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mmoner

35 SSS Summoner_Integrity 16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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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작전 (3)

34화. 공동 작전 (3)

H3 섹터에서 몬스터 무리 생성.

"오케이, 내가 맡을게."

통신기로 들려오는 정진성의 말에 이수연이 시계로 위치를 확인하며 말했다.

GPS로 이지스 팀원 모두의 위치가 나타날 뿐 아니라, 분석 팀에게서 실시간으로 몬스터들의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한 눈에 보이게끔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나타나 있는 지도엔 정밀 위성으로 몬스터들의 예상 이동 경로까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수연은 통신기의 발신 채널을 바꿔 A팀의 팀원들에게 오더를 내렸다.

서로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 두 팀은 현재 3개의 채널로 나뉘어 의사소통을 나누고 있었다.

"정 팀장은 지금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으니까, 고스트가 그 곳 처리하고 바로 R2 구역 쪽 맡으러 내려가."

네, 바로 갑니다.

어느새 몬스터 무리를 처리했는지 지도상의 붉은 원이 사라졌고, 고스트의 위치가 빠르게 아래로 움직였다.

어디에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

거기에 녀석들이 나타나는 규모도 천 단위가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싸우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계속해서 생성되는 몬스터들의 경로와 위치를 파악해가며 루트를 계산해가며 전투를 해야 했다.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급한 우선순위부터 노리며, 최적의 동선으로 이동해 능숙하게 몬스터들을 처치해 나가고 있었다.

이수연이 언덕을 합쳐 4미터가 넘는 벽돌 담장을 가볍게 넘었다.

그러자 백 마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몬스터들이 동시에 그녀를 쳐다봤다.

그만한 수의 괴물들이 건물과 도로를 온통 먹어치우고 있는 모습은 마치 꿈도 희망도 없는 괴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크레이거만 열 마리는 넘어 보이네.'

이수연이 재빨리 주위를 눈으로 훑었다.

아직 게이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여태 등장한 에이스 몬스터만 70마리가 넘었다.

그야말로 B0등급다운 규모의 게이트였다.

스릉. 이수연이 검을 뽑았고, 그녀의 오른 팔에 검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러자 곧 쥐고 있는 검까지 검은 빛을 물들었고, 달려오는 몬스터 떼를 향해 참격을 날렸다.

그 참격 앞에서 몬스터의 등급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앞에서 공격을 받아낸 괴물들은 모조리 산화되었다.

서른 마리가 넘는 크립과 크레이거가 상반신 통째로 사라진 채,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검은 기운에 베이스 몬스터인 크립들은 아예 등을 돌리고 도망치기까지 시작했다.

이수연은 달리며 막아서는 크레이거들을 하나하나 모조리 베어버린 뒤, 도망친 녀석들을 추적하려했다.

하지만 순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느새 다가온 다른 이의 기척이 느꼈다.

그녀의 건너편 건물의 옥상, 한 남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그리고는 이수연에게서 도망치고 있는 수많은 괴물들의 틈 사이로 떨어졌다.

그가 정확히 땅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사아악!

검게 물든 땅바닥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그림자가 몬스터들을 집어삼켰다.

가시처럼 뻗어져 나오는 수 백 갈래의 그림자가 모든 크립의 몸을 삼키며 꿰뚫었다.

크립들의 몸은 마치 난도질을 당한 듯이 듬성듬성 뚫렸고, 힘을 잃은 채 사방으로 풀썩 쓰러졌다.

산처럼 쌓인 괴물들의 시체 사이에서 남자가 빠져나왔다.

"내가 맡는다니까 여기는 뭐 하러 왔어?"

느긋하게 다가온 이수연이 팔짱을 끼고서 물었다.

시체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남자는 가라앉아 있는 눈빛의 시선을 그녀에게로 향했다.

"동선이 겹쳐서."

남자의 정체는 이지스 B팀의 팀장 조윤.

몬스터를 집어 삼킨 그림자는 A랭크 이능 [그림자]와 D랭크 이능 [경화]의 소유자인 그의 능력이었다.

조윤은 꿈틀거리며 발작하고 있는 한 크립의 머리에 천천히 검을 밀어 넣었다.

검이 들어갈수록 서서히 녀석의 몸부림이 멎어들었다.

"너한테 궁금했던 것도 있고."

"궁금한 거?"

몬스터에게서 검을 뽑아낸 조윤이 말하자, 이수연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의 성격상 딱히 자신에게 관심 있을 만한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얼마 전에 네가 들여온 강일현."

"아하, 그 쪽이었어?"

이수연이 씨익 웃었다.

"전만 해도 루키들을 회사에 데려오는 데 반대하는 입장 아니었나?"

조윤이 이수연의 눈을 뚜렷이 쳐다보며 물었다.

유망주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팀에 합류시키는 게 옳은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다른 곳이라면 논란이 될 일도 아니었지만, 이지스 안에서는 유망주 문제로 의견이 분분했다.

이지스가 맡는 일들은 모두 막대한 재산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연결되어 있었다.

만약 그들이 작전을 실패하거나 누군가 죽는다면, 그를 대체할 만한 전력 따윈 없었다.

그렇기에 이지스에게 임무 실패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들은 언제나 세계 최고여야만 했다.

그런데 유망주 육성이라는 명목 하에 제 몫을 다하기는커녕, 발목이나 잡을 코흘리개를 팀에 데려온다면?

팀원의 영입은 전적으로 팀장의 권한이었지만, 과연 유망주를 데려오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많았다.

이지스의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굳이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C팀장이 루키들을 무려 두 명이나 데려오게 되면서, 이지스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C팀장은 단기간에 그들을 이지스 안에서도 손에 꼽힐 만 한 각성자로 성장시켰고, 그를 계기로 팀장들 간의 의견은 더더욱 나뉘었다.

그 중 이수연은 꾸준히 유망주의 영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어느 순간 강일현이라는 아예 처음 보는 무명의 각성자를 데려온 것이다.

그것도 영입은 정진성에게 맡기고 아무 관심도 없던 그녀가.

"흐음... 맞긴 한데. 마음이 바뀌었어. 그만큼 탐이 나서 그런 거겠지? 한 팀장 마음을 알겠더라고."

"이유는 그게 다야?"

"그래."

이수연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조윤은 그런 그녀을 바라보더니, GPS로 다른 몬스터의 위치를 확인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나는 발목 잡는 사람까지 일일이 챙기고 싶진 않으니까, 그쪽에서 알아서 챙겨."

"하, 네가 걱정할 만한 그런 수준 아니니까 신경꺼도 돼."

*

쾅!

크에엑!

붉은 화염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며, 크레이거가 쓰러졌다.

녀석의 몸은 온통 그을려져 새까맣게 타있었고, 검에 베인 상처도 여러 군데 나있었다.

"휴!"

지친 일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B랭크 몬스터는 역시 강했고, 꽤나 고전했다.

"무슨 오늘만 벌써 B랭크 몬스터 여섯이나 잡았네."

정말 몬스터들이 무슨 잔치라도 난 듯이 어마어마하게 나타났다.

나름 무리 없게 적당한 규모의 몬스터가 있는 루트를 따랐는데도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독기를 한번 정통으로 맞아, 코트의 정화 기능이 반쯤 맛이 간 것을 제외하면, 상처도 없이 B랭크 몬스터를 여섯이나 잡아냈다.

나름 뿌듯하게 서있는 일현에게 온 몸이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새가 날아왔다.

위엄있는 모습을 지닌 녀석의 정체는 피닉스.

줄곧 소환해보고 싶었던 녀석이었는데, 최근에야 겨우 불러내는데 성공한 녀석이었다.

처음엔 주작이라고 이름을 붙여줄까 했지만, 왠지 다른 뜻이 연상되어 그만두었다.

"잘했어."

일현은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탄 피닉스를 왼 팔에 옮겼다.

날개를 쭉 펼치면 거의 사람을 반 가릴 정도인 녀석은 깃털 하나하나가 보석을 깎아 넣은 듯이 윤기있게 빛나고 있었다.

그저 불꽃으로 변형시킨 새와는 많이 달랐다.

자신이 맡은 구역의 정리를 끝낸 일현은 통신기를 사용했다.

"G4 구역, 완료했습니다."

좋아, 바로 다음 좌표 찍어줄게.

정진성이 대답하며 GPS로 다음 위치를 보내줬다.

끝도 없이 나타나는 일거리에 질색을 하던 일현은 순간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음? 잠깐..."

일현이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색한 자세의 남자는 반쯤 박살난 건물 속에서 빠져나오던 중이었다.

민간인들은 모두 대피했다고 들은데다가, 간이 디펜시브 코트까지 입고 있는걸 보면 일반 시민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것 같았고, 얼굴을 가린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일현이 남자를 불렀다.

"저기 누구...?"

"쉣!"

이상한 발음으로 욕설을 내뱉더니 남자의 몸이 갑자기 투명해졌다.

깜짝 놀란 일현은 변형 이능을 사용해 남자가 있던 자리에 덩굴을 휘감았다.

하지만 잡히는 것 없이 덩굴은 허공을 휘저었다.

'미친, 모습이 사라졌어. 이능 보유 각성자인가?'

일현이 당황하며 주위를 살폈다.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숨을 죽이고 집중한 일현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기척까지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강한 쪽이 이기는 건 어떤 싸움이건 당연한 이치였다.

단, 이능을 가진 각성자 간의 싸움은 변수가 넘쳤다.

이능 간의 상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했고, 몬스터에겐 효과가 덜해 낮은 등급을 받았더라도 대인 전에서는 빛을 발하는 이능도 많았다.

'젠장...'

설마 겁도 없이 이지스의 일원을 공격할 의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상대가 그를 해칠 의도가 있다면 꼼짝없이 당할 위기였다.

일현은 서둘러 소환수들을 소환시켰다.

땅이 변형되어 골렘과 늑대가 나타났고, 피닉스와 함께 주위를 채웠다.

나타난 소환수들은 그를 보호하듯이 둘러싸며 주위를 경계했다.

일현이 잔뜩 긴장해 주변을 살펴보는 사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소환수들이 모두 한 곳만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듯이 서서히 고개가 돌아가면서.

"설마... 너희 눈에는 보이는 거야?"

일현의 물음에 소환수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수들에게는 정체모를 남자의 이능이 전혀 통하지 않는 듯 했다.

일현은 재빨리 정체모를 남자를 잡으라고 고개짓을 했고, 피닉스는 줄곧 쳐다보고 있던 그 방향으로 곧장 날아갔다.

그리고 두 다리를 휘둘렀다.

빠악!

허공에서 강렬한 소리가 났고, 사라졌던 남자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황당하네."

헛웃음을 흘린 일현이 기절한 남자를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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