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 본부장과 함께 모강테크로 향했다.

내가 운전하고 장 본부장을 태우고 갔다.

장 본부장은 자기 차로 자기가 운전하고 나를 태우고 가겠다는데 나는 거절했다.

나는 내 차가 더 고급스럽고 편해 내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하였다.

모강테크 공장은 안성시에 있었다.

나는 모강테크로 인하여 사연이 많은 사람이었다.

모강테크는 원래 성모의 아는 형이 작전주 작업을 할 때 알게 된 회사였다.

그리고 모강테크에 왔다가 이쪽 농가에 핀 능소화를 보고 박운영을 유인해 깊게 사귀게 되었다,

나는 모강테크 근처에 있는 금광 저수지로 박운영을 불러 바람을 잡은 후에 첫 키스에 성공했다. 입술을 훔친 것이다.

그 이후 박운영이 차츰 마음을 열어 결혼을 하기로 날짜까지 받아 논 상태가 된 것이다.

나는 박운영의 미모와 서울대 출신의 아나운서라는데 홀렸고, 박운영은 나를 성공한 기업인으로 보아 관심을 가졌다가 얼떨결에 입술을 잃고 마음을 준 것이다.

나는 박운영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조금씩 나의 재력을 보여주어 믿음을 주었다.

또, 내가 재력가이지만 쓸데없는 낭비벽이나 과시하는 사람도 아니고 재벌 2세처럼 망나니 짓을 하지 않아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사람으로 보았던 것 같다.

모강테크가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박운영의 마음을 잡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모강테크에 애착이 갔고 모강테크도 우리 펀드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된 것이다.

또, 모강테크의 창업자인 회장이나 그 아들인 사장도 나에게 고마움을 느껴 언제나 잘해주고 있었다.

더구나 모강테크 회장은 자기의 친구인 G그룹 회장을 소개해 주어 나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인연이란 이렇게 꼬리를 물고 사람과 사람을 고리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지 않았던가!

차가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장 본부장은 고개를 꺾고 졸고 있었다.

전에 모강테크를 갈 때는 신록이 우거지고 능소화도 핀 계절이었지만 지금은 2월이라 삭막했다.

차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었다.

나는 박운영이 금광저수지 길옆의 강아지풀을 입에 따서 물었다가 흥얼거린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박효신이 부른 야생화였다.

[하얗게 피어난 얼음꽃 하나가

달가운 바람에 얼굴을 내밀어....]

나는 옆에 장 본부장이 타고 있어 마음속으로만 노래를 불렀다.

모강테크 정문의 경비원은 오늘 이사회 때문에 손님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차가 진입하자마자 거수경례를 붙여주었다.

얼굴을 모르는 경비원이었다.

“이사회 참석하러 오셨나요?”

“그렇습니다.”

“현관 앞에 자리 비워두었습니다.”

나와 장본부장이 현관으로 들어서자 경비실에서 연락을 받은 직원이 나와서 안내를 하였다.

이사회장이 있는 소회의실로 가기 전에 나는 회장실부터 들렸다.

인사를 하는 것이 순서알 것 같았다.

나는 회장실에 들어가자 허리를 크게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셨습니까?”

“오, 최준식 사장 어서 와요. 장 감사도 어서 와요.”

회장은 아직도 꼬장꼬장 하였다,

친구인 G그룹 회장은 건강이 나빠 비실거리는데 모강테크 회장은 아직도 정정했다. 건강은 돈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결혼을 하신다지?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신부가 KBS박운영 아나운서라고? 내가 미혼인 아들이 있다면 며느리 삼고 싶어한 사람인데 최 사장과 결혼하는군.”

“고맙습니다.”

내가 회장실에 있다는 말을 듣고 사장이 뛰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최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아들인 사장과 나는 악수를 하였다. 사장은 장 본부장과도 악수를 하였다.

“축하드립니다! 결혼 하신다고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신부가 KBS박운영 아나운서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실력 대단하네요.”

나는 모강테크 덕분에 결혼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간간이 미소만 날렸다.

예쁘장하게 생긴 비서가 차를 가져왔다.

차를 마시면서 사장이 말했다.

“오늘 이사회는 살살 다루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장님 하자는 대로만 따르겠습니다. 경영에 대하여는 우린 잘 모릅니다.”

“오늘 안건은 작년도 손익보고와 배당금 승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공장 투자에 대한 승인요청 건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제 임기가 다되어 연장 승인요청 건이 있습니다. 신규선임은 없습니다.”

“모강테크는 사장님 아니면 하실 분도 없습니다.”

“그래도 올해 삼성전자가 잘 나가니까 우리도 덩달아 이익을 보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래서 소폭이나마 주주 배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금년도는 어떨 것 같습니까?”

“중국 서안공장 매출이 늘어나고 하반기에는 베트남 공장 매출이 늘어나니까 연결 재무제표상 매출은 늘어날 것입니다.”

나와 사장이 주고받는 대화를 흐뭇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회장이 말했다.

“나는 오늘 이사회는 참석 안하겠습니다. 내가 빠져도 의사 정족수는 이상이 없을 테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괜히 늙은이가 참석해 하고 싶은 말도 못하면 안 되니까요.”

“왜요? 참석하시죠. 그래서 좋은 지적도 해주시시고 그렇게 하십시오.”

“아니, 아니, 됐소. 난 또 조금 있다가 병원에 가봐야 돼요.”

내가 회장의 검버섯 핀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G그룹 회장님은 지난번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을 때 찾아뵈었습니다. 그리고 퇴원 후 양평 별장으로도 찾아뵈었었습니다.”

“오, 그랬나요? 잘 했어요.”

“역시 건강이 제일인 것 같습니다.”

“고맙소.”

모강테크 회장이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럼 저희는 시간이 되어 회의장으로 가겠습니다.”

나는 정중히 회장에게 인사를 하고 회의장인 소회의실로 갔다.

이사들 몇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와 사장이 들어서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이 나를 의장석에 안내하였다.

내가 자리에 앉자 임원 한사람이 일어나 이사회 개최를 선언하였다.

손익보고는 경리담당 임원이 하지 않고 사장이 직접 하였다.

“지난 2016년도 주식회사 모강테크의 손익현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직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지만 내부 감사의 승인을 받아 보고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매출은 1,300억으로서......”

보고 내용은 장 본부장이 내게 보고하였던 내용과 같았다.

나는 팔짱을 끼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

사장의 계속적인 보고가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7%인 91억이며 금융비용을 반영한 당기순이익은 4%인 52억을 기록하였고...... 법정 적립금과 임의적립금을 포함하여 15억을 사내 유보하고 나머지는 주주 배당을 하려고 합니다.”

장 본부장이 날카롭게 질문하였다.

“법정적립금은 원래 이익의 10%니까 5억을 잡더라도 임의적립금 10억은 너무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주 배당이 작아집니다. 대주주는 무얼 먹고 살아야 합니까?”

“금년에는 아무래도 베트남 진출로 인한 사업자금 충당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물었다

“베트남 공장은 투자금을 얼마로 잡고 있습니까?”

“공장 토지 건물만 300만 달러를 잡고 있습니다.”

“금융회사 파이낸싱을 일으키지 않아도 되겠지요?”

“사내 유보금과 금년도 영업이익으로 충당하려고 합니다.”

“공장 설립비용이 300만 달러면 그 안에 들어가는 생산 설비비용이 또 들어갈 것 아닙니까?”

“생산 설비는 리스금융으로 가능합니다. 공장은 지금 계약 추진 중인 곳이 있습니다.”

“어디입니까? 전에 한번 들은 것 같은데.”

“하노이 북부 박닌성입니다. 삼성전자가 그쪽에 있는데 삼성전자도 지금 우리에게 빨리 오라고 독촉이 심합니다. 이사회와 총회 승인만 얻으면 바로 계약을 하겠습니다.”

“흠”

내가 팔짱을 끼고 생각하는 표정을 짓자 장 본부장이 얼른 전자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말했다.

“당기순이익에서 법정적립금과 임의 적립금을 공제하면 배당액은 37억입니다. 모강테크의 발행주식이 1,500만주니까 주당 246원 배당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250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세전(稅前) 6억 1,500만원 배당입니다.”

“시가 배당률은 얼마나 됩니까?”

“모강테크 주가가 오늘 현재 6,500원하니까 3.7%입니다.”

“흠.”

내가 팔짱을 끼고 답을 안 하자 모든 이사들이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내가 팔짱을 풀며 말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모강테크 사장의 얼굴에 비로써 안도감이 스쳤다.

다음 안건은 쉽게 넘어갔다.

모강테크 사장의 연임 건은 내가 동의 한다고 하자 만장일치로 박수 한번 치면서 통과 되었고 베트남 투자도 공장 설립 300만 달러는 이미 나온 이야기라 쉽게 통과 되었다.

생산설비 기계류를 할부금융으로 들여오는 문제는 경비처리가 가능하여 이 문제도 바로 통과 되었다.

나는 끝으로 내년도에도 좋은 성과를 내 달라고 말하고 이사회를 마치었다.

사장이 나에게 말했다.

“이사회 통과 안건은 주주 총회 승인을 또 받아야 합니다. 또 주주 총회는 모강테크가 코스닥 상장업체라 공시해야 됩니다. 날짜는 제가 최 사장님 결혼식 이후로 잡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럼 3월 초순으로 잡겠습니다.”

“좋습니다.”

“총회는 형식적인 것이니까 베트남 공장 건은 바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래야 2/4분기에 가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내가 꼬투리 잡는 것이 없이 그렇게 하라고 하자 모강테크 사장은 신이 난 모양이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자기 아버지인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사회는 지금 끝났습니다. 모두 원안대로 통과되었습니다. 최 사장님이 시원시원하게 승인했습니다.”

핸드폰에서 회장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와 장 본부장은 모강테크 사장의 안내로 갈비집으로 갔다.

회장은 오지 않았다. 자기 자식보다 어린 나와 식사하는 것이 껄끄럽고 또 갈비도 즐겨 먹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이사회 이사들은 회사 임원들이 주로 많은데 나하고 별 안면도 없어 나는 사장하고만 같이 갔다.

오래간만에 와보는 갈비집이었다.

이 집도 운영이와 와본 집이었다.

운영이는 여기서 자기를 알아본 어느 고등학교 여학생과 사진도 같이 찍었었다.

주인도 박운영을 알아봐 주인의 요청으로 벽에 사인까지 해 준적이 있었다.

갈비집에 빛바랜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KBS 박운영 아나운서 방문 환영이라는 현수막이었다.

오래되어 지저분한데 주인은 떼지 않고 있었다. 나는 갈비집을 들어가다 말고 몰래 현수막을 사진 촬영하였다.

벽에 운영이의 사인도 그대로 있었다.

사인은 나만 보고 모강테크 사장이나 장 본부장은 보지를 못했다,

장 본부장이 내게 말했다,

“운전은 제가 할 테니 술 한 잔 하고 가십시오.”

모강테크 사장은 한술 더 떠 나에게 회사 운전기사를 대리운전자로 붙여 줄 테니 한잔 하고 가라고 하였다.

나는 웃으며 사양했다.

갈비가 나와 막 먹으려는데 전화가 왔다.

최유나 대리의 전화였다.

전화를 나에게 하지 않는 사람이 전화를 하여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최유나 대리입니다. 통화 가능합니까?”

“예, 괜찮아요.”

“린다 심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우디 아람코 석유회사의 IPO 자문사로 모엘리스앤코가 선정 되었답니다.”

“오, 그래요? 됐군요! 축하한다고 린다 심에게 전해 주세요!”

테마주 스스로 만들기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