없는 엄포에 페르온이 깜짝 놀라 외쳤지만, 리카이엔은 이미 마차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입을 닫은 후였다.

Chapter 12. 목숨 값 (1)

콰르르르르!

어두운 밤 깊은 산중에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 바로 리카이엔과 페르온이었다.

지금 두 사람이 있는 산은 목적지였던 아르엔 산.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는 다름 아닌 임페티스 폭포의 물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아, 꽤 먼 곳에서도 소리가 이렇게나 크게 들리는 걸 보니 임페티스 폭포가 정말 크긴 큰 모양입니다.”

페르온의 말에 리카이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오늘 그 폭포의 물살 밑으로 들어가야 되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

“네? 포, 폭포 밑으로 들어간다니요?”

페르온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임페티스 폭포가 목적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밑에 보물이 있으니 들어가야지.”

“네? 보물이요?”

하지만 리카이엔은 굳이 꼭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친절한 성격은 아니었다.

“가 보면 알게 된다.”

“네, 네. 음? 혹시 그것 때문에 밤에 가는 겁니까?”

페르온은 임페티스 폭포로 가야 하는데 굳이 밤에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듣고 보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임페티스 폭포의 장관은 대륙 전체에 널리 알려질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귀족들이나 부유한 평민들이 그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올라오곤 했다.

폭포 아래로 들어가는 장면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 줄 수는 없으니, 이렇게 밤에 움직이는 수밖에.

다시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 페르온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프리엘라 님은 스승님이라는 분께 잘 갔겠지요?”

마차의 폭주라는 생각지 못한 재능을 발견한 프리엘라는, 아르엔 산에 도착한 후 이제는 마차를 몰 수 없다는 생각에 상당히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과 헤어졌다.

페르온은 이곳까지 오는 동안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리카이엔은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뭐, 그거야 지가 알아서 하는 거지.”

“음, 그렇기는 하지요.”

페르온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리카이엔이 점점 걸음을 빨리했다.

‘이곳에 그 문제의 보물이 있단 말이지?’

리카이엔은 왠지 마음이 들뜨는 것을 느끼며 한층 더 발길을 재촉했다.

물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가문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리카이엔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그 밑거름이 바로 이 보물이기 때문이다.

‘틀리지는 않았겠지?’

대도 클레우스가 알려준 단서를 통해 이 폭포를 찾았다. 그러나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카이엔은 불길한 생각을 접었다. 왠지 모를 확신이 그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콰아아아아아아!

산길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갑자기 정신을 멍하게 만들 정도의 굉음이 귓전에 메아리쳤다.

“이, 이것이 임페티스 폭포인가?!”

어지간하면 잘 놀라지 않는 리카이엔이 고개를 한껏 젖힌 채 폭포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고개를 들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높이에서 거대한 물살이 바닥을 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폭포 아래 용소의 한가운데, 뾰족하게 솟은 돌에 폭포의 물이 떨어지며 사방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저, 정말 대단하군요!”

페르온 역시 까마득한 폭포의 꼭대기를 보려고 한껏 고개를 젖히고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리카이엔은 폭포를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어서 이 돌 밑에 있는 보물을 꺼내야 했다.

“자, 시작해 볼…….”

그때였다. 갑자기 리카이엔이 흠칫 얼굴을 굳히며 황급히 방향을 틀고 창을 겨누어 들었다.

“누구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순간, 어둠 속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앞서 있던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리카이엔의 놀람은 더욱 커졌다.

“프, 프리엘라?”

“어? 리카이엔, 당신도 여기에 볼일이 있었나요?”

그때 프리엘라의 뒤에서 작고 땅딸막한 키의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오면서 같이 왔다는 자들이 이들이더냐?”

꽤나 굽은 등에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 나오는 한 명의 노파. 그녀를 본 페르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음? 바이론 난민?”

프리엘라와 함께 온 노파는 하얗게 머리가 샌 것을 제외하면, 한눈에 바이론 난민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민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스승님, 이쪽이 리카이엔… 응? 왜 그러세요?”

리카이엔을 가리키며 소개를 하려던 프리엘라가 리카이엔을 향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리카이엔이 겨누고 있던 창을 거두지 않은 채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리카이엔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이, 이건 무슨 위압감이!’

프리엘라의 스승이라는 노파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리카이엔은 온몸을 찌부러트릴 듯한 압력에 온힘을 다해 대항하고 있었다. 노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그만큼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노파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흘흘, 제법 감이 좋은 녀석이로구나.”

하지만 프리엘라와 페르온은 지금 이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개 피리 소리는 인간은 듣지 못해도 개들은 듣는다. 그것은 그 소리가 인간의 청력을 초월하는 소리이기에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노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프리엘라나 페르온의 감각으로는 인지할 수가 없었다. 오직 리카이엔만이 그 기운을 감지하고 압박감을 느껴 창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딱!

노파가 지팡이로 바닥을 한 번 때리자, 리카이엔은 그제야 뇌가 저릿저릿해질 정도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네가 이곳으로 오는 동안 괜찮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걸어오라고 했는데, 아주 실한 놈을 만났구나.”

노파가 주름이 잔뜩 접힌 입술로 괴기스러운 미소를 그리며 프리엘라를 향해 말했다. 프리엘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물었다.

“괜찮은 인연이라고요?”

“그래, 그럴 것 같더구나.”

“아아, 스승님 또 붉은 모래로 점을 치셨군요?”

리카이엔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머릿속으로는 페르온이 말한 바이론 민족에 대해 기억을 더듬었다. 이전 리카이엔이 가지고 있던 기억 속에 자세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흐음, 붉은 모래로 점을 쳤다고? 그것도 바이론 민족이 가지고 있다는 특이한 술법 같은 것인가? 붉은 모래라… 중원에서 점쟁이들이 사용하는 산통이나 쌀알과 같은 것인가? 그나저나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지?’

왠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그때 노파와 이야기를 마친 프리엘라가 물었다.

“그런데 리카이엔, 당신은 여기 무슨 일로 왔나요?”

“그러는 너는 왜 왔냐?”

“네? 저는 스승님께서 이곳에 볼일이 있다고 하셨거든요.”

리카이엔의 시선이 자연스레 노파를 향해갔다. 노파가 여전히 주름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리카이엔이라고 했더냐?”

“그렇습니다. 그러는 노인장께서는 누구십니까?”

리카이엔이 공손하게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상당히 티꺼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테하스라고 한다. 프리엘라의 스승이며, 아까 저기 있던 놈이 했던 말대로 바이론 난민이지.”

“야심한 밤에 이곳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그것을 너에게 말을 해야 하는 것이더냐?”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만… 왠지 저와 상관이 있는 일일 것 같아서 말입니다.”

“흘흘, 너와 상관이 있는 일이라…….”

그때 리카이엔이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대도 클레우스?”

하지만 테하스는 그런 리카이엔의 말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농담하듯 말했다.

“흘흘, 생긴 것도 쓸 만하고 몸도 제법 잘 다듬어진 놈인데 또 한편으로는 영악하기까지 하구나.”

순간 리카이엔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클레우스라는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듣고 영악하다는 평가를 했다. 리카이엔이 한 말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 말인즉슨 테하스가 이곳에 클레우스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리카이엔의 창이 정확하게 테하스를 노리고 겨누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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