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184 Subscriber Event

"그럼 이 일대에 일반 몬스터는 없는 거야?"

"예, 예. 맞습니다. 후루룹."

"도시는 뱀파이어랑 리치가 완전히 양분했고."

"예, 예. 쩌업, 쩝. 쫘악."

웨이중은 대답하면서도 쉴 새 없이 음식을 해치웠다.

대화는 문제없었다.

차이지엥 때문에 타이완어를 배워 두어서 의사소통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박용필과 장순필만이 그저 그들의 대화를 귓등으로 들으며 웨이중의 걸신들린 먹방 쇼를 구경할 뿐이다.

그들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웨이중이 히죽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식 마시써요. 김치 좋아요. 갱남스타일! 손흥민 최고예요!"

"오, 한국말 잘하네."

"캄사함니다. 초큼 합니다. 한류 좋아요. 드라마 자주 보아요. 킴치 마시써요."

"오오. 신기하네."

"이야, 외국 사람이 한국말 하니까 또 느낌 다르네."

구천 행성 귀환자와 아루카 행성 귀환자가 한국말 하는 대만 사람을 보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수호는 웨이중의 말을 듣고 타이베이에 잘못 왔음을 깨달았다.

"사냥감 많이 없겠네."

이미 뱀파이어와 리치왕이 영역을 구축해, 다른 몬스터들이 침입하지 않는 땅이 되어버렸다.

도시를 양분하는 뱀파이어와 리치,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인 좀비나 스켈레톤들을 잡으면 되지만, 그 수가 수호가 원하는 것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던전이 낫겠어."

결정적으로 생존자들이 문제다.

광역범위 마법으로 성 전체를 타격할 수 없고, 골라잡아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생기니, 영 사냥터로는 좋지 못한 환경이다.

그나마 명진을 데려와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이쯤에서 바로 한국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험치가 목적인 여행인데 주목적이 빠져버렸다.

"음, 차이."

"네, 주인님."

"애들 불러와."

"네."

차이가 휘리릭 사라져 검은 박쥐로 화해 날아갔다.

"쓸 만한 전령인데?"

심부름 시키기 딱 좋은 야수를 길들인 모양이다.

"주군."

"어, 왜?"

"차이는 본디 인간이었지 않습니까?"

"그랬지."

"허면 앞으로 인간도 길들일 수 있는것 아닙니까?"

"조화력을 쏟아부으면 가능하려나?"

수호는 당장 장순필에게 길들이기 스킬을 써 보았다.

잘못된 대상입니다.

"안 되네."

수호는 조화력을 끌어올려 장순필에게 집중해 보았다.

대상의 건강이 좋아집니다.

대상이 체력을 회복합니다.

"안 돼, 안 돼."

수호가 금새 포기하자 장순필이 턱을 괴며 고민했다.

"허면, 뱀파이어에게 실험해 볼 필요가 있군요."

"박쥐 하나 더 잡아 보지 뭐."

심부름꾼이야 둘이면 더 좋지.

수호는 당장 매로 변신해 날아올랐다.

"와우, 최고, 최고!"

웨이중이 감탄하며 연신 엄지를 치켜 올렸다.

유튜브로만 보던 영웅의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

이제 죽어도…….

[아니, 살아야 해!]

혼잣말한 웨이중은 겸연쩍은 얼굴로 장순필과 박용필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함늬다. 혼자 살아 혼자 말하기 버릇. 미안합니다."

"이해합니다."

장순필이 너그러이 웃었다.

극한 상황에서 홀로 생존했다는데, 얼마나 외로웠을까?

‘사장님도 그러셨지.’

글을 잊을까 여기저기 글을 썼고,

말을 잊을까 혼잣말 했다고.

종래에는 동물들에게 말도 가르쳐 봤다는데 성과는 영 미미했다고 한다.

"한국말 잘하시네요."

"아님니돠. 듣기 잘해요. 말하기 아직 못해요."

이 정도면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우리가 여기 온 건 몬스터 사냥을 위해서입니다. 겸사겸사 생존자들도 구출하고요."

"오, 좋습니다. 감사, 감삼니다."

웨이중은 이제 살았다는 얼굴이었다.

파팟.

수호는 머지않아 나타났는데, 손에는 박쥐를 하나 거머쥐고 있었다.

"키에엑! 키엑!"

수호는 확실히 하기 위해 박쥐를 한참 관찰했다.

적대적인 성향이라 제대로 된 정보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으나, 뱀파이어임을 파악하는 정도는 가능했다.

뱀파이어

레벨 42

???의 혈족.

"케에엑!"

뱀파이어는 수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어 고통에 몸부림쳤다.

알 수 없는 힘이 짓눌러 유체화도 불가능하고, 완력이 대단해 힘으로도 풀어낼 수 없었다.

마치 신성력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한 느낌.

"해볼까?"

"예, 시도해 보시지요."

장순필이 응원하는 사이 차이가 도착했다.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

"어, 수고했어."

수호는 차이를 칭찬하곤 손아귀에 쥔 뱀파이에게 길들이기 스킬을 시전했다.

이미 종속된 대상입니다.

대상이 거부하는 것이 아닌, 이미 종속된 대상이라고 떴다.

수호는 이 메시지를 이미 본 적이 있었다.

‘회색 늑대 때랑 똑같네.’

오크 던전에 갇혔을 때 오크라이더들의 늑대를 길들이기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

오크 주술사들에 의해 이미 길들여져 버린 늑대들은 죄다 실패한 것.

그땐 하는 수 없이, 아직 주술로 낙인찍히지 않은 채 사육장에 갇힌 어린 늑대들만 길들였었다.

"이게 바뀌려나."

츠츠츠츠.

수호는 조화력을 끌어올렸다.

"키에에에!"

정령들이 달라붙자마자 박쥐는 검은 연기로 화해 사라지고 말았다.

12의 업적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흐음."

차이는 데미지를 받음과 동시에 회복이 진행되었는데, 그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안 되나 본데……. 무슨 차이지?"

"음, 고민해 볼 문제군요."

장순필과 박수호가 이에 대해 잠깐 토론하는 사이 차이지엥이 돌아왔다.

"주인님께 아뢰옵니다."

"말해."

"제 추측을 말해 보건데……."

차이는 흡혈로 뱀파이어가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샤무드 백작.

그의 명령에 의해 다른 대상을 흡혈하고 피를 먹음으로써 피의 종속인 ‘혈연’이 완성된다.

"아마 저는 첫 흡혈을 하지 못해, 온전한 뱀파이어로 인정받지 못한 와중에 주인님을 만나……."

"음."

수호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는데, 박용필이 불쑥 옆에 있는 장순필에게 물었다.

"마트 물건 계산 전에 뺏긴 경우네요."

"뭐, 비슷하죠."

계산해서 완전히 소유가 넘어가기 전이니까.

수호도 그 말을 듣곤 고개를 끄덕였다.

"뱀파이어로 인정받기 전에는 야수라는 소리네."

그냥 박쥐로 인정된 모양이었다.

차이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흡혈을 하면 할수록 자아는 줄어들고, 피의 갈망만 커지는지라……."

확실히 아까 잡아 온 뱀파이어는 인격이 부족해 보였다. 그저 피를 탐하는 짐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넌 운이 좋은 케이스다 이거군."

"예, 주인님의 은혜이옵니다."

수호는 궁금하여 물었다.

"귀족은 뭐야?"

차이의 프로필은 분명 그녀를 귀족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혈연에서 자유로운 뱀파이어를 뜻하옵니다."

흡혈로 종을 거두고, 그 종이 다시 종을 거둔다.

피라미드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피의 계보의 정점.

모든 혈족 중에 자유로운 단 하나의 뱀파이어만을 귀족이라 칭한다.

그리고 타이베이에 그 귀족은 단 하나였다.

"샤무드 백작. 그가 이곳 뱀파이어 족의 수장이옵니다."

"그놈이 군주네."

경험치는 많이 못 얻겠지만 군주 사냥은 꼭 완수해서 차원석을 얻어 갈 작정이다.

"추적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도시 곳곳이 망가지고, 애초에 가로수의 뿌리는 촘촘히 이어져 있지 못했다.

식물간의 연계된 기억으로 대상을 추적하곤 했던 수호의 능력이 무용지물.

"제가 혈향을 맡을 수 있나이다."

"음?"

어쩌다 얻어걸린 박쥐가 복을 물어왔다.

"너 아주 유용하구나."

"주인의 은혜이옵니다."

"근데 너, 피 안 먹어도 돼?"

"영문을 모르겠으나…… 피의 갈망이 크지 않사옵니다."

"그건 괜찮네."

"하오나, 명하신다면 종들을 늘려 보겠나이다."

귀족은 다 그러한지, 아니면 수호의 조화력이 영향을 끼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피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흡혈이 불가능한 건 아닌지라, 종을 만들어 자신만의 혈족을 꾸릴 수 있었다.

"모기 늘려서 뭐해."

괜히 이성을 상실한 흡혈귀 데리고 있어 봐야 뭣 하겠나.

수호는 최수영 일행이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그들이 합류하자 작전을 설명했다.

"여기서 사냥해 봐야 효율 안 나오겠다. 경험치는 포기."

최수영이 제일 아쉬워했지만 납득했다.

"생존자들은 어쩌죠?"

"위험한 놈들만 제거해 주면 알아서 되겠지."

경험치를 몰아주기 힘든 구조의 사냥터라 그렇지, 최수영과 박용필이 독점하게 몰아주는 것이 아니면 사냥 방법이야 많다.

수호는 수호시티 방어에 필요한 야수전력만 남기고 모조리 소환했다.

파파파팟.

교차로 군데군데, 그리고 차량 위로 늑대, 원숭이들이 떨어져내리며 차를 구겼다.

쿵, 쿠쿵.

덤프트럭보다 더 큰 코끼리들이 소환되고, 악어 떼도 소환되었다.

"후딱 해치우고 가자."

"크아아."

"우끼기."

"아우우우."

야수들이 저마다 소리를 지르니 일대가 쩌렁쩌렁 울렸다.

"인간 아닌 것들은 죄다 물어뜯어."

물리공격 면역의 뱀파이어?

언데드 몬스터?

상관없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수호에게 종속된 야수들은 마치 신성력처럼 그들과 상극된 힘을 발휘하니까.

"뿌우우우."

콰지지직. 콰앙!

코끼리들의 돌진을 막을 지형은 적어도 이 도시에 없다.

콰쾅.

차들이 밀쳐지며 길을 뚫었다.

"우우우우!"

그 뒤로 방위를 잡고 늑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원숭이들이 건물을 탔다.

"우끼기."

옥상 위를 마구 넘나 들었고, 수호는 아직 대기 중인 야수들을 보았다.

"짭쿠로."

"크르르."

"팔미."

"……."

7성 던전의 보스가 70레벨대, 군주급 몬스터는 80레벨대이다.

남만호랑이와 꼬리 여덟 여우가 80레벨대이니, 군주 하나 감당하는 건 충분할 터.

"샤무드 백작을 잡아와."

"크허어엉!"

휘리릭.

2톤 트럭만 한 호랑이가 도시를 질주했고, 여우가 홀연히 사라졌다.

"백사."

[말하라.]

"리치킹 잡아와."

무려 레벨 99의 야수다.

승천하지 못한 지상 최강의 야수.

[잡아오지.]

이무기 백사가 쉬쉭거리며 도시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쩌, 쩐다.’

웨이중은 몸을 덜덜 떨었다.

엄청난 위압감에 아까 먹은 음식들이 벌써 소화될 지경.

"저희는 뭐하죠?"

"기다리지."

"그러죠, 뭐."

최수영이 이번 사냥은 포기한 듯 자리를 깔고 앉았다.

"찜닭이네. 닭 어디서 났어요?"

"없길래 내가 샀어."

좀비를 먹을 수는 없어, 수호가 업적상점에서 산 거다.

다들 한자리 깔고 앉아, 난장판이 된 교차로 한가운데서 그릇을 돌리고 식사를 했다.

그 와중에 주렸던 배가 차고 이성이 돌아오자, 웨이중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

"아, 그러고 보니 초면이시네. 누구세요?"

"……."

한동수의 물음에 웨이중이 당황했고, 장순필이 대신 소개해 주었다.

"웨이중 씨라고 대만 사람이야."

"아, 그렇구나."

동수가 신기한 듯 웨이중을 보았다.

"그쪽도 뱀파이어예요?"

"예? 아뉩니다."

"예? 근데 왜 여기 계세요?"

"그냥 왔슴니다."

"……?"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대만 사람이 그냥 왜 여기 있어?

"와, 형님 이분 누구세요? 왜 같이 밥을 먹고 있어요?"

동수가 수호에게 물었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수호 채널 구독자더라."

"와……."

동수가 눈으로 웨이중을 담았다.

유튜브각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