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 Breaker
< [15] Spoon (1) >
@ 숟가락 얹기.
“죄송합니다. 이것 역시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조한승의 표정은 너무나도 좋지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는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질 못했다.
“정확하게 말해보세요. 아무것도 읽을 게 없는 겁니까? 아니면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는 겁니까?”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건 마치…… 짙은 안개가 잔뜩 끼어 있는 느낌입니다.”
조한승의 나이트 소울은 ‘사실을 보는 눈’이었다. 그의 이 능력은 탐색에 특화된 능력이었다. 단순히 현재만 탐색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최대 5시간까진 사물에 깃든 과거의 사실까지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추적에도 매우 능했다.
이런 종류의 능력을 지닌 나이트는 매우 희귀한 편이었기 때문에 조한승은 대현메탈기사단에서도 상당히 인정받는 임원급 나이트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원정에서만큼은 너무나 부족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게 가능한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여기저기 남아 있는 흔적으로 봐서는 분명 맹독군단충이 습격한 건 맞는데…… 당연히 죽어있어야 할 대기조는 모두 사라지고 그와 함께 전리품 창고가 털리고 또한 멀쩡히 세워져 있던 타이탄은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린 이 상황이 전 도대체가 이해가 되질 않네요.”
“단장님, 이곳은 던전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곳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현수에게 그나마 가장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박진이 이곳이 어딘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아아, 던전…… 그렇죠. 우린 지금 던전에 있죠.”
“저도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차피 조팀장의 능력으로도 정확한 사정을 파악할 수 없다면 빠르게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우리는 벌써 5등급 괴수를 세 마리나 제거했습니다. 맹독군단충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아주 잘 해내고 있습니다.”
박진은 아주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알겠습니다. 저도 이 문제를 길게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그런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이 철사자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이건 아무리 봐도 맹독충이 달려들어서 망가트린 수준이 아니라 철사사가 스스로 폭주해 움직이다 쓰러진 것 같은데…….”
정현수는 쓰러진 타이탄을 살펴보고 있던 마도공학자들을 바라보았다.
“외부 장갑은 모두 녹아버렸고 각 주요부요의 관절들은 모두 뒤틀렸으며 마나엔진은 폭발하지 않은 게 더 이상할 정도로 망가져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메인프레임도 여기저기가 부러지고 녹아있었고 신경 시스템도 사실상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이 심합니다. 솔직히 어떻게 하면 타이탄을 이 지경으로 만들 정도로 만들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누군가 탑승한 흔적은 없나요?”
“탑승은 한 것 같긴 한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이걸 가동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출동하기 전 락(Lock)까지 걸어놨었는데…… 캠프에 대기하던 프리나이트는 타이탄을 조종해본 경험이 전혀 없던 나이트였습니다. 그런 그가 락을 풀고 이 타이탄을 조종했다는 건 말이 되질 않습니다.”
마도공학자들의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김현근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던전에선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나 이상한 일이었다.
“흐음…….”
김현근의 말을 들은 정현수는 다시 한 번 고철덩어리가 되어 쓰러져 있는 철사자를 바라보았다.
“약탈자가 난입한 건 아니겠죠?”
제 3자의 개입 가능성을 떠올린 정현수는 약탈자를 언급했다. 진짜 누군가 제 3자가 개입한 것이라면 약탈자일 가능성이 거의 90% 이상이었다.
“이번 던전 공략을 계획할 때부터 던전의 위치는 철저히 비밀로 했습니다. 단장님과 네 명의 임원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이곳의 위치를 미리 알진 못했습니다. 만약을 위해 남겨놓은 구조요청신청 메시지에 이곳의 위치가 적혀 있긴 하지만 그건 믿을만한 곳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유출됐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들어올 때도 철저히 위장을 하고 만약을 위해 트랩까지 설치해 놨습니다. 더욱이 이곳은 6등급 던전입니다. 아무리 간덩이가 부은 약탈자라고 해도 6등급 던전에 약탈을 하러 들어오진 않습니다.”
약탈자들은 한 마디로 다른 이들이 들어간 던전에 난입해 기존의 나이트나 헬퍼들을 공격해 그들이 가진 전리품을 빼앗는 범죄자들이었다.
던전은 사실상 범죄를 저지르기 가장 좋은 장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지극히 정상적이었던 사람도 약탈자가 되곤 했었다. 특히 무서운 건 대부분의 약탈자들이 평소엔 정상적인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가면을 벗고 약탈자가 되어 다른 사람을 죽이고 전리품을 빼앗았다.
물론 이런 범죄 행위가 발각되면 당장에 수배자가 되어 쫓기겠지만 생각보다 약탈자들의 범죄를 밝혀내는 건 쉽지가 않았다.
“그럼 도대체 뭡니까? 약탈자도 아니면 누가 타이탄을 조종한 거죠? 타이탄에 귀신이라도 붙은 건가요?”
정현수는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이었다. 아무것도 확인이 되지 않는 이런 답답한 상황은 원정대의 책임자인 그에겐 당연히 짜증이 나는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일단 지금은 주변을 좀 더 살펴본 후 적당히 정리를 하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결론이 나오지 않는 문제라면 계속 붙잡고 있어봤자 우리에게 좋을 건 하나도 없습니다. 차라리 상황을 지켜보면서 다른 징후가 있을 때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 얘길 할 수 있는 박진이 조심스럽게 정현수를 진정시켰다.
“휴, 알겠습니다. 박 팀장님과 조 팀장님이 마무리를 좀 지어주세요.”
마음 같아서는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정현수였지만 이곳은 던전이었고 지금은 던전을 공략하는 중이었다. 원정대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정현수가 화를 삭이며 사라지자 박진과 조한승이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라진 대기조와 전리품. 그리고 고철이 된 타이탄.
많은 것이 의문 투성이었지만 지금은 이 의문을 푸는 것보다 던전을 공략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에 모든 의문은 던전을 공략한 후 다시 해결하기로 결정 났다.
* * * *
대현 쪽이 온갖 의문을 조용히 덮고 있을 그때 수혁은 베이스캠프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곳은 6등급 던전이었기 때문에 수혁도 함부로 움직이는 건 부담이 있었다.
혹시라도 4등급 이상의 괴수를 만나게 되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었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일단 사막 지형은 사람을 굉장히 힘들 게 만드는 지형이었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수혁은 이곳에서 살아남는 동시에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려버린 대현메탈기사단에게 응징을 하기 위해서 지금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생각을 해보았다.
‘스킬 코어가 더 필요해…….’
현재 수혁이 가지고 있는 차원력은 ‘170012/218778’이었다. 넉넉하게 대략 5만 정도의 차원력을 남기고 나머지 차원력으로 모두 스킬 코어를 산다고 해도 무려 12만의 차원력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차원력은 충분하지만 문제는 역시 내가 원하는 걸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겠지?’
차원력이 아무리 많아도 원하는 것을 구하지 못하면 별로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능력은…… 은신, 잠행, 정찰, 저격 강화…… 또 뭐가 있으려나? 아, 찾을 수만 있다면 공간이동 능력도 구하고 싶은데…….’
수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과 관련이 있는 나이트 소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혁의 지식에는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가 찾아낼 수 있는 스킬 코어는 그리 많지가 않았다.
수혁은 무려 408번이나 검색 실패를 한 끝에 그나마 쓸만한 대략 네 개의 스킬 코어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검색에만 4080의 차원력을 사용했다.
그가 찾아낸 네 개의 스킬 코어는 이러했다.
[스킬 코어]
암흑계열 나이트 전문 스킬 ‘어둠 은신 C’ (등급 : 희귀)
: 어둠에 몸을 숨긴다. 제자리에 가만히만 있으면 은신(隱身)이 풀리지 않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발의 위치가 달라지거나 혹은 몸을 좀 크게 움직이면 은신이 풀린다. 은신 레벨은 3이고 누군가가 자신을 ‘인식’하고 있을 땐 은신을 할 수가 없다. 또한 자신이 숨은 어둠이 사라질 경우에도 은신이 풀린다.
(재사용 대기 시간 : 5분) (스킬 종류 : 액티브)
(소모 차원력 : 50)
[가격 : 16,000 차원력]
[스킬 코어]
암흑계열 나이트 전문 스킬 ‘어둠 걷기 C’ (등급 : 희귀)
: 30초 동안 어둠 속에서 아주 은밀하게 이동한다. 은신레벨은 1이지만 대신 어둠 숨기와 연계가 가능하다. 두 스킬을 연계 했을 땐 어둠 걷기이 은신레벨이 2로 올라간다. 단, 어둠에 숨어 있을 땐 방어력이 취약해진다.
(재사용 대기 시간 : 5분) (스킬 종류 : 액티브)
(소모 차원력 : 100)
[가격 : 19,000 차원력]
[스킬 코어]
방출계열 나이트 전문 스킬 ‘모아 쏘기 B’ (등급 : 희귀)
: 30초 동안 투사체에 힘을 모아 위력을 극대화시킨다. 투사체의 위력은 최대 3배까지 늘어나지만 대신 연사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재사용 대기 시간 : 5분) (스킬 종류 : 액티브)
(특이 사항 : 모아 쏘기를 통해 투사체를 쏠 경우 똑같은 방법 혹은 도구를 다시 사용하려면 5분을 기다려야 한다.)
(소모 차원력 : 200)
[가격 : 17,000 차원력]
[스킬 코어]
탐색계열 나이트 전문 스킬 ‘감시자의 표식’ (등급 : 희귀)
: 48시간 동안 지정한 인물 또는 사물에 보이지 않는 표식을 남겨서 그를 추적할 수 있다. 표식을 남기려면 무조건 대상에게 집적 접촉을 해야 한다. 단, 표식을 남긴 대상과의 거리가 40km이상 멀어지면 표식이 사라지고 누군가가 표식의 존재를 눈치 채도 그 즉시 표식이 사라진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2시간) (스킬 종류 : 액티브)
(소모 차원력 : 100)
[가격 : 10,500 차원력]
아무리 찾아도 이게 전부였다.
더 좋은 걸 찾고 싶어서 검색을 더 해봤지만 아예 스킬 코어 자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수혁은 일단 62500의 차원력으로 이 네 가지 스킬을 모두 구매했다. 당장은 이거라도 필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한 번…… 시도를 해볼까?’
6만 정도의 차원력을 쓰고도 아직 여유 차원력이 6만 정도가 더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수혁은 다시 한 번 도전을 해볼 생각을 했다.
수혁의 도전, 그것은 바로 ‘무작위 선택’이었다.
당연히 이번엔 삼라만상 1층이 아닌 2층에서의 무작위 선택이었다.
-무작위 선택에 필요한 차원력은 50,000입니다. 시도하시겠습니까?
“해보자.”
솔직히 첫 시도도 비록 원하는 게 나오진 않았지만 실패는 절대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 과감히 무작위 선택을 시도 할 수가 있었다.
-무작위 선택을 하셔서 차원력 50,000이 소모됩니다.
파앗!
띠릭, 스킬 코어[진 크로노스의 태극심공(太極心功)]을 얻었습니다.
스킬 코어 ‘진 크로노스의 집중력’의 1차 성장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스킬 코어 ‘진 크로노스의 집중력’과 ‘진 크로노스의 태극심공’가 하나로 합쳐져 ‘진 크로노스의 창천태극심(蒼天太極心)’이 되었습니다.
< [15장] 숟가락 얹기 (1) > 끝
ⓒ 성진(成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