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없어야 할 자를 죽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상의 규칙이 복구되며 완전한 신의 권능을 되찾습니다.

신력이 최대치까지 충족됩니다.」

강윤수는 완전한 신이 되었다.

이전과 차원이 다른 엄청난 힘이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손을 휘젓자 세상이 깨졌다.

「신력을 소모해 도플갱어의 정신세계에서 강제로 탈출합니다.

도플갱어가 깨어납니다.」

* * *

‘해골은 어째서 울 수 없는가.’

꼬마 리치는 온몸이 갈라졌다.

머리뼈뿐만 아니라 온 뼈마디에 금이 갔고 뼛골까지 쿡쿡 쑤셨다.

그러나 꼬마 리치는 각오했다.

‘내가 동료들을 위해 막아야 한다.’

꼬마 리치는 망가진 몸을 내던져 왕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시리안은 꼬마 리치를 차 버렸다.

퍽!

“으흑!”

만물의 왕에게 차인 꼬마 리치는 거의 박살이 나며 바닥을 뒹굴었다.

“나 참, 선하고 의리 있는 리치라니. 별종이군, 상황만 아니라면 같이 술잔이라도 기울였을 텐데.”

시리안은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리치가 흑마법으로 그를 붙잡고 늘어지는 새 다른 일행은 도망쳤다.

그러나 이곳은 마탑 내부.

그들이 어디로 도망치든 시리안의 손바닥 안이었다.

“후우.”

시리안은 한 번 심호흡을 하고서 뒤로 도약했다가 창을 내던졌다.

쉬이이이이이익-!

창은 허공을 가르며 매서운 속도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날아갔다.

콱!

“꺄아아악!”

벽면에 창날이 꽂히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시리안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만물의 왕은 창이 있는 곳으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었다.

일행은 눈앞에 갑자기 시리안이 나타나자 아연실색했다.

의식을 잃은 강윤수와 아이리스를 업은 화이트가 으르렁거렸다.

“카르르릉……! 우르노크라!”

“여기까지밖에 못 도망친 거야?”

시리안이 웃으며 창을 뽑았다.

헨릭이 바로 마나의 실을 휘젓자 뤽이 그의 눈동자에 주먹을 날렸다.

“눈알이 뽑혀서 죽어 줬으면 해.”

“싫은데.”

시리안은 뒤로 물러나며 가볍게 창을 올려쳤다.

그러자 뤽의 어여쁜 오른팔이 콰득거리며 허무하게 부서져 나갔다.

뤽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쟤를 찢어 죽이고 싶어졌어.”

「뤽의 신체 부위가 손상돼 정신상태가 극도로 오염되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정신적 위안과 아름다운 오른팔을 세공해 주지 않으면 뤽은 참혹한 광기에 물들고 말 것입니다.

뤽의 정신력이 0점 이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헨릭이 눈살을 찌푸렸다.

“인마! 팔은 나중에 내가 다시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러니 진정해!”

그러나 뤽은 진정하지 못했다.

소녀 인형은 고개를 푹 숙이고 갑자기 소름 끼치게 웃기 시작했다.

“히히…… 히히히…… 히히히힛!”

「뤽이 광폭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증폭하며 인형사의 뜻대로 전혀 조종되지 않습니다.

광폭에 돌입한 소녀 인형 뤽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뤽에게서 서둘러 떨어지는 것만이 목숨을 보전하는 길입니다.」

뤽은 웃음소리, 비명, 포효가 뒤섞인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샤프는 그녀의 소름 끼치는 광기에 겁을 덜컥 집어먹었다.

“무, 무서워…… 뤽…….”

“인형과는 오랜만에 싸워보는데.”

시리안은 광폭한 뤽을 눈앞에 두고도 손장난하는 어린애를 보듯 미소 지었다.

반면 샤네트는 안색이 창백했다.

“아저씨, 어떻게든 해보세요!”

“젠장, 그게 쉬운 줄 아냐!”

헨릭은 마나의 실을 쥐고 안간힘을 썼으나 뤽의 폭주는 못 막았다.

뤽이 손을 펼치자 소녀 인형보다 두 배는 큰 붉은 톱이 나타났다.

「뤽이 생명의 용액을 180리터 사용해 광기의 톱을 만들었습니다.

이 끔찍한 톱날은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갈아 버립니다.

톱날에 잠시라도 스쳤다간 핏방울이 아니라 영혼을 흘리게 됩니다.」

“히히힛!”

뤽이 가느다란 웃음소리를 흘리며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인형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주위를 배회했다.

곧 있으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생명을 학살하기 시작하리라.

“빌어먹을! 달리 방법이 없구만.”

헨릭은 이를 갈며 품에서 조각도를 꺼내 자기 손등을 옅게 찔렀다. 그리고 약간의 피가 배어 나오자 시리안 쪽으로 핏방울을 흩뿌렸다.

피할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시리안은 의아해하며 우선 지켜봤다.

또한, 헨릭은 상처를 소매로 꽉 감싸매 피가 번지는 것을 막아 냈다.

헨릭의 동작은 고작 몇 초도 걸리지 않았을 만큼 아주 신속했다.

“뭐하는 짓이야?”

시리안이 멋모르고 얼굴에 튄 핏방울을 닦아내려던 순간이었다.

“히히히히히힛!”

뤽이 광기 서린 웃음과 함께 나타나 시리안에게 톱날을 휘둘렀다.

시리안은 고개를 숙여 피했으나 뤽은 집요하게 그만을 공격했다.

뺨에 묻은 핏방울.

뤽이 본능적으로 피 냄새에 이끌리는 것이다.

시리안은 헨릭의 의도를 알아차리고서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아하, 이런 미친 인형도 그렇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있었군. 인형사로서 실력이 대단한데?”

“거, 칭찬 고맙구만. 그런데 네가 죽어 주면 더 고마울 것 같다.”

시리안은 뤽의 톱날을 피하면서도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봐, 그건 곤란하지.”

붉은 호선을 그리며 난잡하고 변칙적이게 공격해 오는 톱날.

그러나 시리안은 톱날을 피하지 않고서 단숨에 창날로 받아쳤다.

콰가가가각-!

무지막지한 파괴력.

톱날이 깨져 버리고 뤽의 몸체가 산산이 조각나 저편으로 날아갔다.

시리안은 고작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광폭해진 뤽을 압도했다.

“망할!”

헨릭은 입술을 씹으며, 몸이 부서져 바닥에 쓰러진 뤽에게 뛰어갔다.

뤽은 사지가 부러지고 한쪽 눈동자가 삐져나온 처참한 몰골이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즉사했겠지만 인형이라 죽지는 않았다.

처참히 다치자 정신을 간신히 되찾았는지 뤽의 눈동자가 돌아왔다.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무안한 몰골이구만.”

헨릭은 뤽을 들었다.

뤽이 바닥에 널브러진 팔다리와 훼손된 자기 몸뚱이를 바라봤다.

“헨릭, 슬퍼.”

“울지 마라, 나중에 고쳐주마.”

“내가 울고 있어?”

“오냐.”

“거짓말이야, 인형은 울 수 없어.”

“멍청아, 살아 있는 놈은 운다.”

헨릭이 뤽을 가슴에 안았다.

“울 수 없어서 불행한 건 리치 같은 시체 놈이지. 넌 살아 있지 않냐.”

뤽은 울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죽이려고 해서 미안해.”

“그래,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다.”

헨릭은 뤽을 소환 상자에 넣었다.

시리안은 창날을 바닥에 박았다.

“자, 다음은 누구야?”

샤네트가 매서운 눈빛으로 불타는 사슬낫을 잡아 쥐며 나섰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뒤를 잡았다.

샐리가 울먹이면서 샤네트의 옷자락을 잡았다.

“엄마, 가지 마…….”

샤네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샐리, 난 싸워야만 해.”

“싫어, 가면 분명 죽을 거야!”

샐리가 샤네트의 다리를 끌어안고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그 모습을 보던 아클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다들 시끄러워. 내가 간다, 나한테는 영하의 자멸이 있으니 죽더라도 최소 한 방은 먹여줄 수 있어.”

라이트가 밝게 미소 지었다.

“아니, 이젠 내가 싸울 거야! 아클은 내 뒤로 물러나 있도록 해. 나보다 아클이 작고 약하니까!”

“뭐,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아클이 발끈하자 샤프가 주눅이 든 채로 중재했다.

“싸, 싸우지 마…… 이럴 거면 차라리 내가 싸울래……!”

화이트는 크게 포효했다.

“우르노크라-!”

시리안은 미묘하게 웃었다.

“너희의 눈물겨운 동료애가 내 악역으로서의 입지를 다져 주는군.”

“알면 봐주지 그러냐?”

헨릭이 빈정거리자 시리안은 정색하며 창대를 단호히 쥐었다.

“적당히 해. 전부 죽인다고 했잖아.”

“상관없어요, 우린 모두 끝까지 당신과 싸울 테니까.”

샤네트가 불꽃을 키웠다.

모두가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시리안은 창을 내세웠다.

“하나씩 처리하려고 배려했는데, 모두가 같이 죽길 원한다면야.”

시리안은 본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제껏 없던 살의가 느껴졌다.

일행은 죽음이 다가옴을 느꼈다.

바로 그때였다.

저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뭐야. 누구지?”

시리안은 의아해하는 기색이었다.

마탑에 그들 외에 다른 인물이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행도 시리안의 반응에 놀라서 다가오는 인물에게 주목했다.

간간히 세워진 촛불이 흔들린다.

어둠으로부터 걸어 나온 새로운 인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리안은 창대를 놓칠 뻔했다.

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만물의 왕은 어느 때보다 복잡한 감정으로 물든 얼굴로 경악했다.

“세피아! 네가 어떻게……!”

흰 머리칼의 여인이 그를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일행도 놀랐다.

무한의 차원술사 세피아.

과거에 사망한 고대영웅.

헨릭이 놀라서 말을 더듬거렸다.

“지, 지하에서 봤던 거신 대장장이의 유령 조수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러나 지금 그녀는 유령이 아니었다.

분명히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과거에 죽었던 그녀가 어떻게 살아나서 마탑으로 온 것일까?

그런데.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또 다른 걸음걸이.

촛불이 흔들리며 그들을 비춘다.

세 사람이 걸어왔다.

시리안은 실색할 듯 안색이 창백해졌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나힐렌…… 미네르바…… 나크론……! 너희들이 무슨 수로……!”

고귀의 궁사 나힐렌.

대연금술사 미네르바.

최후의 네크로맨서 나크론.

과거 시리안에게 배반당해 죽고만 고대영웅들.

그들이 되살아나 무표정한 얼굴로 시리안을 바라봤다.

시리안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이제까지의 여유롭게 웃던 분위기는 그에게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는 경련하듯 온몸을 떨었고 숨을 쉬는 것조차도 힘겨워 보였다.

“말도 안 돼……! 너, 너희가 어떻게…… 도대체 무슨 일이……!”

그때 무심한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그들을 재창조했다.”

모두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어느새 화이트에게 업혀 있던 강윤수와 아이리스가 깨어나 있었다.

그의 단말기에는 많은 문구가 떠올라 있었다.

「‘세피아 드 휘나칸’ 창조.

이차원의 생물을 소환하며 판데모니엄과 대적했던 고대영웅.

그녀는 차원술사로 전직한 대륙 유일한 인물이었다. 또한, 그녀가 만든 신비로운 마법 물품은 차원을 꿰뚫는 기능이 존재한다고 한다.

막대한 신력이 소모되었습니다.

+전성기에 착용했던 아이템도 창조해 신력의 소모량이 급증합니다.

+대륙에서 살아간 인물을 재창조했습니다. 인격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합니다.」

「‘나힐렌 레페’ 창조.

대륙 최초로 마법 화살을 만들어 궁사 클래스를 개척한 고대영웅.

그는 생전에 대륙 모든 숲의 수장이자 자애로운 엘프였다.

막대한 신력이 소모되었습니다.

+전성기에 착용했던 아이템도 창조해 신력의 소모량이 급증합니다.

+대륙에서 살아간 인물을 재창조했습니다. 인격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합니다.」

「‘미네르바 폰 쉬르얀’ 창조.

수많은 물약 제조법과 연금술을 남긴 희대의 대연금술사 고대영웅.

그녀는 대마법사 오블리언과 맞먹는 대륙의 유일무이한 천재였다고 평가된다. 그녀가 남긴 제조법들은 아직까지 대륙에서 이용되고 있다.

막대한 신력이 소모되었습니다.

+전성기에 착용했던 아이템도 창조해 신력의 소모량이 급증합니다.

+대륙에서 살아간 인물을 재창조했습니다. 인격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합니다.」

「‘나크론 시르나켄’ 창조.

네크로맨서들의 전설적 위인이자 고대영웅. 그가 일으킨 언데드는 수백만이 넘는다고 한다.

막대한 신력이 소모되었습니다.

+전성기에 착용했던 아이템도 창조해 신력의 소모량이 급증합니다.

+대륙에서 살아간 인물을 재창조했습니다. 인격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합니다.」

창조의 권능으로 재창조한 위인들은 전성기 그대로의 힘을 지녔다.

자아와 스킬까지 잊어버리는 언데드와 달리 영웅의 강함을 보존했다.

‘아쉽게도 인격은 없지만.’

한 세상에 같은 인격의 강윤수가 둘 존재해 세상의 규칙이 깨졌다.

설령 사망했더라도 동일한 인격의 영웅을 만든다면 세상의 규칙이 또 깨져 버릴 위험성이 있었다.

분신이나 영혼체라면 몰라도 이들은 창조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설의 위인을 창조해 단시간에 신력을 폭발적으로 소모했습니다.

신력이 17 남았습니다.

신력은 사흘 뒤에 재충전됩니다.」

재창조된 고대영웅.

왕의 배반으로 사망한 네 명의 고대영웅이 시리안과 대적했다.

시리안은 웃음기가 완전히 가시고 격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네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이다, 시리안.”

강윤수는 바닥을 뒹구는 꼬마 리치의 뼛가루와 뤽의 팔다리를 봤다.

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고대영웅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어서 시리안에게 겨누었다.

“네가 내 동료를 죽이려 했으니 나는 네 동료와 함께 널 죽이겠다.”

시리안이 이를 갈며 창을 들었다.

그를 죽이고자 하는 살기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강윤수는 무심히 말했다.

“거기다 너는 내 일행을 다치게 했다. 그러니 그 대가는.”

강윤수의 전신이 검붉은 기운으로 휩싸였다.

「파괴의 권능을 일깨웁니다.

모든 신력을 소모합니다.

실피아 대륙의 신이 파괴신으로 변모합니다.

모든 권능이 소멸되며 파괴를 위한 힘만이 충족됩니다.」

“죽음으로 갚아라.”

강윤수는 파괴신으로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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