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ve

43rd coin.

“왜 거절한 거예요?”

마천루 클랜에서 찾아온 이들이 딘의 시체를 치우고 난 뒤.

정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윤재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얼굴이었다.

침대에 누워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냥.”

“다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없진 않지.”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정규는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무작정 윤재를 따라 거절하긴 했지만, 뒤늦게 생각해 보니 속이 쓰렸다.

정규는 바보가 아니었다.

클랜에 대한 정보도 어느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마천루 클랜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도 말이다.

그런 마천루 클랜을 제 발로 걷어찼다.

다름 아닌 윤재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게 넌 왜 거절했냐.”

“그럼 저 혼자 거기 들어가라고요? 딘 알라도른가 하는 그놈을 잡은 것도 다 형이 한 일인데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요?”

정규의 물음에 윤재는 피식 웃었다.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긴 했다.

엘빈이 원했던 건 정규가 아니었다. 그는 딘을 잡은 신규 해당자를 눈여겨본 것뿐이니까.

정규 입장에서는 윤재가 영입 제안을 거절한 마당에 자신 혼자 마천루 클랜에 들어가는 게 걸렸던 모양이었다.

“걱정 마.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니까. 마천루 클랜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윤재는 품에 넣어 둔 일기를 떠올렸다.

‘여기서 클랜에 들어가게 되면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이 너무 좁아져.’

클랜에 들어가게 되면 얻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잃는 것도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구속이었다.

범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활동이 자유로운 세상이지만, 클랜에 속하게 되면 그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기에 기록되어 있는 정보를 써먹을 수 없게 된다.

윤재는 마천루 클랜에 들어가게 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일기의 기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저울질했다.

그리고 그 결과.

‘과연 잘 생각한 걸지…….’

안전을 버리고 도박을 선택했다.

아니, 꼭 그것만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다른 무엇보다 윤재는 일기의 가장 첫 페이지에 적혀 있던 문장을 믿었을 뿐이다.

“하아-”

정규는 자세한 대답을 주지 않는 윤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윤재의 옆에 털썩 앉고는 물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표정은 왜 그래요? 저야 아쉽긴 하지만…… 그리 나쁜 일도 아니잖아요? 돈도 준다 그러고.”

정규는 내내 윤재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딘을 죽이고 난 직후부터 윤재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다.

건드리면 폭주할 것처럼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던 것이다.

“그냥…….”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윤재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분이, 좀 거지 같아서.”

“……가족들 생각나서요?”

“어.”

정규는 윤재의 사연을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내와 딸.

두 사람이 죽게 된 건 연쇄살인범 때문이었다.

끝끝내 잡지 못했던 범인.

윤재는 딘을 잡으면서 바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머더러 클랜에는 그런 새끼들이 모여 있겠지?”

“……아마도요.”

“그거 진짜 개새끼들이야.”

으득-

이를 빠득 갈며 윤재는 눈을 가리던 손을 치웠다.

“그렇지?”

윤재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 * *

딘에게 걸려 있던 현상금 30골드는 금방 지급됐다.

거처로 돌아간 엘빈이 결제를 올리고, 곧장 마천루 클랜에서 사람이 찾아왔던 것이다.

30골드는 생각 이상으로 큰돈이었다. 당장 그 정도 돈을 가지고 있다면 둘이서 1년 정도는 먹고 사는 데 큰 걱정이 없을 정도였다.

윤재와 정규는 30골드가 진짜 금을 의미한다는 것과 그 값어치를 알고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큰 수확인데.”

“그러게요. 30골드가 이렇게 큰돈일 줄이야…….”

엄지손톱보다 조금 더 큰 동전.

이 하나가 한국에서는 100만 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새삼 딘에게 걸려 있던 현상금이 얼마나 큰 금액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게 다는 아니지.”

딘을 죽이고 노획한 단검.

윤재와 정규는 그 단검을 가까운 경매장에 넘기고 온 참이었다.

단검은 주로 암살자들의 무기라 윤재나 정규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사용할 수 없다면 돈으로 바꾸는 게 상책이었다.

“그런 놈이 가지고 다녔던 무기이니 돈도 제법 되겠지. 당분간 돈 걱정은 없겠어.”

낯선 세상에 떨어지고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의식주였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돈은 반드시 필요했다.

마천루 클랜에서 제시한 열흘은 바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돈을 벌 방법을 구하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일이 빨라졌어.’

짤랑-

윤재는 금화를 손가락으로 튕겼다가 받고는 말했다.

“가자.”

“어디를요?”

“사야 할 게 있어서.”

“사야 할 거요?”

윤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주한 마을 거리를 헤매며 한동안 걷던 윤재와 정규가 시장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윤재가 구입한 물품은 육포나 건포도와 같은 건량, 그리고 물 따위였다.

윤재는 그것들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식량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더 안 들어가네.”

한동안 식량 주머니에 건량과 물을 집어넣던 윤재는 식량 주머니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

정규는 무작정 식량부터 구하는 윤재를 보며 물었다.

“대체 이 많은 걸 다 어디에 쓰려고요?”

“먹어야지.”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가려고요?”

“비슷해.”

정규는 윤재의 속을 몰라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자세한 설명을 해 주질 않으니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냥이라도 하려는 건가?’

마을 밖은 일종의 사냥터였다.

튜토리얼에서 보았던 괴물과 같은 녀석들이 득실대고, 놈들을 사냥하면 스탯이 올라가거나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기존 해당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신규 해당자들 역시 숙소에 있는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알 수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그 사냥에 저렇게까지 많은 식량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대체 얼마나 멀리 가는데 이렇게 많이 챙겨요?”

“가 보면 알아.”

윤재는 꽉 찬 식량 주머니를 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 요긴하게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앞으로 식량은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마을 밖으로 나가면 식량과 물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테니.

‘특히…… 그곳에서는 더 말이지.’

앞으로 한 달.

윤재는 그 장소가 밝혀지기 전, 자신이 먼저 찾아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