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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

제 250화

248.

“왜 그래?”

수혁의 놀란 눈동자를 본 연중이 재차 물었다.

“신 등급이라도 떴어?”

전설 아이템 역시 엄청나지만 전설 아이템을 무수히 가지고 있는 수혁이었다.

고작 전설 아이템이 떴다고 놀라지는 않을 것이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수혁은 연중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확인을 눌러 아이템을 습득했다.

그리고 이어 놀라게 만든 아이템의 정보를 공유했다.

[교환불가]

왕궁 보물 창고를 이용할 수 있는 패다.

창고에 입장 시 소멸되며 창고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수 : 3

수혁을 놀라게 한 아이템.

그 아이템의 정체는 바로 ‘왕가의 패’였다.

“응?”

정보를 본 연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왜?”

왕가의 패는 예전에 크라노손에게서 받은 아이템이었다.

갑자기 이걸 왜 공유한 것일까?

“……!”

수혁이 답을 하기 전 든 생각에 연중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거 키라드가 드랍한 거야?”

그리고 물었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연중에게 공유한 왕가의 패는 크라노손에게서 받은 왕가의 패가 아니었다.

바로 키라드에게서 얻은 왕가의 패였다.

“……외형은?”

“미세하게 달라.”

수혁은 인벤토리를 보았다.

아이템 정보는 같았지만 외형은 미세하게 달랐다.

“그러면…….”

연중이 말끝을 흐렸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키라드 쪽 창고에서 쓸 수 있겠지.”

정보가 같다고 해도 외형이 다르니 아밀레타 쪽 왕궁 보물 창고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키라드 쪽에도 왕궁 보물 창고가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친 수혁은 생각했다.

‘신 등급 상자가 있을까?’

아밀레타 왕궁 보물 창고에는 신 등급 상자가 있다.

그렇다면 키라드 파벌의 왕궁 보물 창고에는?

‘반반이네.’

있다고 확신을 할 수는 없다.

한쪽에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해 봐야겠다.’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퀘스트 ‘알린 함락’을 완료했다.

이제 퀘스트 ‘진격’을 진행할 차례였다.

그리고 진격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키라드 파벌의 수도 ‘키라드’로 진격을 할 것이고 신 등급 상자의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이거 아밀레타가 장악하면 못 쓰는 거 아닌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아밀레타가 만약 수도 ‘키라드’를 장악한다면?

키라드에 있는 왕궁 보물 창고는 아밀레타 파벌의 것이 된다.

그렇다면 키라드가 드랍한 왕궁의 패는?

쓸모없는 템이 될 수 있다.

‘먼저 가봐야 하나?’

수혁은 다시 고민했다.

‘그래, 키라드도 죽었는데.’

이번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더 이상 수혁의 앞길을 막을 존재는 없다.

‘먼저 가서 확인해보자.’

아밀레타 파벌이 키라드를 장악하기 전에 먼저 습격하기로 수혁은 다짐했다.

바로 그때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밀레타가 다가왔다.

* * *

아밀레타는 키라드의 시체를 보았다.

“…….”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키라드가 어떤 존재인가?

오랜 시간 아밀레타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키라드의 죽음은 누가 보아도 허무했다.

여태껏 그래 왔듯 치열한 승부 끝에 죽은 게 아니었다.

스윽

아밀레타는 고개를 돌려 수혁과 연중을 보았다.

둘의 개입으로 키라드는 정말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렇게 쉽게 키라드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던 아밀레타는 침을 꼴깍 삼키며 생각했다.

‘정말 볼 때마다 놀람을 안겨주시는군.’

수혁과 연중에 대한 생각이 만날 때마다 바뀌고 있었다.

처음부터 강한 것은 알고 있었다.

발록들을 죽였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스카니스가 그렇게 된 게 이해가 가는군.’

200년 전 10마계를 다스렸던 마왕 아스카니스.

아스카니스는 정말 강했다.

2인자의 자리를 두고 다투던 아밀레타와 키라드가 힘을 합쳐도 이길 수 없을 정도였다.

일정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마기를 뿜어내는 특유의 마기 발현으로 인해 이기기는커녕 5분을 채 버티기가 힘들었다.

아스카니스는 자신의 강함을 믿고 아밀레타와 키라드에게 10마계를 맡긴 채 중간계로 침공을 떠났다.

하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아스카니스는 10마계로 돌아왔다.

엄청난 상처를 입은 채.

같이 갔던 최상급 마족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돌아온 것은 아스카니스와 상급 마족 둘뿐이었다.

아밀레타는 같이 침공을 갔다 돌아온 상급 마족들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간에게 당했습니다.

말도 안 되게 강했습니다.

당시에는 믿지 않았다.

아니, 최근까지도 믿지 않았다.

인간은 약하디약한 존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인간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들에게 당한 것이라 생각했다.

‘수혁 님과 연중 님 같은 존재였겠지.’

하지만 수혁과 연중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근데…….’

아스카니스를 생각하던 아밀레타는 다시 키라드를 보았다.

‘아스카니스와 매우 비슷한 느낌이었단 말이지…….’

방금 전 키라드에게서 느껴진 폭발적인 마기의 발현.

아주 익숙했다.

‘역시 시체를 가져갔던 건가.’

중간계에서 돌아온 아스카니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았다.

인간에게 입은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아스카니스가 죽고 키라드가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그때 아스카니스의 시체를 가져가 실험을 한 것 같았다.

‘어찌 됐든 끝났다.’

아밀레타는 미소를 지었다.

무슨 연구를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키라드가 죽었고 전쟁은 끝났다.

생각을 마친 아밀레타는 수혁과 연중에게 다가갔다.

* * *

[퀘스트 ‘때’를 수락하셨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한 수혁은 아밀레타에게 인사를 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푹 쉬시길.”

아밀레타의 인사를 받으며 수혁과 연중은 저택에서 나왔다.

“하, 끝났다!”

저택에서 나오자마자 연중이 한숨과 함께 외쳤다.

키라드를 죽인 이후에도 수혁과 연중은 알린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남은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오래 걸리지는 않았고 정리가 끝난 수혁과 연중은 아밀레타가 있는 저택으로 와 이야기를 나눴다.

퀘스트 ‘진격’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바로 퀘스트를 받을 수는 없었다.

마족들도 휴식을 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퀘스트 ‘진격’은 내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일단 신 등급 상자 받고 속성도 개방하고.”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했다.

할 일이 많았다.

왕궁 보물 창고에도 가야 하고 아공간에서 속성 역시 개방해야 했다.

“그럼 오늘은 자유 시간 갖자! 어때?”

“그래, 그러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신 등급 받으러 갈 거야?”

“응.”

“그럼 이따가 알려줘! 난 근처에서 사냥하고 있을게!”

“그래.”

연중이 인사를 하며 사냥터로 떠났다.

“아공간으로.”

그렇게 연중이 가고 수혁은 바로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문들을 보았다.

‘환상이냐 빛이냐…….’

아직도 고민이 됐다.

환상을 개방할지 빛을 개방할지.

‘일단 신 등급 상자부터 개봉해보고 결정하자.’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른다.

특정 속성과 연관된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

환상과 빛을 고민하고 있지만 생각지도 않은 물, 대지 같은 속성을 개방할 수도 있다.

수혁은 통로를 따라 워프 마법진으로 향했다.

워프 마법진으로 향하던 수혁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는 수혁의 최종 목적지 ‘차원의 도서관’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언제 갈 수 있을까.’

한시라도 빨리 모든 책이 있는 차원의 도서관에 가고 싶었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통해 수도 ‘아밀레타’로 워프했다.

알린 함락이 알려졌기 때문일까?

주변에 있는 마족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헛! 수혁 님이다.”

“전쟁 영웅!”

“아밀레타 님과 함께 키라드를 죽였다고 하던데…….”

“대단한 분이야!”

아밀레타의 증표 때문에 수혁을 알아본 마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혁은 마족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왕궁으로 향했다.

내성으로 들어와 왕궁에 도착한 수혁은 연중이 말해준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보물 창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 님을 뵙습니다! 창고 경비대장 카투라입니다!”

수혁을 알아본 카투라가 재빨리 다가와 인사했다.

스윽

수혁은 왕가의 패를 보여주며 말했다.

“창고를 이용하러 왔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링메아리! 문 열어!”

카투라는 수혁의 말에 답하며 바로 명령을 내렸고 링메아리는 재빨리 창고의 문을 열었다.

수혁은 문이 열리고 카투라의 안내를 받아 창고에 입장했다.

[아밀레타 파벌의 왕궁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왕가의 패가 소멸됩니다.]

[3개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3]

입장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일단 창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연중의 말대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아이템들이 즐비했다.

어떤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일단 해야 할 일이 있었다.

‘3층이라고 했지.’

신 등급 상자 확보가 먼저였다.

수혁은 걸음을 옮겼다.

3층에 도착한 수혁은 연중이 말한 반짝이는 상자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반짝이는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상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교환불가]

신 등급 장비 레시피가 들어있는 상자다.

상자 개봉 시 랜덤으로 신 등급 장비 레시피가 나온다.

필요 기여도 : 1억

‘이야…….’

듣기만 했지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수혁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으며 조심스레 상자를 들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신 등급 장비 레시피 랜덤 상자를 획득합니다.]

[기여도가 1억 감소합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2]

메시지가 나타났고 상자를 확보했다는 것에 수혁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자리 잡은 신 등급 상자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개봉해야겠지?’

상자를 개봉하면 나오는 것은 레시피다.

즉, 만드는 데 재료들이 필요했다.

신 등급이니 재료 역시 평범한 재료들은 아닐 것이다.

전설 등급 혹은 같은 신 등급의 재료가 필요할 수 있다.

신 등급의 재료는 구하지 못해도 이곳 보물 창고에는 수많은 전설 아이템들이 있다.

이곳에서 재료를 얻을 수도 있다.

‘뭐가 나올까.’

어떤 장비의 레시피가 나올지 기대가 됐다.

수혁은 기대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상자를 개봉했다.

[신 등급 장비 레시피 랜덤 상자를 사용하셨습니다.]

[무(無) 제작 레시피를 획득하셨습니다.]

개봉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