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ve

221Pm.

미카엘은 휘하에 있는 네 개 분대의 천사들을 각각 남쪽과 서쪽, 동쪽과 북쪽으로 나누어 보냈다.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신들도 병력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다. 미카엘은 그중 가브리엘이 향한 북쪽과는 정반대되는 남쪽으로 향했다.

쐐애애애액-

세 쌍의 날개를 펼친 미카엘은 빠르게 남쪽 성문에 도착했다.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평천사들이 성문 근처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미카엘은 날개를 접고 땅 아래로 내려왔다. 그를 발견한 평천사들과 두 명의 천사장이 서둘러 인사했다.

“미카엘 님!”

“오셨습니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왜 여기 이러고 있지?”

“그것이…….”

슷, 스스스스-

거대한 기운이 성문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동시에 평천사들의 몸이 잘게 떨리고, 천사장들의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벌써…… 우파엘과 도리엘이 당했습니다.”

“우파엘과 도리엘이?”

익숙한 두 천사장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미카엘은 깜짝 놀라며 성문 안쪽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저 정도 기운을 내뿜는 존재라면 두 천사장이 당할 법도 했다.

“그런데 왜 여기 이러고 있는 거지? 저 녀석이 더 공격하지 않은 건가?”

“그게…… 저자는 미카엘 님을 불러오라는 소리뿐입니다. 저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공격하지 않고 저 자리에서 기다리고만 있었습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그리고 놀랍게도 저자는…… 인간입니다.”

천사장의 보고에 미카엘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인간?”

놀라는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들 측이 3년이라는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움직였다는 건 분명 의외였다.

하지만 미카엘은 라키아를 공격한 존재가 동족이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안도했다.

‘쓸데없는 희생은 일어나지 않겠군.’

누군지는 몰라도, 저 안에 있는 인간이 고맙기까지 했다.

이렇게 인간들 측과 천사들 측이 충돌한다면 외부의 적으로 인해 내부의 소란이 잦아들 수도 있을 테니까.

“잘했다. 괜히 공격했다가는 여기 있는 너희들도 다 죽었을 테니 현명한 판단이다.”

성문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존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어서 싸우자는 듯이.

그 기운은 평천사들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천사장들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천사급이 아니고서는 저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그 인간인가?’

2년 전 만났던 인간.

그를 떠올리며 미카엘은 천사장들을 향해 말했다.

“포위망을 조금 더 넓게 펼쳐라. 휘말릴지도 모르니.”

“알겠습니다. 포위망을 넓혀라! 뒤로 물러나라!”

미카엘의 명령에 천사장들은 서둘러 포위망을 넓혔다.

그가 다루는 천계의 불길은 같은 천사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어지간한 평천사들은 그저 닿는 것만으로도 몸이 녹아내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넓게 퍼져 있던 평천사들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넓게 빙 둘러섰다. 미카엘은 그제야 성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렸나?”

“그래. 기다리다 졸 뻔했다.”

저벅-

성문 안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온다.

그를 확인한 미카엘의 눈에 놀람이 어렸다.

“왜 그리 놀라?”

“내가 예상하던 인간이 아니어서.”

미카엘이 예상하던 인간은 김진석이었다.

어지간한 대천사 이상의 힘을 보여 주었던 인간. 미카엘은 인간들 측에 그런 인간이 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카엘의 앞에 나타난 인간은 김진석이 아닌 윤재였다.

“네가 아는 인간이라면 한 명뿐이겠지. 그런데 어쩌나? 그 사람이 아니라서. 아쉽나?”

윤재는 미카엘과 김진석의 싸움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의 능력도, 강함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김진석이 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대가 미카엘인 만큼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제법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김진석이 누군가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설마. 그냥 그런 인간이 또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지. 날 기다리고 있었나?”

“그래. 얼마나 센지 보고 싶어서 말이지.”

“만용이로군. 2년 전, 너도 그 자리에 있었겠지?”

“그 자리라면…… 중간지역에서 너희를 마주쳤던 그때를 말하는 건가?”

“그래. 맞나 보군. 그럼 네가 우리엘을 죽였나? 아니면 라파엘을?”

윤재는 미카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는 대신, 씩 웃었다. 아무래도 미카엘은 그 둘의 죽음을 꽤 의식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감정이 격하다면 나에게 나쁠 건 없지.’

동료의 죽음에 미소 짓는 윤재를 보며 미카엘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처음부터 손에 염령검을 소환했다.

화륵-

화아아악-!

염령검의 등장과 함께 미카엘의 주위로 거대한 불길이 타올랐다. 수백 미터씩 멀찍이 떨어져 있는 평천사들조차도 그 불길이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위에 핏빛처럼 붉은 불길을 휘감은 미카엘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윤재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대화는 더 필요 없겠군. 널 죽이고, 다른 쪽에 있는 네 동료들도 죽여 주지. 그리고 약속된 3년이 지난 즉시, 너희 모두를 세상에서 지워 주마.”

화륵, 화르륵-

채 열 걸음도 떨어져 있지 않은 윤재에게 그 불길은 용암보다도 뜨겁게 느껴졌다. 지옥불을 다룬다는 마왕, 플뤼톤의 불과 비교해도 훨씬 뜨거웠다.

윤재는 미리부터 꺼내 들고 있던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잡소리 그만하고…….”

스으으으-

거대한 마력이 검에서부터 증폭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윤재를 집어삼킬 듯 입을 벌리며 솟구치던 불길이 거대한 마력에 잡아먹혀 사방으로 튀었다.

“덤벼.”

* * *

화르르륵-

츠, 스으으으-

콰릉, 쾅-!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불길이 사방으로 튀었다. 성벽이 녹아내려 무너질 듯 위태롭게 보였다.

“피, 피해라!”

“조금 더 넓게 퍼져! 휘말리면 다 죽어!”

두 명의 천사장들은 미카엘과 윤재의 싸움에 평천사들이 휩쓸리지 않도록 조치했다.

충분히 넓게 퍼져 섰다고 생각했건만, 싸움의 여파는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쿵, 쿠쿵-

녹아내리고 금이 가던 성문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싸움의 여파만으로도 성 하나가 날아간 것이다.

콰릉-!

화아악-!

윤재의 검에서 뿜어진 마력의 참격과 염령검의 불길이 하늘 위에서 부딪혔다.

부딪힌 불길과 마력이 서로를 누르지 못하고 아래로 튕겼다. 평천사들은 다시금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불비를 피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 살려 줘!”

“아아아악!”

끔찍한 비명 소리.

미카엘의 시선이 힐끔 아래로 향하는 그 순간이었다.

피잇-

검끝이 미카엘의 허리를 살짝 베고 지나갔다. 마치 한눈을 파는 시점이 언제인지 미리 알고서 검을 휘두른 것만 같았다.

“……네 검, 상당히 기형적이군.”

“칭찬 고맙게 듣지.”

“무슨 속셈이지?”

“뭘?”

화악-!

미카엘의 불길이 윤재의 마력을 밀어내며 압도하기 시작한다.

“설마 그 정도 실력으로 나에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텐데.”

미카엘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같은 대천사, 그것도 대천사장인 가브리엘에게조차도 마찬가지였다. 힘만 놓고 본다면 천왕인 메타트론에게조차 밀리지 않을 것이다.

괜히 역대 대천사들 중 가장 강하다는 평을 받는 게 아니었다. 마주하고 있는 윤재조차도 그 힘에 놀랄 정도였다.

‘김진석이 질 만도 해.’

화르르륵-

뜨거운 열기가 몸을 뒤덮었다. 마병갑으로 몸을 두르고 있지 않았다면 진작 온몸에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살이 녹아내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래 싸우다가는 큰일 나겠는데.’

째깍-

윤재의 머릿속으로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세상이 느려진다. 시계태엽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슷, 스슷-

윤재와는 달리 미카엘이 바라보는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당연하게도 그의 눈에는 윤재가 빨라진 걸로 보였다.

갑작스럽게 빨라진 움직임에 미카엘이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곧 능숙하게 윤재의 속도에 반응했다.

‘빠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카엘이 막 윤재의 다음 공격에 대응하려는 찰나.

팟-

눈앞에 있던 윤재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단순히 시야에서 놓친 게 아니었다. 윤재의 검이 자신에게로 제대로 향했다면 놓쳤을 리가 없었다.

미카엘의 시선이 뒤로 휙 돌아갔다.

저 멀리, 윤재의 등이 보였다.

“막아-!”

쉬이이익-

윤재의 신형이 미카엘의 등 뒤로 돌아가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천사들에게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반전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과 죽을 각오로 싸우는 듯하더니, 갑작스럽게 도망을 치다니.

“마, 막아야…….”

피이익-

우르르 몰려든 평천사들의 눈앞에서 윤재의 신형이 사라졌다.

동시에 그들의 몸에 하나로 이어지는 기다란 핏빛 선이 생겨났다. 수십 명의 평천사들은 곧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촤아아악-!

일렬로 이어진 핏빛 분수.

윤재의 신형은 여전히 저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가고 있었다.

“제길!”

평천사들은 물론 천사장들 역시 윤재의 움직임을 제대로 쫓지 못했다.

미카엘의 입에서는 대천사와 어울리지 않는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수하들의 죽음에 분노하고, 자신의 안일함에 치가 떨렸다.

‘평천사들로는 녀석을 막을 수 없다.’

잠시 합을 나눴을 뿐이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윤재는 아무리 낮게 봐 줘도 2년 전 자신과 싸웠던 인간과 동급의 존재였다. 평천사들이 수십, 수백 명씩 모여 있다고 해도 한순간도 시간을 벌기가 어렵다.

방금 전, 윤재는 평천사들을 베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평천사들을 죽이고 간 까닭은 바로 자신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반드시…… 죽인다.”

미카엘의 눈에서 살기가 번들거렸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져 보는 살기였다.

윤재는 등 뒤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미카엘의 살기를 느끼며 속으로 확신을 가졌다.

‘역시.’

미카엘.

그는 인간을 한참 아래로 내려다보면서도 같은 천사들만큼은 끔찍이 아꼈다.

처음 휘하에 있는 평천사들이 휩쓸릴 것을 염려해 뒤로 물리도록 한 것도 그렇고,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둔 천사장을 문책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여기서부터는 더 중요하다.’

팟, 스스슷-

윤재는 미카엘의 추격을 피해 도시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갔다.

등 뒤로는 미카엘이 세 쌍의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날아오고 있었다. 작정하고 따라붙은 미카엘은 윤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움직였다.

“뭐, 뭐야?”

“인간?”

“인간이라니, 잘못 본 게…….”

“진짜야! 저기 미카엘 님도…….”

도시 안으로 들어오자 수많은 천사들이 윤재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곧 각자 창을 꺼내 들더니 윤재를 향해 창끝을 겨눴다. 물론, 평천사들 중에 윤재의 움직임을 따라올 만한 자들은 없었다.

“잠시라도 막아라, 막아!”

미카엘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근방에 있던 휘하의 평천사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수천 명의 평천사들과 다섯 명의 천사장들이 미카엘의 목소리를 듣고 날아올랐다.

‘여기서 녀석을 놓치면 안 된다. 더 큰 희생이 따르기 전에 잡아야 한다.’

외곽 성문 쪽과는 달리, 도시 안쪽은 무수히 많은 평천사들이 살고 있었다.

윤재의 실력이라면 능히 수천, 수만 명의 평천사들을 학살하고도 남았다. 여기서 자신이 윤재를 잡지 못할 경우 최악에 최악의 경우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슷-

윤재의 신형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멈췄다.

대도시 라키아의 광장.

그곳에 멈춰 선 윤재를 중심으로, 수만 명의 평천사들이 창을 겨눴다.

1 대 만.

그리고 대천사 미카엘까지.

겉으로 보이는 상황 자체는 윤재에게 최악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걸 위한 거였나?’

이런 상황에서 미카엘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자신의 공격은 대부분 범위가 넓어, 힘을 쓰게 되면 광장에 모여 있는 다른 천사들까지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수만의 천사들이 모여 있는 광장 한가운데서 멈춰 선 윤재는 그대로 몸을 돌려 미카엘을 향해 돌진했다.

츠으으으으-

순식간에 마력이 빠르게 증폭되며 윤재의 속도에 한층 가속이 붙었다. 미카엘은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에 깜짝 놀라며 염령검을 휘둘렀다.

화아아악-

쾅-!

“아악!”

“으아아아악!”

“뭐, 뭐야?”

윤재의 검격과 염령검의 불길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기운이 퍼져 나간다. 수많은 평천사들은 그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죽거나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이 녀석이…… 내 힘을 이용해서…….’

미카엘은 자신의 불길에 휩싸여 죽어 가는 천사들을 힐긋 바라보았다.

성문 쪽에서 도심 한가운데로 전장을 바꾼 까닭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사방이 아군이라는 점이 이런 때는 그리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사실상 윤재와 미카엘의 싸움에 개입할 수 있는 존재는 천사장급 이상의 천사들뿐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평천사들은 사실상 윤재의 힘을 빼놓는 용도로밖에 쓸 수 없었다.

‘이래서는…….’

미카엘의 머릿속에 2년 전의 싸움이 떠올랐다.

수천 명의 평천사들과 십수 명의 천사장들, 그리고 우리엘과 라파엘까지.

그들 모두가 죽었다. 단 몇 명의 인간들에 의해서.

당시 평천사들과 천사장들은 말 그대로 도구처럼 죽어 갔다. 만약, 메타트론이 일찍부터 나섰더라면 그들이 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메타트론은 단지 그들을 이용해 인간 측 열쇠의 힘을 빼놓는 데 사용했을 뿐이다.

‘그때와 다를 게 없지 않나.’

여기서 자신이 평천사들을 희생시켜 윤재의 힘을 빼놓는다?

그래서는 다시금 2년 전 실수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빠득-

“이…… 빌어먹을…….”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여기서 넌 너무 지킬 게 많아.”

“무슨 헛소리를…….”

스카아악-

쉬익-

맞대고 있던 검을 아래로 흘려 보낸 윤재의 신형이 다시금 미카엘의 등 뒤로 넘어갔다.

미카엘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염령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불길이 파도치며 쓰나미가 되어 윤재의 몸을 휩쓸었다.

콰앗-!

윤재는 그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자연스레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쓰나미가 조각조각 베어지며 힘을 잃고 불길이 흩어졌다.

슷, 스슷-

화륵, 화르르륵-

윤재는 미카엘의 공격을 집요하게 피해 냈다.

막 미카엘이 다시금 염령검을 휘두르려던 순간.

“……!”

미카엘은 검을 마저 휘두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세웠다. 만약 그대로 검을 휘둘렀더라면, 그리고 윤재가 그 검을 피해 냈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평천사들을 죽일 뻔했다.

“제길!”

슷-

미카엘은 급히 검을 회수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윤재의 신형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직까지 광장에는 수많은 천사들이 모여 있었고, 광장 밖으로는 빽빽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여기서 작정하고 몸을 숨긴 윤재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미카엘은 허탈한 듯 손에 들고 있던 염령검을 불길로 흩어 내고는 땅 아래로 내려왔다.

‘내 실수다.’

안일함이 가져온 실책.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어떻게든 윤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평천사들의 희생을 두려워했다.

결국 광장에 있던 평천사들 중 상당수가 휩쓸려 목숨을 잃고, 윤재도 잡지 못한 어중간한 결과를 낳았다.

-넌 너무 지킬 게 많아.

윤재의 목소리가 귀에 남아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 말이 맞다.

이 싸움은 자신이 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