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80 Coins Monster Wave (3)

“와! 형들, 제가 오우거를 잡았어요.”

거대한 덩치의 오우거를 쓰러트린 동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횡설수설했다.

“뭘 그리 호들갑이냐.”

“와! 형님 이거 오우거라고요. 와, 아직도 심장 벌렁벌렁하네.”

동수가 흥분하는 것도 당연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사냥에 성공했으니까.

오우거.

4성 보스급 몬스터다.

A등급 각성자라 해도 만만히 볼 수 없는 녀석인데, 자신이 혼자의 힘으로 사냥해낸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수호 형님은 내 인생의 빛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인기 없던 유튜버가 A급 용병이 된 것이다. 결과가 좋으니 고통스럽던 과거도 미화되었다.

끔찍한 강도의 훈련이나 혈석채취 노가다의 고단함도 모두 자신들을 생각한 수호의 배려로 느껴질 지경.

“호들갑 떨지 말고. 저기 한 마리 더 오네.”

“하하, 넵! 저한테만 맡겨 주십시오.”

동수는 쿵쾅거리며 뛰어오는 오우거를 향해 달려갔다.

“하압!”

콰앙!

오우거가 휘두른 몽둥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착실히 데미지를 줬다. 어쩌다보니 수호의 전투지론에 따라 움직임이 간결하고 실용적이다.

화려한 칼놀림은 없지만 기회를 포착하면 망설이지 않고 검격을 날려 상처입힌다.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착실히 오우거를 상처입혀 사냥한다.

준호도 오우거 한 마리를 막 쓰러트리고 다시 하나를 찾아 가고 있고, 명진의 창격에 온몸에 구멍이 뚫려 쓰러진 오우거가 벌써 두 마리.

명진을 제외하고 모두 칼을 썼는데, 그중 단연 돋보이는 건 장재식이다.

촤악!

각성 스킬로 ‘검술’을 가진 검객.

장재식의 움직임은 남들보다 빨랐고, 더욱 위협적이었다. 간결한 페이크까지 섞으며 급소만을 노리는 검놀림이 동수보다 화려했다.

“영 심심하네.”

수호는 주변을 휘이 둘러보았다.

7성 던전에 비하면 이제 5성 던전은 아주 작은 섬처럼 보였다.

등장 몬스터는 오우거, 보스는 머리가 두 개인 오우거다.

사슴이나 물소 같은 짐승들이 있긴 했는데 그리 위협적이진 않고, 쥐를 닮은 소형 몬스터도 그저 그랬다.

“쿠오오오!”

가만히 서 있는 수호를 목표로 오우거가 달려오자 수호가 주먹을 뻗었다.

쾅!

그대로 목이 돌아간 오우거의 큰 덩치가 모로 쓰러졌다.

37의 업적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짜다, 짜.”

경험치.

수호는 업적포인트로 경험치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수호의 레벨은 57.

그나마 5성 던전이라 이 정도라도 경험치를 얻지, 4성 던전이었으면 하나도 얻지 못한다.

몬스터든 각성자든 차원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

자신보다 현저히 낮은 상대의 생명을 취하면 흡수되지 않고 그저 흩어진다.

“왜 위로 갈수록 각성자가 적은지 알겠네.”

A급이 이럴진대 S급이 되면 5성 던전에서 얻는 경험치는 더 줄어든다.

S급 각성자에게 그나마 괜찮은 효율을 내는 사냥터는 6성 던전인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국에 생성되는 6성 던전은 몇 개 수준이었다.

길드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6성 던전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다를 게 없다. 이번 기회를 잡아 SS등급의 각성자를 배출하고 새롭게 S급 각성자들로 성장시켜 공격대의 전력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7성 던전을 건드려 볼 수 있을 게 아닌가.

위험부담 때문에 피하면 결국 도태될 뿐이다.

“이러면 너무 오래 걸리는데.”

이 정도 경험치라면, S등급이 되려면 5성 던전을 수백 번은 반복해야 될 성싶었다. 새삼 7성 던전을 보스만 잡고 날린 게 아쉬웠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공략했으면 수호는 물론 부하들까지 전부 S등급으로 올렸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얼추 훈련이 되니 나쁠 것은 없다.

수호가 할 일이 없을 뿐.

“야, 대충 잡고 가자.”

“어, 벌써요? 이제 조금 감 잡겠는데.”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했다지만 엄연히 실전과는 차이가 있는 법이다.

급소에서 칼을 멈추는 것과 정말 찌르고 나가는 것은 생각 외로 큰 차이다.

“으음. 그럼 보스부터 잡아봐. 잡을 만하면 너희끼리 돌아봐.”

그리 크지 않은 맵 규모에 오우거들 출몰도 꽤 듬성듬성해 어그로가 튀어 몰리지만 않으면 해볼 만했다.

“나 없다 생각하고 공략해봐. 이번까지만 봐줄게.”

“넵.”

수호의 말에 네 명의 사내가 눈빛이 달라졌다.

안전장치는 이번 던전까지다.

수호는 일종의 치트키.

다음 던전부터가 진짜 4인 레이드.

가장 많은 스킬을 배운 동수가 집중하며 주변을 살폈다. 몬스터들의 흔적, 멀리서 들려오는 괴성, 오감이 아닌 그냥 느낌까지.

모든 걸 고려한 동수가 방향을 정했다.

“저쪽부터 가요.”

자연스럽게 명진이 앞장섰고, 그 뒤로 준호와 동수가 뒤따랐다. 가장 마지막에 재식이 자리하며 다이아몬드 진형이 갖춰졌다.

“둘.”

명진이 빠르게 달려가 창격을 내질러 하나를 막는 사이, 셋이 달려들어 하나를 잡았다.

“쿠오!”

비명을 지르며 하나가 쓰러지자 소란스러움을 듣고 접근하는 놈이 있을까 동수가 경계했고, 준화와 재식은 명진이 맡고 있던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스걱!

빈틈을 노리고 있던 준호가 자신의 각성스킬을 발동해 달려갔다. 유난히 큰 그의 칼이 오우거의 목을 단번에 잘라냈다.

참수!

투욱.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땅에 구른 머리통을 보며 넷은 동시에 주변으로 시선을 옮겼다. 쥐 몇 마리가 찍찍거렸으나 위협이 되진 않는다.

“근처에 다른 오우거는 없어요.”

재식과 준호가 허리춤에 달려있던 예리한 도축검을 꺼내 혈석을 꺼냈다.

그것을 아공간에 챙겨넣고 다시 명진을 필두로 이동했다.

“제법 하네.”

수호는 흐뭇한 얼굴로 천천히 뒤따랐다.

늑대 녀석들, 젖먹이 데리고 사냥 시범 보이면서 다닐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육아가 이런 느낌이군.

키우는 맛이 있구만.

*지잉.

수호 길드가 던전을 클리어하고 포탈 밖으로 나왔다.

“몇시간 지났어요?”

“2일 3시간 12분 지났습니다.”

군인의 말에 수호가 동수를 보았다. 그가 시계를 보더니 답했다.

“시차 두 배 조금 넘네요.”

그들이 던전에서 보낸 시간이 4일 반이 조금 넘는다.

선발대가 이미 한 번 레이드에 성공해 정보가 풀린 5성 던전의 적정 공격대는 B급 풀파티.

A급이 4명이면, 던전 환경에 적응할 다양한 스킬만 있으면 충분히 공략 가능한 전력이다.

“좋아. 쉬어야 해?”

“에이, 들어가서 쉬죠 뭐.”

가혹하게 단련하는 과정에서 휴식과 회복의 중요성 또한 몸으로 익힌 그들이다.

생존만을 최고의 가치로 뒀을 때.

강해지는 것과 약해지지 않는 것 중 중요도는 후자에 있다. 적절한 회복과 컨디션 조절은 이미 가혹한 혈석채집 현장에서 터득한 이들이다.

“그럼 들어가 봐. 난 6성 던전이라도 하나 찾아봐야겠어.”

“넵.”

수호가 뒤따르며 지켜보긴 했지만 정말 4명으로 5성 던전의 공략에 성공한 그들이다. 다들 자신의 능력에 확신이 생기고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

입장료를 낼 필요도,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다. 수호 길드는 이미 관리국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필드 내의 던전이라면 어디라도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받았다.

파팟!

4명의 공격대가 던전으로 들어가자 포탈을 지키고 섰던 군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설마 공략을 마치고 잠깐 수다 떨다가 다시 기어 들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헉! 안 됩니다.”

버럭 소리 지른 군인을 보았다.

“뭐가 안 돼?”

“이대로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이미 들어갔는데?”

“13구역 지부장님이 던전 공략 후에 연락 달랬습니다.”

“연락? 왜요?”

“몬스터 웨이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음?”

지구 시간으로 이틀이 지났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지?

“북한에서 몬스터들이 떼거리로 남하하고 있습니다.”

북한 쪽에서 내려오면 서울로 향하는 길목에 수호 길드가 자리하고 있다.

“허.”

“수송드론 준비했습니다.”

“그건 애들 타게 냅둬요.”

여럿이 이동하기에 수송드론이 좋지만, 혼자 가기엔 별로다.

휘릭.

수호의 몸이 갈색 연기로 뒤덮히더니 뿅하고 사라지고, 어느새 하늘 위로 매 하나가 날개짓하며 날아갔다.

*파주, 동두천, 포천 등지에 주둔하던 군단 예하 포격부대들은 모두 비상이었다. 하루 꼬박 이어지는 비상사태에 병사들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시발, 또 온다.”

망원경을 든 보초병이 소리쳤고, 그보다 먼저 레이더를 보고 포착한 정보분석실의 지시에 수십 다발 미사일이 날았다.

콰콰쾅!

멀리 흙먼지를 울리며 산 하나가 초토화 되었다.

그 폐허를 밟고 몬스터 무리가 떼를 지어 달려왔다.

콰콰쾅!

전차부대에서 포탄이 쏟아지고 다시 수십씩 터져나가는 몬스터들 사이를 뚫고 가장 먼저 접근한 무리는 기관총 세례를 받았다.

두두두두두두!

그 화망을 뚫고 접근하는 녀석들은 보병들의 집중사격을 받았다.

“하, 시발 그만 좀 와라.”

어떤 병장의 푸념에 주변 병사들이 모두 공감했다.

일선 부대들이 버티며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대격변 이후 육군의 주요 방위거점은 시티로 줄어들었고 필드의 군부대는 어디까지나 임시주둔지다.

동두천으로 자리를 옮긴 3군단 사령부에서는 심각한 작전 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빨갱이 새끼들, 나라가 망해도 도움 안 될 새끼들.”

누군가의 욕설에 작전회의에 참가한 지휘관들이 모두 공감했다.

북한은 과감하게 개성시를 버렸다.

모든 전쟁물자와 각성자 전력을 평양에 집중했으며, 인민들도 피난에 나서 평양으로 향했다.

개성의 성벽은 내부에서 터진 던전의 몬스터를 가두는 함정이 되었고, 가득 차기 전 개성시에 핵을 터트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문제는 그 전에 성을 허물고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북한군은 부랴부랴 북쪽에 자리잡고 전선을 유지하며 인민의 피난을 돕고 있었다.

개성을 중심으로 북한군과 남한군이 위아래로 긴 전선을 유지하는 형국.

“병사들의 피로도가 상당합니다.”

“탄약은?”

“지금 정도의 소모 속도라면 이 주 정도입니다.”

“으음.”

사령관이 인상을 썼다.

본래 필드를 전전하는 조무래기 몬스터들은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헌데, 아무런 제재 없이 던전에서 튀어나온 몬스터 무리는 전열을 정비한 군대와 다를 바 없었다.

매번 선제타격 후 상황종료 수준의 짧은 전투만을 경험했던 병사들에게, 지금처럼 쳐들어오는 몬스터를 막아내는 방어전은 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문제는 동두천을 맡은 3군단보다 파주가 더 심각하다는 것.

“1군단 상황은 어떤가?”

정보 장교가 전선 상황을 보고하려는데 통신병 하나가 뛰어왔다.

“뭐야?”

지휘부 작전에 끼어든 통신병을 보며 정보장교가 인상을 찌푸렸다. 통신병이 상관인 그에게 다가와 빠르게 보고했다.

“1군단 사령부 궤멸, 살아남은 예하부대 후퇴중입니다.”

“뭣?”

따르릉.

작전참모가 전화번호를 보곤 인상을 굳혔다.

“육군본부입니다.”

“이리주게.”

3군단장이 건네받은 수화기를 들었다.

“3군단장 김무영 중장입니다.”

……1군단장 사망, 현 시간부로 3군단장 김무영을 경기북부야전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김무영은 이어서 내려지는 명령에 안색을 굳혔다.

전선을 저지하며 최대한 많은 전력을 보존해 수도사령부로 후퇴한다.

대한민국이 경기북부를 포기했다.

1군단을 궤멸시킨 놈이 대체 어떤 놈이기에…….

이런 상황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