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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3

제 543화

541.

“몇 개나 박살 내면 나타나려나.”

바로 마탑 지부 공격이었다.

수혁은 모든 마탑의 수장이었다.

계속해서 마탑을 공격한다면?

그리고 만남을 유도한다면?

수혁은 나올 것이다.

물론 수혁이 유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위의 중요성을 아는 NPC들이 나올 리 없다.

그러나 수혁은 다르다.

유저라 죽음도 무섭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이끄는 세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만약 수혁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수혁이 속한 리더 길드를 공격하면 된다.

리더 길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연중과 랭커들은 대부분 마계와 천계로 넘어간 상황.

길드 하우스는 빈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전에 손 좀 풀어야겠지? 복수도 할 겸.”

해피는 씨익 웃었다.

마탑과 리더 길드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상대할 이들이 있었다.

바로 고독 길드였다.

수혁과 마탑을 상대하기 전에 해피는 자신을 척살하려 했던 것에 대한 복수도 하고 대인전 경험도 쌓을 겸 고독 길드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취익? 인간!

인간이다! 취익! 인간이 침입했다!

모두 죽었다!

복수! 복수! 취익!

뒤쪽에서 들려오는 오크들의 콧소리와 목소리에 해피는 뒤로 돌아섰다.

주변으로 경계를 떠난 오크들이 분명했다.

해피는 미소를 지은 채 오크들에게 다가갔다.

오크들은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해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족장인 파로딩도 가볍게 잡아낸 해피였다.

단검이 움직일 때마다 오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모든 오크가 바닥에 누웠다.

해피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워프 스크롤을 통해 암당의 본부로 돌아갔다.

본부에 도착한 해피는 아소멜의 방으로 갔다.

퀘스트 완료와 고독 길드 공격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똑똑 끼이익

이내 아소멜의 방에 도착한 해피는 노크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소멜은 여전히 서류에 파묻혀 있었다.

“저 왔습니다.”

해피는 아소멜에게 인사하며 탁자 앞에 앉았다.

“오셨습니까!”

아소멜은 해피의 인사에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해피의 반대편에 앉았다.

“전부 잡았습니다.”

해피는 우선 퀘스트부터 완료하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층 더 편하게 계획을 짤 수 있겠군요.”

[퀘스트 ‘아소멜의 부탁’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암당 창고 열쇠를 획득합니다.]

퀘스트가 완료됐고 메시지를 본 해피는 아소멜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아소멜 님.”

아소멜이 또 다른 사냥 퀘스트를 주기 전 고독 길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예?”

“잠시 밖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밖이라면…….”

해피의 부름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소멜은 이어진 해피의 말에 말끝을 흐리며 눈치를 살폈다.

“고독 길드 아세요? 라만 왕국의 길드.”

그리고 이어진 해피의 물음에 아소멜은 불길함을 느꼈다.

“……알지요.”

고독 길드, 알 수밖에 없었다.

라만 왕국의 최강 길드이자 암당의 뒷조사를 했던 길드가 바로 고독 길드였다.

“녀석들을 칠 생각이에요.”

“예? 녀석들을요?”

아소멜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놀라지는 않았다.

이미 해피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끙…….’

물론 놀라지 않았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고독 길드는 암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암당이 운영하는 조직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고독 길드에서는 자신들이 암당과 협약을 맺을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래도 협약은 협약.

아소멜은 해피의 행동을 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이유를 여쭐 수 있겠습니까?”

“녀석들에게 죽을 뻔했어요. 이제 그에 대한 복수를 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이유를 듣게 된 아소멜은 다시 고민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해피는 차후 흑월을 이끌 크라스의 후계자였다.

후계와 협약.

누구의 손을 들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고민을 끝낸 아소멜이 말했다.

“준비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떤 준비를 말씀하시는 건지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나요?”

“해피님이 고독 길드를 공격하실 때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잠시만요.”

해피는 아소멜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

아소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해피가 이어 말했다.

“제 힘만으로 박살 내고 싶어요.”

“안됩니다.”

해피의 말에 아소멜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죠?”

“위험합니다.”

고독 길드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었다.

라만 왕국의 최강 길드 자리를 꿰찬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해피가 홀로 고독 길드와 싸우다가는 자칫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고독 길드는 강했다.

“고독 길드가 흑월 대원들을 이길 수 있나요?”

아소멜의 말에 해피가 재차 물었다.

“둘 정도는 이길 수 있습니다.”

고독 길드가 강하다고는 하나 흑월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흑월대는 드래곤에 준하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

특히나 인간들을 상대하는 데 특화된 존재들이었다.

“저는 셋 이상의 흑월 대원들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해피는 아소멜의 말에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물론 싸워 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아이템 상태와 스텟 상태, 그리고 스킬 숙련도라면 흑월대 셋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해피의 말에 아소멜은 잠시 침묵했다.

최근 해피는 무척이나 강해졌다.

놀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흑월대 셋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이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해 해피의 자신감을 무너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대로 쭉 성장한다면 해피의 말대로 셋을 쓰러트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호위 없이 가시는 건…….”

“…….”

아소멜이 끝까지 반대를 하자 이번에는 해피가 침묵했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호위 데리고 가겠습니다. 제가 죽을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면 나서지 않는 조건으로요.”

솔직히 해피도 흑월 대원과 함께하면 편하다.

흑월 대원과 함께라면 고독 길드를 가볍게 망가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피는 지금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바로 출발하실 생각이십니까?”

“예.”

해피가 고개를 끄덕였고 아소멜이 이어 말했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20분이면 준비될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 * *

모니터를 바라보던 장경우의 표정에 의아함이 가득 나타났다.

“왜?”

이내 장경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장경우가 의아해하는 이유, 그 이유는 바로 해피 때문이었다.

“헤르딘에 왜 온 거지?”

여태껏 사냥만 했던 해피가 헤르딘에 나타났다.

“휴양하러 왔을 리는 없고…….”

헤르딘은 해변 도시이자 휴양 도시로 수많은 유저, NPC들이 방문하는 도시였다.

그러나 해피가 휴양을 하기 위해 헤르딘을 방문했을 것 같지 않았다.

“퀘스트가 있나?”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없는데…….”

하지만 해피의 퀘스트 중 헤르딘과 관련된 퀘스트는 없었다.

장경우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키보드를 두들겨 해피가 완료한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

이내 장경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퀘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소멜이 준 퀘스트로 호위를 기다리라는 퀘스트였다.

무슨 일을 하려고 흑월대를 호위로 붙인 것일까?

장경우는 해피의 목적지를 주시했다.

얼마 뒤 해피가 걸음을 멈췄다.

“정보를 사러 온 건가?”

해피의 목적지는 정보 길드였다.

장경우는 해피가 무슨 정보를 구매하기 위해 온 것인지 확인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것만 알면 해피가 왜 헤르딘에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장경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해피는 정보를 구매하기 위해 정보 길드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학살, 해피는 학살을 시작했다.

대상은 NPC, 유저 가릴 것 없이 모두였다.

“뭐지?”

장경우는 당황스러웠다.

흑월에서 퀘스트를 준 게 아니었다.

아무런 퀘스트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학살을 한단 말인가?

“설마 PK를 못해서 근질근질했던 건가?”

해피는 원래 PK를 전문으로 했던 유저였다.

그동안 몬스터만 사냥한 것에 질려 PK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다.

“아니, 근데 왜 여기까지 와서?”

바로 PK를 하고 있는 곳이 헤르딘의 정보 길드라는 점이었다.

헤르딘은 암당의 본부와 멀었다.

퀘스트도 없는데 굳이 이 먼 곳까지 와서 PK를 하는 게 의아했다.

“여기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해피가 이 먼 곳까지 와 PK를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독 길드?”

이내 장경우는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보 길드는 라만 왕국의 최강 길드인 고독 길드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설마 고독 길드랑 붙으려는 건가?”

* * *

[유저 ‘커맨더’를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커맨더’와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메시지를 보며 해피는 생각했다.

‘너무 귀찮게 업데이트됐단 말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드가 있는 유저를 공격하면 반경 200m 안에 있는 모든 길드원과 적대 상태에 돌입했다.

그런데 패치가 된 이후에는 주변에 길드원들이 있든 없든 해당 유저와만 적대 상태가 됐다.

그래서 지금 끊임없이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었고 신경에 거슬렸다.

‘근데 커맨더면 고독 길드 부길드장이잖아?’

해피는 자신의 공격을 받고 재빨리 뒤로 거리를 벌린 커맨더를 보았다.

고독 길드의 부길드장인 커맨더.

강자 중의 강자였다.

커맨더의 표정에는 당황이 가득했다.

하기야 갑작스레 자신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공격을 받았으니 당황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래, 이거지!’

해피는 커맨더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며 짜릿함을 느꼈다.

강자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니 온몸이 뜨거워졌다.

“너, 뭐 하는 새끼야!”

이내 당황을 가라앉히고 그 자리를 분노로 채운 커맨더가 외쳤다.

“뭐 하는 새끼긴.”

커맨더의 외침에 해피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저승사자다 이 새끼야!”

그리고 다시 커맨더에게 달려들었다.

커맨더는 달려오는 해피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 미친놈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

어이가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라만 왕국에서, 그것도 고독 길드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정보 길드에서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지금 상황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이 새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해피의 단검을 피하며 커맨더는 생각했다.

분명 해피를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물가물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맴돌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걱!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던 커맨더는 해피의 공격을 허용했다.

“……!”

커맨더는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