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star or Gaju's Regression

63Ch 23. Trap (1)

어둠.

어둠이 진 도시는 사람의 본성을 일깨웠다.

“가진 거 다 내 놔!”

그리고 본성에 눈을 뜬 이들은 저마다의 욕구에 충실하게 반응하며 행동하곤 한다.

“죽고 싶지 않으면!”

그 본성 가운데는 아주 위험한 본성을 지닌 존재들도 존재했고,

“…….”

어둠에 녹아 있는 카라바인은 그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위험한 존재였을 것이다.

스윽.

온 사방에 위병들이 자신을 찾아 나섰다 하더라도 그의 행보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거대한 대형 낫을 어깨에 걸친 채,

스윽.

어둠이 내린 황도 볼로네즈를 거닐고 있는 그 모습은, 도리어 누군가 자신을 찾아줬으면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 걸음은 은밀하고 신중했다.

그 어떤 생명체도 자신에게 닿지 못하도록 아주 인적 드문 길만 골라서 거닐고 있다.

그건 자신을 찾지 못하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찾아내길 바라는 아이의 치기와도 닮아 있었다.

“…….”

곧 링귀니 아카데미 앞까지 당도한 카라바인은 대형 낫을 꽉 움켜쥐었다.

저곳에 목표가 있노라고, 전 대륙에서 제일가는 아카데미를 향해 혼자 쳐들어 갈 기세로 아카데미를 응시하는 카라바인.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바로 또 로안 님을 보러 가시는 거예요?”

숨죽이고 있던 카라바인에게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말이다.

스윽.

어둠에 녹아내리듯이 새카만 후드로 몸을 가린 그가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췄고,

“오후 브리핑 받아야지. 보는 눈이 많아서 채플린에서 이야기 나누는 게 제일 안전해.”

아주 익숙한 음성이 카라바인의 귀를 자극해왔다.

겉으로는 냉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들떠 있는 높고 여린 음성.

청아하단 말이 잘 어울리는 음성이었다.

꾸욱.

하지만 카라바인에게는 예외였던 모양이다.

아주 듣기 좋은 목소리라 하더라도 그것을 내뱉는 이가 불쾌하기 그지없노라고, 그는 저도 모르게 쥐고 있던 대형 낫을 꽉 움켜쥐었다.

“그래도 좀 더 쉬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훈련 끝내고 씻고 바로 나오신 거잖아요.”

그런 카라바인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쉼 없이 움직이는 에밀리아를 걱정하는 프레이야.

“괜찮아, 프레이야. 로안이 전해 준 방법 때문에 이제 체력도 엄청나게 좋아졌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에밀리아가 방긋 웃음 지어 보였다.

로안이 전수해 준 방법은 에밀리아의 체력을 아주 빠른 속도로 향상시켜 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연이은 실패와 반복된 회귀로 이어지는 정신적인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었단 것이지만, 그조차도 로안이 한결 부담을 덜어 준 바 있다.

덕분에 에밀리아의 실력을 걱정하고 있던 데이모스와 한나도, 그동안 로안이 에밀리아를 편애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체력이 개선된 그녀는 두 사람과 비교해도 크게 모자랄 게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로안의 이야기가 나오자 저도 모르게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진 에밀리아의 모습에,

“……에밀리아 님께서 로안 님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자,

“같이 일하러 가는 거야, 일! 프레이야도 참!”

금방 당황해서 고개를 흔드는 에밀리아.

언제나 생글생글 웃으며 여유 있게 대응하는 그녀이건만, 어째 로안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꽤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몇 번이나 반복된 삶 때문에 전반적으로 굉장히 무던해진 바 있지만, 유독 이 부분만은 무던해지기가 힘들었다.

에밀리아의 얼굴 가득한 부끄러움을 보고 있자니,

“로안 님은 정말 인기가 많으시다니까요.”

그저 귀여울 뿐이라고 프레이야가 후후 웃음 지었다.

“으음…….”

에밀리아도 더 둘러대는 게 이상하다고 느낀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오빠 같은 느낌이 강해서 그래. 나도 그런데 다른 애들은 오죽하겠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화제를 전환하는 에밀리아.

“남자고 여자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타입이야.”

“그건 그런 것 같아요.”

이내 프레이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자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로안은 기본적으로 사람 대하는 태도 자체가 몹시 상냥한 편이다.

남녀를 떠나서 사람 그 자체를 인격체로서 대우해 주는 사람.

더구나 마냥 진지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이따금씩 장난을 치기도 하니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은 편이고.

특히 이런 태도 때문에 시종들에게 로안은 훨씬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아직 공인만 거치지 않았을 뿐, 이젠 평민들 사이에서도 소드 마스터라 인정받기 시작한 상황.

누구보다 우월한 능력자가 이런 자상함을 보여 주는데 과연 누가 싫어할까?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귀족들이나, 태생적으로 그를 미워하는 카펠리니와 클라이드 같은 귀족들 말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뭔가 어른스럽단 느낌이 강하세요! 뭔가 기대고 싶게 만들기도 하구요!”

프레이야마저도 그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자,

“……이거 봐, 프레이야도 그렇잖아!”

“아앗!”

“그래서 참 위험해. 끼 좀 부리지 말라고 했더니 전혀 감을 못 잡는다니까.”

에밀리아가 흐뭇하면서도 못내 착잡한 얼굴을 했다.

“일부러 끼 부리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프레이야가 일부러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야기하자 에밀리아도 이미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걸.”

사실 로안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구는 걸 이해 못 할 일은 또 아니었다.

아직까지 그가 돌아온 시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준 바 없지만, 그 강인한 사람이 지옥 같이 살아왔다고 이야기할 정도면 보통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회차 회귀를 통해서 에밀리아가 만나 왔던 로안은 기본적으로 작위나 신분상승 욕구가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 위치에 만족하며, 충분히 인생을 즐기며 살던 사람.

그런 사람이 지금은 꽤나 극적으로 바뀌어 버렸다.

윌리안과 파르비티가 암살당했단 것과 평생 남을 해치며 살아왔기 때문에 다쳐도 상관없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해 온 걸 생각한다면, 그 이후로 엄청난 가시밭길을 걸어온 게 틀림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사람이 소중하단 걸 알고 있다.

덕분에 온몸을 내던져서 지켜 내고 있고, 남들 대신 상처 입고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더 치명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모두의 사랑을 받는 것이 내심 뿌듯하면서도,

“꼭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구니까.”

반대로 생각한다면 언젠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 또한 여전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어 놓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좀 더 도움이 된다면 좋을 텐데.”

그러다 문득 에밀리아가 씁쓸한 속내를 드러냈다.

“아니, 그냥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 공주님이었으면 정말 행복했을 텐데.”

아무래도 그녀는 로안과 달리 아리만 교단의 일에 자신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러니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다면, 그녀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로안에게 열광하며 즐거운 생활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꽤나 심경이 복잡해 보이는 에밀리아의 모습에,

“그건 아직까지 에밀리아 님께서 활약할 상황이 아니니까 그런 걸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그런 시간이 올 거예요!”

프레이야가 위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응, 그래야지…….”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는 충실한 시종.

그 덕에 에밀리아도 다시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어쨌든 이러다 로안이 진짜 해외로 가 버리면 그땐 카펠리니를 정말 파면시켜 버려야 해.”

그리고 그녀가 다시 화제를 돌렸다.

가장 가까이 지내고 있는 프레이야에게도 계속 속내를 비추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네, 맞아요! 슈발츠로 가시게 되면 절대로 안 돼요!”

그러자 프레이야가 진지한 얼굴로 소리쳤다.

“가, 갑자기 슈발츠는 왜?”

“한나 님과 결혼하면 안 되잖아요! 저는 에밀리아 님 편이니까!”

에밀리아를 응원하고 있는 프레이야가 그래선 안 된다고 순수하게 웃음 짓자,

“……정말.”

에밀리아도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밤중에도 새빨갛게 물든 얼굴과, 얼굴 가득한 행복.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에밀리아는 누가 보더라도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원래도 아름다웠지만 배로 예뻐 보이는 모습에,

“……지금 에밀리아 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프레이야가 감탄했다.

“자꾸 바람 넣지 마, 프레이야! 이미 예쁜 것 알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그러면 정말 재수 없어질지도 몰라!”

자신감을 가장한 쑥스러움.

“헤헤, 죄송해요.”

그 모습에 프레이야가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죄송하다면서 저리 웃고 있다니!

그렇지만 이건 악의를 1도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미소 아닌가?

그러니 정색을 할 수도 없고 나무랄 수도 없고.

“……어째 로안 조는 시종들이 다 센 것 같아.”

에밀리아도 결국 다시 웃음을 머금은 채 칭얼대고 말았다.

“메가엘라 님이나 포보스 님은 몰라도 저와 로렐라이는 아닌 것 같은걸요!”

“로렐라이는 정말 모범적인 자세지만, 프레이야도 웃으면서 은근히 할 말은 다 하잖아.”

“아앗, 그건 죄송해요!”

금방 사과하는 프레이야의 모습에,

“괜찮아. 사실 나한테는 그런 게 꼭 필요하니까.”

고개를 흔드는 에밀리아.

똑같은 삶이, 그리고 지독한 이별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그녀도 어떤 면에서는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망가졌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연애 감정 같은 것은.

“그리고 로안 말대로 다 똑같은 사람인 거니까…….”

뿐만 아니라 에밀리아 또한 로안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이는 로제스타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말이니 황족으로서 공감할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아리만 교에 빠지고 있는 주된 이유는 ‘평등한 사회’ 때문이었으니까.

4번의 회귀 덕분에 그 사실을 더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에밀리아니, 더욱 더 크게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몰랐다.

“어쨌든 이번엔 로안이 정말 잘되면 좋겠어. 이번만은…….”

그리고 또 다시 로안.

그녀가 로안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감추지 못하고 내비추고 말자,

“벌써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셨으니까 분명히 잘되실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활약하시면 에밀리아 님의 생각대로 제국뿐만 아니라, 전 대륙이 사랑하는 존재가 되실 거예요!”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에밀리아 님만 질투하지 않으시면 돼요!”

그리고 프레이야가 장난스럽게 한 마디 더하자,

“으, 아무튼 너무 놀리진 말고!”

에밀리아가 얼굴을 붉힌 채 목소리 높였다.

위로는 좋은데 자꾸 놀려대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저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거지, 놀리는 건 아닌데요!”

“그게 놀리는 거거든!”

신분 차이를 극복한 채 우정을 나누는 두 소녀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워 보였다.

꾸욱.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감상을 전해 준 건 아닌 모양이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뒤따르고 있는 카라바인은 그 모습에 흥분한 듯 숨을 몰아쉬며 대형 낫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후욱…….”

거칠어진 숨소리가 가면 안에 맴돌았고,

“기분 나쁜…….”

어깨가 들썩이고 있는 것을 보니 참기가 어려워 보였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모습!

“그럼 프레이야의 취향은 어때?”

하지만 에밀리아와 프레이야는 그런 카라바인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그냥 외모보다도 어른스럽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프레이야가 존경할 수 있는!”

여전히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로안이 있을 베이커 6거리를 향해 걸음을 옮길 뿐.

그녀들의 발랄함은 위험한 공기가 맴돌고 있는 이 밤과 대비되어, 곧 참극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마저 자아냈다.

“그게 로안인데.”

“……음, 생각해보니까 그렇긴 하네요.”

“거기다 잘생겼으니까 가산점이 붙는 거지?”

“아앗!”

하지만 소녀스러운 이야기로 즐거운 두 사람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래도 로안 님은 에밀리아 님의 남자니까!”

에밀리아가 주변을 조금 경계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게 어디 있어?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아무래도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금방 그녀가 주변을 살피다가 아무 것도 감지하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좋아해도 엇갈리는 일은 생각보다 아주 많으니까.”

그게 당연한 일이이었을 것이다.

“세상이란 건 정말 지독하거든. 가끔은 전부 다 망가뜨리고 싶을 정도로.”

지금 그녀가 지어 보인 미소에는 회한과 자조가 묻어났으니까.

과거의 슬픈 기억에 빠져든 듯 말이다.

스윽.

카라바인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주변에는 인적도 없고, 더 이상 저 지리멸렬한 대화를 들어줄 필요도 없었다.

애당초 그의 목적은 하나뿐!

‘흰색!’

경멸해 마지않는 백색을 처단하겠노라고, 그가 먹이를 노리는 짐승과 같은 모습으로 에밀리아를 향해 튀어 나갔다.

스윽!

마치 그림자처럼!

앞서 걸어가고 있는 로렐라이가 차마 알아차릴 수도 없이 은밀하게 치켜든 대형 낫!

히죽.

그 순간 카라바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오늘은 실수하지 않는다!’

그리고 카라바인의 대형 낫이 다시 움직였을 때!

캬앙!

날카로운 금속 마찰음이 울렸다.

어둠 속에서 날아든 무엇인가가 대형 낫의 궤도를 바꾼 것이다.

“쿠어어!”

화가 난 그가 목소리를 드높였을 때,

“다하크!”

그 소리에 놀란 에밀리아가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다하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후웅!

빠르게 뒤로 물러선 다하크였지만,

쉐엑!

그 순간 날아들었던 스로잉 나이프보다도 더 날카로운 검이 카라바인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캬앙!

반사적으로 카라바인이 낫을 세워 검을 막아 냈고,

퍽!

그러기 무섭게 카라바인의 비어 있는 복부를 강타하는 발길질!

“크악!”

그가 뒤로 잠깐 밀린 찰나,

쉐엑!

또 다시 섬광 같은 검이 날아들었다.

‘뭐가 이렇게 빠르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캬앙!

카라바인이 검을 막아 냈고,

“하앗!”

그 순간 검을 든 상대가 힘으로 카라바인의 동작을 순간적으로 흔들어 버렸다.

이미 방어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

물 흐르듯이 이어진 밀어내기에 카라바인의 몸이 뒤로 휘청였고,

서걱!

상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라바인의 가슴팍을 베어 버렸다.

그리고 카라바인은 보았다.

새카만 눈동자를 빛내며,

“또 만났네?”

마침내 자신을 찾아온 상대, 로안을!

“포코 이라!”

그리고,

캬아아앙!

더욱 더 빨라져 버린 그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 낸 카라바인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포위합니다!”

기척을 죽이고 있던 필스타인 가문의 어쌔신들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 왜 나까지…….”

거기다 아우크스와 그 부하들까지!

이번엔 아예 가면의 다하크를 토막을 내고 따로 보관할 요량으로 단단한 금속 상자들까지 챙겨든 모습을 보니, 카라바인의 움직임 자체를 완벽하게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

이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하크가 처음으로 주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행로를 예측당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을 테니!

“로안!”

그리고 곧 에밀리아가 프레이야와 함께 당황한 얼굴로 합류하자 로안이 미소 지어 보였다.

“수고 많았어, 에밀리아.”

곧 갈리아를 빙글빙글 돌리며,

“놀랐어?”

로안이 멈춰 버린 다하크에게 말했다.

“내가 너 같은 사람을 너무 많이 봐 왔거든.”

더 이상 시간을 끌 생각은 없노라고 로안이 빙글빙글 돌리던 갈리아를 멈추고 다하크에게 겨누었다.

“이제 그만 정체를 밝히지 그래?”

곧 로안이 멈춰선 카라바인이 아닌, 으슥한 골목 속의 인영으로 갈리아의 칼끝을 옮기며 소리쳤다.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