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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

제112화

“열쇠를 주시겠습니까?”

이어진 로미안의 말에 수혁은 일단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열쇠를 꺼내 로미안에게 건넸다.

열쇠를 받은 로미안은 절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절벽 이곳저곳을 만지더니 이내 절벽의 작은 틈 사이로 열쇠를 찔러 넣었다.

끼익, 끼이이익.

열쇠를 넣자 절벽 안쪽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쩌저적

그리고 이내 열쇠를 넣었던 틈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의 벽이 안쪽으로 쑤욱 밀려들어 가며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시죠!”

계단이 나타났고 로미안이 앞장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혁은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내려가야 되려나.’

직선이 아닌 빙글빙글 원형으로 이루어진 계단이라 그런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내려가야 끝에 도착할 수 있을까?

‘어둡지는 않아 다행이야.’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시야가 어둡지 않다는 것. 열쇠를 통해 열었기 때문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계단의 양 옆에는 빛을 뿜어내는 작은 마법석들이 박혀 있었다.

물론 시야가 어둡지 않다고 내려가야 할 계단이 짧아지는 건 아니었다. 5분을 내려가고 나서야 수혁은 계단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엔 통로냐.’

계단이 끝나고 나타난 것은 계단과 마찬가지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통로였다. 수혁은 로미안과 함께 통로를 따라 걸었다.

통로 역시 길었고 계단을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인 5분의 딱 2배. 10분을 걷고 나서야 목적지라 할 수 있는 갈림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왼쪽이 함정의 길, 오른쪽이 몬스터의 길입니다.”

걸음을 멈춘 뒤 수혁이 로미안을 쳐다보았고 수혁의 시선에 로미안이 답했다.

“그럼 제가 이쪽이군요.”

왼쪽에 서 있던 수혁은 로미안의 답에 걸음을 옮겨 오른쪽에 섰다.

“저는 이쪽이구요.”

오른쪽에 서 있던 로미안은 왼쪽으로 이동했다.

“조심하시길.”

그렇게 자리를 바꾼 뒤 로미안이 수혁에게 말했다. 그리고 수혁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 로미안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곧장 왼쪽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로미안이 사라졌고 수혁은 오른쪽 통로로 들어갔다.

‘처음에 고블린이라고 했지.’

수혁은 전방을 주시하며 생각했다. 몬스터의 길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 나타나는 몬스터의 종류는 책에 쓰여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나타날 몬스터는 고블린이었다.

‘레벨이 몇이려나.’

종류만 알 뿐이다.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있는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것은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과연 고블린들의 레벨은 몇일까?

‘그래도 대도 켈타의 동굴인데.’

평범한 동굴도 아니고 무려 대도라 불리운 켈타의 동굴이었다. 동굴을 지키고 있는 몬스터들의 레벨이 낮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저벅!

고블린에 대해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하나, 둘…….’

전방에 고블린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섯.’

고블린들의 수는 다섯.

바로 그때였다.

어? 저건 뭐야?

수혁이 수를 세는 동안 모여 있던 고블린들 중 하나가 수혁을 발견하고 외쳤다. 고블린의 외침에 같이 있던 다른 고블린들 역시 수혁을 보았다.

응? 저건 뭐지?

오크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오크 아닐까?

오크보다 엘프랑 더 닮지 않았나?

이어서 들려오는 고블린들의 대화.

‘뭐야, 인간을 본 적 없나?’

고블린들은 인간을 본 적이 없는지 인간인 수혁을 오크 혹은 엘프로 착각하고 있었다.

헉! 인간이야!

물론 모든 고블린들이 못 알아 본 것은 아니었다. 다섯 고블린 중 하나가 외쳤고 나머지 고블린들이 놀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뭐? 인간?

인간이 저렇게 생겼단 말이야?

인간 맛있다며!! 맛없게 생겼는데?

수혁은 고블린들의 대화를 들으며 입을 열었다.

“파이어 스톰.”

대화를 들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대화의 내용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스아악

시전과 동시에 파이어 스톰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파이어 스톰뿐만이 아니었다.

고블린의 독침 5개

고블린의 송곳니 2개

고블린의 발 3개

드랍 창 역시 나타났다.

‘뭐야?’

수혁은 드랍 창을 보고 당황했다.

‘레벨이 낮은 녀석들인가?’

파이어 스톰이 등장함과 동시에 사망했다. 그 말인즉, 생명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했고 생명력이 낮다는 것은 레벨이 낮음을 의미했다.

물론 생명력이 낮다고 레벨이 꼭 낮은 것은 아니었다. 레벨이 높아도 생명력이 낮은 몬스터들이 있었고 고블린 역시 그런 몬스터들 중 하나였다.

‘경험치를 보면 알겠지.’

자세한 건 경험치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수혁은 확인을 위해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202

경험치 : 10%

생명력 : 111600

마나 : 75500

포만감 : 79%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3775 (+10)

‘뭐야? 그대로네?’

파르빌 상단가의 무력 단체인 붉은 늑대, 붉은 늑대들을 잡으며 0이었던 경험치는 5%로 상승했다. 그리고 이곳에 오며 5%였던 경험치를 10%로 올렸다. 그런데 고블린 다섯 마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경험치는 10%에서 변동이 없었다.

‘진짜 레벨 낮은 녀석들이었나 보네.’

혹시나 레벨이 높지만 생명력이 낮은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혹시는 혹시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경험치가 미동도 없는 것을 보면 방금 잡은 고블린들은 그냥 레벨이 낮은 고블린들이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여전히 전방을 활활 불태우고 있는 파이어 스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역시 좋단 말이지.’

파이어 스톰 안으로 들어온 수혁은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명력을 보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스킬 ‘대마도사’의 4번째 효과로 데미지를 받지 않으니 그저 흐뭇했다.

이내 파이어 스톰 밖으로 나온 수혁은 다시 전방을 주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게 끝이려나?’

책에는 몬스터의 종류만 나와 있을 뿐, 몇 마리나 있는지 수는 나와 있지 않다. 앞서 잡은 다섯 마리가 끝일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있을 수도 있다.

저벅!

전방을 주시하며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방을 가로막고 있는 고블린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그럼 그렇지.’

다섯 마리가 끝일 리 없었다.

“포이즌 스톰.”

수혁은 전방을 가로막고 있는 고블린들을 향해 포이즌 스톰을 시전했다.

고블린의 독침 8개

고블린의 발 4개

고블린의 손 2개

이번에도 역시나 시전과 동시에 드랍 창이 나타났다. 이후 수혁은 몇 차례 더 고블린 무리들을 사냥하고 나서야 고블린 영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고블린 영역을 벗어났다고 수혁이 생각을 한 이유.

‘이제 오크인가.’

전방에 고블린이 아닌 오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 다음에는 웨어 울프고.’

책에는 고블린 다음에 나타나는 몬스터가 오크라 쓰여 있었다. 오크 다음은 웨어 울프. 웨어 울프 다음은 트롤이었다.

‘몇 종류나 있으려나.’

책에 나와 있는 것은 트롤까지다. 그 뒤로 얼마나 다양한 몬스터들이 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직접 알아가야 한다.

‘오크들도 레벨이 낮겠지?’

수혁은 오크들을 보며 생각했다. 고블린들은 마법 시전과 동시에 죽음을 맞을 정도로 턱없이 낮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고블린이라는 종족 자체가 동레벨의 다른 몬스터와 비교해 낮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만 수십 마리를 잡았음에도 1%가 오르지 않았다. 그냥 레벨이 낮은 것이다.

오크들 역시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레벨이 낮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좀 더 깊숙한 곳에 있으니 레벨이 조금 더 높을 수 있지만 차이가 나 봐야 얼마나 나겠는가?

“파이어 스피어.”

생각을 마친 수혁은 파이어 스피어를 시전했다.

스아악! 쾅!

파이어 스피어는 빠른 속도로 오크 세마리에게 날아갔고 이내 폭발을 일으켰다.

오크의 피부

오크의 힘줄

폭발과 함께 나타난 드랍 창.

‘그럼 그렇지.’

드랍 창을 보며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역시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레벨이 낮은 게 분명했다.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걸 좋아해야 되나.’

몬스터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경험치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험치는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래, 그만큼 시간이 단축되는 거니까.’

비록 경험치는 얻을 수 없지만 그만큼 시간을 단축하게 되었다. 수혁은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다. 그리고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하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후 오크들이 나타나도 수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한 방이다.

다가가며 마법을 날려도 괜찮았다. 그렇게 쉬지 않고 걸음을 옮긴 수혁은 오크의 영역을 벗어 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을 한 이유는 전방에 나타난 웨어 울프들 때문이었다.

‘여섯 번만 잡으면 되는 건가?’

수혁은 웨어 울프들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고블린 무리를 여섯 번 잡고 오크 영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크 무리 여섯 번을 잡고 웨어 울프 영역에 도착했다. 혹시 무리를 여섯 번 잡으면 해당 영역이 끝나는 게 아닐까?

‘이번에 알 수 있겠지.’

이번에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다!

유일하게 인간 모습을 하고 있던 늑대 인간이 외쳤다.

아우우!

아우우우!

그러자 늑대 모습을 하고 있는 웨어 울프들이 비명을 지르며 인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독의 사슬.”

변신을 기다려 줄 필요가 없다. 수혁은 변신하고 있는 웨어 울프 한 마리에게 독의 사슬을 시전했다.

스악!

변신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웨어 울프는 그대로 독의 사슬에 걸렸고 독의 사슬은 연달아 근처에 있는 다른 웨어 울프들에게 뻗어나갔다.

111.

변신하고 있던 또 다른 웨어 울프는 독의 사슬을 피하지 못했다. 이미 독의 사슬에 당해 죽은 웨어 울프와 마찬가지로 변신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흣!

하지만 인간형 웨어 울프는 아니었다. 인간형 웨어 울프는 움직일 수 있었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독의 사슬을 보고 재빨리 몸을 날렸다.

스윽

하지만 그에 맞춰 독의 사슬 역시 방향을 틀었다. 수혁은 방향을 튼 독의 사슬을 보며 생각했다.

‘레벨이 올라서 그런가.’

독의 사슬의 방향 전환 속도는 처음과 비교해 상당히 빨라져 있었다. 아마도 숙련도가 올라 그런 것이 분명했다.

헉!

몸을 날렸기에 당연히 피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인간형 웨어 울프는 결국 독의 사슬과 마주했고 앞서 죽은 두 웨어 울프와 마찬가지로 곧장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