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 Healer

Master healer 050 coins

17장 전투사제 웰로드(2)

-제국 전투사제단의 웰로드입니다. 신성 기도문의 힘으로 저의 존재를 파악한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전투사제단도 내 죽음과 관련이 있었나?”

-각성 던전은 주군의 원한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열립니다. 그리고 제국군 소속 중에 주군의 죽음과 관련이 없는 곳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바쁘겠네.”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웰로드는 성준의 모습을 자세히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이계인? 어떻게 들어온 거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듯했다.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성준은 기사들과 거리를 빠르게 좁히며 웰로드를 향해 오러가 실린 단검을 던졌다.

“오러?”

오러가 실려 있는 단검은 평범한 수호 기도문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그는 다급하게 옆으로 몸을 던져 단검을 피했다.

“내가 징벌 기도문을 외울 동안 시간을 벌어라!”

웰로드의 두 손에서 백색의 빛의 반짝였다. 기사 둘이 검을 뽑아 든 채 성준을 향해 쇄도했다. 그들의 검에서 희미한 오러가 반짝였다.

-웰로드가 징벌 기도문을 외우고 있습니다!

징벌 기도문.

전투사제들이 사용하는 공격 기술로 신성력을 이용한 공격 마법이라고 보면 이해가 빨랐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서 징벌 기도문에 대한 정보를 떠올린 성준은 서둘러 저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기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커헉!”

로우켈의 실전검은 숙련된 검사조차 쉽게 예측하기 힘든 속임수로 가득했기 때문에 기사조차 대응하기 힘들었다.

예측 실패는 죽음을 초래했다. 목이 깊게 베인 기사는 피분수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빈틈!”

남은 기사가 성준의 목을 노렸다. 훈련으로 단련된 기사의 움직임은 일순간 고속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검을 회수하기 전에 칼날이 목에 닿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회수!”

왼손에 단검이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단검에 기사는 당황했다. 정돈된 자세가 무너지자 성준의 단검이 그의 왼쪽 허벅지를 찔렀다.

“크흑!”

고통의 기습으로 크게 휘청거리는 기사를 향해 성준이 재차 검을 휘둘러 목을 쳤다. 머리를 잃은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늦었다! 홀리 크로스!”

서둘렀지만 징벌 기도문은 완성되었다. 웰로드가 작은 십자가를 들어 올리자 그곳에서 백색의 거대한 십자가가 투사되었다.

-홀리 크로스는 강한 물리력을 가진 십자가입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리슈발트가 경고했지만 한발 늦었다. 성준은 홀리 크로스에 직격당하고 말았다.

“큭!”

마치 달리는 차량에 부딪치는 것 같은 큰 충격이 전해지면서 성준의 몸은 후방으로 날아가 벽에 꽂혔다.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성준을 보며 웰로드가 입을 열었다.

“말해보거라, 이계인. 어째서 리슈발트 경의 유령이 너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지?”

“힐.”

대답할 이유는 없었다. 성준은 부러진 뼈를 치유한 뒤 검을 고쳐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웰로드의 얼굴에서 놀랍다는 감정이 엿보였다.

“신성 기도문이라…… 전투사제였나?”

그는 옆에 놓여 있던 전투망치를 들어 올렸다.

“대답하기 싫다면 그것도 좋다. 제국 고문 부대에 넘기면 자연스레 입을 열게 될 테니까!”

웰로드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고속 이동?!’

이런 경우 후방을 노리는 게 정석이었지만 웰로드는 성준의 코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웰로드는 묵직한 전투망치를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웰로드가 고속 이동을 사용하기 위해 발걸음을 뗀 순간, 그의 움직임은 예측되었다.

휙.

휘둘러진 검이 웰로드의 목을 노렸다. 리슈발트는 그 일격이 먹힐 것이라 예상했지만 웰로드는 전투망치를 들어 올려 성준의 검을 쳐냈다.

먼저 회수하는 쪽이 이긴다.

회수가 빠르면 공격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성준의 검은 웰로드가 들고 있는 전투망치보다 훨씬 가볍다.

“하앗!”

검을 먼저 회수한 성준이 짧은 기합과 함께 웰로드의 심장을 노리고 검을 내찔렀다.

“큭!”

웰로드는 신속하게 뒤로 물러났지만 검의 끝 부분이 갈비뼈를 뚫고 파고들었다. 하지만 심장을 관통할 정도로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

“시, 신성 기도문을……!”

“놔둘 것 같냐!”

웰로드는 비어 있는 왼손을 들어 올려 신성 기도문을 외우려 했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해서 벌인 일이었지만 접전 중에 그런 행동은 상당히 위험했다.

‘힐’과 동일한 치유 효과를 가진 ‘신성 기도문’을 허용한다면 상처가 회복될 터였다. 성준은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벌어진 거리를 일순간 좁혔다.

“이, 이건 로우켈 경의 고속 이동술!”

웰로드는 성준이 펼친 고속 이동술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로우켈의 것과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우켈은 검술 실력도 뛰어났지만 고속 이동 능력도 발군이었다.

“제, 제기랄!”

성준이 어느새 코앞까지 접근해 검을 휘두르는 탓에 신성 기도문을 외울 여유가 없었다. 그저 욕설만 내뱉으며 전투망치로 검을 막아내는 데 급급할 뿐이었다.

가슴의 상처가 깊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출혈이 심했다면 장시간의 전투 수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큭!”

전투사제라고는 해도 근접전에 대한 숙련도는 성주에 비해 부족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늘어갔다.

‘이겼다!’

성준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열린 문에서 무장한 기사들이 들어왔다.

‘난입?’

던전에서는 없는 시스템이었지만 이곳은 이계와 연결된 각성 던전이었다. 변수를 예상하지 못한 건 성준의 실수였다.

“웰로드 경! 괜찮으십니까?”

난입한 기사의 수는 일곱.

그들은 성준의 앞을 막아섰고 웰로드는 안전한 후방으로 물러나 신성 기도문을 외웠다. 백색의 빛이 상처를 치유했다.

“후우!”

웰로드는 안도했고 성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고문 부대에 넘겨야 하니까 죽이지는 마라.”

“넵!”

검을 뽑은 기사들이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웰로드는 기사들을 엄호하기 위한 기도문을 외웠다.

-수호 기도문입니다. 기사들에게 부여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는 웰로드가 외우고 있는 기도문의 종류를 파악해서 보고했다. 부상을 입은 이가 없으니 수호 기도문으로 아군의 방어력을 증가시키려는 속셈이었다.

“홀리 아머!”

성준이 나서기도 전에 수호 기도문이 완성되었다. 기사들의 몸에 성스러운 빛의 갑옷이 생겨났다.

“하앗!”

기합과 함께 오러가 깃든 칼날이 홀리 아머를 강타했다. 끝내 기사의 허리를 깊게 베었지만 홀리 아머의 강한 저항이 있었다.

홀리 아머는 빠른 실전검을 펼치는 데 방해되었다. 실제로 성준이 홀리 아머를 베어내는 사이에 다른 기사들이 합격을 펼치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홀리 아머를 단칼에 베기에는 오러의 강도가 부족했다. 은신을 사용할 여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은신, 그리고 힐과는 달리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초월.

성준은 마력을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로우켈과 무슨 관계냐고 물었지?”

“그렇다.”

“지금 대답해 주마.”

마력이 폭발하면서 신체의 한계를 초월했다.

-동조율 20%! 참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초월을 통해 일시적으로 동조율이 20%을 넘으면서 새로운 기억이 쏟아져 들어왔다.

성준은 전투에 필요한 기억을 찾아냈고 날카로운 오러 투사체를 전방으로 발사하는 ‘참격’의 사용법을 깨우쳤다.

일시적인 마력의 폭발 탓에 가까이 있던 기사들이 비틀거렸다.

“내가 로우켈이다.”

검성이 눈을 떴다.

“어, 어디 갔어!”

성준이 사라졌다. 너무 빨라서 웰로드도 움직임을 쫓지 못했다. 성준을 포위하고 있던 기사들이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동조율 20%의 오러 앞에서 홀리 아머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웰로드 경! 피하셔야 합니다!”

기사들이 허수아비처럼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남은 기사의 수는 둘. 기사 한 명이 성준의 앞을 잠시나마 막아서는 동안 다른 기사는 웰로드에게 도망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성준은 어느새 자신의 앞을 막아섰던 기사의 목을 베고 홀로 남은 기사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지, 징벌 기도문을……!”

저 무자비한 오러 앞에서 수호 기도문은 소용없다고 판단한 웰로드는 서둘러 징벌 기도문을 외웠다.

“커헉!”

마지막까지 버티던 기사가 쓰러졌다. 동시에 웰로드가 징벌 기도문을 완성했다.

“홀리 스피어!”

성스러운 빛의 창이 소환되어 성준을 노렸다. 성준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슬래시!”

참격의 시동어를 떠올린 그는 검을 횡으로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푸른빛의 오러가 전방으로 날아갔다.

“컥!”

참격에 닿은 웰로드의 몸이 이등분되었다. 그는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내며 홀리 스피어를 놓쳤다.

허공에 떠오른 빛의 창은 흩어져 사라졌다.

“아직 살아 있었나?”

상체와 하체는 분리되었지만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곧 끝을 맞이할 것 같았다. 성준은 그에게 다가가 검을 들어 올렸다.

“쿨럭! 말도 안 돼…… 이건 분명 로우켈의…….”

“말했잖아. 내가 로우켈이라고.”

“그럴 리 없…….”

웰로드는 힘겹게 말을 이어갔지만 성준은 끝까지 듣지 않고 검으로 그의 목을 찔렀다. 웰로드의 몸이 한 차례 떨리더니 숨통이 끊어졌다.

성준은 검집에 검을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어라. 다들 따라갈 테니까.”

그의 눈동자에서 싸늘한 원한의 불꽃이 번뜩였다.

-주군! 축하드립니다! 이걸로 한 걸음 전진하였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

“크아악!”

초월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동조율을 3%나 끌어 올린 대가는 엄청났다. 전신을 급습하는 고통 탓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성준은 쓰러진 채 1시간 동안이나 고통에 몸부림쳐야만 했다. 그나마도 30분이 지난 시점에서 ‘힐’을 사용하여 고통을 완화시키지 않았다면 기절했을 것이다.

“흡수.”

정신을 차린 그는 시체에서 마력을 흡수했다.

“왜 안 사라지지?”

각성 던전이 사라져야 추가 보상으로 동조율이 올랐다.

성준이 의문을 표하자 리슈발트는 기억을 더듬은 끝에 입을 열었다.

-아이템이 있는 모양입니다. 의심되는 곳은 저쪽에 있는 제단이군요.

성준은 리슈발트가 가리킨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단 바로 밑에 파인 공간이 보였다. 거기엔 보관함 하나가 들어 있었다.

-새로운 아이템의 존재를 확인.

계측기가 반응했다. 리슈발트의 예상대로 아이템이 있었다. 성준이 보관함을 열자 백색의 사제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삐빅.

[알 수 없는 사제복]

A급.

알 수 없음.

혹시나 싶어서 계측기로 감정을 시도했지만 이계 아이템이라서 감정이 불가능했다. 그는 말없이 리슈발트가 있는 방향으로 사제복을 들어 올렸다.

-감정하겠습니다.

리슈발트가 마력을 흘려보내 아이템을 활성화시켰다. 성준은 다시 계측기를 들이댔다.

삐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