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er

Chapter 11

자신의 노예가 죽었지만, 진우와 달리 세뇌 마법으로 간단하게 세뇌하여 몸종으로 쓰던 신은 아깝다는 생각보단, 오히려 적의 핵심 정보를 알게 되었다면서 기뻐하면서 악당에 걸맞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악의 조직인데다 사람 목숨을 지나가는 개미와 동급 취급하는 최악의 악당인주제에, 자신이 강제로 정복한 노예들과 알콩달콩 신혼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진우가 이상한거다.

"응? 뭐야? 이제 겨우 힘좀 써볼려고 했는데 왜 다들 도망가?"

건물을 싹 쓸어버리고 눈에 보이는 적들을 처리하려고 각을 잡았던 하린은 갑자기 후퇴하는 그들의 모습에 눈쌀을 찌푸렸다.

-모두들 조심하십시오. 놈들이 복제 인간들을 풀었습니다.-

그 때, 신이 전음을 통해 모든 이들을 향해 자신이 알아낸 소식을 알려주었다.

예상외의 원군이라서 당황하긴 하였지만, 이제와서 돌아가라 말하기도 뭣하고, 지금의 그녀들이라면 최소한 죽을 일은 없을테니 함께 싸우기로 결정하였다.

어차피 여러가지 실험을 하려면 여유가 어느정도 생겨야 하는데, 그녀들의 힘이라면 그 여유를 충분히 벌어다줄테니까.

신의 전음을 들은 이들은 모두 후퇴하는 이들을 내버려두면서 힘을 비축해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스차일드 본가를 둘러싼 작은 숲에서 30여명의 남녀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면과 좌우 방면을 포위하였다.

하나같이 비슷한 외형을 가진 그들은,

'남자과 여자고 페리샤와 비슷하게 생겼어.'

'페리샤와 다르게 생겼지만 분위기가 닮았는걸?'

'다들 얼굴이 비슷해.'

삼태극의 일원들인 그녀들에게 '페리샤와 비슷해보인다' 와 '다들 얼굴이 비슷하다' 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들었다.

머리색은 대부분이 황갈색이고, 1~2명 정도의 극소수만이 페리샤와 같은 아름다운 백금발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활동하기 쉽게끔 짧게 커트한 헤어 스타일들이기에, 백금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

두 무리는 서로를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갖추면서 살기어린 눈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냥 화끈하게 공격하면 되는거지 뭔 눈치 싸움이냐 싶겠지만, 전에도 여러번 설명했다시피 고수들간의 싸움은 극도로 짧게 끝나거나, 길게 늘어지거나 둘 중 하나다.

특히, 신체 강화자라면 또 모를까, 그 외의 능력자, 예를 들어 염동력자들은 염동력의 힘이 10등급이여도 몸 자체는 평범한 인간과 똑같기 때문에, 방심했다간 일반인이 쏜 평범한 권총에도 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쪽 모두 어설프게 공격하여 피해를 내기보단, 확실하게 상대방의 틈을 잡기 위해 분위기와 상황을 읽고 있는 것이다.

10분과도 같은 10초가 흐른 후,

투쾅!

신체 강화자로 보이는 이들 네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면서 크게 선회하듯 이동하였다.

그들이 노린 목표는 후방에서 구경하는 리엘루스와 플래티나.

그와 동시에 세 방향으로 포위중인 다른 이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신체 강화자들로 하여금 그녀들을 처리하면서 퇴로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흡!"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낮지도 않은 기합성과 함께 네 명의 신체 강화자들은 플래티나와 리엘루스를 처리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두 명이 한 명씩을 맡는 연계 공격.

한가지 특이한점이 있다면, 그들의 공격은 매우 빠르고 강하지만 직선적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정면에서 접근하는 이들조차 힘을 전력으로 개방할 뿐, 페인트 동작 같은건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10등급 이능력자라는 존재가 어디 길바닥에서 굴러다니는 돌맹이도 아니니, 노아 일행이 설마 전원 10등급의 이능력자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였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리엘루스와 플래티나에 의해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촤악!

"크헉!"

"컥!"

리엘루스의 어깨에서 6개의 거미 다리가 튀어나와, 창날처럼 뾰족한 다리 끝 부분이 양 방향에서 달려오던 신체 강화자 두 명의 몸통을 꿰뚫었다.

스컥!

"끄윽!"

"카학!"

그와 동시에 플래티나는 셀리처럼 수인형태로 변신,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있는 팔을 휘두르며 일순간 모습이 사라졌다가 나타났고, 무언가가 베여나가는 소리와 동시에 신체 강화자 두 명의 머리부터 명치 부분까지 손가락이 끝까지 들어갈 정도의 상처가 생겨나며 힘없이 허물어졌다.

그녀들은 인간의 이능력 등급으로 전환하자면 확실하게 설명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10등급 이능력자보다도 강력한 아수라급 괴수, 그 중에서도 최상위 먹이사슬에 위치한 괴수들이였다.

함부로 접근하지 않고 숫적 우위를 이용하여 견제와 공격을 퍼부었다면 꽤나 볼만한 전투가 일어났겠지만, 설마 10등급 신체 강화자인 자신들을 넘는 존재가 있을거라고 예상하지 못 한 그들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

"!!"

형제들의 죽음에 가장 놀란것은 삼면에서 돌격하던 이들이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퇴하기엔 늦었기에, 가장 먼저 염동력자들이 거대한 망치를 형상화하여 노아 일행을 향해 내리 찍었다.

"하아앗!"

"이야앗!"

콰아앙!!

하지만, 노아와 하린이 힘을 합치면서 전력으로 방어에 나섰고, 피떡으로 만들기 위해 내려치던 염동력 망치는 그녀들이 만든 염동 실드와 부딪혔다.

그 여파 자체만으로 엄청난 충격파가 생성되어 땅이 갈라졌으나, 임펙트가 강렬하든 않든간에 중요한건 두 여성이 만들어낸 염동 실드를 부수지 못한 것이다.

"!?"

그 모습에 당황한것은 복제 인간들이였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힘이 막힌적은 생전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노아와 하린은 복제 인간들의 표정을 통해 두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이 녀석들 실전 경험이 적어!"

"힘의 배분이 미숙해요!"

그렇다.

이 복제 인간들은 태어난지 오래 되지 않은 것이다.

만들어지는 과정에 기초적인 지식, 백인우월주의를 주입받게 된 복제 인간들이지만, 뇌가 알고 있는것과 몸이 알고 있는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몸의 사용법,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훈련받아야만 하였고, 여기에 있는 이들은 이제 막 그 기초 훈련을 다 받은 존재들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기초 훈련을 받았다고 모든걸 다 할 수 있으면 애초에 군대의 병사 계급은 병사와 분대장이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미숙하다 해도 10등급 이능력자.

"모두 죽여라!"

"노란 원숭이들을 처단해라!"

거기다가 로스차일드 가문을 향한 무조건적인 충성,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주입받은 그들은 형제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캬오오!"

"그 노란 원숭이들한테 죽어보시죠!!"

흑표범 형태로 변신한 셀리가 정면으로 나서고, 그 뒤에서 후지미네가 분노한 표정으로 힘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충돌.

콰아아아앙!!

보이지 않는 염동력의 힘끼리 충돌하고, 셀리와 인간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채로 변신한 리엘루스, 플래티나는 전면으로 나서서 신체 강화자들과 부딪힌다.

그 충격파로 주변의 땅이 갈라지면서 천재지변과도 같은 소음이 터져나왔고, 신 또한 쌍용검에 검기를 내뿜으면서 도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윤! 주모님들의 곁에서 원호만 해라!"

"예, 옛!"

10등급 이능력자들간의 싸움으로 일어나는 파괴적인 충격파를 느낀것만으로 기가 살짝 질린 표정이 된 도윤.

그녀는 소수마공을 배우면서 전보다 강력해졌지만, 10등급 이능력자들과 정면으로 대결하기엔 아직 모자른 면이 많았다.

신은 도윤에게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 노아의 뒤쪽으로 이동시켜주었고, 자신은 아군과 합류하지 않고 따로 이동하면서 쌍용검과 마법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어…어지러워……!'

도윤은 안전한 곳에 위치하였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전방에서는 셀리들이 복제 인간들과 싸우고, 그 뒤에서는 노아 일행이 염동력을 사용하면서 적의 염동력자들을 공격, 견제하였다.

파지지직!!

콰쾅! 쿠웅!

염동력들간의 충격파가 대기를 일그러뜨리고, 단단한 육체끼리 부딪히며 포탄 터지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간간히 후지미네의 고전압이 튀어나와 위협적인 일격을 가하였다.

'나도……! 나도 뭐든지 도와야 해!'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기는 죽어도 싫다.

여기서 아무것도 못한채 눈알만 뒤룩뒤룩 굴린다면, 힘이 없어서 일방적으로 괴롭힘 당하던 그 날의 악몽이 떠오를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공격 마법을 날렸다간 괜히 아군의 시야만 막을것 같고, 소수마공의 힘을 믿고 덤비기엔 그 성취가 너무 낮다.

"캬아아!"

"윽!"

그 때, 플래티나가 짐승의 괴성을 내지르면서 머리를 뒷목까지 깍은 여자 복제 인간의 머리를 박살낼 기세로 손을 휘둘렀고, 복제 인간은 황급히 전력으로 몸과 목을 비틀었지만 귀와 귀쪽에 위치한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저거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 도윤의 머릿속으로 이 상황에서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떠올랐다.

'그립!'

그녀는 간단한 주문을 외우면서 손을 쥐어보이자, 주변의 광풍에 흔들려나가는 잘려나간 머리카락들이 무언가에 잡힌것처럼 한 방향을 향해 날아왔다.

그것을 잡아챈 도윤은,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선, 주변의 풍경에 흔들리지 않게끔 두 눈을 감으며 뭔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당연하게도 주문같은걸 외워야 발휘되는 이능력같은건 없기에, 그녀의 행동은 복제 인간들에게 의아함을 가져다 줬다.

뭘 중얼거리는건지 이해는 안되지만, 어쨌든간에 10등급 이능력자인 자신들과 비등하게 싸우는 노아 일행과, 별동대마냥 종횡무진 날뛰며 아군 염동력자나 신체 강화자들을 공격하는 남궁 신을 상대하는것만 해도 바쁘기 때문에 다들 그녀에 대한 신경을 껐다.

참고로 지금 상황과 관계없지만 오해의 여지가 없게끔 미리 말해두자면, 살라딘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복제 인간들중 이능력을 타고 태어나는 숫자는 100에 5~6명 수준이고, 그 중에서도 '염동력자5 : 신체 강화자 4 : 기타 1' 의 비율로 이능력을 가지게 된다.

즉, 여기에 있는 이들은 대다수가 염동력자와 신체 강화자라는 뜻이다.

텔레포트 능력자가 있었다면 눈을 현혹시키거나, 후방에서 공격하면서 도윤의 주문을 방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텔레포트 능력자는 소수에 불과하며, 그들은 모두 실전 훈련을 위해 다른 곳에서 활동중이였다.

그리고, 그들이 없기에 안전하게 주문을 외우게 된 도윤은 자신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상상도 못한채로 주문을 완성하였다.

"영혼 역병Soul Plague!"

상대방의 머리카락, 손톱, 신체의 일부분을 매개체로 삼아 영혼에 저주를 거는 흑마법.

준비 기간, 사용된 재료, 주문의 강도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인 이 저주 마법은 영혼에 저주를 각인시켜 상태이상을 건다.

도윤은 흑마법과 마공을 위해 태어난 존재나 마찬가지였고, 적을 하나라도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흑마력을 좀 과하게 부여하였기에 나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전황이 바뀌었다.

"쿨럭! 쿨럭!"

"케헥!"

"커헉! 컥!!"

방금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굉음이 쉴새없이 터져나오고,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난타전을 벌이던 복제 인간들이 하나같이 두 눈이 빨개진채 기침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 뭐야 이거?"

"??"

다들 갑자기 토할것 같은 기침을 내뱉으며 괴로워하는 복제 인간들의 모습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였고, 원래의 형태로 완벽하게 변신하지 않은 리엘루스가 등에서 튀어나온 거미 다리로 기침과 함께 괴로워하는 신체 강화자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클룩! 쿨럭!"

신체 강화자 복제 인간은 필사적으로 도주하였지만, 과도한 기침 때문에 그 속도가 반감된 상태.

푸푸푹!!

"커허억!"

결국, 한두번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자마자 뒤이어 쏟아진 공격에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몸이 꿰뚫리고 말았다.

"함정같은건 아닌데?"

처음엔 일부러 방심을 유도하는 수작이라 생각한 노아는 공격을 커녕, 당황하면서 기침과 함께 거리를 벌리는 복제 인간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딴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지금이야말로 최고의 찬스니까요!"

후지미네가 주먹을 불끈쥐면서 공격을 퍼붓자고 제안하였고, 다른 이들도 당황하긴 하였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기운은…흑마법…저주……!'

신은 기침을 토해내는 복제 인간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저주의 기운에, 황급히 도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도윤도 이 상황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분명 자신이 저주를 건 상대는 한명인데, 왜 동시다발적으로 전원 모두에게 저주의 효과가 걸렸단 말인가?

어찌됐든간에 노아 일행이 지금의 기회를 이용해 공세를 퍼부으려던 순간,

-긴급 상황이다!!-

진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에?"

"주인님?"

진우가 이토록 다급하게 외친적은 거의 없었기에, 다들 두 눈이 희둥그래지면서 공격을 멈추었고, 앞뒤 사정 모르는 진우는 짧고 굵게 위급한 현 상황을 알렸다.

-페리샤가 쓰러졌어! 계속해서 기침을 토해내고 있단 말이다! 급성 폐렴같은 증상이라는데 병균도, 바이러스도 뭣도 검출이 안돼! 당장 모두 복귀해!!-

그의 다급한 목소리에 노아 일행의 표정에 당혹감이 퍼져나갔다.

그 증상은 지금 여기에 있는 복제 인간들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복제 인간들의 약점을 알아냈습니다!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도윤! 그 머리카락 반드시 가지고 있어!-

지금 당장 복제 인간들의 숫자를 하나라도 더 줄여야 할지, 아니면 당장 복귀해야할지 갈팡질팡하는 노아 일행들과 도윤을 향해 신이 전음을 날렸다.

신이 약점을 알아냈다면 언제든지, 아니,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복제 인간들을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지하드의 텔레포트 시스템과 연동하여 전함으로 이동하였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본가를 파괴하던 수수께끼의 침입자들은 그렇게 사라졌고, 뒤이어 그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물러서 있던 이능력자들과 구급팀이 모습을 드러냈다.

============================ 작품 후기 ============================

원래는 10등급 이능력자들간의 싸움을 좀 길게 쓰려고 했는데 그렇게 했다간 ㅅㅅ씬 차례가 너무 길어지고, 'ㅅㅂ이게 어떻게 몇분짜리 전투냐 ㅡㅡ' 라는 태클이 걸릴것 같아서 그냥 짧게 처리함

그건 그렇고 요즘 진짜 할 게임 없네...현질 유도 해도 좋으니까 내 취향에 맞는 게임이 나왔으면 좋겠다ㅠㅠ

내 취향에만 맞으면 진짜 영혼을 불태우면서까지 플레이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