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ve

30 coins.

[지금부터 튜토리얼 4단계를 종료합니다.]

[해당자 김윤재의 팀 포인트를 계산합니다.]

윤재는 머릿속으로 떠오른 메시지에 눈을 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기도 했고, 오랜 시간 잠든 것 같기도 했다.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검은색 공간이었다. 익숙한 곳이었다.

‘튜토리얼 3단계를 시작하기 전과 같은 곳인가?’

그때와 비슷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머릿속에는 다음 메시지가 이어졌다.

[팀 포인트 : 63,350p]

[팀 포인트 최고 순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업적을 이룩하였습니다.]

[당신의 정의로운 행동에 찬사를 보냅니다.]

[업적을 인정, 모든 스탯이 4포인트 상승합니다.]

[63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136,700업적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지금부터 1시간 동안 보유한 코인을 통해 원하는 보상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시간이 경과하면 코인은 모두 소멸합니다.]

팅, 티팅-

윤재의 앞으로 작은 코인들이 떨어졌다.

63개의 코인.

그리고 다량의 업적 포인트.

그것은 팀 포인트를 획득하고, 팀 경쟁에서 승리한 끝에 얻을 수 있었던 최소한의 보상이었다.

그리고 팀 포인트 최고 순위를 기록한 한 명에게 주어지는 업적 보상.

‘됐어.’

모든 스탯 4포인트 상승.

실로 어마어마한 보상이었다.

단순히 스탯의 개수로만 놓고 본다면 24개의 스탯이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코인과 업적 포인트를 얻고, 다량의 스탯을 얻을 방법.

그것은 팀 포인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팀 경쟁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지금껏 노력해 온 보상은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

반면 경쟁에서 패하게 되면 지금껏 획득한 팀 포인트가 모두 허사로 돌아갔을 것이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경쟁에서 승리한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다.

윤재는 지금껏 해 온 일들이 허사가 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시간이라…….’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윤재는 자신의 몫인 코인의 개수를 세었다.

‘방금 얻은 63개까지 더해서 모두 162개.’

김두형과 박승수를 비롯한 그들 무리를 죽이고 빼앗은 코인까지 모두 더한 수였다.

통계적으로 개인 포인트든, 팀 포인트든 1천 포인트에 코인 1개가 주어진다.

그것을 생각해 보면 현재 윤재가 가지고 있는 코인의 개수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것이었다.

윤재의 앞으로 코인의 개수에 따른 여러 가지 보상이 떠올랐다.

종류는 무수히 많았다. 코인을 화폐로 일종의 상점 같은 곳에서 여러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윤재는 천천히, 코인의 개수에 따른 보상을 하나하나 둘러봤다.

‘스탯을 올려 주는 건 없군.’

코인을 지급해도 기본적인 스탯 자체는 올릴 수 없었다.

얻을 수 있는 건 아이템과 스킬뿐.

윤재는 그것들 중 아이템은 건너뛰고 스킬을 살폈다.

‘아이템은 이 정도면 충분해.’

윤재는 손에 쥐고 있는 검과 손목에 차고 있는 자하르의 족쇄를 바라봤다.

자하르의 족쇄야 말할 것도 없고, 검 또한 웬만한 무기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나았다.

김두형에게서 빼앗은 아이템, [흑쇄검].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이 검은 김두형이 튜토리얼 3단계를 통과하고 얻은 보상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력을 머금고 있는 흑쇄검은 강도와 절삭력뿐만 아니라 그 마력을 이용해 사용자의 힘을 배가시켜 주는 효과가 내장되어 있었다.

김두형의 힘이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흑쇄검의 효과가 작용했던 모양이었다.

검으로서의 효용성만 놓고 보면 살무검보다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 않다.

살무검 역시 뛰어난 검이었지만, 흑쇄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검은 이만하면 됐다.

황금 고블린을 잡고 얻은 갑옷도 훌륭하다.

자하르의 족쇄가 있는 만큼 다른 보조 아이템도 필요 없다.

부족한 건 스킬이었다.

‘……비싸군.’

스킬 목록을 살펴보던 윤재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이만하면 코인이 차고 남을 것이라 여겼는데, 조금 넘어가 보니 필요한 코인의 개수가 훨씬 많아졌다.

B등급 수준의 스킬은 100개가 넘는 코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A등급 스킬 중 몇 개는 200개가 넘는 코인이 필요했는데, 대체 무슨 짓을 하면 이런 스킬을 익힐 수 있는가 싶었다.

‘저렴한 스킬 여러 개를 익힐까? 아니면 확실한 스킬 하나?’

현재 윤재가 익히고 있는 스킬 중 가장 등급이 높은 건 D+등급의 ‘질긴 생명’이었다.

D등급의 스킬은 코인 20개 정도면 살 수 있었다.

C등급은 최소가 50개.

B등급은 최소가 100개였다.

양이냐, 질이냐.

윤재는 갈등하며 계속해서 스킬의 등급과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던 차.

‘이거…….’

익숙한 이름이 윤재의 눈에 스쳐 지나갔다.

[자하르의 마력원]

등급 : B+

구분 : 패시브 / 진화형

숙련도 : 0%

효과 : 군주 자하르가 사용하던 마력원이다. 일반 마력보다 훨씬 순수하고, 같은 양의 마력에 비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마력 + 5

마력 증폭률 25% 상승

마력 소모율 25% 감소

마력 회복률 25% 상승

소모 코인 : 160개

스킬을 확인한 윤재는 자신의 팔에 채워져 있는 팔찌를 바라봤다.

자하르의 족쇄 역시 군주 자하르가 만들어 낸 물건이었다. 그것은 자하르의 혼을 쪼개어 만든 것이었다.

자하르의 족쇄가 가진 성능은 지금껏 사용해 오면서 잘 알고 있었다. 자하르의 족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눈에 확 띌 정도였다.

‘효과 자체는 쓸 만한데…….’

B+등급의 스킬이었다. 당장 자하르의 마력원을 구하기 위해서는 윤재가 가지고 있는 코인을 모두 털어 넣어야 할 판이었다.

고민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쓸 만하긴 한데, 딱 그 정도.

다른 때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좋은 스킬이었다.

하지만 이미 윤재는 B등급은 물론 A등급에 해당하는 스킬까지 쭉 훑어본 상태였다.

자하르의 마력원은 매력적이긴 해도 무조건 이거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B등급의 스킬들에 비해 확연히 좋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스킬 자체가 패시브로 분류되는 만큼 ‘질긴 생명’처럼 눈에 띄는 효과가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진화형은 뭐지?’

지금껏 윤재가 보아 온 스킬의 구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패시브와 엑티브.

그리고 엑티브 안에서는 활성과 비활성이 있었다.

패시브 안에서도 스킬의 구분이 나누어질 순 있지만, 진화형이라는 건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자하르의 족쇄처럼 성장하는 스킬인 건가?’

자하르의 족쇄는 사용자의 마력을 먹어 치우고 성장하는 아이템이었다.

지금도 자하르의 족쇄는 윤재의 피부를 통해 조금씩, 야금야금 마력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어쩌면 자하르의 마력원 역시 그와 비슷한 원리로 점점 성장하는 스킬일지도 모른다.

‘당장 지금보다는 나중에 빛을 보는 스킬일지도 모르지.’

그 때문에 갈등되는 것이다.

윤재는 다시 다른 스킬을 한 번씩 쭉 훑어본 후 자하르의 마력원을 놓고 고민했다.

이윽고 윤재에게 주어진 시간의 끝이 점점 다가왔다.

“……좋아.”

자각-

윤재는 손에 쥐고 있던 코인을 앞으로 내밀었다.

“자하르의 마력원을 선택하지.”

마땅히 이거다 싶은 스킬은 없었다.

그렇다면 가장 눈에 밟히는 스킬을 고르면 된다.

당장 마력 증폭률과 소모율, 회복률, 그리고 마력 스탯의 절대치를 높여 주는 자하르의 마력원은 충분히 좋은 스킬이기도 했다.

[160코인을 소모하였습니다.]

[‘B+ : 자하르의 마력원‘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킬을 습득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그 순간 윤재는 자신의 몸이 변한 것을 느꼈다.

패시브 스킬은 엑티브 스킬과는 달리 항시 몸에 적용되는 스킬이었다.

즉 몸의 일부나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마력 하나가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지나?’

자하르의 마력원에도, 자하르의 족쇄에도 자하르는 ‘군주’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군주가 어떤 자리인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윤재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마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 몸으로 알 수 있었다.

‘마력 전체가 바뀐 건 아닌데…….’

자하르의 마력원을 습득했다고 해서 윤재가 가지고 있던 마력이 전부 자하르의 마력과 같은 순도를 가지는 건 아니었다.

자하르의 마력원의 숙련도는 윤재가 가지고 있는 마력의 총량 중 일반 마력과 뒤바뀐 마력원의 상대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뒤바뀐 마력은 전체 마력의 극히 일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윤재가 가지고 있던 마력의 증폭률과 회복률이 대폭 증가하고, 마력 소모율이 감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재는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자하르의 족쇄를 바라봤다.

웅, 우웅, 우우웅-

자하르의 마력원을 습득한 직후부터 시작된 울림.

지금까지는 자하르의 족쇄를 사용할 때에만 일어나던 반응이었다.

아니, 그마저도 지금처럼 크게 울린 적은 없었다.

자하르의 마력원을 익힌 직후 족쇄는 그 마력을 먹어 치우고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성장하겠군.’

자하르의 족쇄가 가진 힘을 알고 있는 만큼, 윤재는 족쇄가 어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자하르의 마력원이 족쇄의 성장을 돕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선택의 이유가 있었다. 적어도 후회할 만한 선택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아.”

자하르의 마력원만 놓고 봐도 크게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족쇄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충분히 득을 봤다 할 수 있었다.

윤재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1시간이 모두 흐르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까지 튜토리얼 마지막 단계는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정보]

이름 : 김윤재

근력 : 58

체력 : 55

민첩 : 52

반사능력 : 52

물리 저항 : 44

마력 : 50

- 자유 스탯 : 0

[업적 포인트 : 334,925]

기본적인 스탯 포인트는 이전보다 확연히 올라가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마력 스탯이었다.

전에만 하더라도 가장 낮았던 마력 스탯이 이제는 50대에 들어섰다. 마력 스탯을 올려 주는 자하르의 마력원 스킬 덕분이었다.

‘확실히 사냥만으로 스탯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지난 닷새 동안 윤재는 그야말로 쉬지 않고 사냥했다.

그럼에도 사냥을 통해 획득한 스탯 포인트는 그리 많지 않았다.

스탯을 하나 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이 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것을 알기에 이번 팀 포인트 보상에 집착한 것이다.

모든 스탯을 4씩이나 올려 주는 건, 다른 어떤 스킬이나 아이템보다도 효과가 뛰어났으니까.

아무리 좋은 스킬과 아이템이 있다고 해도 스탯이라는 기본이 깔려 있지 않고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인가.’

튜토리얼 4단계도 끝났다.

보상도 모두 챙겼고, 튜토리얼도 마지막 단계만 남아 있었다.

‘아니, 이제 시작…… 인가?’

품 안에 넣어 두었던 일기가 손에 잡혔다.

당장 일기의 도움을 받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부터 튜토리얼 5단계를 시작합니다.]

[해당자 김윤재의 업적 포인트를 계산합니다.]

[업적 포인트 : 334,925p]

[등급을 계산합니다.]

[S등급 튜토리얼을 진행합니다.]

[등급과 성취율에 따라 보상이 결정됩니다.]

덜컥-

윤재의 눈앞에 문이 생겨났다.

지금껏 흰색과 검은색으로 구분되었던 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색이 조금 달랐다.

“보라색?”

검은색 배경 가운데 나타난 문은 보라색이었다.

S등급 튜토리얼이라고 하더니, 색부터가 달랐다.

‘예상은 했지만…… 이걸 좋아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튜토리얼 마지막 단계는 모든 해당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진행되었다.

진행되는 튜토리얼은 개인마다 달랐다. 진행되는 방식도, 난이도도, 보상도 말이다.

그리고 그 튜토리얼의 방식과 등급이 정해지는 기준이 바로 업적 포인트였다.

‘등급과 난이도가 올라가는 건 조금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그 보상은 낮은 등급의 튜토리얼보다 훨씬 낫다.

같은 성취율이라고 했을 때 S등급의 튜토리얼 보상이 D등급보다 나은 건 당연했다.

하나 문제라고 한다면 튜토리얼 3단계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일기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이다.

일기에 기록된 튜토리얼의 마지막 단계는 B등급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뭐, 어쩔 수 없지.’

불평한다고 해서 튜토리얼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S등급의 튜토리얼을 배정받은 건 분명 계획했던 바였다.

터벅-

이대로 서 있어 봤자 얻을 건 없었다.

윤재는 생각을 멈추고 보라색 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 번 크게 숨을 골라 쉰 윤재는 곧장 문의 손잡이를 당겼다.

끼이이이-

* * *

보라색 문 안으로 들어오자, 주위가 온통 벽으로 막혀 있는 공간이 나왔다.

하늘도 시커먼 천장에 가로막혀 있었다.

하지만 전부 막혀 있는 건 아니었다. 전혀 다른 두 방향으로 작은 길이 나 있었다.

“미로인가?”

그런 의문이 들 즈음 마지막 메시지가 떠올랐다.

[튜토리얼 마지막 단계는 등급과 성취율에 따라 보상이 결정됩니다.]

[튜토리얼을 포기할 경우 명령어 ‘포기’를 통해 튜토리얼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성취율은 포기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등급은 S등급. 사실상 최고 등급의 난이도였다.

문제는 성취율.

이제부터 윤재가 이 튜토리얼을 얼마나 잘 헤쳐 나가는지가 관건이었다.

‘웬만해서 죽을 일은 없겠군.’

원하는 때 명령어를 통해 튜토리얼을 중단할 수 있으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나름의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셈이었다.

윤재는 한쪽의 길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 또다시 길이 갈라져 있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 튜토리얼은 역시나 미로였다.

‘……귀찮게 됐군.’

다른 튜토리얼과는 달리 이번 튜토리얼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았다.

가야 할 길도 정해져 있지 않고, 입구나 출구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미로의 크기는 또 얼마나 거대한지, 미로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일단 가는 수밖에 없나?”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윤재는 손에 쥔 검을 꽉 움켜쥔 채 눈앞에 뻗어진 길을 쭉 걸어가기 시작했다.

……방향조차 알지 못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