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차장에게 모강테크 주식 상한가 잔량을 물었다.
“모강테크 상한가 잔량이 얼마나 됩니까?”
“50만주입니다. 현재 주가는 8,450원입니다.”
“분할해서 오전에 10만주 매도하고 오후에도 상한가 잔량이 무너지지 않으면 10만주를 매도하세요.”
“알겠습니다.”
“상한가 잔량이 20만주 이하로 떨어지면 우리가 한꺼번에 20만주 털어버리고 빠져 나오세요.”
“알겠습니다.”
“내일 상한가 치면 상한가에 모두 던져버리시고 양봉만 나온다면 분할해서 조금씩 매도하세요.”
“알겠습니다.”
“모강테크가 오늘처럼 상한가 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기간 중 50만주 정도는 털어내도록 해보세요.”
“알겠습니다. 상황을 보아서 더 털어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자리로 돌아가세요. 오늘은 대한항공 주식은 쳐다보지 않아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정 차장이 나가고 나서 신라젠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신라젠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1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신라젠이 하도 움직이지 않자 주식 토론방에 신라젠에 대한 토론 수도 줄었다. 몇 개 밖에 달리지 않았다.
“신라젠은 죽은 주식인가? 나는 거래 정지당한 줄 알았네.“
“이놈의 주식은 어째 사는 놈도 없고 파는 놈도 없어.”
“그런데 허매수 걸어 논 놈이 있네. 자전 거래가 틀림없어.”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사자에 주문 걸어놓은 것이 체결되면 자전 거래로 아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삼성전자의 하만 합병으로 이에 관련된 주식이 폭등했지만 다른 주식은 보합이나 유지할 정도였다.
정부에서 360억 펀드를 꾸며 VR, AR,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한다는 발표 때문에 이들 주식만 소폭 올랐다.
“정부에서 360억 펀드를 꾸며? 360억 가지고 얼마나 육성하겠나? 그래도 소규모 기업은 지원받으면 힘은 되겠지.”
나는 이 360억을 운용해줄 펀드사가 어느 곳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것은 한국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공개 선정을 하겠지만 말이다.
대체적으로 오늘은 이런 주식을 빼면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 때문이었다.
나는 관심 종목을 검색하다가 K화학이란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K화학은 언젠가 모엘리스앤코의 린다 심이 말한 회사였다.
이 회사의 주가가 떨어진 것도 역시 트럼프 때문이었다.
한국산 합성고무에 대하여 44% 반덤핑 과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비판정 조치 때문이었다.
나는 린다 심이 했던 말을 되새겨 보았다.
[이봐, 최 사장! 지금 한국의 K그룹에서 대형 화학공장을 인수하지 않겠냐는 의사가 우리한테 왔었어. 그리고 강남의 부동산 리츠 펀드에서 강남의 6천 억짜리 호텔 인수여부를 우리에게 타진하기도 했지.]
K화학은 일요일에 타임스퀘어 갔다가 만난 준희 친구가 응시했다가 떨어진 회사였다.
당시 린다 심은 K그룹 회장이 건설사와 항공사를 무리하게 인수하여 매각 의사를 비쳤다고 하였었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K화학을 매각하기로 한다고 했었다.
이 사실은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모엘리스앤코에만 은근히 의사를 비쳤던 것 같았다.
나는 금감원의 사이트에 들어가 K그룹의 K화학 재무제표를 살펴보았다.
대기업이라 역시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위험 수준은 아니었다.
K회장의 지시 때문인지 관계사 대여금이 늘어있는 상태였다. 아까운 회사였다.
나는 주주 현황과 종업원 수를 살피다가 등기임원의 급여와 남녀 사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몇 명 안 되는 등기임원의 연봉은 5억이 넘었다. 그리고 수천 명 종업원 평균 급여는 8천만 원이 넘고 있었다.
3년 전에 나는 준희 친구가 여기에 원서를 넣었을 때 대졸 초봉이 5천만 원이 넘는 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때 나는 명학역 공장에서 연봉 2천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을 때였다.
준희 친구는 여기를 떨어졌고 다른 대기업 계열사인 식품회사에 들어가 연봉 4천만 원을 받는 받는다고 하였었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그 당시 심한 자괴감이 들었었다.
나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어리고, 그것도 여성이 나보다 연봉 두 배를 받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준희 친구가 우리 집에 오면 고개도 못 들고 비실비실 피하기만 했었다.
어느 날 나는 집에 들어오다가 동생 준희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 소리를 들었었다.
집이 반 지하라 육상에서 창문으로 소리가 잘 들렸다. 더구나 여름철이라 문을 열어놓아 더 잘 들렸다.
“식품회사에 들어간 네 친구 있지? 걔는 대기업이라 연봉 많이 받겠지?”
“오빠 연봉 두 배는 받아요.”
“에효, 그런 며느리 하나 얻고 싶다.”
“뭐? 며느리? 헹!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시네! 엄마는 그걸 말이라고 해?”
“아니, 뭐, 그렇다는 소리지.“
“혹시 오빠가 그런 말을 해? 하이고! 머리는 다 벗겨져 주제 파악도 못하고 있네.”
“내가 하는 소리지 너희 오빠는 그런 말 입도 안 떼었어.”
“두둔하지 마!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오빠만 두둔하는 것 다 알아.”
“이 년이!”
이 소리를 듣고 나는 바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동네를 세 바퀴나 더 돌다가 집에 들어갔었다.
사실 나는 준희 친구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괜히 엄마가 쓸데없는 소리를 해 준희만 자극시켰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머리카락 이식 수술을 받아 숱 많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빙긋이 웃었다.
“엄마는 좋아할 거야. 운영이가 지금 KBS에서 받는 급여가 식품회사에 다니는 준희 친구의 연봉보다 두 배 이상은 더 받을 테니까!”
나는 K화학 주식을 10주만 샀다.
화학회사에 대한 국제 환경이 좋지 못하여 투자할 생각은 없는 회사였다.
그저 움직이는 추이나 보려고 딱 10주만 샀다.
나는 린다 심이 말한 강남의 6천 억짜리 호텔도 별 매력은 없어보였다.
6천억이면 덩치가 큰 랜드 마크 급의 호텔일 텐데 관리비용만 엄청나게 많이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K화학이나 강남 대형호텔이나 사업이 부진하니까 모엘리스앤코에 매각 의사를 비쳤지 잘 되면 누가 매각의사를 비추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린다 심이 한 말을 되새기고 있는데 이원규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인테리어 공사는 내일까지 끝내겠답니다. 어차피 모레는 비가 많이 온다는 이야기도 있어 끝내려고 한답니다.”
“원래 화요일에 끝난다고 안했습니까?”
“그랬는데 하루 밀쳤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구 같은 것은 수요일 들여 놓을 수가 있겠네요.”
“수요일은 비가 온다니까 목요일 들여놓으세요. 신혼여행을 가시니까 시간은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러긴 합니다만.”
“식탁하고 침대하고 냉장고, 세탁기만 들여 놓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살림하면서 하나 둘씩 장만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에 계약하는 건 모두 저녁때 하기로 했습니다. 낮엔 사장님 결혼식에 가야하니까요.”
“고맙습니다.”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목요일 가구 들여놓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뭐 하나 물어봅시다.”
“예?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십니까?”
“강남의 대형 호텔은 요즘 어떻습니까?”
“무얼 말씀입니까? 경영 말씀입니까?”
“예, 비즈니스 말입니다.”
“지금 명동 근처의 회현동과 시청으로 가는 북창동 일대에 호텔이 너무 많이 생겼습니다. 과잉 현상이 있습니다. 더구나 사드 때문에 되겠습니까?”
“회현동과 북창동이 강남하고 상관이 있겠습니까?”
“관광객들이 쇼핑하기 좋은 명동 근방 호텔에서 잠자고 강남은 그냥 놀러오는 정도일겁니다. 잠은 모두 그쪽에서 자는 거지요.”
“흠, 그래요? 내가 아는 자산 운용사에서 강남의 6천 억짜리 호텔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있어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6천억이요? 하이고, 그럼 강남에서도 랜드 마크 급 호텔이네요. 호텔 부셔버리고 다른 건물 세우면 몰라도 호텔 자체만으로는 경영이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비추입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강남에서도 유명했던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아시죠?”
“이름은 들어본 것 같습니다.”
“역삼동에 있었던 특1급 호텔입니다. 이 호텔도 얼마 전에 매물로 나왔었습니다. 호텔 주인인 삼부토건이 팔려고 했었지요.”
“그랬나요?“
“이지스 자산운용에서 1조 1천억에 이 호텔을 인수하려고 했다가 불발로 끝났었습니다.”
“그래서 그 호텔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른 기업에서 인수 후 작년에 호텔을 해체하고 호텔 건물을 철거했습니다.”
“저런!”
“호텔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본 것이지요. 지금 철거 후 이 자리는 다른 건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흠, 그런가요?”
나는 또 다른 에인션트급 거대한 공룡 한 마리가 강남의 한 복판에서 죽어 자빠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사업은 역시 목숨 걸고 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운영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에 전화가 거의 없고 카톡으로만 서로 연락을 해왔는데 전화를 주었다.
“오빠? 바빠?”
“아니 괜찮아.”
“인테리어가 내일 끝난다고 했지?”
“내일 끝난데. 그런데 모레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가구 같은 건 목요일 날 들여오는 것이 좋겠지?”
“현관문 비밀번호는 그대로지?”
“그대로야.”
“엄마가 우선 거실 소파와 식탁하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들여 놓는다고 했어.”
“그래? 그것만 있으면 되겠지.”
“아, 참. 침대도 들여놓는다고 했어.”
운영이는 아나운서라 역시 목소리가 청아하고 좋았다.
KBS에서 채용할 때 음성 테스트를 했겠지만 정말 타고난 음성이었다.
“역시 운영이 목소리가 좋구나. 언제 들어도 아름답다.”
“호호, 그래서 그걸로 밥 먹고 살잖아.”
“누가 말하는데 식탁과 냉장고, 세탁기만 있으면 나머지는 살면서 차차 장만해도 된다더라.”
“그렇긴 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주방에서 쓰는 전자제품이나 식기 같은 것은 우리 신혼여행 갔을 때 엄마가 준비해 놓는다고 했어.”
“운영이는 참 좋은 엄마를 두었구나.”
내가 운영이 엄마를 칭찬해 좋아할 줄 알았더니 한숨 소리가 들렸다.
“에효, 미안해 오빠. 내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무슨 소리! 요즘 젊은 여자들이 다 그렇지. 옛날처럼 언제 살림 배울 기회들이 있었나?”
“호호, 고마워. 그리고 싱가폴 항공에서 온 항공 예약한 것은 오빠한테 보내줄게.”
“벌써 왔나?”
“싱가폴 항공인데 몰디브로 직접 가지 않고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말레항공으로 바꾸어 타는 모양이야.”
“그래?”
“그런데 출발시간이 밤 12시 15분이야.”
“그래? 그럼 결혼식 끝나고 돌아다니다 가야겠구나.”
“밤 11시까지 인천 공항에 가야되니까 어디에 있다가 가야되겠지.”
“저녁을 먹고 가야되겠구나.”
“가기 전에 여권이랑 신분증 잘 챙겨 놔. 그리고 환전도 좀 해놓고.”
“알았어.”
나는 여권은 지금 사무실 서랍에 잘 보관하고 있었다.
옛날에 햇살론 융자받은 돈으로 트럭 지입차를 샀다가 계약서를 잊어버려 낭패를 본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래서 트럭을 사기당해 샀지만 계약서가 없어져 고소도 못했었다.
“그리고 몰디브는 한 여름철이라니까 수영복이나 짧은 팔 티셔츠 같은 것도 준비해. 알았지?”
“알았다. 선크림도 준비할게. 운영이와 같이 간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호호, 그래?”
“나 지금 우리 사무실에서 KBS 쪽을 쳐다보며 전화하고 있는 거야. 운영아 사랑한다.”
“응, 나도 오빠 사랑해.”
우리는 거의 부부가 다 된 것 같았다.
모강테크 100만주 처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