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ve

$211.

“허억, 헉.”

“제발 정신 좀 차려!”

“시팔,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야!”

“누가 나가서 지원 좀 요청해!”

“안 돼! 나갈 수가 없어!”

“그게 무슨 헛소리야?”

아수라장.

교관들은 서로 적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싸웠다. 그 사이에서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교관도 있었고, 멀리 떨어져 혼자 목숨을 부지하려는 교관도 있었다.

적으로 돌아선 교관은 대부분 천명 클랜에 속해 있던 교관들이었다.

“땅거미? 젠장, 정승훈 빌어먹을 새끼가…….”

천명 클랜의 마스터, 정승훈을 대표하는 스킬.

어둠세계를 불러오는 공간계 스킬, 땅거미는 랭커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그 공간 속에 갇힌 이상 도망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승훈은 단순히 윤재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 땅거미를 발현시킨 게 아니었다.

수십 명에 달하는 교관들의 감각을 모두 지워 낼 수는 없지만, 그들을 도망치지 못하도록 가두는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젠장, 그럼 빨리 저것들을 죽이던가 해야 할 것 아니야! 언제까지 도망만…… 악!”

“밀런!”

“시팔, 될 대로 되라!”

도망치거나 싸우거나.

교관들의 결정은 둘 중 하나였다.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찰나, 정승훈에게 조종당한 교관들이 다른 교관들을 향해 각자 무기를 휘두르고 스킬을 난사했다.

쉬이이익-

“허억!”

바로 눈앞으로 날아오는 수천, 수만 가닥의 실타래들.

천명 클랜의 랭커, 하워드 교관의 능력에 몇몇 교관이 휘말렸다. 그것은 거미줄처럼 교관들의 몸을 움켜잡고, 그들의 몸을 조여 오기 시작했다.

“컥, 커억…….”

“사…… 알…… 려…….”

교관들의 몸이 찢겨 나가려던 그 찰나.

스아악-

핏, 피피핏-

그들의 몸을 속박하고 있던 붉은 실타래들이 갈가리 베어져 허공에 흩어졌다. 교관들은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허억, 헉.”

“하아아- 살았다…….”

“그런데 누가……?”

고개를 들어 올린 교관들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방금 전, 자신들이 의심하고 몰아세웠던 정규였다.

“어, 어어…….”

“뭘 어어 거립니까? 어디 다쳤어요?”

몸과 얼굴에 검은 반점을 새긴 정규는 교관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교관들은 얼떨떨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쉬이 일어설 생각이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질 않았다.

“쯧. 못 일어나겠으면 거기 있어요. 걸리적거리지 말고.”

슷-

정규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멀리서 공격받고 있는 다른 교관들을 돕기 시작했다.

흰자위가 살짝 붉어지고, 몸에는 검은 반점이 생겨나긴 했지만 정규의 눈과 정신은 멀쩡해 보였다.

붉어진 흰자위와는 달리 초점은 또렷했고, 말투 역시 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정규는 빠르게 교관들을 도왔다. 정승훈에게 조종당한 교관들을 해치지 않고 제압하고, 위험한 교관들을 발견한 즉시 그쪽을 도왔다.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유도 넘쳐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방금 전, 도움을 받았던 교관들은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 같지?”

“그러게…….”

무하마드의 피.

현존하는 모든 아이템들 중 가장 등급이 높은, 최상위 아이템.

하지만 그만큼 다루기가 어렵고 부작용이 큰 탓에 무하마드를 아는 해당자들 사이에서는 금기시되던 아이템이기도 했다.

최강의 머더러이자 1세대 해당자들 중 한 명이었던 에밀리조차도 그것을 완벽하게 제어할 자신이 없어 검을 창고에 넣어 두지 않았던가.

“괜한 걱정이었군.”

정규는 자신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존재였다.

전세는 급격히 기울어졌다.

정규의 난입으로 수세에 빠졌던 교관들은 여유를 찾았다. 정규는 한 명, 한 명 정승훈에게 조종당한 교관들을 제압하며 힐금 한쪽을 흘겨보았다.

‘괜찮겠지?’

이름은 들어 보았다.

천명 클랜의 마스터, 정승훈을 대표하는 스킬.

그중 하나, 땅거미에 대해서는 아르한이 따로 경고했을 정도였다.

-땅거미는 꽤 골치 아픈 스킬이다. 거기 갇히면 진석이 녀석도 고생 좀 해야 할걸.

-그 아저씨가요?

-오감을 통제당한다는 건 스탯이나 마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치명적인 일이야. 기척을 느낄 수 없는 건 물론, 기본적인 방향감각마저도 통제당한다는 거니까.

-천명 클랜의 마스터라는 사람도 꽤 강한 모양이네요.

-조건부적인 강함이지. 정승훈은 일반적인 전투능력은 그리 높지 않아. 대부분 스킬이 보조나 주술과 같은 능력에 가깝거든.

-그럼 신경 쓸 필요 없는 거 아니에요?

-일대일이라면 그렇지. 하지만 일대일이 아닌, 1대2의 상황만 되더라도 정승훈만큼 까다로운 상대는 없어. 조금만 시간이 있어도 녀석이 스킬을 발현시킬 틈을 주게 될 테니까.

일대일이 아닌, 1대2의 싸움에 특화된 해당자. 그리고 그 조건은 지금, 완벽하게 충족되어 있었다.

‘저우멍이라는 녀석도 제법 강하다고는 했으니까.’

정규는 잠시 거대한 돔 형태로 이루어진 땅거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래도 뭐…….’

쩡-!

정규는 곧 그쪽에서 신경을 끄고는 눈앞으로 달려든 다른 교관의 검을 쳐 냈다.

‘저 형이 질 일은 없겠지만.’

* * *

윤재의 옆으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목을 향해 날아오던 날카로운 무언가는 윤재의 옆을 지나쳤다.

찰나의 순간, 윤재의 목이 움직인 것이다.

그 뒤로 윤재는 계속해서 조금씩 몸을 비틀며 움직였다. 저우멍은 동시에 정면에서 윤재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몰아쳤다.

쩡, 꽝-!

스아아악-

검과 검을 부딪치면서도 윤재는 조금씩 몸을 비틀어 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저우멍은 덤덤한 윤재의 표정을 보면서 오싹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된 거지?’

정승훈의 공간, 땅거미 속에서는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그 안에 갇혀 있는 해당자는 시각과 청각, 촉각은 물론 통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지워진다.

이 공간 안에서는 정승훈이 허락한 감각 외에는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도망치는 건 물론 할 수 없었다. 땅거미는 미로나 다름없는 공간이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공간 안에서 아무리 달려도 결국은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 어느 정도 앞으로 나아가면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정승훈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간.

그런 땅거미 속에서 윤재는…….

‘어떻게 피할 수 있는 거지?’

쉬익-

저우멍의 검이 윤재의 허리춤을 스치고 지나간다.

베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까처럼 티끌 같은 차이였다.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한 박자 먼저 움직였다. 싸우면 싸울수록 저우멍은 묘한 이질감을 받았다.

‘설마…….’

그 순간, 저우멍의 머릿속에 전날 루슬릭과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마치 미래를 내다보고 싸우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싸운다? 그것은 단순히 수를 다 읽혔다는 것을 변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수를 읽혔다는 건 그만큼 뻔히 보이는 싸움을 했다는 뜻이었다.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루슬릭의 말을 그리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랬는데…….

‘정말 미래라도 보는 건가?’

자신의 공격은 물론, 땅거미 속에서 정승훈이 날리는 날카로운 마력의 칼날마저도 어렵지 않게 피해 낸다.

감각이 사라진 상태에서 저리 여유롭게 자신들의 협공을 피해 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우멍은 싸우면 싸울수록 오히려 윤재가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스팍-

꽈앙-!

강하게 휘두른 검이 저우멍의 검과 부딪혔다. 순간적으로 힘에서 밀려난 저우멍은 휘청거리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이번에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휘두른 검.

땅거미 속에서 상대의 수를 읽어 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속에서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는 건 물론이고, 기척을 느끼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정말 미래라도 본다는 건가?’

루슬릭의 표현이 다시금 떠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자신들 두 명이 윤재에게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저우멍은 자기도 모르게 윤재에게서 조금씩 거리를 벌려 나갔다.

“이제 좀 적응이 되네.”

“뭐?”

팟-

윤재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윤재의 움직임을 눈에서 놓친 저우멍은 깜짝 놀라며 옆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촤아아악-!

“어……?”

저우멍의 눈앞으로 팔 하나가 베어져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순간 세상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속에서도 저우멍의 머리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빠르게 돌아갔다.

‘팔……?’

믿기 어렵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

저우멍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오른쪽 팔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악!”

어깨부터 베어져 날아간 자신의 팔을 확인한 순간, 저우멍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쉭, 쉬이이익-

윤재는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 몇 개의 기척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저우멍에게서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감 좋네. 목숨은 건진 걸 보면.”

머리로 인지는 못한 것 같지만, 저우멍은 순간적으로 윤재의 검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그 결과 몸이 반으로 갈라질 것을 팔 한쪽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조차도 저우멍에게는 끔찍한 결과일 것이다.

씨익-

내내 무표정하던 윤재의 얼굴에 미소가 띄워졌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거기였구나.”

“……!”

스윽-

윤재의 검이 역수로 쥐어졌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마력이 검에 모여들며 한 점에 뭉쳐 들었다.

번쩍-!

스아아악-

윤재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거대한 암흑세계를 또 다른 어두운 무리가 휩쓸었다.

검붉은 마력은 한 점에서 번져 나가 검은 도화지를 새로운 색으로 물들였다. 그 직후, 땅거미가 사라지고 다시 원래 세상이 돌아왔다.

뚝, 뚝-

“허억, 헉…….”

가슴에 피를 흘리며 서 있던 정승훈이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눈을 크게 뒤흔들며 고개를 겨우 들어 올렸다.

“어떻게…….”

“찾는 데 애를 먹긴 했어. 그래도 생각보다 파훼법이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정보를…… 가지고 있었나?”

“아니, 그냥 보면 알지. 절대적인 스킬은 존재하지 않아. 부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고.

“아무리 그래도…….”

“처음엔 조금 골치 아팠지. 생소하기도 했고. 눈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고, 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더라고.”

저벅-

윤재는 정승훈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피하지 못할 건 없지. 마력을 옅게 퍼뜨려 주위에 펼쳐 놓으면 기척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뭐가 어디로 날아오는지는 알아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네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고.”

“그 사이에…… 그걸 다……?”

정승훈 역시 20년 가까이 이면세계에서 활동해 온 랭커였다.

마력에 대한 이해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안도 여럿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윤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부분에 불과했다.

‘흩어 낸 마력이 충격을 받는 걸 이용해 사라진 오감을 대신하고, 그걸 통해 피하는 와중에 땅거미 속에 펼쳐져 있는 마력을 추적해 날 찾아냈다.’

이론으로만 말하면 참으로 간단하다.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말 그대로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단순히 마력컨트롤이 뛰어나다는 것만으로 설명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윤재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저우멍과도 싸우고 있지 않았던가.

“네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내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면 안 되지.”

저벅-

정승훈은 천천히 다가오는 윤재를 보며 바닥에 주저앉은 채 팔을 저어 뒤로 물러났다.

저벅, 저벅-

“오지마, 오지마!”

“하나 확인할 게 있어서 말이지.”

“오지마아아-!”

“……조금 아플 거다.”

푸욱-

정승훈의 배 한가운데에 검이 박혀 들었다. 동공이 크게 확장되며, 정승훈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억…… 어어억…….”

피익-

배를 관통했던 검이 뽑혀져 나왔다. 윤재는 검에 묻어 있던 피를 바닥에 휙 털어 내며 눈살을 좁혔다.

“……마귀목의 흉내라도 내는 건가?”

“……!”

“언제부터지? 2년 전부터는 개입이 불가능한 상태니, 그보다 더 오래 됐을 텐데.”

윤재의 말에 정승훈은 물론, 저우멍의 표정 역시 한순간에 급변했다. 윤재는 두 사람의 표정을 힐금 살피더니 씩 웃었다.

“저쪽은 모르고 있었나 보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천사들과 짜고 친 거 말이야. 징거 클랜의 겐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징거 클랜의 겐지를 비롯한 수많은 해당자들은 악마들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열쇠의 존재가 없다는 사실과 인간들 쪽에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의 배신이었다. 마귀목의 씨앗을 몸에 심고, 스스로 악마가 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것은 비단 악마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윤재는 메타트론과의 싸움에서 그것을 알고 있었다.

“대체 뭣 때문에 이 난리까지 피우나 했더니만…… 메타트론이랑 손잡고 짝짜꿍하고 있었어?”

“그건…….”

“왜? 우리가 못 이길 것 같았나? 마귀목의 씨앗처럼, 천사들도 방법을 찾기라도 했나?”

“…….”

정승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긍정의 침묵이었다. 윤재는 잠시 생각하더니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 일단 살려 둘 필요는 없겠지.”

“뭐, 뭐? 자, 잠깐…….”

서걱-

정승훈의 머리가 놀란 얼굴 그대로 잘려져 위로 떠올랐다.

그 뒤에 무릎을 꿇고 쓰러져 있던 저우멍은 멍한 얼굴로 웃음을 흘렸다.

“허, 허허…….”

윤재의 시선이 저우멍에게로 돌아갔다.

그는 윤재와 눈을 마주치자 웃음을 뚝 그쳤다. 윤재는 한심하다는 듯 저우멍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천루 클랜에 워커 엘빈이 있으면, 천명 클랜에는 저우멍이 있다고?”

윤재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미안한데, 그건 5년도 더 된 이야기고. 네 수준은 지금 딱 5년 전 엘빈 씨 수준이야.”

휙-

말을 마친 윤재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저우멍은 머릿속에서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되었다.

하나는 철저한 무시에 대한 굴욕감.

또 하나는 윤재가 자신을 살려 두는 쪽을 택했다는 데에서 밀려든 안도감.

하지만 그 두 가지 감정의 무게는 같지 않았다. 저우멍은 굴욕감보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살았…….”

뚝-

저우멍은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을 내려다보았다.

누구 피지?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 채 해결되기도 전, 저우멍의 의식이 멀어졌다.

촤아악-!

툭-

목에서 핏물이 솟구치고 베어진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윤재는 마지막에 들려온 저우멍의 희미한 목소리에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살긴 뭘 살아.”

꽈악-

“……니들 손에 죽은 학생이 몇 명인데.”

윤재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교관들을 둘러보았다.

장내가 조용해졌다. 정승훈과 저우멍의 죽음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만큼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정승훈의 죽음으로 조종당하던 교관들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들은 대부분 천명 클랜에 속해 있던 해당자들이었다. 더러는 다른 클랜에 속해 있으면서도 정승훈의 위세를 빌려 어깨를 펴고 다니던 자들도 있었다.

“당신들은 어쩔 겁니까?”

윤재의 목소리가 살벌하게 내리깔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 윤재와 정규의 도움을 받던 교관들은 속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저런 사람이 자신과 적이 아니라는 것에. 윤재와 정규는 아군이라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우, 우린…….”

“모르던 일입니다. 전부 정승훈이…….”

깡, 까강-

교관들은 저마다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았다.

항복의 의미.

그들은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어 보였다.

‘뭐, 애초부터 조종당한 거긴 하지만.’

윤재와 정규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같은 마음으로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 중 천사들과 얽혀 있는 해당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차차 밝혀낼 문제였다.

이른 아침의 소란은, 그렇게 정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