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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9

제 259화

257.

“마로스 님!”

그리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마로스는 에코르니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서쪽 성문에 인간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역시 따로 움직인 거군.”

마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하지만 이어진 에코르니의 말에 마로스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입니다.”

“혼자? 둘이 아니라?”

“예, 그리고 뭔가 마법이 약합니다.”

“마법이 약하다고?”

마로스는 계속해서 반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 지금 수월하게 막아내고 있습니다.”

“……봐주고 있을 수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막고 있어. 곧 따라갈 테니까.”

“옙!”

보고를 마치고 명령을 받은 에코르니는 다시 서쪽 성문으로 향했다.

에코르니가 가고 마로스 역시 다시 움직였다.

마로스의 목적지는 헤르타나의 방이었다.

헤르타나의 방에 온 이유는 바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아스만의 목걸이였다.

목걸이를 챙긴 마로스는 왕궁에서 나와 인간 마법사가 나타난 서쪽 성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성문에 도착한 마로스의 표정에는 물음표가 가득 나타났다.

“와아아아아!”

“우리가 해냈다고!”

“크하하핫!”

그도 그럴 것이 마족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뭐야?’

분명 인간 마법사가 쳐들어왔다.

그런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마로스 님!”

마로스는 귓가에 들려오는 에코르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에코르니 역시 다른 마족들과 마찬가지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내 마로스 앞에 도착한 에코르니가 히죽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였습니다!”

“……뭐?”

“인간 마법사를 죽였다구요!”

마로스의 반문에 에코르니가 재차 외쳤다.

“…….”

에코르니의 답에 마로스는 재빨리 성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에 있던 건가?’

주변과 달리 땅이 뒤집어지고 수많은 화살이 박혀 있는 곳이 있었다.

아마도 인간 마법사가 있던 곳이 분명했다.

마로스는 인간 마법사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다.

“……?”

하지만 시체가 보이지 않았고 마로스의 표정에 물음표가 등장했다.

“시체는 어디 있지?”

마로스는 뒤늦게 따라온 에코르니에게 물었다.

“아, 불타 사라졌습니다.”

“불탔다고?”

“예, 아스콜이 불화살을 날렸거든요.”

“흐음.”

에코르니의 답에 마로스는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아스콜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긴 한데…….’

궁술로 상급의 벽을 뚫어낸 아스콜의 불화살이라면 인간의 육체가 불타 없어진 것이 이해가 됐다.

‘이상하단 말이지.’

그러나 뭔가 찝찝했다.

이렇게 쉽게 인간 마법사가 죽음을 맞았다?

아무리 죽음이 찰나에 찾아온다고 하지만 너무나도 찝찝했다.

항상 같이 있던 인간 전사가 없던 것도 그렇고 피해가 전무하다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게 다 찝찝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보았다.

잘못 봤을 리 없다.

이내 마로스는 인간 마법사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인간 마법사는 죽었다.

* * *

마차를 세운 연중은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거대한 성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키라드 파벌의 수도 ‘키라드’의 성벽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성벽을 보며 연중이 물었다.

“시간 거의 됐는데 지금 칠 거야?”

로그아웃 시간인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오래 걸리겠지?”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되물었다.

“아무래도 수도니까. 거기다 마왕까지 있잖아.”

수도라 그런지 크기가 엄청났다.

그리고 마왕이 된 헤르타나도 있다.

아무리 수혁이 범위 마법을 난사한다고 해도 빠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따 일어나서 하자.”

어차피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다.

굳이 오늘 밤새가며 공격을 할 필요는 없다.

거기다 내일 당장 크라노손과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이 키라드에 도착하는 것도 아니다.

며칠이 걸릴 것이니 천천히 해도 된다.

“그럼 이대로 로그아웃?”

“아니, 그 전에 할 게 있어.”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신.”

이어 분신을 시전했다.

스아악

분신이 소환되자 수혁은 마차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분신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기 가서 성문을 파괴해. 그리고 마족들을 죽일 수 있으면 죽이고.”

분신은 수혁의 명령에 곧장 성문을 향해 움직였다.

“시야 공유.”

수혁은 다시 마차로 올라와 스킬 ‘시야 공유’를 시전했다.

“무슨 용도로 보낸 거야?”

연중이 시야 공유 창을 보며 물었다.

“대응이 궁금하기도 하고.”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했다.

“일단 분신이 죽으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할 테니까.”

“아…….”

연중은 수혁의 답에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마족들은 분신의 존재를 모른다.

분신이 죽는다면?

방심을 하게 될 것이다.

“근데 안 죽고 그냥 시간 돼서 사라질 수도 있잖아?”

문득 든 생각에 연중이 물었다.

그냥 분신도 아니고 수혁의 분신이었다.

수혁의 분신이 과연 죽을까?

“30%잖아. 장비 효과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로 상급 마족들 공격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연중의 말에 수혁이 재차 답했다.

장비 효과를 받는다면 모를까 고작 순스텟에 30%로 상급 마족들의 공격을 버틴다?

말이 되지 않는다.

수혁은 분신이 죽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도착했다!”

이내 분신이 성문에 도착했다.

성문에 도착한 분신은 바로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와, 파이어 스톰을 바로 써버리네?”

연중이 감탄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파이어 스톰이 사라졌다.

“상급 마족이 꽤 있나 본데?”

디스펠 당한 게 분명했다.

수혁과 연중은 창을 통해 상황을 주시하며 대화를 나눴다.

팟!

그리고 이내 창이 사라졌다.

지속 시간이 다 되어 사라진 게 아니다.

“내 말 맞지?”

“상급 마족들이 쎄긴 쎄구나.”

분신은 수혁의 예상대로 상급 마족들의 공격에 죽어 사라졌다.

“이제 쉬러 가자.”

분신의 죽음으로 방심도 유도했고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확인했다.

마차에서 내려온 수혁은 연중이 내려오자 마차를 역소환시키고 말했다.

“9시! 그리고 일찍 가능하면 연락 주고.”

“응!”

연중이 손을 흔들며 답했고 수혁은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기지개를 켜 간단히 몸을 풀어줬다.

그리고 책장으로 향했다.

“하…….”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수많은 책들을 보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책을 보니 도서관들이 생각났다.

“빨리 끝내고 싶다.”

한시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었다.

“오늘은 끝낼 수 있겠지. 아니, 끝내야 돼.”

수혁은 그렇게 결심하며 책을 꺼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키라드 쪽에도 도서관이 많이 있으려나?”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행복한 표정으로 책을 펼쳤다.

* * *

왕궁으로 돌아온 마로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야.’

가장 문제가 되었던 인간 마법사가 해결됐다.

‘전략을 바꿔야겠어.’

상황이 너무나 좋아졌다.

인간 마법사도 없고 아밀레타 역시 전투 불능 상태다.

5일을 버틸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50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괜히 말덴을 버렸군.’

인간 마법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굳이 말덴에서 후퇴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참으로 아쉬웠다.

이내 방에 도착한 마로스는 다시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고작 인간 마법사가 죽은 것뿐인데 정말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게 되었다.

“벌써 아침인가?”

이내 새로운 전략 구상을 마친 마로스는 창밖을 보았다.

어둠이 사라지고 빛이 나타나 있었다.

마로스는 고개를 빠르게 털며 피로를 날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도를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완벽…….”

땡! 땡! 땡!

“……?”

그러나 다 중얼거리기도 전에 귓가를 강타하는 종소리에 마로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적의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뭐야? 인간 전사가 온 건가?”

인간 마법사는 죽었다.

남은 것은 인간 전사뿐.

혹시나 인간 전사가 복수를 위해 찾아온 것일까?

“뭐, 금방 처리하겠지.”

마로스는 굳은 몸을 풀어주고 다시 자리에 앉아 의자에 기대며 휴식을 취했다.

인간 마법사와 달리 인간 전사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이렇게 쉬고 있으면 곧 보고가 올라올 것이다.

똑똑!

“마로스 님!”

예상대로 얼마 뒤 노크와 함께 에코르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마로스의 말에 문을 열고 에코르니가 들어왔다.

하지만 마로스의 예상과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에코르니의 표정이었다.

에코르니는 당황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로스가 의아해하던 찰나 에코르니가 말했다.

“인간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뭐?”

에코르니의 말에 마로스는 반문했다.

“죽었잖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보았다.

그래서 마로스 역시 인간 마법사가 죽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인간 마법사가 나타났다니?

“저도 그렇게 들었는데…….”

“직접 본 거 아니었어?”

“예.”

에코르니 역시 직접 본 게 아니었다.

그렇게 들었을 뿐이다.

‘어쩐지…….’

마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찝찝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인간 마법사는 죽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열린 문을 통해 상급 마족 스큠이 들어왔다.

“인간 마법사가 죽었습니다!”

스큠은 들어오자마자 보고를 했다.

“…….”

마로스는 스큠의 보고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죽었다고 보고받았는데 다시 나타난 인간 마법사다.

이번에도 죽었다고 하지만 왠지 다시 나타날 것 같았다.

‘뭔가 있어. 뭐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바로 그때.

“큰일입니다!”

상급 마족 에필렘이 방으로 들어왔다.

“남서쪽 성문에 인간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인간 전사와 함께!”

* * *

“분신.”

수혁은 분신을 소환했다.

“저기 가서 난동 피워. 막 마법 난사하고. 출발!”

분신은 수혁의 명령에 곧장 서쪽 성문을 향해 움직였다.

“시야 공유. 우리도 출발하자.”

스킬 ‘시야 공유’를 시전한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그리고 연중이 남서쪽 성문을 향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근데 같이 서쪽 가서 뚫는 게 낫지 않아?”

마차를 몰며 연중이 물었다.

“그럴까도 했는데 혼란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거기다 분신이 먼저 도착할 테니 지원군이 나타나면 서쪽으로 먼저 가겠지.”

수혁은 분신보다 먼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분신이 죽고 나면 움직일 생각이었다.

“도착했다.”

이내 분신이 서쪽 성문에 도착해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신이 죽음을 맞이하며 시야 창이 사라졌다.

“우리도 가자.”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잠시 마차를 멈췄던 연중이 성문을 향해 빠르게 마차를 몰기 시작했고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했다.

“이, 인간이다!”

“인간 마법사야!”

“인간 전사도 있다!”

“뭐야, 어제 죽었다며?”

성문을 지키고 있던 마족들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파이어 스피어, 매직 미사일, 다크 스피어.”

수혁은 마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굳게 닫혀 있는 성문을 향해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성벽과 마찬가지로 방어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었지만 성벽만큼 단단한 방어력을 갖지 못했던 성문은 마법 몇 방에 그대로 박살 났다.

그리고 연중은 그대로 파괴된 성문을 지나 수도 ‘키라드’로 진입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