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Instruction Manual

Regression Manual 093

우린 영원히 함께예요(7)

영원히 함께!

영원히 함께 지낼 수 있다.

-그래. 영원히 함께 지내는 거야.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

-그래.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그 누구도 침입하지 못할 보금자리야. 우리가 원했던 결말이지.

오빠의 생각도 같을까?

-물론. 오빠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맞아.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깥은 위험해.

그건 맞아. 오빠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네 말은 전부 바보 같았지만….

-저 여자를 봐. 어떻게든 오빠를 꼬시려는 것 같잖아. 오빠가 곤란해하는 게 보인다구. 오빠를 죽이려고 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고? 튜토리얼 던전 때 있었던 일을 떠올려 봐. 오빠는 약해.

오빠는 약해.

-우리 보호가 필요해.

그래.

-이건 보호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야. 바깥은 위험하니까.

외우고 있었던 주문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어쩔 수 없는 거야.’

-전부 죽여. 일단은 저 여자. 오빠를 빼앗으려고 하는 저 여자부터.

고위 마법사인데 괜찮을까?

-아마 생각하지 못할 거야. 저주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을 때를 노리면 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괜찮아. 내가 너를 보호해 줄 테니까. 저주의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고?

네가 나를?

-그럼 나는 너고 너는 나니까. 한 번에 머리를 꿰뚫어. 작은 주문이면 될 거야. 마력을 낭비하지 않는 게 중요해.

아! 성공했다.

-좋아. 다음은 누구로 할까. 저기 멍청한 여자가 좋겠다. 내구 능력치가 좋으니까 조금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는 게 좋겠네.

뭐가 좋을까. 부패주문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흑마법은 특기가 아니니까. 다른 걸로 해볼까? 머리를 터뜨리는 게 좋겠다. 안에서부터.

-좋은 생각이야. 마침 이쪽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정말로 좋아. 옳지 그렇게.

이렇게….

-해냈다!

헤헤.

-나머지는 신경 쓰지마. 어차피 전부 죽을 테니까. 그 다음은… 선희영?

오빠랑 매일 같이 나갔었지?

-응. 그랬었지.

그래도….

-약해지면 안 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저기 있는 꼬맹이도 한꺼번에 해치우자.

역시 그건 내키지 않는걸.

-안 된다니까. 약해지면 안 돼. 모두가 다 오빠를 보호하기 위해서니까.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주자.

으응.

-덕구 씨랑 현성 씨는….

죽이는 건 조금 그래.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잠을 재우는 게 좋을 것 같아.

-불안하지 않아? 김현성은 강하잖아. 나중에 혹시라도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면 어떡하지? 오빠를 돌려달라고 말할 수도 있어.

그건 안 돼.

-역시 죽이자.

그건 안 된다니까 자꾸 바보처럼 굴 거야?

-바보는 너야.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근데 지금에 와서 포기할거야? 둘만 죽이면 끝이라니까.

싫어. 그건 안 할 거야. 특히 덕구 오빠는 나를 많이 도와줬으니까.

-후회할 텐데.

잠을 재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밖으로 보내주는 거지. 계속해서 찾아오면 어쩔 수 없지만 역시 둘은 죽이고 싶지는 않아.

-너.

그보다는 오빠를 데려가는 게 먼저야.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하게 안쪽으로 데려가서 꼭꼭 숨겨 놔야지. 우리 오빠 잠든 모습 좀 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

-으응. 근데 혹시나 오빠가 도망가면 어떡하지?

그러진 않을 거야. 오빠는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니까.

-혹시 모르니까 안전장치를 만드는 게 좋겠네.

으응. 그 정도는 괜찮겠지. 헤헤. 잠든 오빠 너무 귀엽다.

-응. 정말 귀엽네. 그보다 빨리 가야 돼. 앞으로 할 일이 많아.

그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며야 되고 이것저것 필요한 게 많을 거야. 오빠는 공부하는 걸 좋아하니까 오빠만을 위한 공방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욕실도 만들어야지. 가, 같이 샤워도 할 수 있게 크게 만들면 좋겠다.

침대도 크게, 화장실도 만들어야 되고 최선을 다해야 해.

-보금자리에 침입할 사람을 죽여 버릴 시스템도 필요해. 언제 또 여기로 오빠를 노리는 사람들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골렘도 만들고, 키메라도 만들자. 언데드도 더 늘려야 돼. 던전이 텅텅 비었으니까. 힘들겠지만 오빠를 위해서라면 할 수 있어. 이곳은 우리들의 보금자리가 될 거야.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오빠와 나만의 성이 될 거야.

* * *

오빠는?

-이제 일어났어. 오늘도 식사를 안 한 것 같은데….

너무 걱정되는데 괜찮은 걸까? 상태가 계속 안 좋아 보여.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닐까. 벌써 몇 개월째…. 아니… 혹시 오빠는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어.

며칠 전에도 말한 적이 있었어. 바깥을 구경하고 싶다고….

-속지 마. 절대로 속으면 안 돼.

오빠가 기운이 없는 건 너무 싫어. 요즘에는 잘 웃어주지도 않는 걸.

-언젠가는 이해하기 될 거야. 이 모든 것이 오빠를 위해서라는 걸 이해하게 될 거야. 밖은 위험해. 오늘만 해도 우리의 보금자리로 이상한 사람들이 들어왔잖아? 만약에 오빠가 밖으로 나가면 감당할 수 없게 될 거야. 또 뺏기고 싶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빠가 슬픈 표정을 짓는 건 싫어.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을 걸어주면 되잖아. 오빠도 기분이 좋아질 거야. 기분이 좋아지면 우리한테도 친절해질 거고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항상 웃게 만들어줘야지.

그래도 괜찮은 걸까?

-전부 오빠를 위한 일이야.

전부 오빠를 위한 일이야. 맞아. 지금 당장 시험해 봐야겠다.

-좋아.

아! 웃어줬어. 네 말이 맞았어.

-그렇지? 다른 마법도 써볼까? 매혹 마법 같은 건 어때?

그렇지만 그건 오빠의 진심이 아니잖아.

-그래도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으니까 자신에게 주는 상으로는 딱 알맞을 거야. 그렇지?

나에게 주는 상?

-응. 우리에게 주는 상. 오늘 하루만 이 상태로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생각해 봐. 오빠를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매일 매일 이곳으로 들어오는 놈들을 전부 잡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가끔씩 주변도 정리하러 나가잖아? 던전도 완전히 리모델링하느라 힘들었다고 키메라들도 매일 매일 만들어줘야 되고 요 며칠은 오빠 걱정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딱 하루만 하자.

그래도 될까?

-물론, 고민하지 말고 바로 하자.

“그, 그렇다면 딱 하루 만이야. 딱 하루만….”

-잘했어.

아아아아아아아아.

-좋아.

행복해. 너무 행복해. 너무 너무 행복해.

“행복해. 너무 행복해.”

-내 말이 맞잖아. 하길 잘했지?

응. 네 말이 맞았어.

* * *

어떡하지? 오, 오빠가 도망쳤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어째서? 어째서? 이제 내가 미워진 걸까? 매일 행복하게 해줬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

-바깥세상의 독을 마시고 있어서일 수도 있어.

그렇지만 여긴 던전 안이야. 바깥 공기가 들어올 리가 없잖아.

-매일 매일 침입자들이 들어오잖아? 그들이 내뿜고 있는 더러운 공기가 오빠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거야.

전부 죽여야 해.

-그렇지?

이렇게 갑자기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모두 침입자 탓이야! 왜 가만히 있는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 거야? 어째서 계속 이곳으로 들어와서 나와 오빠만의 시간을 방해하는지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전부 나가서 죽이는 게 좋지 않을까? 린델, 린델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거야.

-좋은 생각이야. 그렇지만 오빠 외에 인간은 벌레 같아서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될걸.

그, 그러면 어떡하지?

-이미 오빠의 정신은 바깥의 공기에 마모되었을지도 몰라. 치료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 오빠가 던전을 혼자 빠져나갈 수는 없겠지만… 그대로 일단 임시방편으로 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뭘?

-다리를 자르자.

“안 돼.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는 오빠가 아픈 건 싫어.”

-아프지 않게 자르면 되잖아.

아프지 않게?

-응. 아프지 않게 자르면 돼.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을 걸고, 천천히 떼어내면 오빠도 분명 아프지 않을 거야. 물론 걸어 다니는 게 조금 힘들어지기는 하겠지만 괜찮잖아? 우리가 항상 오빠 옆에 달라붙어 있을 테니까. 우리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야.

아니… 그건….

-만약에 오빠가 이곳을 빠져나가서 다른 여자랑 함께 도망치면 어쩌려고? 붉은용병 애들도 왔었잖아? 차희라 그 멍청한 여자가 다시 올지도 몰라.

그러네.

-참을 수 있겠어? 정말로 그런 상황이 오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지 않아? 지금이라도 자르는 게 맞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 응.

-내 말을 들어서 후회한 적 있어?

없지만….

-이번에도 나만 믿어. 정말 잘 될 거라니까?

* * *

오빠가 죽, 죽으려고 했어. 혀를 깨물었다고! 너무 싫어. 너무 무서워. 오빠가 죽으면 어떡하지?

-죽지 않았잖아? 아직까진 괜찮아.

그래도 죽으려고 했다고! 이유를 모르겠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사랑한다고 매일 말해주고 있잖아. 매일! 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제는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 이제 막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단 말이야!

-바깥 공기가 이미 뇌를 침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오빠가 죽는 건 싫어. 나를 남겨두고 가는 건 싫어. 갑자기 죽으려고 하는 것도 너무 싫어. 너무 싫다고 전부 다!

-죽지 않게 만들면 돼. 언데드로 만드는 건 안 되니까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자. 분명히 오빠를 구해낼 방법이 있을 거야. 영원한 삶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육체가 재생되게 하는 촉매를 구하고 그걸 오빠의 몸을 시술하자.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오빠도 이해해 줄 거야. 물론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지금까지도 잘해왔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분명히 할 수 있어.

그… 그래. 그렇게 해야겠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그렇게 해야겠어.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오빠.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 오빠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아으… 아… 아.”

“사랑한다고요? 물론이죠. 저도 오빠를 너무 사랑해요.”

“아아… 아… 를… 해.”

“절대로 죽으면 안 돼요. 절대로….”

“아아….”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흰머리가 난 오빠도 정말로 멋진걸요. 아아아… 좋아요. 오빠. 오빠!”

“…해….”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

“머리가 많이 길어졌네요. 연구요? 아… 물론 오늘도 해야죠. 조금 아프시겠지만 참으실 수 있을 거예요. 오빠가 아프면 저도 아파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힘내요.”

“…….”

“오빠 조금만 참으세요. 아직 버티실 수 있을 거예요. 희망의 끈을 놓으시면 안 돼요. 흐그으으으윽… 사랑해요. 사랑해요.”

“……해”

“아아아아… 안 돼! 안 돼!”

“나는….”

“네, 오빠. 저 여기 있어요.”

“너를….”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그러니까 제발 가지 말아요. 제발….”

“원망한다.”

“아….”

“나를 이 꼴로 만든 너를 원망하고 저주할 거야. 평생… 아니 죽어서도 너를 저주할 거다. 너는 나에게 사랑을 준 게 아니야. 날 괴롭게 하고 결국 이 꼴로 만들었어. 내 몸을 봐. 네가 만든 결과물이야.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봐. 모두 네가 망쳐 버렸어.”

“아아아아아아.”

“네가 전부 저버린 거야.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도, 내 진심도 네가 전부 망쳐 버린 거야.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었어.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었어. 죽어서도… 죽어서도 널 잊지 않을 거야. 널 저주하고 저주하고 또 저주할 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는 널 사랑하지 않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싫어! 싫어! 어떻게 해? 이… 이젠 어떻게 하지? 오빠? 오빠!”

-살릴 수 있어. 아직 살릴 수 있다고.

“웃,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고! 다… 다 너 때문이야! 전부 다! 네가 이렇게 만들었어! 오빠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죽어! 죽어버려! 죽어!”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바보야. 아직도 모르겠어?

“…….”

-잘 봐. 난 너야. 우리는 하나라고 이야기했잖아? 이 모든 걸 네가 해낸 거야. 멍청아.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바….

“…….”

-보….

콰드드드드드득!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