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O: 직쌀니뮤ㅠㅠㅠㅠㅠㅠ]

[직살: 울지말고]

[직살: 낚시나해]

[OvO: ㅠㅠㅠ낚시 특성 만렙찍고 손절한지가 언젠데여ㅠㅠㅠㅠㅠ]

[OvO: 다시는 원양어선 안타겠다고]

[OvO: 다짐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용가리불꽃슛: 스트리밍중인데…]

[용가리불꽃슛: 원양어선에 갇힌 스트리머가 있다?]

용가리불꽃슛 역시 OvO처럼 어기적거리면서 갑판을 횡단하고 있었다. 연차의 다이나믹 원양어선 납치극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든 건지 후원이 계속 들어오는 듯 했다. 용가리는 갑판을 횡단하면서 떡갈비비고님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같은 채팅을 우르르 쳤다.

용가리가 이를 박박 갈았다.

[용가리불꽃슛: 연차님]

[용가리불꽃슛: 용서하지않겠어용…]

[연차: 풀피리어나 낚으세요]

[연차: 꾼님 갖다드리게……]

[slrspdla: 풀피리어 우편]

[연차: 네^^]

[허리디스코: 우리의 노동력을…]

[허리디스코: 갈취하려고 납치했겠지만]

[허리디스코: 생각대로 움직이진 않을 거다 연차…]

어느새 갈매기에 뒤덮인 허리디스코가 채팅을 갈겼다. 갈매기에게 바다새우를 던져주는 건 풀피리어가 낚일 확률을 높여주는 히든 피스였기에 별로 설득력은 없었다.

[OvO: 어케 이러냐고요 연차니뮤ㅠㅠㅠㅠㅠ]

[OvO: 장사꾼님이 풀피리어 산다고]

[OvO: 어케 길원들을 납치할수가잇어여ㅠㅠㅠㅠ]

[연차: 그렇게 투덜대는건]

[연차: 다 번뇌가 많아서]

[연차: 그런 거다…]

[연차: 어선 낚시 세 시간만 하면 마음이 아주 깨끗해지고]

[연차: 새로 태어날 수 있음]

[격신: 맞말]

[OvO: 저사람들 뭐라는거예여???ㅠㅠㅠㅠㅠㅠㅠㅠ]

[격신: 원래 현인의 말은]

[격신: 일반인이 이해할수 없는 법임]

[OvO: 아재 진짜 뭐라는거예여??????ㅠㅠㅠㅠㅠ]

낚시에 돌아버린 인간들과는 도저히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 연차와 격신 뒤에 드러누운 북한산치즈버거의 주변에 물고기가 쌓여갔다. 낚시 효율충 두 사람은 풀피리어가 아닌 물고기는 전부 버리고 있었다.

저거 갖다 팔면 돈 되는데… OvO가 어기적거리며 북한산치즈버거의 곁으로 가던 도중, 쿵, 화면이 흔들리는 이펙트와 함께 거대한 얼음 벽이 솟아올랐다.

[OvO: 으악 ♡♡]

[Hx: 아 죄송해요 ㅎㅎ]

Hx 역시 디버프에 걸린 상태였지만 OvO처럼 어기적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스태프를 들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스킬을 쓰고 있었다. 얼음벽이 파삭, 소리를 내며 무너지더니 곧 눈보라가 몰아쳤다. 여기 배 위잖아. 햇빛도 쨍쨍하잖아. OvO는 헐레벌떡 기둥 뒤로 숨었다. 물론 헐레벌떡이라고 해봤자 평소 속도의 3분의 1도 안 되는 느린 속도였다.

[OvO: ㅇㄴㅇㄹ아니]

[OvO: 뭐하시는거예여?????]

[Hx: ㅎㅎ 그거 아세요?]

[허리디스코: 뭔진몰라도]

[OvO: 안알려주셔도대여;; ㅠㅠㅠㅠㅠㅠㅠㅠ]

[허리디스코: 알고싶지 않은데요……]

[Hx: 어선 디버프 걸렸을 때랑 PvP에서 슬로우 디버프 걸렸을 때랑]

[Hx: 이동속도가 똑같아서]

[Hx: 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Hx: 연습할 수 있어요 ㅎㅎ]

[힐줄랑말랑: 나중에 가르쳐주세요]

[힐줄랑말랑: ㅎㅎ]

[Hx: 아~]

[Hx: 당연하죠^^ PvP 가실래요?]

Hx의 캐릭터가 두두두두 게걸음을 쳤다. OvO는 기둥에 더 바짝 달라붙었다. 그게 뭐야, 몰라, 무서워……

[Hx: 이렇게 게걸음 치면서도 스킬 사용이 된답니다]

[Hx: 예전엔 어선에 자주 연습하러 왔었는데]

[Hx: 추억이네요…]

OvO가 공포에 떨든 말든 Hx는 여고괴담에 나오는 귀신처럼 빠른 속도로 게걸음을 쳤다.

Hx. PvP 시즌이 리셋될 때마다 전 직업 랭킹 5위권에 안착하는 그녀는, 헤이스트의 선임 길드원이자 PvP에 돌아버린 유저였다. 직업 별 스킬 시전 시간과 쿨타임,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를 전부 외운 것은 물론, 뇌 속에 계산기를 박아넣은 것처럼 적의 쿨타임이 있는 스킬의 시간을 전부 계산하고 움직였다.

그녀가 헤이스트 길드에 가입한 것도 지적이 Hx의 커져만 가는 광기를 꿰뚫어보고 길드 가입을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스트리밍 콘텐츠에 목이 마른 용가리가 게걸음으로 갑판을 횡단하는 Hx의 근처에 게걸음으로 접근했다. 기묘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용가리불꽃슛: 우리 어선탈출하면]

[용가리불꽃슛: 피빕이나 갈까용?]

[Hx: ㅎㅎ]

[Hx: 어선탈출 기념으로]

[Hx: 피빕가는건]

[Hx: 국룰 아니었나요? ^^]

[허리디스코: 그게 언제부터 국룰이었어요;;]

[OvO: 저사람들 국적 우리랑 다른가봐여ㅠㅠㅠㅠㅠㅠㅠ]

[Hx: 우리는… 아스타 제국에 살고 있답니다]

[용가리불꽃슛: 펄ㅡ럭]

[Hx: PvP 가서 국뽕좀 채워보실래요?]

[OvO: 아ㅠㅠㅠㅠㅠㅠㅠ]

[OvO: 레이드갈래여 전설레이드 순회돌래여]

[OvO: 길마님 보고싶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힐줄랑말랑: ㅎㅎ]

[힐줄랑말랑: 저두요]

조용히 특성을 올리던 힐줄랑말랑이 갑자기 끼어들었지만, 거기에 태클을 걸만한 사람은 전부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선 바닥에 드러누운 북한산치즈버거의 노란색 근육이 꿈틀거렸다.

어선 탈출까지… 38분!

* * *

성차현은 쭉 기지개를 폈다. 대충 급한 불은 껐다! 마지막으로 주석과 논문 출처만 다시 확인한 후 제출하면 이 거지같은 리포트도 끝이다. 성차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힐줄랑말랑에게서 메신저가 와 있었다.

개인 메신저를 알려준 후로, 힐줄랑말랑은 하루에 한 번 꼬박꼬박 연락을 했다. 대부분 프리스트 택틱 영상을 보고 피드백을 부탁하는 내용이었지만, 가끔은 점심 맛있게 드셨냐는 안부 인사도 섞여 왔다.

성차현은 사소한 연락을 아주, 매우, 많이 귀찮아 하는 인간이었으나 힐줄랑말랑의 연락은 밸런스가 아주 훌륭했다. 역시 신이 내려준 파트너 힐러 (아직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다웠다.

이번에도 뭐 연습한 거 확인해달라는 건가? 녀석, 열심히 하기는… 그는 흐뭇하게 웃으며 카톡을 눌렀다.

[최수빈(힐줄랑말랑)]: (사진)

[최수빈(힐줄랑말랑)]: ㅎㅎ

[최수빈(힐줄랑말랑)]: 어선 왔어요

[최수빈(힐줄랑말랑)]: 낚시 열심히 해서 특성 올릴게요

힐줄랑말랑이 보낸 스크린샷 안에는 갑판에 드러누운 노란색 근육 덩어리와 하도 빠르게 게걸음을 쳐서 잔상으로만 보이는 어렴풋한 Hx, 그 뒤를 따라 게걸음을 치는 용가리, 기둥 뒤에 달라붙어서 우는 모션을 연타하는 OvO, 그물을 건져내는 하늘색 깡통, 망부석마냥 낚싯대를 드리운 직살, 하와이안 형제 두 명, 그리고… 브이 모션을 취한 힐줄랑말랑이 있었다.

성차현은 할 말을 잃었다.

이 ♡♡들 지금 우리 애 데리고 뭐 하는 거야?

[작품후기]

사실 전 게임에서 하는 낚시를 아주 좋아합니다. 원양어선? 좋아서 미쳐요...

그치만 레이드가 제일 좋아

성차현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대충 내던… 지진 못했다. 비싼 노트북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급해도 지킬 게 있는 법. 가방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코트는 대충 벗어 던지고 부팅이 끝나자마자 아스타 연대기를 켰다.

사실, 그는 길드원들이 뉴비를 알아서 잘 챙겨다니는 것 같아 신경을 끄고 살았다. 뉴비 돌보는 데에는 재주도 관심도 없는 나보단 뭘 하든 잘하겠지,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잘 데리고 다녔다. 워낙 고인물들이라 레이드 순회 말고는 할 게 없었으니까!

근데 말랑이를 왜 어선에 태워? 우리 애 낚시하다 접으면 어쩌려고? 연차 이 인간 무기 터트려먹고 낚시하러 다니더니, 단단히 돌아버린 게 틀림 없었다.

성차현은 처음으로 아이를 끌어안고 사는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했다. 역시 우리 애는 내가 데리고 다녀야 했다. 지금껏 게임하면서 뉴비를 옆구리에 끼고 다녀본 적이 없지만, 길드원들에게만 맡겨두다간 슬그머니 게임을 접을지도 몰랐다.

체감 상 한시간은 지난 것 같은 로딩 후 익숙한 게임 화면이 떴다.

《지적 님이 접속하셨습니다.》

[OvO: 오셨다!!!!!!!!!!!!!!!!!!!]

[지적: 어선 납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