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151R Takoyaki

아니, 어떻게 여기 있냐니까 미끼는 무슨 소리지?

“아니, 당신이 여기 왜?”

“왜긴 왜겠어? 도와주러 왔지.”

“……?”

구해주는 게 아닌 도와주는 거다.

“내 책임도 일정 부분 있어서 도와주는 거야.”

“……?”

이건 또 무슨 개소리지?

“어허! 박수호 씨.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저쪽으로 물러나세요.”

보좌관의 말에도 수호는 꿈쩍하지 않았다.

수호가 등 뒤의 헬기를 엄지로 가리키며 물었다.

“근데 어디 가려던 거야?”

“…….”

부산 총독 손종무가 침묵하는데, 보좌관이 얼굴이 시뻘게져서 나섰다.

“아니, 이거 보자 보자 하니까……. 박수호 씨! 당신이 각성 등급 높은 건 알겠어! 근데 어느 안전이라고 이리 뻣뻣하게 구나? 부산 총독님이 네 친구야? 어?”

“그럼 그냥 갈까?”

“이 새끼가 아까부터 반말을 찍찍…….”

그러다 수호가 성큼 다가오자 보좌관이 바짝 쫄며 옆에 있는 경호원의 팔을 쳤다.

“저, 저 새끼 막아!”

“쫄긴.”

무려 부산 총독의 경호원이다.

다섯 명 전원 A급 각성자지만, 수호에게 비빌 급이 될까?

“와, 나 잡으려는 거야?”

수호의 말에 경호원들이 표정을 굳히며 나섰다.

“물러서십시오.”

“싫은데?”

경호원도 기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반말하지 마.”

“원래 외국에선 반말하는 거야.”

“…….”

말문이 막힌 경호원이 뭐라 하기도 전에 수호가 그들을 간단히 쳐냈다.

퍼퍽!

경호원 다섯이 한 대씩 맞고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움직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른 손놀림.

“이익!”

살상의 목적이 없어 약하게 쳤기에 경호원들이 다시 달려들려 했으나, 이미 수호가 손종무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어깨동무를 했다.

“나랑 같이 무림 애들 잡을 생각 없어?”

“…….”

손종무는 지금 이 순간.

무림인보다 박수호가 더 위험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급진적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예의 없고 버릇까지 없을 줄이야.

‘이놈도 대통령이 보내서 온 거 아냐?’

다같은 서울놈들.

어쩌면 저놈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사탕발린 말이고, 본래 목적은 자신을 납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제로 부산 독립을 철회시키고 다시금 대한민국 정부 아래로 도시세력들을 규합하기 위한 대통령의 큰 그림일지도…….

‘아니, 확실해.’

뭐가 어떻든 간에, 박수호를 떨쳐내지 않으면 자신은 이 위험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였다.

타앙! 타당!

그때 쓰러진 경호원 하나가 쏜 총알이 수호의 몸에 맞고 튕겨 나왔다.

“어?”

“응?”

“어?”

총을 쏜 경호원도 놀랐고, 맞은 수호도 놀랐으며, 수호의 손에 잡힌 부산 총독도 놀랐다.

수호는 더 이상 협조를 구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부산시에서 이놈이 제일 높은 사람이고, 놈들의 목적지도 이곳 해운대에 새롭게 마련된 부산 총독부다.

본래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던 해운대 아파트들은 대격변 때 죄다 무너지고, 현재는 키 큰 3개의 빌딩만 남아 있었다.

그중 하나 전체가 부산 총독부로 쓰이고 있었는데, 총독인 손종무가 옥상에서 탈출 준비를 하는 지금도 이 건물 안에는 부산시의 핵심 공무원들이 한 가득이다.

“너 쓰레기구나.”

“숨 쉬는 인간 중에 쓰레기 아닌 인간이 어디 있나?”

수호가 씩 웃었다.

“맞아.”

인류애가 어떻느니 해 봐야 결국 생존게임에 들어가면 자신의 나라, 도시, 집단, 가족……. 결국 자신 하나만을 위해 행동하는 게 인간이다.

대격변은 신이 내린 분리수거일지도 모른다.

“쓰레기도 재활용이 되지.”

수호는 손종무의 어깨에 여전히 팔을 두르고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딱 하나 있네.”

옥상의 깨진 타일 사이에 바람결에 타고 날아왔을 풀씨 하나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수호의 조화력이 쑥 빠져나가며 풀씨가 괴수의 촉수처럼 무럭 자라났다.

콰드드득.

그러더니 건물 한 귀퉁이를 아예 파고들며 단단한 뿌리를 박고 몸체를 키워 나갔다. 수호는 어느새 건물 기둥만큼 굵어진 줄기 쪽으로 부산시장 손종무를 던졌다.

츄쥬쥬쥬.

촉수 같은 넝쿨이 손종무의 몸을 구속하며 단단히 붙잡았다.

“으아아악! 내려! 아니, 살려줘. 살려주세요!”

“당신 영역이잖아. 당신도 도와야지.”

적들이 머리를 노리고 기습했는데 머리만 도망쳐서야 쓰겠나.

“와, 의리도 없네.”

이미 잡초 하나가 괴물처럼 자라나는 틈에 죄다 도망쳐 버렸다. 붙들린 손종무를 제외하면, 남은 건 헬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뿐.

“내려와요.”

“네, 네네네. 넵.”

조종사가 덜덜 떨며 내려왔다.

“저, 전 정말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일본에 내려주고 전 다시 돌아오려고 했어요.”

“일본 가려고 했어?”

“네, 넵.”

“죄다 일본 가네.”

이성우도 그랬다.

한국은 미래가 없다고.

광활한 아시아 대륙에서 터지는 던전과 그 수많은 몬스터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 섬나라인 일본에서 인류의 생존을 건 최후 항전을 준비하려 했다던가?

“그만 떨고 내려와요. 그냥 헬기 치우려고 그러는 거니까.”

조종사 목숨이 필요한 게 아니라 헬기 착륙장이 필요할 뿐이다. 그가 내리자 수호가 헬기를 접어 옆으로 밀어 뒀다.

인벤토리에서 전화를 꺼내 미소에게 걸어보니 그녀도 수호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안 그래도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거의 다 왔어요.]

“그래, 빨리 와.”

총독부 건물이 무려 15층이다.

지진과 던전 브레이크가 잦아, 이 정도 고층 건물은 요즘은 어지간하면 잘 짓지 않는다.

옥상에서 살피니 5층 정도의 건물들이 빼곡한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한쪽은 바다, 한쪽은 건물들의 숲.

수호가 식물들의 기억을 읽어 목표 상대를 탐색하기엔 좋지 못한 환경이지만, 그저 시야 확보만으로도 몇몇 상대는 눈에 보였다.

콰콰쾅.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 그리고 연기.

사방에서 일어난 소요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괜히 어쭙잖게 몇 놈 미리 잡았다가 놈들이 눈치채고 숨어버리면 정말 찾기 힘들어진다.

‘한 번에 잡아야지.’

목표 지점인 이곳에 왔을 때 단번에 처치해야 한다.

옥상에 수송 드론이 내려앉고, 내려선 한동수는 입을 쩍 벌렸다.

“저분, 부산 총독 아녜요?”

요 근래 자치령 독립 이슈로 뉴스에 하도 많이 나온 인물이라, 몰골이 말이 아님에도 한눈에 알아봤다.

“이놈들! 날 억지로 잡아 가둔들 민심이 통일을 원치 않는다! 담판을 짓겠다! 대통령과 통화하게 해 주게나!”

한동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맛이 가셨네.”

동수가 그를 뒤로하고 수호를 보았다.

“저분은 왜 잡았어요?”

“미끼야.”

“예?”

수호가 자랑스레 말했다.

“머리를 치러 온 적을 단번에 잡는다.”

“…….”

한동수와 김미소, 장순필까지 모두는 건물 한쪽을 완전히 차지하며 자라난 괴수 같은 넝쿨식물을 보았다.

“…….”

누구도 입을 떼지 않아 동수가 결국 물었다.

“형님 진심이세요?”

“그럼?”

“누가 봐도 형님 여기 있다 광고하는 거 아닐까요?”

이 같은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게 누가 있을까?

“무슨 파리지옥도 아니고, 곤충 수준 아닌 이상 안 걸려들 것 같…….”

수호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에이, 아닌 것 같…….”

김미소가 한동수의 팔을 붙잡고는 말했다.

“손종무 총독 붙잡아 두신 건 잘하신 거예요. 딱 보니 어디 급히 가시려던 모양이군요. 일단 주변 정리부터 하죠.”

넝쿨처럼 자란 나무가 다시 풀잎으로 돌아가고, 손종무 사장은 동수가 구속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김미소가 함께 따라가자 옥상에 남은 수호는 부서진 건물을 보며 헛기침했다.

“너무 티 났냐?”

“허허, 먹이를 두고 덫을 놓는 건 짐승을 잡을 때 아주 좋은 방법이지요.”

사람이라면……. 뒷말은 삼켰다.

먹이가 있다고 달려드는 건 짐승 중에서도 아주 성미 급한 놈들만 하는 행동이다.

보통은 의심이 가면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마련이다.

“내가 급하긴 했네.”

수호는 놈들이 노리는 게 손종무라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어차피 손종무가 있든 없든 부산 총독부로 몰리게 되어 있었다.

“너도 위험할라. 들어가 봐.”

“주군 곁이 가장 안전합니다.”

“그건 그렇지.”

장순필은 허허롭게 웃었다.

“거의 다 왔네.”

총독부로 거듭나기 전의 부산시청이 위치한 이곳 해운대 근처엔 거의가 관공서다.

거기에 한쪽엔 아주 큰 군부대도 자리 잡고 있었으나, 지금 그곳에서 큰 폭발이 울렸다.

“어우.”

여기가 내 땅이었으면 곱게 죽이진 않았으리라.

그래도 이웃집 바퀴벌레 정도는 잡아주고 가야지.

“이야, 포위하네.”

“1층부터 훑을 모양입니다.”

몇이 포위하고 몇이 진입하려 하고 있었다.

수호 혼자서 다 상대하긴 벅찬 숫자.

아니, 놓치지 않고 모조리 잡기엔 수가 많다.

흩어져 버리면 수호라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까.

“음, 손이 모자라네.”

야수 소환으로 저들을 막을 수 있을까?

S급과 SS급이 주축이 된 이들이다.

수호는 S급 이상의 야수들만 소환했다.

“크허엉.”

일곰이 옥상에서부터 떨어져 내렸고, 비룡이 그 위를 날았다.

“우끼기!”

후왕이 건물 벽을 타고 내려갔고, 덩치 큰 남만 호랑이 짭쿠로가 용감히 점프했다.

꿈틀.

꿈틀대며 떨어져 내린 백사가 왕꿈틀이로 변해 도로에 다이빙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냥을 알렸다.

콰아앙!

[뭐야?]

[영물들이다!]

[놈이다!]

[혈마가 여기 있다!]

야수를 부리는 능력을 알고 있다.

무림인들은 대번에 수호의 존재를 눈치챘으나, 어찌해야 할지 잠깐 망설였다.

[죽어 역사에 이름을 남기자!]

[흩어져! 놈에게 더 큰 고통을 줘야해.]

의견이 갈렸고, 야수들이 사냥을 시작했다.

몇몇 야수들은 SS급에 올랐으나, 애초에 무림인들도 그 정도 수준은 되는 이들. 유일하게 압도하며 벌써 무림인 하나를 씹고 있는 것은 이무기 백사뿐이었다.

“나도 간다.”

수호도 떨어져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간 무인들을 쫓았다.

[이놈! 내 아버지의 원수!]

스컥.

[내 형의 복수를 하겠다!]

스컥.

[내 너를 죽이기 위해 차…….]

콰직.

[우리 아빠가 누군지!]

쾅!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중원식 복장에 중원어를 내뱉는 자들은 모조리 죽였다.

이미 그들의 손에 죽은 부산시민들과 공무원들이 수십.

1층을 끝내고 2층을 지나 6층에 다다라서야 마지막 무인을 잡을 수 있었다.

“이 위로는 안 왔어요.”

“좋아. 도망친 놈들 잡아오지.”

몰이사냥이야 수호가 언제나 즐겨 하던 사냥 방식.

눈치 빠르게 내뺀 놈들은 야수들이 쫓고 있었다.

의지로 이어져 있으니 그들의 위치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식물들의 기억을 읽지 않아도 추격이 쉬운 일.

도망치는 무림인과 그 뒤를 쫓는 호랑이 등의 진풍경이 도시 곳곳에서 일어났다.

하나하나 제거하던 수호는 마지막 남은 하나.

비룡이 쫓고 있는 위치를 향해 매로 변해 날았다.

“와, 바다로 튀었네.”

놀랍게도 무인 하나가 바다로 숨어 들었다.

수영을 할 수 없는 야수들이 더 쫓지 못하고, 비행 가능한 비룡만이 그저 감시하며 뒤쫓았다.

하강하여 낚아채려 하면 잠수해 버리는 탓에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매로 변한 수호는 놈의 위치가 보이자 빠르게 하강했다.

“흐읍!”

바다로 도망친 무인.

장명은 급히 잠수했으나, 이번엔 덩치 큰 새와 달랐다.

푸슉!

미사일처럼 바다에 떨어진 매는 즉시 악어로 변신했다.

아니, 주둥이가 긴 악어형 인간이라고 해야 하나?

“안녀…… 커흡.”

[네, 네놈이!]

수호는 코로 들이치는 바닷물에 다급해져, 장명의 말을 들을 새도 없이 그를 깨물었다. 강력한 턱이 놈의 어깨를 박살내고 날카로운 발톱이 심장을 꿰뚫었다.

급히 헤엄쳐 수면 밖으로 튀어나온 수호가 깊이 호흡했다.

“어우, 악어 놈들 사기 쳤네.”

악어가 물속에서 호흡하지 못할 줄이야. 수호는 몸으로 체험하고서야 깨닳았다.

물속에 사는 야수도 한둘쯤은 길들여 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장명의 피로 얼룩진 바닷물을 쪼개며 거대한 기둥 하나가 올라왔다.

촤아아아아!

비산하는 바닷물 사이로 거대한 빨판들이 우수수 달린 기둥이 나타나더니 수호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