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Too Strong

Dad's too strong. Episode 34.

군주 오우거를 단 한 방에 죽여버린 가면을 쓴 헌터.

본인을 김현우라고 밝힌 F급의 사내가 눈 앞에 있다.

물론 착각일 수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목소리······."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어떻게 까먹을 수 있겠는가.

한동현은 도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래. 내가 바로 김현우라고 말하는 것을.

"미안하지만 사람을 착각하신 것 같네요."

도준은 그 말을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가려했다.

그러나 한동현이 잽싸게 도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도준은 필사적인 한동현의 표정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 이름은 김현우가 아닌, 이도준입니다."

주민등록증을 내밀어 보여준다.

그리고 주민등록증에 박힌 '이도준'이라는 이름 석자를 확인한 한동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윤희는 몇 주전, 도준의 서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헌터ID카드를 떠올렸다. 그 카드에는 분명 '김현우'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한동현은 도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무나 단호한 도준의 표정과.

그의 손에 들린 주민등록증.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은 없었다.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럼 저흰 이만."

그 말을 남긴 후 도준이 자리를 떴고.

고개를 푹 숙인 한동현과 도준의 뒷모습을 번갈아보던 설윤희는 도준에게 달려갔다.

싸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이 '무슨 일이야?'라며 수군거렸고.

의자에 앉아있던 유미라가 한동현에게 달려왔다.

"저 사람이 그 '김현우'라고?"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한거야?"

"목소리."

"응?"

한동현은 멀어져가는 도준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 * *

콰지지지직!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벌어지는 균열.

분명 오전까지만해도 아파트 10층 정도의 높이였던 균열은, 어느새 20층을 훌쩍 넘어갔다. 그와 비례하여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11개의 작전 팀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삑삑.

한민지는 손목에 차여져있는 측정기의 수치를 확인했다.

수치를 확인한 그녀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S급 대균열의 평균 수치는 1,000.

그런데 측정기의 수치는 2,000을 넘기고 있었다.

'제발······! 마살라스가 2,200이었다고!'

수치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이 곳에 모인 헌터는 총 100명 남짓.

자신을 포함해서 S급 헌터는 7명이었고.

나머지는 A급 혹은 B급이었다.

"하필 베히모스가 없을 때······."

작전 3팀장이 균열을 보며 중얼거렸다.

한민지는 이 곳에 모인 헌터들의 사기가 시작도 전에 바닥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헌터들은 보통 자신의 등급보다 한 단계 혹은 두 단계 아래인 균열을 공략한다. 그런 상황에서 A, B급 헌터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작전 수행에 베히모스 길드가 참여하지 못 한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그들에게 이강현을 포함한 최초의 헌터 3인으로 구성되어있는 베히모스 길드는 정신적 지주나 다름 없었으니까.

삐리리릭.

강민혁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정영철 국장님]

"네. 국장님."

시민 대피 및 통제에 들어갈거야.

"······알겠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베히모스 길드는 다이브 중이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이강현이 부재 중인 지금 균열 내에서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은 너밖에 없어. 잘 할수 있겠나?

위이이이이잉!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우면산의 능선을 너머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

그리고 안내 음성이 울려퍼졌다.

[국민 여러분 여기는 헌터관리국 균열 통제상황실입니다. 현재 우면산 일대 S급 균열의 관측이 확정됨에 따라 현재 시각이후로 균열경보를 발령합니다. 본 경보를 들으신다면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관리국 직원 및 공무원, 군, 경찰의 지시에 따라 가까운 지하 대피소로 이동해야합니다. 다시 한번 전파합······.]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 잘해야만 한다.

"·········."

강민혁은 균열의 입구에 모인 11개의 작전팀을 훑어보았다.

시작도 전인데 사기가 사그라든 모습.

팀장인 S급 헌터들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죽을 상을 짓고 있었다.

물론 각자의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S급 균열이라는 현실 앞에서 '연설'은 별 소용이 없었다.

3년 전, 마살리스가 나타났을 때 이후로 처음있는.

측정 수치 2,000 이상의 S급 균열.

물론 그 당시는 마살리스 하나로 2,200이라는 수치를 기록했지만.

어쨌거나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정보에 의하면 브레이크 아웃(Break out)까지 2시간 남았다. 정확도는 70퍼센트. 그 안에 시민들을 최대한 많이 대피시킬 거야. 진입 싸인은 내가 보낼테니까 그 전까지 대기하고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삑.

3년 만의.

수치 2,000이상의 S급 대균열.

한민지는 강민혁의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전화번호 목록부를 뒤졌고.

[이도준 주무관님]

통화 버튼을 눌렀다.

* * *

띠링.

오후 5시.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소파에 앉아 쉬고 있던 도준은 문자 알람 소리에 스마트폰을 꺼내보았다.

[Web발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일대 S급 균열 탐지에 따른 비상소집 응소 안내. 메시지를 확인하는 즉시 전 공무원은 서울시청으로 집결 후 부서장의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우면산?"

집에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동네 뒷산이라고 할만큼 가까이 있는 곳.

도준은 리모콘을 집어 TV를 켰다.

속보입니다. 오늘 16시 20분 경, 우면산 일대에서 S등급 대균열이 감지되었습니다. 균열 파동 수치는 현재 2,000이 넘으며 이는 2,200을 기록했던 마살라스 사건 이후로 측정된 균열 중 최고 수치이며 헌터관리국과 군, 관에서는 비상이 걸림과 동시에 우면산을 기준으로 반경 10km이내 주민들을 인근 지하대피소로 긴급히 대피······.

도준은 주방을 바라보았다.

설윤희가 콧노래를 부르며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용용."

주방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던 용용이가 도준의 부름에 잽싸게 달려왔고.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야근하러 가야하니까, 나 없는 동안 윤희 잘 지키고 있어."

「······그. 주인님.」

"응."

「오늘 저녁 닭볶음탕입니다만?」

이자아스는.

도준이 당연히 집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녁 반찬이 무려 닭볶음탕이니까.

"급히 가봐야할 곳이 있어서."

「주인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제가 다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알아서 하고. 아무튼 내가 다녀왔을 때 윤희가 조그마한 생채기라도 생겨있으면."

도준은 일부러 끝까지 말을 내뱉지 않았다.

다만 안색이 창백해진 용용이가 몸을 덜덜 떨고 있었을 뿐.

그 모습을 확인한 도준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고.

국물 맛을 보던 설윤희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어디 가세요, 아버지? 조금 있으면 완성되는데······."

"비상소집이 걸려서. 먼저 먹고 있어."

그 때.

위이이이이이잉.

[국민 여러분 여기는 헌터관리국 균열 통제상황실입니다. 현재 우면산······.]

대피경보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설윤희가 깜짝 놀라며.

"······S급 균열? 아, 아버지 설마 거기 가시는 거에요?"

"아니. 시청으로 모이라고 하네."

도준은 문자를 보여주며 말했다.

공무원은 국가적으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소집 응소하도록 규정되어있었다.

게다가 S급 균열이 발생되었으니, 제일 깊숙이 연관되어있는 균열관리과에 소속된 도준은 필수적으로 응소해야했다.

「주인님이 가서 쓱싹 정리해버리시죠. 아니면 제가 가도 되지 말입니다.」

용용이의 말에.

설윤희는 용용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용용이가 브레스를 발사하고, 도준이 손쉽게 막아냈던.

그리고 마나 건 한 방으로 균열 속의,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린 것.

"아니. 그건 헌터관리국의 헌터들이 알아서 하겠지."

도준은 헌터가 아닌.

공무원일 뿐.

'그들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저번에 봤었던 검제(劍帝)라고 불리는 이강현은 중원에서도 천하십대고수(天下十大高手) 안에 들 정도의 기량이 느껴졌었을 정도였으니.

삐리리리릭.

[한민지]

"네. 한민지 헌터님."

한 가지 부탁을 좀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부탁이라는 말에.

도준은 잠시 망설였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말씀하세요."

선배인 권혁수를 위해서 한민지에게 부탁을 했었을 때.

그녀는 곧바로 달려와줬으니까.

주무관님도 아시겠지만, 우면산에 S급 대균열이 열렸습니다. 앞으로 브레이크 아웃······. 즉, 몬스터들이 균열 밖으로 쏟아지기까지 2시간이 남았고. 저희는 그 전에 균열 속으로 투입될겁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도준은 한민지가 자신의 힘에 대해서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힘의 척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겠지만, 힘을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해 모르는 척 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원래 S급 이상의 대균열의 작전 팀의 총사령관은 이강현 선배님입니다. 허나, 이강현 선배님은 현재 중심부를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고 복귀 예정일까지는 3주가 넘게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강현 선배님이 공석(空席)인 지금, 정영철 국장님의 지시로 강민혁 선배님이 이번 균열에 한해 총사령관을 위임했습니다.

도준은 한민지가 하고 싶은 말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주무관님.

"네."

저희는 11개의 작전 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7개 팀의 장은 S급 헌터이고, 나머지 4개의 팀장은 A급 헌터입니다. 그리고 그 산하의 팀원들은 최소 B급. 정신만 똑바로 차린다면 S급 대균열의 토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 말 이후.

한민지는 결론을 꺼냈고.

도준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권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도준 씨.

"선배님. 죄송하지만 지금은 소집에 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계장님께는 말씀드려놓겠습니다.

도준은 약간 당황했다.

당연히 왜 소집에 응소를 하지 못하냐고 물어봐야하는 상황.

그러나 권혁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볼 일이 끝나면 바로 가겠습니다."

그래요, 나중에 봅시다.

삑.

도준은 후줄근한 캐주얼 복장에서 출근용 정장으로 갈아입었고, 한민지가 보내준 약도를 확인했다.

"······아버지."

설윤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전, 한민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주무관님. 몬스터들을 잡아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힘을 숨기시고 계신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서겠죠. 제가 드리고 싶은 부탁은 다만······.

도준은 공무원증을 목에 걸었고, 설윤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번 작전에 한해서, 저희의 총사령관을 맡아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