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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1

제 251화

249.

이름만 봐서는 무슨 장비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수혁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무(無)를 제작할 수 있는 레시피다.

재료를 모아 레시피를 사용하면 무(無)를 만들 수 있다.

‘안 나와 있네.’

아이템 정보에 나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없었다.

수혁은 레시피를 꺼내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확인했다.

“……!”

그리고 재료를 확인한 수혁의 눈동자에 놀람이 나타났다.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

‘투명 지팡이?’

맨 위에 자리 잡은 재료가 매우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지팡이란 건가?’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팡이다.

전설 등급의 지팡이가 재료로 쓰인다면?

아이템 ‘무(無)’ 역시 지팡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수혁은 다음 재료들을 확인했다.

라이오디렘 5kg

두 번째 재료를 확인한 수혁은 씨익 웃었다.

‘역시.’

언젠가 쓰일 날이 올 것 같아 라이오디렘을 10kg을 구해 둔 수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쓰일 날이 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거 바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냐?’

첫 번째 재료에 이어 두 번째 재료까지 있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다음 재료를 확인했다.

코디나리온 10kg

공허의 정 10개

블랙 드래곤의 정수

레드 드래곤의 정수

블루 드래곤의 정수

화이트 드래곤의 정수

그린 드래곤의 정수

실버 드래곤의 정수

골드 드래곤의 정수

‘아니네…….’

그리고 수혁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무슨 재료가…….’

지팡이와 라이오디렘 이후에 나온 재료들.

‘역시 신 등급이란 건가?’

처음 보는 아이템도 있었고 ‘이게 필요하다고?’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구하기 힘든 아이템도 있었다.

‘그래도 많지는 않네.’

수혁은 다시 한 번 아이템들을 살피며 생각했다.

신 등급이기에 엄청나게 다양한 아이템들이 필요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코디나리온은 뭐지? 공허의 정은?’

물론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kg이 붙은 걸 봐서 라이오디렘 같은 광석 종류 같은데.’

어디서 구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드래곤의 정수는 종류별로 모아야 하네.’

존재를 안다고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드래곤의 정수는 정말 구하기 힘들다.

말 그대로 드래곤을 잡아야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이템들이 올라오는 경매장이지만 드래곤의 정수는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다.

NPC들 사이에서 한두 번 거래가 되었을 뿐이다.

“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코디나리온이랑 공허의 정은 경매장에 한 번 쳐보고. 정수는 파비앙 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재료들을 보던 수혁은 이내 레시피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수많은 상자들을 보았다.

앞으로 2개의 아이템을 더 획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상자들이 보석이나 골드가 들어 있는 상자였다.

연중의 말로는 그랬다.

하지만 연중이 모든 상자를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만에 하나 연중이 확인하지 않은 상자들 중 아이템 ‘무(無)’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들어 있는 상자가 있다면?

‘있으면 좋을 텐데…….’

수혁은 주변 상자들의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

움직임을 멈춘 수혁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마계의 광물이자 최고의 강도를 가진 알칸디움이 들어 있는 상자다.

사용 시, 알칸디움 ‘20kg’을 얻을 수 있다.

수혁의 동공이 확장된 이유, 그것은 바로 알칸디움이 들어 있는 상자 때문이었다.

‘있구나!’

보석과 골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설 등급의 재료 아이템도 존재했다.

‘그러면……!’

코디나리온이나 공허의 정 같은 아이템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수혁은 재빨리 주변에 있는 상자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들고 있는 것만으로 생명력을 빼앗기는 죽음의 광물 코디나리온이 들어 있는 상자다.

사용 시, 코디나리온 ‘8kg’을 얻을 수 있다.

‘역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코디나리온을 찾을 수 있었다.

‘광물이었구나.’

수혁은 정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코디나리온은 예상대로 광물이었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의 표정에 물음표가 나타났다.

‘생명력을 빼앗겨?’

바로 코디나리온에 대한 설명 때문이었다.

‘데미지를 입는다는 건가? 그러면…….’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 ‘버팀의 미학’을 확인했다.

공격을 버텨 맷집을 키워라!

[받은 데미지 : 840,678 / 10,000,000]

퀘스트 보상 : 스텟 – 맷집

사망 시 받은 데미지가 0으로 초기화됩니다.

생명력이 깎이는 게 데미지로 취급된다면?

‘이걸 깰 수 있는 건가?’

어떻게 깨야 하나 막막했는데 길이 보였다.

수혁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상자마다 들어 있는 양이 다르다.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상자를 찾아야 한다.

‘이게 제일 많이 들어 있네.’

이내 모든 상자를 확인한 수혁은 한 상자 앞에 섰다.

‘10kg이라…….’

딱 제작에 필요한 만큼 들어 있는 상자였다.

수혁은 상자를 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코디나리온 상자를 획득합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1]

‘1kg만 꺼내볼까.’

상자를 바로 개봉해 코디나리온을 획득한 수혁은 아이템 설명대로 생명력을 빼앗기는지 확인하기 위해 코디나리온을 꺼냈다.

[죽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코디나리온이 당신의 생명력을 앗아갑니다.]

코디나리온을 꺼내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정보에 나온 그대로 코디나리온은 생명력을 뺏어갔다.

‘초당 2천이나?’

그것도 1, 200을 빼앗기는 게 아니었다.

생명력이 1초에 2000이나 깎이고 있었다.

수혁의 생명력은 11만이 살짝 되지 않는다.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생명의 마법진.”

물론 가만히 있을 경우 죽는 것이지 힐을 하면 된다.

생명의 마법진을 시전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보았다.

코디나리온에게 빼앗기는 이 생명력이 데미지로 들어가는지 아닌지 궁금했다.

“…….”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됐다. 이걸로 하면 되겠어.’

받은 데미지가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많이 들고 있으면 더 뺏기려나?’

수혁은 코디나리온을 1kg 더 꺼냈다.

그러자 더 많은 생명력이 깎이기 시작했고 수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들고 있던 코디나리온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주변 상자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공허의 정이나 정수가 있으면…….’

* * *

수도 ‘키라드’ 왕궁 지하 공동.

공동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제단이 있었다.

단순한 얼음이 아닌지 제단에서는 극한의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따라와.”

아슐은 마로스에게 말하며 계단을 따라 제단 위로 향했다.

마로스는 헤르타나가 떨어지지 않도록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이내 제단 위에 도착한 마로스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체?’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체인 것 같았다.

“머리가 이쪽에 오도록 조심히 내려놔.”

아슐은 시체 옆을 가리키며 마로스에게 말했다.

마로스는 조심스레 끈을 풀고 헤르타나를 내려놓았다.

“뭘 하는 겁니까?”

그리고 아슐에게 물었다.

이곳은 어떤 곳이며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모든 게 다 궁금했다.

“그리고 이 시체는…….”

가장 궁금한 것은 헤르타나 옆에 있는 시체였다.

아슐은 시체를 힐끔 보고는 마로스의 물음에 답했다.

“아스카니스다.”

“……?”

마로스는 아슐의 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표정에는 놀람이 가득 나타났다.

“아, 아스카니스요? 마왕 아스카니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아슐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는 오래전 10마계를 지배했던 마왕 아스카니스의 시체였다.

“시체가 왜…….”

마로스가 말끝을 흐리며 아슐을 보았다.

200년 전 죽은 아스카니스의 시체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키라드 님과 내가 빼돌렸다. 아스카니스 특유의 마기 발현을 연구하기 위해.”

아슐은 마로스의 물음에 답해주며 근처에 마기가 가득 담긴 마기석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스카니스의 몸에 남아 있는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지.”

“그것이요?”

“그래, 그것.”

“그것이 뭡니까?”

“말로 설명할 수 없어. 그게 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니까.”

이내 마기석을 모두 내려놓은 아슐은 헤르타나에게 다가갔다.

‘미안하다. 타나야.’

그리고 안쓰러운 눈빛으로 헤르타나를 보며 생각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야기만 나눴다.

이 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지 않았던 아슐은 헤르타나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따라와라.”

헤르타나를 바라보던 아슐은 이내 마로스에게 말하며 제단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공주님은…….”

“그냥 와.”

“…….”

마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뭘 하려는 것일까?

왜 말을 해주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슐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마로스는 헤르타나를 힐끔 쳐다보고 아슐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아슐은 중간 지점에 멈춰 있었다.

“내가 신호를 주면 이곳에 마기를 주입해라.”

마로스가 도착하자 아슐이 말했다.

아슐의 말에 마로스는 아슐이 가리키고 있는 작은 막대기를 보았다.

“여기에요?”

“그래.”

“마기만 주입하면 되는 겁니까?”

“응.”

아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그리고 제단이 녹기 시작하면 재빨리 왔던 길로 빠져나가라.”

“왜 그래야 됩니까?”

마로스가 반문했다.

“이곳이 무너질 테니까.”

“……그럼 공주님은?”

“신경 쓸 필요 없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스윽

아슐은 품에서 편지를 꺼냈다.

그리고 마로스에게 내밀었다.

“……?”

마로스는 편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아슐이 이어 말했다.

“지금 읽지 말고 이따가 나가서 읽어. 공동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아슐에게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알겠습니다.”

마로스는 아슐의 말에 답하며 편지를 받았다.

아슐은 다시 제단 위로 올라갔다.

마로스는 아슐을 응시하며 신호를 기다렸다.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웅!

아슐이 있는 제단 위쪽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묘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듣는 것만으로 기분이 거북해지는 소리였다.

마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그리고 그 순간 아슐이 외쳤다.

마로스는 막대기에 마기를 주입했다.

스악

마기는 막대기를 타고 제단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리고 얼마 뒤 제단을 이루고 있던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얼음이 녹는 것을 본 마로스는 아슐의 말대로 재빨리 입구로 향했다.

쩌저적…….

그리고 입구에 도착했을 즈음 제단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를 지나친 마로스는 이동을 멈추고 아슐에게서 받은 편지를 꺼내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