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러 활성화를 통한 능력치 증가가 무려 20퍼센트. 힘이 30에 도달했으니 추가로 붙는 수치만 무려 6이다.

처음 플레이어로 선택받았을 때 힘이 7이었으니, 증가치 6을 낮은 수치라고 볼 수는 없다.

부우웅!

검을 강하게 휘두르자, 풍압에 의해 바닥에 있던 흙들이 밀려 나갔다.

“미쳤군,”

이건 오러를 사용하는 지금 힘이 36에 도달했기에 가능한 일.

힘으로 이런 기교가 가능한 것을 보면 평범한 사람의 힘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예전 내가 가지고 있던 힘의 다섯 배에 해당하니까.

“거기다 내 레벨 제한은 299니까… 그럼 앞으로 총 589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린데.”

레벨을 한계까지 키울 수만 있다면 총 598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득해질 정도의 수치. 네 가지 능력치에 골고루 투자한다고 해도 힘 능력치만 무려 157.

“157이라면... 오러 사용시 힘 증가량도 엄청나겠어.”

힘 157포인트면 간단히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대형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에서 저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되는 것이 꿈만은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어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나에게 불가능은 없어.’

지금 제일 벅차오르는 감동은, 레벨3 때 얻었던 한계돌파 스킬이 쓰레기가 아니라는 사실.

물론 늘어날 경험치를 모두 채우고 레벨 299를 찍을 수 있냐는 문제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후우… 좋아! 이 기분 그대로 훈련이다.”

오러 활성화를 유지한 채 가상의 적을 만들어 본능이 이끄는 대로 검을 휘둘러 봤다.

부우웅!

날카롭게 적을 향해 날아가는 일격. 하지만 가상의 적이 재빠른 움직임으로 아슬아슬하게 내 검을 피해냈다.

“그렇다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검술.

가상의 녀석을 제압하기 위해 몸을 본능에 맡긴 채 베기, 찌르기, 사선 베기, 내려치기 네 가지 기술을 차례차례 사용했다.

부우웅!

어느새 내 공격에 만신창이로 변한 녀석.

‘다음은 폼멜 치기!’

휘이익

짧은 거리에서 기습적으로 날린 폼멜에 머리를 타격당한 가상의 적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빈틈! 관통 찌르기!’

쇄애액

무방비 상태가 된 녀석을 향해 마지막 공격을 퍼붓자, 검에 목이 그대로 관통당한 녀석이 목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치명상을 입었기에 다시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

“...상상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사람을 상대하는 건 다르네. 많이 부족해.”

방금 쓰러트린 가상의 적은 카이얀 바로 나였다. 물론 지금의 내가 아닌 성장하기 전인 이틀 전의 자신.

가상의 적을 압도적인 능력치 차이로 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만, 사람을 상대로 처음 검을 휘둘러 봤기에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졌다.

“훈련 상대가 있으면 좋을 텐데….”

사람을 상대로 검술을 훈련하려는 이유는 빠른 변화를 위해서.

며칠 동안 몬스터를 상대로 검술을 연습하며 녀석들로만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몬스터는 너무 단순해. 녀석들은 자신들의 육체 능력을 너무 믿어.’

높은 힘을 바탕으로 한 단순한 공격. 물론 그만큼 육체 능력이 좋다 보니 그 단순한 공격조차 매서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바로 플레이어다.

레벨업을 통해 부족한 능력이 어느 정도 채워지자 몬스터와의 격차가 줄어들었고, 이제는 대형 몬스터가 아닌 이상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훈련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제프 아저씨가 딱이기는 한데… 한번 부탁드려 볼까?”

오러 유저인 제프 아저씨라면 충분한 상대가 될 테지만, 성장한 능력을 공개해야 하는 게 조금 걸린다.

검술이야 천재다 뭐다 하니까 그렇다고 넘어가지만, 보통 사람을 넘어선 힘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오니까.

“음… 며칠 운동하니 이렇게 됐습니다?”

능력치가 증가한다고 해서 신체에 변화가 없었기에 몸에 근육이 없는 건 며칠 전과 동일하니 기각.

“뭘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이렇게 됐습니다?”

차라리 플레이어 시스템을 공개하는 게 낫지 이건 믿어 주길 바라는 게 바보다.

“…방법이 없을까. 아!”

고민 중에 머리를 번뜩이는 생각이 났다.

‘상점창.’

바로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하는 보물창고 상점!

오러 연공법을 구매하기 위해 잠깐 살펴봤었지만, 안 파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상점이라면 내 고민을 해결해 줄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상점창을 불러 목록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플레이어용 아이템이나 포션 등등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 여러 가지 아이템이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검술에 관련된 아이템을 찾았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검술이 먼저 성장할 필요가 있으니까.

[상점]

창술서/검술서/…

‘…검술서? 검술서 보여 줘.’

목록을 한참을 내려서야 원하던 검술에 관련된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

이름부터 검술에 관련된 아이템. 검술서.

[최하급/하급/중급/상급/최상급/마스터]

목록은 연공법과 동일했다.

“그럼 중… 아! 보유 G가 없을 텐데….”

중급 검술서 목록을 열람하려는 순간 보유 G가 17밖에 안 남았던 게 떠올랐다.

검술서가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고작 17G로 괜찮은 것을 구매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젠장!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 보유 G를 보여줘.”

혹시라는 기대. 아직 G를 어떻게 얻는지 확인하지 못했기에, 나도 모르게 G를 얻었을 수도 있다는 희망에 보유 G를 불러왔다.

[보유 G: 70G]

‘70G….’

보유 G가 17G가 아닌 70G라는 것을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G를 모으는 방법이 한 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하나는 알았다.

어제 상점 이용 후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이라고는 몬스터 사냥밖에 없는 상황. 그 말은 몬스터 사냥을 통해서 G를 모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그럼 오늘 53G를 모았다는 건데… 오늘 쓰러트린 몬스터가 몇 마리더라.’

하루 동안 벌어들인 G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4일만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면 메이슬린 연공법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니까.

거기다 몬스터 사냥으로 G가 얼마나 벌리는지 확인했으니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 가능할 테고.

‘70G로 중급은 무리일 테니까… 우선 최하급 보자.’

목록이 동일한 것으로 보아서 중급 검술서도 중급 연공법처럼 상상 이상의 가격일 확률이 높다.

역시 지금 나에게 어울리는 것은 최하급. 한 걸음씩 천천히 급하지 않게.

[최하급 : 벤티너 검술서, 프리야 검술서, 도르만 검술서….]

‘벤티너부터 보자.’

검술이라고는 어차피 기본밖에 몰랐기에, 그냥 하나씩 살펴보며 비교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제일 앞에 있는 검술서를 불러왔다.

[벤티너 검술서 : 최하급 검술서, 기본 검술 외에 연속 베기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60G]

“….”

과연 최하급 검술서라고 해야 할까.

기본 검술과 연속 베기 두 개가 끝이라니. 설명이 너무 단조로워 추가로 뭐라도 써 주고 싶을 정도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플레이어 시스템 조금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 대부분 설명을 생략하거나 한다 해도 너무 간단하게만 하니.

‘기본 검술이라면 굳이 배울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 그런데 연속 베기 기술은 무슨 말이지?’

단순히 베기를 연속으로 사용한다는 소리인지, 다른 말인지 분간이 안 갔다.

전자라면 나에게 저 검술서는 아무 쓸모가 없는 아이템. 하지만.

‘단순한 연속 베기라면.... 굳이 저렇게 검술 외 기술로 취급하는 이유가 있을까?’

연공법과 다른 아이템을 둘러보면서 느꼈지만,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적절한 가격이 정해져 있었다.

예로 메이슬린 연공법의 가격이 180G, 최하급 회복 포션의 가격이 20G다.

최하급 회복 포션은 밖에 내다 팔면 못해도 20~50골드 정도.

물론 내가 장사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포션은 그 정도의 가격으로 이미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포션의 9배의 G가 필요한 메이슬린 연공법은 얼마에 팔릴까?

세상에 알려진 하 등급 연공법의 가격은 바로 200~400골드 사이.

물론 돈이 있다고 무조건 배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제프 아저씨에게 듣기로는 최소 그 정도의 돈은 있어야 시도라도 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이건 아이템 가격이 G가 차이 나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그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난다는 소리다.

‘벤티너 검술서의 가격이 60G니까… 최소 70~120골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소린데.’

70~120골드라면 평민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이 큰돈.

제프 아저씨가 타리엔에게 50골드를 받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평민이 수십 골드를 버는 일은 흔치 않았고 매우 힘들었다.

그런데 벤티너 연공법이 쓰레기다?

“음… 말도 안 되지. 우선 다른 것도 보자.”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다른 연공법을 살펴봤다.

[프리야 검술서 : 최하급 검술서, 기본 검술 외에 강한 내려치기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70G]

“역시..!”

두 검술서를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확신이 들었다.

연속 베기와 강한 내려치기는 보통 검술과는 다른 기술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 미친 가격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추측하건데 검술서에 포함된 기술은 다른 곳에서는 배우기 힘든 핵심 기술인 게 분명하다.

‘검술을 전체적으로 올리려고 했던 건데… 이것도 도움이 되려나?’

이제 남은 문제는 겨우 한 가지 기술을 배우는 것이 검술 등급 상승에 도움이 되냐는 것인데.

‘시험 삼아 해 봐? 하루에 50G를 버니까 해 볼 만은 한데….’

G를 버는 방법을 모를 때라면 당연히 미친 소리겠지만.

지금은 사냥을 통한 G수급이 가능했기에 강해지기 위한 시도로 한 번쯤은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까짓것 한번 해 보자.”

검술서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고 최하급 검술서 목록을 미친 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메이슬린 연공법처럼 조금이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검술서를 찾기 위해서.

‘이건 조금 별로… 이것도… 음? 응? 이게 왜 여기서 나와?’

하나씩 차근차근 검술서를 살피다 목록에서 조금 황당한 것을 발견했다.

[한스 검술서 : 최하급 검술서, 기본 검술 외에 관통 찌르기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90G]

내 주 스킬인 관통 찌르기가 한스 검술서에 적혀 있다니.

“잠깐만… 아니, 그러면 이 기술이라는 게 스킬이라는 소리야?”

의도치 않은 놀라운 발견에 황당함과 기쁨으로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상점에서 스킬을 판매하지 않는 것을 보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었다. 다른 건 파는데 어째서 스킬은 판매하지 않는 걸까 하고. 그런데 이런 식으로 스킬을 판매하고 있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오러도 오러 연공법을 배운 후에 스킬로 등록되었던 게 생각났다.

‘미치겠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는 소리잖아.’

지금까지 검술, 방패술, 관통 찌르기 스킬들로 얼마나 많은 이득과 효과를 봤는가.

저 스킬들을 배우지 못했다면 이렇게 폭풍 같은 성장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검술서를 통해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정보이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당장 구입한다! 어… 우선 가격이 낮은 것 중에… 그래! 프리야 검술서 구입할게!”

얼마나 놀랐는지 속으로 중얼거린다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보유:0G]

프리야 검술서를 구입하자 보유 G가 0이 되어 버렸고, 구입한 검술서는 오러 연공법을 구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머릿속으로 프리야 검술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이 기분 언젠가는 적응되겠지.”

머릿속에 강제로 파고드는 지식들.

조금은 불쾌하면서 상쾌한 두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두눈을 감으려고 하는 순간.

띠링! [검술 스킬이 생성됩니다]

[이미 동일한 검술 스킬이 존재합니다]

[새로 생성될 예정이었던 검술 스킬이 경험치로 변환됩니다]

[기존 검술 스킬에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특성 '노력하는 자'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띠링! [초급 검술(D) 등급 상승 중급 검술(C)]

발끝부터 차오르는 짜릿함. 겨우 최하급 검술서를 구매했을 뿐인데 검술 등급 자체가 올라가다니!

“하… 조금은 당황스럽네.”

검술 스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이건 조금이 아니라 너무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띠링! [강한 내려치기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거기다 예상한 대로 새로운 스킬까지.

고작 70G를 소비한 것치고는 너무 많은 것을 얻자, 플레이어 시스템이 다시 돌려 달라고 할까봐 문득 겁이 났다.

도대체 어떤 것부터 확인을 해야 하는 건지.

“하하….”

멋쩍은 표정으로 헛웃음을 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