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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

제158화

156.

로니아가 죽었다는 말에 김현성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김현성이 말이 없었기 때문일까?

이호영이 이어 말했다.

그리고 아르드 기사단 불렀어요.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 거예요.

“기사단을 불렀어?”

예, 수혁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감옥에 보내려고 바로 기사단에게 부탁했어요.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 것 같긴 한데. 빨리 접속하셔서 상황 정리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이호영은 수혁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바로 비욘드에 상주하고 있는 아르드 기사단에 연락했다.

수혁을 감옥에 가두기 위해서였다.

지금이면 기사단이 도착했을 것이고, 수혁에 대한 일은 해결됐을 것이다.

수혁이 도망을 갔든가 아니면 싸우고 있든가 아니면 제압이 됐든가.

그러나 수혁에 대한 일을 해결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수혁에 의해 상황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졌다.

수많은 길드원이 죽었고 로니아도 죽었으며 무엇보다 길드 하우스 입구에서 일이 터졌다.

어서 혼란을 바로잡아야 했다.

“알았어, 바로 들어갈게. 근데 비욘드 후작한테 부탁한 건 아니지?

네, 기사단장한테 부탁했어요.

“그래. 끊는다.”

김현성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곧장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판게아에 접속한 햇별은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길드 하우스 입구로 향했다.

웅성웅성

입구에는 독고 길드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헛, 길마님!”

햇별을 발견한 독고 길드원 한 명이 외쳤고 입구를 막고 있던 독고 길드원들이 우르르 양옆으로 움직여 길을 터줬다.

그렇게 길이 터지고 시야가 확보된 햇별은 입구 밖에 있는 기사들을 보고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프릴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햇별은 미소를 지은 채 기사들의 수장 프릴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허허, 안녕하셨습니까?”

프릴은 껄껄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뒤 햇별은 프릴의 옆에 있는 사내를 보았다.

‘누구지?’

프릴의 옆에 있는 사내는 기사가 아니었다.

로브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법사 같았다.

“아, 이분은.”

햇별의 시선을 본 프릴이 로브 사내를 소개했다.

“독의 마탑 1등급 마법사이자 제 절친한 친구 켈로이입니다.”

로브 사내의 정체는 독의 마탑 1등급 마법사 켈로이였다.

“난리를 치는 자가 독을 사용하는 마법사라고 들어서 이 친구가 같이 와 줬습니다. 하하.”

“아!”

햇별은 탄성을 내뱉었다.

“안녕하십니까. 독고 길드의 마스터 햇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 켈로이에게 인사를 했다.

‘1등급 마법사!’

1등급 마법사는 보통 마법사가 아니다.

친분을 만들어두어 나쁠 것 없었다.

아니, 친분을 만들어야 했다.

“예, 켈로이라고 합니다.”

켈로이는 햇별의 인사에 살짝 고개를 숙여 답했다.

그렇게 햇별과 켈로이가 인사를 나누자 프릴이 입을 열었다.

“햇별 님.”

“예, 프릴 님.”

“혹시 그자의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독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더군요. 이 친구가 독의 마탑 1등급 마법사인지라…….”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프릴이 말을 마쳤고 말뜻을 이해한 햇별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수혁, 수혁입니다.”

“아는 자인가?”

햇별의 말에 프릴이 켈로이에게 물었다.

“아니, 모르는 자이네.”

켈로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뭐, 탑에 물어보면 알게 되겠지.”

독 마법을 사용했고 독의 마탑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마탑에 물어보면 알게 될 것이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죄 없는 이들을 죽이고 있는데 당연히 징계를 해야지.”

햇별은 프릴과 켈로이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좋았어.’

* * *

“누굴 죽인 거지?”

수혁의 공헌도를 주시하고 있던 연중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죽인 수가 1이 늘어났는데 공헌도는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일반 길드원은 아닌 것 같은데…….”

공헌도가 이 정도 폭으로 증가한 것을 보아 일반 길드원은 아니다.

수혁 : 끝났다.

얼마 뒤 수혁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의 귓속말을 기다리고 있던 연중은 곧장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수고했다. 그런데 누굴 죽인 거야? 갑자기 공헌도가 대폭 오르던데.

궁금했다. 도대체 누굴 죽인 것일까?

수혁 : 로니아.

“……!”

일반 길드원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다섯 파벌의 수장 중 하나일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았던 연중은 수혁의 답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혁 : 그리고 기사들 와서 일단 도망치긴 했는데 죽이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이어진 수혁의 말에 연중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사들?’

기사들이 왔다니?

연중 : 기사들이 왔어?

수혁 : 어.

연중 : 설마 너 NPC들 건드렸어?

수혁 : 아니, NPC들 털끝 하나 안 건드렸다. 그리고 NPC들 구역에서 난리 친 것도 아니고. 유저들 말 들어보니까 독고 길드에서 부른 것 같다던데?

연중은 수혁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길드 전쟁에 NPC들을 이용해?”

길드 전쟁은 순수 길드의 힘으로 싸워야 한다.

기사단 같은 NPC들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게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런데 독고 길드에서 그 룰을 깼다.

문제는 룰을 깼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러면 너무 불리한데…….”

리더 길드 역시 페이드 제국의 많은 귀족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독고 길드만큼 많은 귀족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는 않았다.

귀족들을 싸움에 끌어들인다면 불리해지는 것은 리더 길드였다.

연중 : 수혁아.

수혁 : 응.

연중 : 당분간 비욘드에 가면 안 될 것 같다.

수혁 : 왜?

연중 : 기사단이 나타났다고 했지?

수혁 : 응.

연중 : 수배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앞으로 네가 나타날 때마다 기사단이 나타날 거야. 널 잡기 위해서. 잡히면 알다시피 감금이고.

수배령은 두 가지로 나뉜다.

황제가 내리는 수배령으로 제국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수배령.

그리고 귀족이 내리는 수배령으로 해당 귀족이 다스리는 지역에만 영향을 끼치는 수배령.

독고 길드는 거점인 비욘드를 다스리는 비욘드 후작과 상당한 친분 관계가 있다.

아마 이대로 상황이 지속되면 비욘드에게 부탁해 수배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다 기사단에게 잡히면 감금이다.

감금은 유저들에게 있어 죽는 것보다 더한 최악의 페널티였다.

수혁 : 기사단만 안 죽이고 안 잡히면 된다는 말이지?

“…….”

그러나 수혁의 답에 연중은 잠시 말을 멈췄다.

연중 : 수혁아, 진짜 위험해. 그렇게까지 위험 감수하지 않아도 돼. 만에 하나 잡히기라도 하면…….

수혁 : 괜찮아, 잡힐 일은 없어.

그러나 수혁의 의지는 확고했다.

“후…….”

연중은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연중 : 미안하고 고맙다.

수혁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고마웠다.

수혁 : 뭘 고마워, 당연한 건데.

수혁 : 나 이제 도서관 도착했다.

연중 : 알았어.

연중은 수혁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생각했다.

‘슬슬 움직여 볼까.’

* * *

수혁 : 나 이제 도서관 도착했다.

연중 : 알았어.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꽤 읽을 수 있겠어.’

생각보다 독고 길드에서 일찍 돌아왔다.

책을 꽤나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책을 가지러 책장으로 향했다.

‘응?’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빨강?’

빨간색으로 빛나는 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읽었는데?’

처음 도서관에 왔을 때 모든 책장을 확인했다.

유스 왕국 에딜 도서관에는 유색 책이 단 하나 있었다.

빨간색으로 빛나던 『레드 드래곤 칼루타의 관찰 일기』뿐이었다.

분명 다른 유색 책은 없었다.

‘그 사이에 조건이 충족됐다고?’

그런데 지금 유색 책이 보였다.

즉, 조건을 충족했다는 뜻이다.

‘한 게 없는데?’

문제는 한 게 없다는 점이었다.

사냥을 한 것도 아니고 무슨 퀘스트를 깬 것도 아니다.

특별한 NPC와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다.

‘PK밖에 안 했잖아.’

한 것이라고는 PK뿐이었다.

수혁은 일단 책의 제목을 확인했다.

‘아…….’

책 제목을 확인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책 제목이 『살인마 칼락의 회고록』이었기 때문이었다.

‘PK였구나.’

제목을 보아 충족 조건이 PK인 것이 분명했다.

수혁은 칼락의 회고록과 추가로 책 네 권을 들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태까지 그래 왔듯 가장 먼저 『살인마 칼락의 회고록』을 펼쳤다.

‘이번에는 어떤 스텟이려나? 살인마니까 민첩? 힘?’

빨강은 스텟 강화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스텟이 강화될지 기대가 됐다.

.

마탑의 규율이 너무나도 답답하다.

결국 나는 마탑에서 나왔다.

‘마법사였어?’

책을 읽던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살인마 칼락이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지혜 강화도 나올 수 있겠는데.’

칼락이 마법사이니 퀘스트 보상으로 지혜 강화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혁은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

잘못된 나의 행동을 막고 싶다.

책은 칼락의 후회로 끝났다.

수혁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특수 퀘스트 ‘살인마의 지혜’가 생성되었습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지…….”

그러나 수혁은 도중에 중얼거림을 멈췄다.

지혜이긴 한데 앞에 붙은 단어가 찜찜했기 때문이었다.

“살인마의 지혜?”

퀘스트명이 살인마의 지혜였다.

살인마라는 단어가 상당히 찜찜했다.

일단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살인마의 지혜’를 확인했다.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그러면 살인마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살인 : 0 / 100]]

퀘스트 보상 : 지혜 스텟 강화

“…….”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조건을 본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살인?’

퀘스트 조건은 100명을 죽이는 것이었다.

몬스터를 죽이는 게 아니다.

살‘인’이다.

사람을 죽여야 한다.

그것도 100명이나.

‘지금 상황에서는 딱 괜찮은 조건이긴 한데…….’

NPC를 100명 죽여야 하는 게 아니다.

유저 역시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 수혁은 독고 길드와 전쟁 중이다.

100명을 살인하는 조건은 지금 수혁의 상황에서 아주 쉬운 조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혁은 또 다른 퀘스트 ‘드래곤의 지혜’를 확인했다.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그러면 드래곤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읽기 : 12 / 200]

퀘스트 보상 : 지혜 스텟 강화

‘두 번 중 한 번은 좋은 게 나오겠지.’

현재 수혁에게는 스텟 ‘지혜’를 강화할 기회가 두 번 있다.

두 번 중 한 번은 마법 공격력 상승 같은 좋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빛을 잃은 『살인마 칼락의 회고록』을 옆으로 치우고 새 책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