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Be Reborn

383. Defragmentation21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혓바닥 전체가 스키니의 봉긋한 젖가슴을 훑고 올랐다. 질주하던 혀는 단단한 암초를 만난 것처럼 젖꼭지에 이르러 제동이 걸렸다. 혀끝에 힘을 주어 힘껏 튕기자 발딱 선 젖꼭지가 찰지게 흔들렸다.

스키니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터진다.

“하앍!”

혀를 날름거리며 반복적으로 할짝거렸다.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숨을 멈춘 듯, 룸 안이 진한 정적에 휩싸였다.

“아앙, 아아아앙!”

“···느꼈네, 느꼈어.”

뒤에서 젖소의 관전평이 흘러나온다.

그녀의 말처럼 스키니는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서와, 혀컴은 처음이지?

이번엔 반대쪽.

사해동포주의를 부르짖는 공평의 신처럼 나머지 한 쪽 역시 똑같이 핥았다. 혀가 쓱쓱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면벽수련중인 조각 멤버들의 원망 섞인 탄식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하.”

“···씨발.”

보았느냐?

너희들이 벽보고 한숨지을 때, 나는 젖보고 한껏 웃는다.

느꼈느냐?

너희들이 소리만 듣고 꼴리고 있을 때, 나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중이다.

이것이 바로 클라스의 차이.

대물로 낳아주지 않은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

“흐아앙, 허윽.”

한참 가슴을 빨자 스키니가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다리를 배배 꼬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곳 역시 흥건하게 젖었을 테다.

“그만!”

젖소가 칼 같이 중단시켰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아쉬움은 스키니가 더 할 것이다.

왜 그런 말도 있잖은가?

빨다가 멈추면 아니 빰만 못하다는 말.

“자, 결정해. 첫 번째야 두 번째야?”

“음···, 잠시 만요. 고민 좀.”

“또 모르겠다고 하려고?”

“그게 아니라 맛이 섞이는 바람에 좀 헛갈려서요.”

“맛이 섞이다니?”

나는 여전히 벨트로 눈을 가린 체 대답했다. 룸 한가운데서 벨트를 머리에 두른 내 모습이 퍽이나 우습게 보일 것이다.

“혹시 와인 드셔보셨어요?”

“뜬금없이 웬 와인?”

“아니 와인 감별하는 소믈리에라고 있잖아요.”

“소믈 뭐? 소몰이 창법은 들어 봤는데···.”

젖소가 어처구니없는 소릴 했지만, 무식은 죄가 아니니 용서하기로 했다.

“아무튼 소믈리에도 서로 다른 와인을 비교할 땐 중간에 입을 한 번 행구거든요. 아무래도 맛이 섞이면 제대로 된 맛을 구별하기 힘드니까요.”

“아항, 그 말이구나?”

“연달아 맛을 보니까 조금 혼란스러워요. 내가 빤 게 이 젖인지 저 젖인지, 이 맛이 이 젖 맛인지 저 젖 맛인지 헛갈린단 말이죠. 거기다 눈까지 가리고 있으니···.”

참으로 젖 같은 소리였지만, 무식한 젖소는 수긍하는 눈치였다.

“흐음, 정확히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모르겠다는 거네?”

“모르겠다는 게 아니라 중간에 입을 한 번 헹궜어야 한다고요. 자꾸 재촉하니까 서두르다보니···.”

젖소에게 책임을 돌리자 그녀가 멋모르고 사과했다.

“아, 미안.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그럼 어쩌지?”

“다시 한 번 해볼게요. 그리고 너무 재촉 마시구요. 제대로 음미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알았어, 오케이. 자 들었지? 그럼 다시 해.”

그때 말을 참고 있던 시스루가 이의를 제기했다.

“잠깐. 나 한 마디만.”

“뭐야? 아직 말하면 안 되는데?”

“아니, 공정성의 문제야.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돼.”

“뭔데?”

스키니가 시스루를 향해 말했다.

“언니, 치사하게 반칙 쓸 거예요?”

“내가 뭘?”

“다 봤다고요! 기둥이 허벅지 사이로 다리 문지르는 거.”

“나 참, 얘가 별 소리를 다하네? 증거 있니?”

“증거는 무슨! 내 눈으로 똑똑히 봤구만!”

“그냥 우연히 닿은 거겠지.”

“우연히요? 거참 대단한 우연이네. 그 우연 두 번 일어나면 아주 대딸도 쳐주시겠네요?”

“뭐? 너 말 다했니? 이게 어디서 싸가지 없게 언니한테 바락바락!”

“워워, 잠시 만요.”

나는 과열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앞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만으로 두 사람의 위치를 가늠했다.

“자자 진정하시고. 일단 허벅지가 닿은 건 사실이지만 이건 절대 큰 누님 잘못이 아니에요.”

“뭐? 기둥이 너 지금 편드는 거야?”

“아뇨. 편드는 게 아니라, 제가 너무 붙어 있어가지고 어쩔 수 없었다고요.”

“봐. 똑똑히 들었지? 이게 어디서 엄한 사람을 잡고 있어?”

“와, 미치겠네? 아이비 넌 못 봤어?”

등 뒤에서 젖소가 대답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아으! 진짜, 넌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내가 뭘? 이게 내 잘못이니? 자기들끼리만 재미 보면서 괜히 나한테 뭐라 그래.”

젖소까지 서운한 기색을 보이며 불만을 토로하자 분위기는 점점 더 험악해졌다.

좋아, 이쯤에서 갈등을 봉합해 볼까?

나는 고개를 푹 떨구며 말했다.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뭐가? 니가 뭘 했다고?”

“그게 아니라···. 실은 버스나 지하철 탈 때도 이것 때문에 치한 취급 받은 적 있었거든요.”

“뭐라고?”

“정말?”

“보시다 시피···. 제가 좀···.”

나는 일부러 힘을 주어 대물을 꼴리게 만들었다. 물건이 팬티의 장력을 이겨내며 바지춤이 잔뜩 부풀었다.

“앗!”

“어머, 어머 세상에.”

쏟아지는 텐 프로 여성들의 감탄.

특히나 대물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고 있던 시스루는 내 말에 호응하며 변명을 시작했다.

“봤지? 저러니까 내가 안 닿고 베기겠니? 커도 적당히 커야 말이지.”

“확실히 크긴 크네.”

“아, 아무튼 불공평한 건 사실이잖아! 누군 가슴만 대주고, 누군 서비스까지 해주면 당연히 서비스 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지 않겠어?”

“그럼 너도 만지던가?”

“뭐?”

“아까부터 자꾸 공평, 공평 그러는데, 그럼 너도 똑같이 만지면 될 거 아니야? 왜? 스킬은 나한테 안 될 것 같아 그러니?”

“뭐라고?”

수세에 몰렸던 시스루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녀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겠지. 어린 몸뚱이 믿고 노력을 안했으니 스킬이랄 게 있겠어? 너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지? 이 바닥도 기술 없으면 오래 못간다.”

“하! 어이 없네 진짜? 언니만 텐 프로야? 나도 강북에 있을 땐 에이스 대접 받던 몸이야, 왜 이래 진짜?”

“그건 강북 가서 말하시고요, 강남은 전혀 물이 다르거든요? 여기 쩜오 들이 지방가면 텐 프로 대접받는다는 거 못 들었니?”

“와, 진짜 말 함부로 하네? 한 번 해봐요?”

“얼마든지.”

“야, 아이비 시간 재.”

“시간?”

“그래. 내가 억울해서 못 살겠다. 언니가 나 쩜오 취급하는 거 봤지?”

“그런 뜻은 아닌 거 같았는데···.”

“아무튼! 시간 재라고.”

“그러니까 뭘?”

“지금부터 이 자식 먼저 싸게 만드는 쪽이 이기는 걸로.”

“흥, 니 까짓게 나한테 상대나 되겠니?”

“저기요···.”

웃기다, 이 여자들.

몇 마디 거들었더니 자기들끼리 흥분해서 나를 싸게하네 마네 한다. 정작 나는 동의도 안했는데.

“왜! 딸딸이 쳐 준다잔아, 공짜로. 싫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나는 슬쩍 조각 멤버들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관은 없지만 동료들이 부담된다는 의미.

말 귀를 알아챘는지 갑자기 스키니와 시스루가 옷을 입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야. 너희들.”

“저요?”

“네.”

“밖에 나가서 담배 좀 사와.”

“나, 나가라고요?”

“제가요?”

두 사람은 어처구니없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쯤에서 나도 벨트를 풀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방장이 발끈하며 외쳤다.

“아니 저희가 그래도 이 방 주인인데 담배 심부름 같은 건···.”

“그래서? 싫다고?”

시스루는 마치 호빠에 놀러온 손님처럼 굴었다.

“싫으면 우리가 나가면 되지. 잘 모르나 본데, 우리도 룸에 있다 온 거야.”

당장 나갈것 같은 액션을 취하자 샤대생이 쪼르르 달려 나왔다.

“아, 아닙니다. 다녀올게요.”

“야!”

방장이 샤대생에게 소리쳤지만, 샤대생은 방장을 무시했다.

“누님 심부름이라면 얼마든지 다녀와야죠.”

“넌 말귀 좀 알아듣는 구나? 앞으로 예뻐해 줘야겠어.”

“하하! 제가 이래뵈도 학교 다닐 때 뺭셔틀 출신이거든요. 맡겨만 주십시오.”

샤대생의 자학개그에 방안에 있던 여자들이 빵 터지고 말았다.

“아하하! 뺭셔틀이래.”

“은근 재밌는 아이네.”

샤대생은 칭찬을 받은 게 기쁜지 방장을 잡아끌었다.

“뭐해요. 담배 사러 나가자니까.”

“아니 그래도···.”

방장은 변절한 샤대생과 잠자코 서 있는 나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배신감과 열등감에 주먹을 말아 쥐었다. 조각의 에이스에서 하루아침에 담배셔틀로 격하된 자신의 처지가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샤대생은 버티는 방장을 억지로 등 떠밀며 룸을 빠져나갔다.

“누님들, 담배는 뭘로 사올까요?”

“니 꼴린 대로 사와. 길고 가는지 굵고 짧은지 보고.”

“옙! 후딱 다녀오겠습니다.”

방장은 밀려나가는 순간까지 나를 증오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피식 웃어 보일 뿐이었다.

“자, 그럼 훼방꾼들도 나갔으니 대결을 시작해 볼까?”

***

“야야! 놓으라고!”

“아 쫌. 형!”

방장이 신경질적으로 팔을 뿌리쳤다. 나이트의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며 한껏 짜증이 치솟았다.

“씨발, 넌 벨도 없냐? 기둥이 저 새끼 혼자 즐기려는 거 뻔히 보이는데 그걸 그냥 두고 나와? 아주 밀어주다 못해 튕겨나가면서 까지?”

“형이야 말로 왜 그러는데요?”

“뭐 인마!”

“저라고 생각이 없겠어요? 거기서 버티면, 여자들 다 나가버릴 거 아니에요? 우리가 그런 여자들을 언제 또 만나요?”

“병신아. 그럼 이렇게 담배 셔틀 해주면 쟤들이 너한테 줄 것 같아? 꿈 깨 새끼야. 이미 기둥이만 노리고 있는데.”

“형. 기둥이는 뭐 좆이 세 개 달렸데요? 히드라 좆이래요?”

“···뭐?”

“어차피 저 새끼도 한 번 싸면 끝이에요. 지가 뭐 두 번 세 번 싸냐고요.”

“······.”

“그렇잖아요. 생각해봐요. 지금 분위기 후끈하고 좋잖아요. 이번 한 번만 자존심 죽이면, 저희들한테도 콩고물 떨어질지 모르는 거라고요.”

“하 씨발. 진짜···.”

방장이 뜨거워진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논리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뜨내기인 샤대생도 깨달은 사실을, 경험 많은 자신이 놓치고 있었다. 아니, 놓친 게 아니다. 자존심이 상했던 거다.

‘씨발, 좆기둥 이 개새끼. 그렇게 비법을 전수해 줬더니만 사람 뒤통수를 이렇게···.’

그는 이제껏 에이스를 자청해 왔다.

조각을 만들고, 멤버를 모집하고, 룸에서는 야전 사령관처럼 진두지휘를 했다.

팀을 잘 이끌어 모두 홈런을 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들 삼진에 병살을 당할 때마저 그는 늘 타점을 기록해 왔다.

이곳은 자신의 안방같은 곳이었다.

늘 주인공은 자신이어야 했다.

‘어떻게 텐 프로 씩이나 되는 여자들이 그런 놈에게···.’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생긴 것은 자신도 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뛰어났다.

분명 얼굴 때문이 아니었다. 놈의 교묘하게 경쟁을 부추겨 스스로 주가를 드높였다.

허술한 척 하면서도 은근히 남성의 매력을 어필할 줄 아는 놈이었다.

‘내가 너무 놈을 얕잡아 봤을까?’

훈훈한 외모, 건장한 체격.

처음 봤을 때 긴장했던 것처럼 놈은 여자들에게 호감을 살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몇 번의 부팅에서 말빨의 한계를 보였을 때 그는 안심하고 말았다.

나이트에서 먹힐 스타일은 아니다, 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바로 그게 패착이었다.

‘씨발···. 그렇다고 내 방에서 쫓겨나 담배셔틀이나 하게 되다니.’

샤대생의 말마따나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도훈은 결코 텐프로 셋을 감당하지 못 할 것이다. 제 아무리 변강쇠라도 남자를 물고 빠는 데 프로인 직업여성을, 그것고 텐프로 셋을 버텨낼 수 없다.

기회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 자신도 진가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야. 너 혼자 갔다와라.”

“네?”

“혼자 갔다 오라고. 나 잠깐 테이블 쪽에 가볼 테니까. 담배 하나 사러 굳이 두 사람이 나가야겠냐?”

샤대생이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씹새끼. 농담으로 말한건데 진짜로 내가 셔틀인 줄 알고···.’

하지만 빈정 잔뜩 상한 방장을 억지로 끌고 나온 책임도 있었으므로 샤대생이 알겠거니 했다.

“알았어요. 밖에 있는 멤버들 좀 챙겨주고 계세요 그럼.”

“그래.”

샤대생이 나이트를 빠져나가자 방장이 부스로 향했다.

아직까지도 당한 걸 모르고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놈들에게 잠시 얼굴 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었다. 딱히 갈곳이 없기도 했고.

“어, 방장님.”

“나오셨네?”

부스 테이블엔 덩치와 춤꾼 둘 뿐이었다.

“BMW 형님은?”

“몰라요. 어디로 사라졌어요.”

“사라졌다고?”

“첨엔 화장실 간 줄 알았는데, 계속 안 돌아오더라고요. 단톡방도 나가버렸잖아요. 오픈 챗방이라 초대도 못하는데···.”

“단톡 방까지?”

“어디 골뱅이 하나 얻어 걸려 가지고 모텔이라도 갔나 보지. 애도 아니고 어른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덩치가 실실 쪼개며 말했다.

‘이미 돈은 걷었으니 지금 나가봐야 지만 손해지. 여자 친구한테 들켜 가지고 싹싹빌러 갔나보네.’

방장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얼른 룸으로 다시 들어가 개인플레이를 펼치는 도훈을 어떻게 엿먹일지 그 궁리만 했다.

그렇게 bmw의 행방의 묘연해지고 있었다.

< 383. 조각모음21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