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Be Reborn

776. I can grind a face.26

정란의 정보창을 들여다 본 도훈은 기가 막혔다. 첫 감상은 딱 이랬다.

'존나 헤프네.'

[네?]

'언니랑은 정 반대라고. 잘생긴 남자를 밝히고, 못생긴 남자에겐 필요한 것만 날름 빼먹고 손절하고, 그와중에 바람기도 충만해서 이 남자 저 남자 흘리고 다니고. 전형적인 쌍년 스타일이랄까?'

[아니 무슨 표현을 해도. 쌍년이 뭡니까 쌍년이. 교양 없어 보이게.]

'아, 실수. 이렇게 말하면 좀 더 이해가 잘 되겠다.'

[뭐라고요?]

'여자 이도훈.'

[썅년이네요!]

도훈의 표현이 어찌나 적절했는지 로시가 덩달아 흥분했다.

'뭐야? 살짝 기분 나쁘다?'

[아, 본심을 들켰나요?]

'아무튼 어떤면에서 나보다 더 해. 나야 바람기는 있지만, 이 경우엔 남자 등에 빨대 꼽는 모기같은 특성까지 더해졌으니까. 적어도 나는 여자를 등쳐먹을 생각은 안 하거든.'

그것은 일정 부분에서는 사실이었다.

도훈은 본인이 즐기더라도 만난 여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자제하는 편이었다. 오히려 섹스를 통해 상대의 트라우마를 극복시켜주거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등 최대한 좋은 경험을 남겨주자는 쪽이었다.

특히 마법의 정액 효과를 이용해 여자의 외모를 개선시켜주거나 다이어트를 시켜주는식으로 자신과 관계했던 여자들을 알뜰살뜰 챙기는 면모도 보였다.

하지만 정란의 경우는 남자를 밝히되, 최종적으로는 본인의 이득만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도훈은 그것이 몹시 거슬렸다.

'상대할 가치도 없어.'

[네?]

'이런 애는 줘도 안 먹는다고. 예쁘면 다야? 차라리 정희라면 모를까, 정란이는 영 아니다.'

정란이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라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나 통하는 말이었다.

도훈의 주변에 미인은 차고 넘쳤다.

그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다하는 착한 여자들도 많았다.

따라서 얼굴만 반반하지 성격은 영 아닌 정란을 꼬실만한 유일한 명분은 단지 그녀가 처음보는 뉴페이스라는 점 뿐이었다.

'그마저도 얼굴이 똑같이 생긴 언니의 존재로 의미가 없고 말이야.'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원래 첫인상은 안 믿는 주의라."

"안 믿는다고요?"

의외의 대답에 정란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사람은 겪어 봐야 안다는 뜻이죠. 특히 외모만 보고 혹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봐서요."

"그 말뜻은 제 성격이 별로라는 뜻인가요?"

정란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말처럼 혼자 발끈해서 따졌다.

"아니요. 정희씨를 오늘 처음보는 데 함부로 평할 순 없다는 거죠."

"그냥 얼굴만 보면요?"

"전 얼굴만 따로 보진 않아요."

"몸매를 좀 더 보시는 편이세요?"

"굳이 따지자면 성격을 보죠."

"성격요?"

"네. 근데 저희 이럴 때가 아니지 않아요? 조별 과제부터 정리해야죠."

정란은 잔뜩 실망한 얼굴이었다.

그에게 잘 보이고자 공들여 꾸미고 나왔더니, 상대는 의외로 까다롭게 굴었다.

보통 이렇게 노골적으로 들이대면 남자들은 잘하면 어떻게 한 번 따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둔한 남자도 눈치는 있기 마련이고, 정란은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대놓고 들이대는 편이라 그런 방법이 잘 통했다.

하지만 도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지? 씹선비같은 사람인가? 그건 별론데.'

잘생긴 남자가 모두 얼굴값 하는 건 아니었다. 예쁜 여자도 자신처럼 해프기만 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외모는 똑같고, 정숙하기 짝이 없는 언니를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에 장담할 수 있었다.

정란이 실망하며 말했다.

"가요 그럼."

정란이 노골적으로 기분 상한 표정을 지으며 차창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이씨, 괜히 화장하고 나왔네. 시간 아깝게.'

사실 정란은 도훈의 훈훈한 외모에 혹한것도 있지만, 남자친구와의 갈등에 홧김에 충동적으로 행동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의심을 했기 때문에, 자신도 맞바람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쉬울줄 알았던 도훈의 반응이 의외로 시큰둥하자 다소 김이 빠진 상태였다.

그때 운전을 하던 도훈이 물었다.

"참, 태영이 말로는 쌍둥이라고 하던 데 맞나요? 동생분이 한명 계시다고."

정란은 현재 정희로 위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의 얘기가 나오자 관심을 드러냈다.

"맞아요. 정란이라고. 그건 왜요?"

"듣기론 동생분도 상당히 미인이라고."

"호호. 그 분이 그런 말을 했어요?"

"네. 정말 똑같이 생겼나요?"

"그쵸. 쌍둥이니까요."

"일란성도 자라면서 얼굴이 달라지지 않아요?"

"아니요. 저희는 지금도 똑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도 교복 바꿔 입고 가면 구분도 못할 정도였어요."

"정말요?"

"그렇다니까요. 교복에 명찰이 붙어 있는데 사이즈가 같다 보니 모르고 바꿔 입고 간 적이 있었거든요."

"네."

"근데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도 전혀 구분을 못 하더라고요."

"와, 신기하네요."

"근데. 제 생각인데 정란이가 좀 더 예쁜 것 같아요."

정란이 은근히 자신을 띄웠다.

"진짜요? 똑같다면서요."

"그래도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같이 생겼는데 정란이가 훨씬 인기 많았거든요. 남자도 주변에 많고."

"신기하네요."

"뭔가 독특한 매력이 있나보죠. 제가 그래서 물었거든요. 왜 남자들이 그렇게 너를 따르냐고."

"그래서 뭐래요?"

"뭐라더라? 이상한 말을 하던데."

"이상한 말요?"

"자기가 쫀득하다나?"

도훈은 하마터면 빵 터질 뻔 했다.

스스로를 띄워기 위해 섹스어필을 하는 정란의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독특한 표현이네요."

도훈이 짐짓 모른 척 묻자 정란이 계속 말했다.

"남자들이 그런 말을 했다네요. 혹시 오빠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쫀득하다는 말?"

은연중에 답정너를 요구하는 정란의 물음에 도훈이 대답을 망설였다.

그때 갑자기 띠링 하는 물음이 울렸다.

'아니 이게 여기서?'

[주인님 알람이!!]

'띄워봐.'

로시가 디스플레이로 알림을 띄웠다.

*쌍둥이 신의 축복

쌍둥이의 신이 당신의 행보를 주시합니다.

'쌍둥이 신도 있어?'

[모든 것들엔 신이 있죠.]

'일단 계속 보자.'

쌍둥이 신이 제안합니다. 둘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고금의 진리에 따라, 쌍둥이 자매와 협동 플레이를 펼칠 경우 당신에게 특별한 선물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특별한 선물이라면?'

[아이템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쌍둥이 신이 미션에 성공할 경우 해당 아이템을 선물합니다.

[정밀 복사기, 아이템을 두개로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 횟수는 1회로 제한되지만, 복제된 물품은 진품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단 소모풀이 아닌 아이템은 복제가 불가능합니다.]

'오오, 이게 뭐야? 아이템을 복사해 낸다고? 이거 완전 사기 아니냐?'

[놀랍군요. 주인님이 중수가 되었다고 이런 도전과제를 주다니.'

도훈은 순식간에 해당 아이템의 엄청난 위력을 깨달았다.

비록 소모품만 복제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쉽게 말하면 이제 모든 소모성 아이템이 1+1의 특가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쉽게 말하면 자주 쓰는 물건의 경우엔 반값에 사는 꼴이었다.

'대박. 이것만 있으면 포인트 비용은 절반으로 아낄 수 있는 거 아냐?'

[이론상으로 그렇죠. 소모품에 한해서지만요.]

'소모품도 비싼 건 오지게 비싸잖아?'

천상계의 아이템은 소모품이라고 해도 무작정 싼 물건만 있진 않았다. 또한 효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1회성으로 쓸 수 있는지 아닌지로 구분 될 뿐 소모품 역시 일반 아이템에 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과제 보상이 너무 엄청난 것 같은데? 혹시 패널티가 있는 건 아니겠지?'

[잠시만요.]

도훈은 이런 놀라운 보상을 주는 조건에는 분명 반대급부가 있을 것 갔았다. 예상대로 해당 과제에는 단서 조항이 걸려 있었다.

단, 찬물도 위아래가 있고 쌍둥이에도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언니보다 동생을 먼저 공략하게 될 경우 해당 과제는 자동 소멸됩니다.

언니를 공략 후 24시간 이내에 동생을 공략하지 못해도 해당 과제는 자동 소멸됩니다.

두 사람을 공략한 후 24시간 이내에 자매 덮밥까지 성공해야 과업이 완성됩니다.

'아, 이럴 줄 알았어. 신들의 과업이 마냥 쉬울리가 없지.'

[주, 주인님 그 아래 패널티가.]

'패널티?'

과업에 실패할 경우 당신은 쌍둥이 신의 저주를 받게 됩니다.

당신의 성기가 두개로 나뉘어집니다.

증식된 성기는 원본의 절반으로 성능이 격하됩니다.

저주는 당신이 발기할 때 마다 발휘되며 3달 후 풀립니다.

어처구니 없는 저주였다.

'두, 두개로 쪼개진다고?'

[아니 이건 좀.]

'그러니까 쉽게 말해 쌍좆이 된단 뜻이야?'

[표현은 과격하지만 딱 그소리 같습니다.]

'발기할 떄마다 3달동안 좆병신이 된다는 소리지 지금? 한마디로 과업에 실패하면 그냥 섹스는 포기해라?'

[정확한 해석같은다요.]

'아니 이게 무슨 좆같은 소리야?'

[주인님. 보상도 좋지만 이번 저주는 패널티가 더 큰것 같습니다. 대물 플레이어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저주라고 생각됩니다.]

도훈 역시 마찬가지 결론이었다.

다행히 평상시엔 문제없고, 3개월이라는 기간이 잡혀있긴 하지만 쌍좆은 상상만으로도 진저리쳐지는 일이었다.'

'이걸 어떡하지?'

[신들의 축복을 꼭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이 조성되었기 떄문에 제공된 것일 뿐 선택권은 주인님에게 있습니다.]

보상이 시원치 않았다면 도훈은 곧바로 거부했을 정도로 위험한 제안이었다. 쌍좆의 저주는 상상만으로 치가 떨렸다.

무슨 쌍두사도 아니고 좆대가리가 두개로 갈라진다니 이건 정말이지 좆병신 같은 저주가 아닐 수 없었다.

'아, 정밀 복사기 너무 탐나는데.'

[단서가 너무 까다롭습니다. 순서도 지켜야 하고, 마지막엔 자매덮밥까지 완성시켜야 합니다.]

도훈도 그점이 마음에 걸렸다.

상대는 보통 자매도 아니고 일란성 쌍둥이다.

애자매때 한 번 겪기도 했지만,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자매들을 동시 공략하는 것은 곱절은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래도 썡판 모르는 남보다, 평생을 함께 커온 자매 사이를 한 명의 남자가 동시 공략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굉장한 거부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더구나 정란의 경우는 발랑까졌으니 어떻게든 설득한다 치더라도, 정희는 완전히 꽉 막힌 처녀였다.

그냥 공략해도 쉽지 않을 상대를 동생과 함께 쓰리썸을 펼쳐야 하다니. 자칫하다간 보상은 커녕 저주를 각오해야 할지도 몰랐다.

'3개월은 너무 긴데.'

3개월이면 도훈이 100명도 따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실제로 도훈은 같은 기간 수많은 여자들을 공략한 사례가 있었다.

쌍좆이 되는 순간 성장은 정체될 것이다. 무엇보다 좆병신으로 불리게 될 스스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쌍둥이 신이 당신의 결정을 기다립니다.

'하. 돌겠네. 하필이면 이런 미션이.'

[득실을 정확히 따지셔야 합니다. 자칫 큰 손해를 볼수도 있으니까요.]

'알아, 아는데. 아이템이 너무 아깝단 말이야.'

정밀 복사기는 과장해서 말하면 도훈이 보유한 포인트를 두배로 불리는 효과가 있었다. 모든 소모성 아이템이 1+1이 된다면 앞으로 부담감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오빠?"

도훈이 한참 대답이 없자 정란이 재차 물었다.

대화중에 갑자기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입을 꾹 다문 도훈의 태도가 이상했던 것이다.

"아, 미안. 잠깐 중요한 연락이 와서."

"연락이요? 언제요?"

"이거 스마트 워치라서 핸드폰 메시지가 연동되거든."

"아."

도훈은 급히 둘러댄 뒤 고민을 계속했다.

'후. 미치겠네. 이걸 받아 말아? 참, 쌍둥이 언니를 공략할 기한은 정해진 거야? 나머지 두개는 그 이후로 24시간 간격이잖아. 설마 앞으로 24시간 안에 착수를 해야 한다거나.'

[아닙니다. 공략의 시작 시점에 대해선 언급이 없는 것을 별도의 시한은 정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도훈은 생각했다.

이번 미션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언니인 정희를 공략하는 일이었다.

어차피 정란은 마음만 먹으면 오늘 밤에도 자빠뜨릴 수 있을 만큼 쉬운 상대였다. 오히려 언니보다 먼저 따먹지 않는 것만 주의하면 됐다.

'정희의 공략을 시작하는데 별도의 시간 제한이 없단 말이지? 그럼 해볼만 할지도.'

[진심이십니까? 좆병신이 되어도 괜찮으신 겁니까?]

'그거야 실패했을 경우지. 성공한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는 거고.'

도훈이 결정을 마쳤다.

냉정히 조건을 따진 결과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케이, 콜!'

[주인님, 결정은 번복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의사를 묻습니다. 쌍둥이 신의 과업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그래. 실패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 좆병신이 될 뿐이지.'

[그건 사형선고나 마찬가진데요.]

'괜찮아. 할 수 있어. 정밀 복사기를 꼭 받고 말겠어.'

[휴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결정을 믿겠습니다.]

*쌍둥이 신의 도전과업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지금부터 과업이 시작됩니다.

결정을 마친 도훈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 졌다. 처음엔 별 관심 없던 정란에게 마저 좀 더 친절해지기로 했다.

'어쩄든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공략해야할 대상이니까.'

"음, 그건 19금 같은데."

"진짜요? 쫀득하다는 게 무슨 의민데요?"

도훈의 반응에 정란이 유독 관심을 드러냈다.

씹선비같은 도훈이 미끼를 물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후후. 역시 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야한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구미가 동할 수 밖에 없을걸?'

"궁금해요. 설명해 주세요."

정란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776.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2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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