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star or Gaju's Regression
199. 67 schvalzro (1)
파르비티와의 이별은 그녀가 이그로 떠나가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3일 후에 찾아왔다.
“……이그로 갈 준비는 다 된 거지?”
그런지라 이미 반백의 나이인 로안이라 하더라도,
“정말 괜찮겠어?”
그녀와의 이별이 예견되어 있대도,
“너무 빠른 거 아니야?”
결코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에반젤린 영지나 네로에서 보낸 시간은 어쩜 그녀와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지도 몰랐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고, 아쉬워서 더더욱.
“응, 로안. 너무 걱정하지 마.”
어느 샌가 이그 노예 송환의 날은 다가와 버렸고, 이제는 이별.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렇기 때문에 파르비티를 배웅하고 있는 로안은 끝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위험한 곳으로 누나를 보내는 건데.”
그녀를 미처 돌아보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더군다나 현재 이그는 마하라자가 난리를 피우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
그만큼 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보니 님도 함께 하시니까.”
그런 그의 모습에 파르비티는 함께 동행하게 된 이보니를 가리켰다.
윌리안 역시 파르비티 하나만을 이그로 보내는 것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필스타인 어쌔신 중 단연 수위권에 드는 이보니를 함께 보내기로 결정했고,
“파르비티는 제가 목숨 걸고 지킬 테니 걱정 마십시오, 도련님.”
이그인인 이보니 역시 필스타인 어쌔신의 이그 창구를 맡는데 동의하여, 그녀와 함께 본국 송환 행에 몸을 담게 된 것이다.
전생에 로안을 배반한 바 있는 이보니라고 하지만, 아예 필스타인 가문의 행보가 달라진 지금 여기서는 그를 달리 배반할 일도 없게 되어 버린 셈이었다.
그러니,
“파르비티를 잘 부탁한다, 이보니.”
그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은 모두 잊어버린 채로 진지하게 당부하는 로안.
“걱정 마십시오, 도련님. 파르비티는 저에게도 동생이고, 딸 같은 아이입니다. 반드시 지켜 낼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보니 역시 필스타인 가문의 마스코트와 같았던 그녀를 어떻게든 지키겠노라고 진지한 얼굴로 화답했다.
배반 전까지는 그 역시 충직한 수하였으니까.
“그래, 그나마 한결 안심이 되긴 하네…….”
덕분에 로안도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어 낼 수 있었다.
“그나마…….”
하지만 끝끝내 마음 한편이 서운한 것은 감출 수가 없노라고 로안이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자,
“자주 연락할게. 나도 아직까지 필스타인 가문의 일원이고, 한 자리 맡고 가는 거니까.”
파르비티가 배로 밝은 척 목소리를 냈다.
이그인이라고 하지만, 어린 시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이그에 아무런 연고도 없다.
당연히 그곳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정착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니 윌리안도 과거 전쟁으로 닫혔던 이그의 필스타인 어쌔신 창구를 복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파르비티의 이그 정착을 다방면으로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이후 그녀가 계속해서 창구 일을 맡을지는 알 수 없겠지만,
“몸 건강히 잘 지내. 행복해야 돼.”
어쨌든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정착과 행복.
그뿐이라는 로안의 간절한 눈빛에,
“……로안도.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서 걱정돼.”
곧 파르비티가 그를 따뜻하게 안아 주며 말했다.
“알면 좀 기다려 주지.”
그러자 로안도 못내 칭얼대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차라리 지금은 그 편이 나았다.
아니라고, 괜찮다고 이야기하면 도리어 눈물이 나와 버릴 것 같았으니까.
“……미안해, 로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사과하는 파르비티를 보며,
“그래도 뭐 더 극적인 연출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네. 다음에 볼 땐 최소한 로안 필스타인 자작이라도 되어 있을 테니까.”
다시 로안은 애써 밝은 척 말했다.
웃으며 장난스럽게 한 말이라고 하지만,
“……응, 멋지다! 정말로!”
이것은 결코 농담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제국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가 대단한 로안이라면, 정말로 빠른 시일 내에 작위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아마 소문 듣는 속도가 더 빠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보니도 한마디를 거들자,
“그럼 나도 분발해야지! 다시 봤을 땐 로안이 깜짝 놀라도록!”
파르비티도 그만큼이나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노라고 포부를 밝혔다.
“……알았어.”
그 모습에 로안도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지만 그녀라면 충분히 잘해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온화하고 상냥한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었으니까.
“부디 몸 건강해야 해.”
그리 이야기 하며 로안이 등을 다독이자,
“너도.”
파르비티도 마찬가지로 그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자, 이만 가 볼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곧 이보니가 로안과 파르비티를 쳐다보며 말했다.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릴 거예요. 지금 가서 기다리는 편이 좋습니다.”
확인 작업을 거친 이후 함께 송환 마차에 오를 테니,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진 않을 테니까.
“……알았어.”
그 말에 로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눈가를 훔치는 파르비티를 보며 애써 담담한 얼굴로 웃음 지었다.
“늦게 전에 어서 가 봐.”
이제 진짜 이별이 임박했다.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에 가슴이 죄어 오는 것 같았지만, 마지막 모습은 밝게 웃는 것을 기억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응, 로안. 그럼 가 볼게.”
파르비티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밝게 미소 지었다.
정말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고, 친남매라 할 수 있을 만큼 닮을 구석이 많은 두 사람이었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어서 가 봐. 조심하고.”
다시 한 번 더 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보라고 손짓을 하자,
“……응, 로안도.”
파르비티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어서 가 봐.”
연신 그를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더뎌지는 발걸음에,
“자꾸 돌아보면 앞으로 가기 힘든 법이다, 파르비티. 가고자 마음먹었으면 뒤돌아보지 마.”
옆에 있던 이보니가 조언을 했다.
“……네.”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파르비티.
그동안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그녀가 본국 송환을 위해서 무수히 몰린 이그인들 사이로 사라졌을 때,
“……자꾸 돌아보면 앞으로 가기 힘든 법이라.”
로안도 이보니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천천히 뒤돌아섰다.
과거는 답이 될 수 없다는 에밀리아의 말과 묘하게 닿아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는 한 걸음 내딛었다.
“그래, 가기로 했으면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지.”
파르비티만은 전생과는 다른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
“그럼 다녀올게.”
파르비티가 이그로 떠나간 이후, 로안도 다시 아카데미로 복귀하게 되었다.
볼로네즈 4세의 명령으로 네로에 다녀왔던 로안 일행이 란 테고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등의 공적을 세웠기 때문에, 아카데미 측에서도 즉시 복귀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파르비티가 떠나간 이후로 그의 복귀 일정이 잡혔고, 로안도 마침내 오늘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가게 되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스승님!”
“잘 다녀오세요, 로안 님.”
그리고 떠나간 파르비티 대신 그를 배웅하는 쥬피와 젠.
“잘 다녀와, 아빠!”
“알테어도 인사해야지?”
거기다 알마와 바스텟트,
“아, 안녕히…….”
알테어까지.
“고마워, 알테어.”
그간 파르비티와 함께 지내며 안정을 얻었던 알테어가 많이 쓸쓸해 보였지만,
“……네.”
그래도 바스텟트와 젠도 있고,
“우린 인형 놀이 하자, 언니!”
분위기 메이커라 할 수 있는 알마까지.
“그래!”
기본적으로 따스한 분위기의 집인 덕분에 그렇게 크게 외로워 보이진 않았다.
그녀도 에반젤린 영지에서 돌아왔을 때와 비교하면 무척이나 밝아진 터라 로안도 빙그레 웃음을 짓자,
“……히힛.”
수줍은 웃음 머금은 채 금방 젠의 등 뒤로 숨어 버리는 알테어.
“아무튼 잘 다녀올 테니까, 다들 싸우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젠이랑 쥬피는 열심히 훈련에 임하도록 하고.”
어느 샌가 집안의 절반 이상이 아이들이 되어 버렸다.
자식 같은 아이들을 돌아보며 로안이 그리 인사를 하자,
“네, 스승님! 걱정하지 마세요!”
“얘가 남자라고 또 시비만 안 걸면 싸우진 않을 거예요.”
쥬피와 젠이 각기 다른 얼굴로 대답을 했다.
로안의 말을 종교처럼 따르고 있는 쥬피야 뭐든 알겠단 입장이었지만, 젠은 자꾸만 로안 앞에서 자길 남자라고 이야기하는 그가 마뜩찮았던 모양이다.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제법 까칠한 얼굴을 한 그녀의 모습에,
“그래도 착한 녀석이야. 너무 미워하진 말렴.”
로안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 아! 쥬피가 나쁘단 건 아니구요!”
혹시 방금 못되게 보였던 건 아닐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어 버렸던 젠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들자,
“쥬피, 너도 젠을 자꾸 놀리면 못 쓴다.”
“네, 스승님. 누나잖아요.”
그러자 전과 달리 순순히 젠의 존재를 인정하는 쥬피.
“어?”
그 모습에 되레 젠이 당황하고 말았다.
이러면 내가 뭐가 되나 싶어서 더욱 더 당황해 버린 그녀의 모습에,
“마음만은 확실히 누나라고 이해하고 있어요!”
쥬피가 밝은 얼굴로 소리쳤다.
피츠제랄드의 죽음을 통해서 한결 성숙해진 듯 보였지만 그의 천성이 어디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몸도 누나라고, 이 자식아!”
역시나!
발끈해 버린 젠이 쥬피의 목을 팔로 휘감자,
“우왓! 이 완력이 어딜 봐서 여자란 거냐구요!”
기겁을 하며 소리치는 쥬피!
“힘 센 여자도 있거든!”
또 다시 티격태격해 버리고 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로안은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천재들은 왜 다들 엉뚱한 구석이 있는지.”
데이모스도 그렇고, 쥬피도 그렇고.
타고난 재능이 있는 그들이기에 남들과는 다른 것일까?
로안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자,
“……이 녀석보단 제가 훨씬 더 셀걸요?”
젠이 쥬피에게 질투심을 느끼며 지기 싫단 듯 말했다.
여기서 천재라는 건 분명히 자신이 아니라, 제자인 쥬피를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
“저는 그렇게 쉽게 지지 않는다구요! 그건 마르쿠스 님도 인정하셨어요!”
그러자 쥬피도 승부욕만은 확실히 있는 모양인지, 젠에게 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쥬피가 보기와 다르게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 젠.”
로안도 아직까지는 쥬피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듯 말했다.
물론 젠도 재능이 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지만,
“진지해지면 정말 강하거든.”
쥬피의 재능은 결을 달리 한다.
네로에 머무는 동안 마법진 작업 이후에는 쥬피를 직접 봐줬던 로안이기에, 차원이 다른 그의 재능을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
오른손 부상 중이라고 하지만, 연습 대련에서는 포보스를 당황케 할 정도였다.
이제 검을 배운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12살 아이가 말이다.
지금 당장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치러도 쥬피는 입학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게 란 테고스인 피츠제랄드의 피를 이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젠이 이기기 쉽지는 않을 터.
“봤죠! 남자 대 남자의 싸움이라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구요!”
“으, 남자 아니라고!”
어쨌든 그 말에 젠이 조금 시무룩해지자,
“우리 젠도 보통이 아니라구. 강신의 영향을 받아서 보통 인간들보다 훨씬 더 신체 능력이 향상되어 있으니까.”
바스텟트가 젠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예상치 못한 내용에 로안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예상치 못했던 부분인데 말이다.
“한스 아저씨가 저도 소질이 있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리고 쥬피만큼이나 인정받고 싶은 젠의 목소리에,
“응, 한스한테 타고났다는 이야길 전해 들었어.”
로안도 이건 예상이 불가피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도 뛰어난 신체 능력이 보다 좋아졌다면, 쥬피를 능가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진짜 천재가 여기 있었던 건 아닐까 모르겠어.”
그런 로안의 칭찬에,
“……그, 그래도 정도까진 아닐지도 몰라요.”
금방 젠이 또 부끄러워하며 몸을 배배 꼬고 말았다.
“죄송하지만 스승님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구요! 마음만 여자라고 해서 통하지 않을걸요!”
“여자라니까! 이 꼬맹이 자식아!”
하지만 금방 여지없이 같은 패턴으로 또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아직 치기 어린 나이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오히려 이것이 그들의 성장을 더 이끌어 주는 원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이따 갔다 와서 한번 확인해 보도록 하자. 누가 이겼는지 이야기해 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은 경쟁 상대를 만났을 때 보다 성장하는 법이니까.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로안의 말에,
“네, 스승님! 저는 로안 필스타인의 제자이니 절대로 지지 않을 거예요!”
“나도 너한텐 죽어도 안 질 거야!”
쥬피와 젠이 견원지간처럼 으르렁대며 날을 세웠다.
“아, 그럼 난 이만 가 봐야겠어. 복귀 첫날부터 지각하면 안 되니까 이만 가 볼게.”
이내 시간을 확인한 로안은 다시 웃음을 터뜨리며 인사를 건넸다.
“네, 스승님!”
“잘 다녀오세요!”
“그럼 나도 낮잠이나 자러 가 볼까?”
파르비티가 이그로 가고 허전함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걱정했지만, 걱정과 달리 집 안의 아이들과 바스텟트가 활력소가 되어 주니 그렇게 허전하거나 마음이 아프지만도 않았다.
“그럼.”
그렇게 다시 집을 나선 로안은,
“이거 어마어마하게 오랜만에 가는 기분이네.”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한 기분까지 느끼며 아카데미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갔으려나?”
그러다 자연스럽게 주변 블록의 집들을 쳐다봤다.
이 일대는 이미 한나가 점거하듯이 구입해 버린 집들이고, 조들은 달라도 전부 같은 하위 클래스의 클래스 메이트들이 살고 있으니까.
그러니 시간이 맞다면 함께 아카데미를 가도 되겠지만,
“……깨워 주는 사람이 없으니 원.”
파르비티가 없어지고 나니 기상 시간이 상당히 늦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덕분에 오늘 꽤나 늦어 버린 로안은,
“세드릭은 아즈라드랑 같이 있겠지.”
홀로 아카데미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네로에서 본의 아니게 로안 이상으로 고생을 했던 것이 아즈라드이니, 지금까지 쭉 쉬고 있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어쨌든 네로에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렀고, 에밀리아까지 아카데미를 그만 뒀으니 한나와 알리시아 둘이서 외롭게 로안 조를 지키고 있었을 터.
그걸 생각하면 두 사람에겐 미안한 마음마저 들게 된 로안이었다.
모두 본의 아니게 긴 시간을 외부에서 머물게 되었으니 그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졸업은 책임져 줘야지.”
그래도 도의적인 미안함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로안이 서둘러 아카데미에 도착했을 때.
“로안!”
그를 반긴 것은 역시 알리시아였다.
“으아앙!”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그녀가 울음을 터뜨려 버리자,
“……알리시아?”
로안은 꽤나 당황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원래 알리시아가 정이 많고 여린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이리 칭얼대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러게요, 로안 님.”
로렐라이까지 그런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에반젤린 영지에서 돌아왔을 때와 달리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는 모습은 생각지 못했던 모습이니까.
“이거, 저희가 네로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나 보네요.”
이내 먼저 아카데미에 도착했던 포보스도 착잡한 얼굴로 말을 거들었고,
“……흐음.”
데이모스마저도 평소와 달리 팔짱을 낀 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었어?”
덕분에 로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물음을 던지고 말았다.
그들 모두 에밀리아가 아카데미를 그만뒀다는 말을 이제야 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가,
“한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찾게 된 로안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가장 먼저 야단을 쳐도 모자랄 그녀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런 로안의 물음에 알리시아가 굉장히 슬픈 얼굴로 말했다.
“한나가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슈발츠로 돌아가 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