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star or Gaju's Regression

146Ch 49. Preparation for (1)

로안이 깨어났단 소식은 삽시간에 모두에게 전해졌다.

그가 있었기 때문에 에반젤린 영지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었고, 그 과정 중에 그는 죽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니까.

그런지라 뷔샤와 카라가 물을 들고 돌아옴과 동시에,

“로안!”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그가 쓰러져 있던 병실로 달려왔고,

“이제 좀 정신이 드는가!”

“난 네가 죽는 줄 알았단 말이다, 소울 브라더!”

“그래! 바보 멍청이들보다 더 바보 멍청이!”

그 이후엔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내가 좀 오래 쓰러져 있었나 봐?”

그 모습을 보며 로안은 괜스레 어색한 얼굴로 물음을 던질 뿐이었다.

물론 이런 반응들이야 전생에서 이미 경험했던 바이긴 하다.

하지만,

“몰라서 묻는 소리냐!”

그때마다 이런 분위기는 당최 적응이 되질 않았으니까.

누군가의 걱정을 받는다는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그이니 어색할 수밖에.

더구나 데이모스가 눈물까지 보일 줄은 더더욱!

“……당연히 난 모르지.”

마치 소녀처럼 글썽이는 눈의 데이모스를 보며 로안이 몹시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자,

“하긴, 그렇긴 하겠군.”

그도 금방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지만 너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눈물을 쏙 감추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버려,

“큭…….”

웃다가 금방 통증을 느끼고 로안의 얼굴도 일그러지고 말았지만.

“휴.”

그 모습에 뷔샤가 안도와 시름이 섞인 얼굴로 한숨을 내쉬고는,

“무려 열흘이야, 열흘.”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열흘?”

생각 이상으로 길었던 기간에 로안의 눈도 동그랗게 변하고 말았다.

몇 번이나 경험해 봤다고 하지만, 그도 이리 오랜 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열흘간 죽을 만큼 앓았다구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그 사이 카라 또한 지기 싫은 얼굴을 하고서 그의 옆에 바로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로안이 많이 아프다 보니 뷔샤와의 휴전이 아주 오래 갔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 그가 정신을 차렸으니 상황이 좀 달라질 수도 있을 터.

방금 전의 물 가져오기도 그렇고,

“카라만 두고 가는 건 절대로 용납 못 해요……. 아무리 로안이라고 하더라도…….”

“너만 그런 줄 알아? 우리도 용납 못 한다구.”

엄청난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겠단 조짐이 보이자 로안은 눈치껏 몸을 베개로 기울이며,

“……으으.”

앓는 소릴 냈다.

“괘,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은 거냐!”

그러자 약속이나 한 듯 카라, 뷔샤, 데이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하지만 데이모스는 왜 갑자기?

다소 의문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그 역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단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아무튼 너희들은 괜찮은 거지?”

그리고 그가 데이모스와 류시아를 돌아보며 물음을 던졌다.

로안의 부상이 가장 크다고 하지만, 그들 역시 꽤나 크게 다쳤던 게 사실이니까.

“보다시피 우린 충분히 거동이 가능하다.”

“그래, 바보 말이 맞아.”

그러자 데이모스와 류시아가 약속한 듯 나란히 대답했다.

그날 함께 싸웠던 동료가 바로 그들이니까.

어쨌든 티는 내고 있지 않지만 류시아 역시 눈이 그렁그렁해진 것으로 봐선, 그를 꽤 걱정했던 게 틀림없었다.

사실 그녀는 정말로 이 일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굳이 나설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싸움에 끼어든 것을 보면, 그녀도 분명히 마음씨 자체가 아주 여리고 선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류시아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런지라 로안도 옅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자,

“로안, 그 눈빛은 뭐죠?”

“류시아가 많이 걱정됐나 봐?”

“그런 것 같군! 나는 안중에도 없다니!”

순식간에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런데 자꾸 데이모스는 왜?

흠칫하며 그가 데이모스를 돌아보다가,

“아……. 다 함께 싸웠으니까…….”

적당히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약한 척과는 거리가 먼 로안이지만, 할 수 있을 땐 하는 편이 낫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아픈 척이 아니라, 정말 아프니까.

어쨌든 난처한 상황은 빠져나가고자 그가 그리 대답하자,

“……도, 동료인가!”

류시아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최 눈은 맞추지 못하고,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을 감추기 위해서 뒷짐을 진 채 발로 바닥을 슥슥 그리는 모습은 수줍음 많은 소녀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래 성격이 수줍음이 많아 그런 것이겠지만, 얼핏 그녀가 그를 좋아하고 있다고 오해를 살만할 수도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설마 베이비 드래곤을!”

그 모습에 세드릭이 목소리를 높이자,

“닥쳐! 좀 닥치라구!”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한 제국어로 세드릭의 제압에 나서는 류시아!

“컥!”

그녀의 간결한 보디 블로우에 세드릭이 주저앉자,

“넌 괜찮아?”

로안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음을 던졌다.

“괘, 괜찮을 리가 있나……. 숨이…….”

“아니, 그거 말고. 그건 당연한 거니까.”

워낙 경황이 없어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당시 상황은 그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너도…….”

세드릭도 큰 부상은 없었지만 뭔가에 당한 듯한 몰골이었으니까.

니알리가 정신 공격을 즐긴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필시 그도 험한 꼴을 경험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아아.”

그러자 놀랍게도 세드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꽤나 진지해져 버린 그 모습은 평소 입방정과 수다에 가려진 그의 잘생긴 외모를 돋보이게 만들었지만,

“……괜찮아?”

어쩐지 그답지 않아 미안해진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평소의 모습과 달리, 지금 이 모습이 바로 그의 진짜 모습은 아닐까 싶은.

“……뭔가 봤나 봐. 안 좋은 것.”

이내 류시아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드릭의 과거에 대해서.

“아아.”

어쨌든 로안 역시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안하다. 안 좋은 기억을 생각나게 만들어서.”

세드릭에게 사과했다.

“뭐, 우리 사이에. 괜찮아, 브라더.”

곧 세드릭도 다시 원래의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소울이 부족하군, 세드릭!”

그 순간 데이모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큭, 그렇군! 소울 브라더의 소울을 잊다니! 내 정신 좀 봐! 미안하다, 로안! 네가 얼마나 섭섭해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군!”

바보의 가세로 다시 기운을 되찾은 바보의 모습에,

“전하께서는?”

로안은 피식 웃으며 물음을 던졌다.

사실 이걸 가장 먼저 물어봤어야 했다.

그녀의 안위를 챙기는 것이 바로 그의 일이니까.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본 그녀는 전과 달랐고, 훨씬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입맞춤까지.

정황이 없는 가운데에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게 꽤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ㅡ언니!

그러다가 불현듯,

ㅡ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또 다시 어린 시절의 에밀리아가 생각나 버린 로안은,

“……아.”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로안?”

“괜찮아요?”

그런 그를 쳐다보며 모두가 다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음을 던지자,

“응, 괜찮아.”

로안은 다시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조차도 니알리의 술수가 아닐까?

그 생각까지 닿는 가운데,

“어쨌든 황녀님은 건강하셔.”

“오히려 전보다 건강해지신 느낌이다. 걱정 말도록.”

그 사이 뷔샤와 데이모스가 대답을 했다.

“……그건 다행이네.”

그 소식에 로안도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으로는 에밀리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그런 걸 보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ㅡ극복하지 못한 모든 과거가 가장 큰 적이 되는 법이야. 특히 니알리를 상대할 때는 그걸 조심하도록 해.

그러다 로안은 꿈속에서 들었던 ‘그’의 음성을 다시 떠올렸다.

극복하지 못한 과거.

어쩜 로안에게는 에밀리아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그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으니까.

애써 떨쳐내려고 해도 그게 안 되고 있단 것 또한 자명한 일이었다.

깨어나고 나서 로안의 머리는 잠시도 쉴 틈 없이 그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바스텟트 님은?”

앞으로 그가 상대해야 할 적은 이제 아리만 교단뿐만이 아니다.

아니, 그들보단 니알리가 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그 생각에 로안이 진지한 얼굴로 다시 물음을 던지자,

“확실히 그 다음을 대비하는 게 맞겠군.”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 듯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일단 그가 다시 깨어났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한걸음에 달려오긴 했으나, 그것은 또 다른 단계로 이행해야 할 때란 말.

“돌아오신 거야?”

그리고 로안이 물음을 던지기 무섭게,

“로안!”

뒤늦게 그를 찾아온 안젤리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맑은 눈빛으로 혼자서도 무리 없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는 모습은,

“전하…….”

정말로 씩씩해 보여서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마저 들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바스텟트와,

“로안 님…….”

수줍어하고 있는 젠,

“…….”

많이 긴장한 듯 잔뜩 굳어 있는 알테어,

“늦어서 미안합니다, 필스타인 경!”

에반젤린 남작까지 모습을 보였다.

베르케를 제외하고 그날 현장에 있었던 모두가 모인 것이다.

그야 굳이 로안이 깨어나길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이곳에 없대도 크게 이상할 게 없었지만.

“나 좀 일으켜 줘.”

어쨌든 자리가 자리인 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고 로안은 뷔샤와 카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무리하지 마요! 로안!”

그러자 안젤리나가 한발 먼저 나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부디 무리하지 말고 쉬어요.”

이전처럼 다시 침착함을 회복한 듯했지만,

“……네, 전하.”

전과 달리 감출 수 없는 감정적 동요가 분명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기쁨.

어쩜 안젤리나가 깨어났을 때 그가 느꼈던 안도감과 비슷한 감정은 아닐까?

그리 생각하며,

“아무튼 몸은 괜찮으신지?”

로안이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지자,

“다행히 난 건강해요. 전보다도 더.”

조금 착잡한 얼굴로 대답하는 안젤리나.

그녀가 건강을 회복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목이다.

거기다 그 부분에 대한 기억을 잃어 버렸다.

현재 그 일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이 니알리이니 그게 당연한 일일 터.

“……저.”

그리고 로안은 조심스럽게 모두를 돌아봤다.

사실 순서를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굽스는……?”

안젤리나를 습격한 것이 대체 누구인가 하는 것 말이다.

걱정이 가득 담긴 그의 물음에,

“그건…….”

에반젤린 남작이 대답을 하기 무섭게,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그 이후에 영지 외곽지의 펍에서 그의 시신을 찾아냈어요.”

안젤리나가 대신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진짜 굽스가 아니어서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윌리안의 오랜 친구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니 그의 죽음이 마냥 기쁠 수만은 없노라고 로안이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리고 좀 문제가 생겼어요.”

그 사이 안젤리나가 로안에게 난처한 눈빛을 보냈다.

지금 착잡한 그에게 자꾸만 일거리를 쌓게 만들어 몹시 미안한 눈빛을 말이다.

“문제 말입니까?”

그리고 로안도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그건 이따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하도록 해요.”

이내 안젤리나가 둘이서만 이야기할 것이라 언급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도 그것이 분명히 앞으로의 일과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

양쪽에 있는 뷔샤나 카라 모두 다소 불안한 얼굴이 되긴 했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로안은 안젤리나의 수행원.

그 이전에 제국의 소드 마스터와 황녀다.

당연히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분명히 그녀가 그에게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착잡하긴 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바스텟트 님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로안도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이제 적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할 때니까.

“대체 니알리는 정체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